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 중 이유 없는 것은 없다. 태풍은 지구의 에너지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태양열이 극지방보다 적도에 더 많이 내리쬐므로 남북 간 에너지 차이가 발생한다. 이 차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적도 지방은 점점 뜨거워지고 극지방은 점점 추워져 생명이 살 수 없게 된다. 극단적인 빈부 격차가 일어나면 공동체가 붕괴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남북 간 에너지 불균형을 없애는 과정에서 모든 기상 현상이 발생한다. 중위도에서 발생하는 고기압과 저기압은 열대지방의 따뜻한 공기를 북쪽으로, 극지방의 차가운 공기를 남쪽으로 보낸다. 이와 함께 해양에서도 열대의 따뜻한 물이 북쪽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해도 열대 해양에서 발생한 과한 에너지가 해소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태풍은 이 과한 에너지를 직접 북쪽으로 옮긴다.여러 피해를 일으키지만 태풍은 지구의 생명력을 위해 꼭 필요하다. 그래서 우주에서 바라본 소용돌이치는 태풍의 모습은 지구가 살아 있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태풍은 따뜻한 해양에서 나오는 열에너지를 이용해 소용돌이 바람을 일으키고 대기로 열을 방출하는 거대한 자연 엔진이다. 자동차 엔진이 휘발유를 폭발시킨 에너지로 바퀴를 돌리고 배기가스로 열을 배출하는 원리와 같다. 자연이 만들어낸 태풍 엔진의 효율은 약 33퍼센트 정도로 인간이 정교하게 만든 자동차 엔진의 효율과 거의 같다.
해양 수온이 26도를 넘어야 태풍이 생길 수 있다. 바다가 따뜻해야 그 위 공기가 수증기를 많이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증기는 '하얀 석탄'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이 수증기가 곧 태풍의 연료다. 해양 열이 수증기 안에 숨은 상태로 대기에 공급된다. (83~84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