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오류만 지적하고자 글을 적는다. 첫 번째, 2차대전 중에 독일해군 유보트가 영국해군의 주요 기지이던 스코틀랜드의 스캐퍼 플로에 침투하여 전함을 격침시킨 사건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제2장 6절 도입부에 이렇게 적는다.


2차 세계대전 말 대잠전 세력에 도망 다니던 잠수함이 영국 해군의 항구인 스캐퍼 플로 항에 침투해 전함을 격침하고 여유만만하게 독일 모항에 돌아옴으로써 전쟁의 열세로 사기가 저하되어 있던 독일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그들을 열광케 했다. 이 작전은 ‘잠수함은 전·평시를 막론하고 들키지 않고 적 해역을 넘나들 수 있는 유일한 무기체계’라는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준 예로 잠수함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94 페이지)


위의 설명은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다. 독일해군 유보트가 스캐퍼 플로에 성공적으로 침투한 사건이 있었던 때는 1939년 10월이다. 2차대전 말기가 아니라 초기이다. 저자는 몇 페이지 뒤인 제3장 1절에는 다음과 같이 올바르게 적는다. 


  쇼의 주인공은 U-47의 귄터 프린Günther Prien 함장이었다. U-47은 1939년 10월 8일 킬Kiel 항을 출발해 10월 13일 새벽에 스캐퍼 플로 외항에 도착했다.... U-47 함장은 절묘하게 잠수함을 몰고 항구에 침입하는 데 성공했고 드디어 어뢰를 발견할 수 있는 곳까지 도착했다...

  ... U-47의 함장 귄터 프린 소령은 ... 다시 이를 악물고 어뢰 3발을 발사했다. 식은땀을 흘리며 기다리던 순간, 이윽고 연속적인 대폭발음이 들렸다. 그리고 영국의 전함 로열 오크가 천천히 침몰하는 모습이 관측되었다.” (106~107 페이지, 밑줄 추가)


왜 앞과 뒤가 맞지 않을까. 혹시 연재 시에 부정확하게 기술했더라도 책을 펴내면서는 수정했어야 했다. 


두 번째 오류는 전에도 몇 번 지적했던 유보트 함장의 계급이다. 독일해군 유보트 함장의 계급은 Kapitänleutnant였는데, 이는 해군대위에 해당한다. 종종 소령으로 번역되는 오류를 보게 되는데 (위의 인용문에도 나와 있듯) 이 책도 예외가 아니다. 위의 예 외에 다른 곳에서도 오류를 찾을 수 있다(밑줄을 추가했다).


98페이지: “독일 해군의 잠수함 U-21 함장 오토 헤르싱Otto Hersing 소령에게 관측되고 있었다.”


107페이지: “... 함장 프린 소령은 즉시 베를린으로 가서 꽃종이를 뿌리며 환호하는 베를린 시민의 환영을 받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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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s of the Air : How The Bomber Boys Broke Down the Nazi War Machine (Paperback)
Donald L. Miller / Ebury Publishing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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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중 영국을 기지로 하여 독일군 점령지역과 독일 본토를 폭격했던 미국 제8 공군의 역사를 살펴본다. 다양한 증언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창설 후 1943년까지만 해도 엄청난 희생을 치렀던 제8 공군은 1944년에 들어서며 독일 공군을 분쇄하기 시작하여 제공권을 장악하게 된다. 이후로는 독일 상공을 휘저으며 그야말로 독일의 여러 도시들을 폐허로 만들어버렸다. 


미국 폭격기들은 주간 폭격을 하며 볼베어링 공장, 항공기 공장부터 시작해서 석유 시설, 철도 조차장 등 전략목표들을 지속적으로 폭격했다. 부정확한 폭격으로 인해 주변의 민간인 시설도 당연히 피해를 입고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들을 낳았다. 전쟁 막판에는, 그냥 도시의 중심지에 폭탄을 퍼붓던 영국공군과 합세해 엄청난 민간인 희생자가 날 것을 알면서도 지역폭격을 수행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사례가 1945년에 수행된 드레스덴 폭격이다. 


전쟁 전 폭격기 지상주의자들은 폭격만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전쟁은 지상군이 독일을 점령함으로써 끝이 났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유도미사일의 정확성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폭격만으로 끝나는 전쟁은 없다. 


읽으면서 계속 든 생각은 이렇다. '전쟁은 정말 미친 짓이다.' 왜 우리 인간은 교훈을 얻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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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걸고 전쟁을 하는 이유'


"Blood is the same whether it spills on aluminum or Normandy mud. It takes guts whether you fly a million-dollar airplane or wade in slow with a fifty-dollar rifle...  Maybe some of the airpower fanatics will scream that the big brains didn't give us a chance to win it our way." But "the only thing that matters," Stiles wrote on the evening of D-Day, "is to win, win in any way so there is never another one." (p. 294)

그[스타일스]는 그날 일기에 이런 글을 남겼다. 

  "인간의 피는 알루미늄 기체에 흘리든, 노르망디의 진흙에 흘리든 모두 똑같다. 100만 달러짜리 항공기를 타든, 50달러짜리 소총을 들고 눈 속을 헤매든 모두 똑같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항공력을 광신하는 높으신 분들 중에는 자기 방식대로 전쟁에서 이길 기회를 놓쳤다며 불평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승리뿐이다.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 이기고 나면 그 방법은 중요치 않다." (72 페이지)


위의 국역판에서는 중요한 부분이 제대로 번역되지 않았다. "so there is never another one."의 문구다. "one"은 '이런 일' 정도의 의미일 것이고, '전쟁'으로 봄이 올바르다. 또 다른 '전쟁'이 없도록 싸운다는, 병사의 의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중요한 것은 승리이다. 다시는 이런 전쟁이 없도록 어떻게든 승리하는 것이다." 이것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병사들의 다짐이다. 승리는 승리 자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전쟁의 시작을 결정하는 사람과 실제 싸우는 사람이 다르다는 것이 늘 문제를 야기한다. 자기의 목숨을 걸고 직접 싸운다면 경제적 이유 때문에 전쟁을 시작하는 일은 사라지리라. 


하나 더 지적하자면 "wade in slow with a fifty-dollar rifle" 부분은 "50달러짜리 소총을 들고 눈 속을 헤매든"으로 번역됐는데 이상하다. "50달러짜리 소총을 들고 천천히 상륙하든"이 올바르겠다. 지금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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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와의 대면'


For him [William Wyler], the war had been, as he once said, "an escape to reality." On an airbase in England, "the only thing that mattered were human relationships; not money, not position, not even family. Only relationships with people who might be dead tomorrow were important. It is a sort of wonderful state of mind. It's too bad it takes a war to create such a condition among men." (p. 147)

그는 자신에게 전쟁이야말로 '현실로의 도피처'였다고 말했다.

  "오직 인간관계만이 중요했다. 돈도 지위도 가족도 내일 죽을지 모르는 그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은 정말로 경이로운 심리 상태였다. 그러나 그런 심리 상태를 만들기 위해 전쟁을 겪어야 한다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248 페이지)


전쟁에 종군하여 영화를 찍었던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얘기이다. 국역본에서 "escape to reality"를 "현실로의 도피처"로 번역한 것은 좀 이상하다. "도피"가 아니라 '탈출'이 낫겠다. "reality"는 사전적 의미로 하면 '실재'이겠으나 너무 철학적이므로, 문맥을 살리자면 '진짜'라고 하면 어떨까 싶다. '진짜로의 탈출' 또는 더 의역하자면 '진짜와의 대면'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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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3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1942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프랑스 등 독일 점령지의 군사목표를 타격하기 시작한 미국 제8 공군은 고고도 전략폭격의 이론을 실행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희생은 폭격기 승조원들의 몫이었다.


  By this time, the men of Morgan's 91st BG had begun to realize that they were "pawns in a great experiment being tried by the Army Air Forces.... The members of the group even referred to themselves as 'guinea pigs,'" wrote their official historian. This was an experiment in blood, not a theoretical debate, as it had been in the 1930s. "Is anyone scared?" a commander barked at his men. "If not, there is something wrong with you. I'll give you a little clue how to fight this war—make believe you're dead already; the rest comes easy." (p. 106)

  이제 모건이 속한 제91 폭격비행전대의 장병들은 비정한 현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부대의 공식 전사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그들은 육군 항공대가 벌이는 거대한 실험에 쓰이는 실험동물에 불과했다. 일부 장병들은 스스로를 '기니피그'라고 불렀다." 

  이제 1930년대에 벌어졌던 이론 논쟁은 끝이 나고, 인간의 피를 재료로 하는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 지휘관은 부하들을 이렇게 꾸짖었다.

  "무섭나? 무섭지 않은 사람은 비정상이다. 이 전쟁에 어떻게 대처할지, 그 비결을 알려주겠다. 귀관들이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라. 그러면 편해진다." (181~182 페이지)


조지프 헬러의 <캐치-22> 소설에 나오듯, 전쟁은 가해자와 피해자, 또는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비인간적 상흔을 남긴다. 참고로, 위 글에 나오는 로버트 모건은 영화로도 다뤄졌던 B-17 폭격기 "멤피스벨"의 조종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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