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인 댄 후퍼는 미국의 우주론자이자 입자물리학자이며 시카고 대학 교수이다. 그는 이 책에서 현대 우주론이 당면한 세 가지 문제를 나열한다.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암흑물질이 무엇인지, 왜 우리 우주에 물질이 반물질보다 훨씬 많은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주의 가속팽창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한 암흑에너지는 무엇인지이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우주의 '미스테리'가 빅뱅으로 탄생한 우주 초기의 몇 초 동안과 연관되어 있으리라 생각한다. 


최근 입자물리학과 우주론은 답보 상태이다. 많은 기대를 걸었던 고에너지 실험과 정밀 관측 결과가,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물리학이나 문제 해결에 대한 실마리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러한 실험들은 몇몇 유력했던 이론들을 배제해버리는 효과를 낳았다. 저자는 우리가 우주를 바라보는 데 사용하는 '렌즈'가 잘못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불안감을 이야기하면서도, 새로운 실험, 관측, 그리고 아이디어가 미스테리를 해결하리라 낙관한다. 비관론자인 내게는 '렌즈'에 대한 언급이 눈에 더 크게 들어온다. 저자는 이러한 미스테리들을 "loose ends"라고 언급하며 조금만 더 연구를 지속하면 매듭을 지을 수 있을 것처럼 언급하지만, 사실 이런 상황은 19세기 말에 우리가 이미 겪은 바 있다. 당시에도 몇몇 '사소한' 문제들--흑체복사의 문제, 물질의 방사성--을 제외하고는 물리학의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loose ends"들은 해결될 것이기에 물리학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고 많은 물리학자들이 생각했다. 하지만 역사는 어떻게 전개됐는가? 간단한 "loose ends"라고 생각했던 것이 혁명을 잉태하고 있었고, 20세기 초 물리학에는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두 기둥이 태어나며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는 눈을 완전히 바꾸었다. 


역사는 다시 반복될까? 알 수 없다. 어쩌면 현대 우주론과 입자물리학이 맞닥뜨린 문제가 너무나 거대해서 인간의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우주는 영원히 미스테리로 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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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persistence of mathematicians in searching for some basic truths is understandable. To accept the fact that mathematics is not a collection of diamonds but of synthetic stones, after the centuries of brilliant successes in describing and predicting physical phenomena, would be hard for anyone and especially for those who might be blinded by pride in their own creations. Gradually, however, mathematicians granted that the axioms and theorems of mathematics were not necessarily truths about the physical world. Some areas of experience suggest particular sets of axioms and to these areas the axioms and their logical consequences apply accurately enough to be taken as a useful description. But if any area is enlarged the applicability may be lost. As far as the study of the physical world is concerned, mathematics offers nothing but theories or models. And new mathematical theories may replace older ones when experience or experiment shows that a new theory provides closer correspondence than an older one. (p. 97)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자들이 계속해서 기본적 진리를 찾는 데 매달린 것은 이해할 만하다. 수 세기 동안 물리 현상을 기술하고 예측하는 데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던 수학이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인조 보석의 집합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 누구에게나, 특히 자신들이 만든 창조물에 대한 자부심으로 눈이 먼 이들에게는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점차적으로 수학자들은 수학의 공리와 정리들이 반드시 물리 세계에 대한 진리는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어떤 영역의 경험은 특정한 공리 집합을 제시하며, 이 공리들과 그것들의 논리적 귀결은 이 영역에 충분히 정확하게 적용되어 이를 경험에 대한 유용한 기술로서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이들이 더 확장된 영역으로 적용된다는 보장은 없다. 물리 세계 연구에 수학은 이론, 즉 모형만을 제공할 뿐이다. 경험 또는 실험에 대해 새로운 수학 이론이 이전 이론보다 더 밀접한 대응관계를 제공한다고 판명되면 새로운 이론은 이전의 이론을 대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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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진리'이며 자연 현상을 기술하는 진실된 도구라는 생각이 18세기부터 19세기에 들어서며 깨지기 시작했는데, 그 첫 번째 이유로 이 책에서 드는 것이 비유클리드 기하학이다. 자연은 유클리드 기하학으로 기술되며, 이것이 '수학이 자연의 언어이며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닌 원래부터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낳게 된 큰 이유였다. 수학을 인간이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던 칸트조차 유클리드 기하학이 인간 인식의 기본이며 이를 통해 객관적 지식에 이를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자연에 대응되지 않지만 모순이 없는 새로운 수학 체계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수학의 진실성에 흠집을 냈다. 수학이 자연에 대응하는 진리의 체계라는 주장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나중에 일반상대성 이론의 기술을 위해 쓰인다는 반전이 있기도 하다. 수학이 원래 우리가 생각했던 '진리'가 아니라는 증거는 이후에 계속해서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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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자연이 따르는 법칙을 기술하는 '진리'이며 이렇게 세상을 창조한 하느님은 수학자라는 것이 17세기 뉴턴 역학의 성공이 강화한 서구의 '믿음'이었다. 하지만 자연 법칙대로 운행하는 우주 속에서 하느님이 설 자리는 점점 사라져갔다. 18세기에 이르자, 흄 등은 인간의 지식은 오직 (상대적) 감각으로부터 오며 이의 단순한 요약이 자연법칙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즉, 객관적 자연 법칙은 없다는 극단적 회의론을 펼쳤다. 여기에 맞선 철학자가 칸트였다. 칸트는 세상 그 자체를 알 수는 없지만, 인간에게 고유하게 주어진 틀인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이용하여 자연을 '객관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와 같이, 인간은 우주가 수학적이며 수학을 통해 하느님의 비밀을 알 수 있다는 순진한 생각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His [Kant's] doctrine that what mathematics asserts is not inherent in the physical world but comes from man's mind should have given pause to all mathematicians. Are all our minds pre-fabricated so as to make the same organization of our sensations, and is that organization of spatial sensations necessarily Euclidean? How do we know this? Unlike Kant, mathematicians and physicists still believed in an external world subject to laws independent of human minds. The world was rationally designed and man merely uncovered that design and used it to predict what would happen in that external world. (p. 77)


"수학적 진술이 물질 세계에 고유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으로부터 온다는 칸트의 언명은 모든 수학자들에게 숙고의 시간을 선사했어야 한다. 우리 마음은 정말 감각들을 동일하게 조직하도록 만들어져 있으며, 공간적 감각은 유클리드 기하학을 따르도록 되어 있는가? 이것을 우리가 어떻게 아는가? 칸트와 달리 당시의 수학자와 물리학자들은 인간의 마음으로부터 독립된 법칙의 지배를 받는 외부 세계를 여전히 믿고 있었다. 세계는 이성적으로 설계되었으며 인간은 단지 그 설계를 알아내고 이용하여 이 외부 세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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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이해가 잘 안 되거나 오역이라고 생각됐던 부분을 모았다가 영문판과 대조해봤다. 인용문의 밑줄은 모두 내가 추가한 것이다. 


- 번잡함 속에서 인파 대다수는 기이하게 생긴 피라미드 형태의 목탑을 거의 인식하지 못했다. 그들은 오빌 라이트Orville Wright가 미국에서 분해하여 상자에 넣어 배에 싣고 유럽으로 가져온 후 베를린에서 재조립한 ‘비행 기계’를 보지 못했다. 오빌 라이트는 자신의 기계로 피라미드 목탑을 공중으로 날려버리고, 1909년 9월 베를린 시민의 우레와 같은 환호 속에 지상 172미터까지 날아오르는 기록을 달성했다. (54 페이지, ‘1909년 베를린 비행선의 종말’ 중에서) 


비행기임이 분명한 “자신의 기계”로 오빌 라이트가 “피라미드 목탑을 공중으로 날려버”린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영문: In the jostling crowd, few spectators take note of a pyramid-shaped wooden tower supporting a weird contraption. They don’t see the flying machine that Orville Wright had dismantled, packed into crates, shipped from America to Europe, and reassembled in Berlin. The contraption on top of the wooden tower propels Wright and his flying machine into the sky, and he sets a new world record for flight altitude, of 172 meters above the ground, to the clamorous delight of the people of Berlin. (p. 31) 


인터넷을 찾아보면 목탑 꼭대기에서 추가 떨어지면서 비행기를 잡아당겨 가속시키는 일종의 ‘캐터펄트’를 오빌 라이트가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아래 그림 참조[*]). 그러므로 “피라미드 목탑을 공중으로 날려버리고”는 전혀 의미가 통하지 않는 엉뚱한 번역이다. “목탑 꼭대기의 장치가 오빌 라이트와 그의 나는 기계를 하늘로 날려 보내고”라고 하는 것이 올바르겠다. 



- 다만 중력은 전자기력과 달리 항상 끌어당기는 작용을 하되 절대 충돌하지 않는다. (86 페이지, ‘1915년 베를린 완벽한 이론, 미숙한 관계’) 


중력이 “절대 충돌하지 않는다”라니?


영문: The only difference from an electromagnetic field would be that gravity always attracts and never repels, ... (p. 55) 


중력은 “결코 밀쳐내지는 않는다”, 즉 척력을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못 번역했다. 


- 아인슈타인은 물리학자를 두 유형으로 나눈다. ‘원칙현학자’와 ‘거장’으로. 아인슈타인은 자신과 보어를 원칙현학자로, 보른과 조머펠트를 거장으로 분류한다. 거장들은 공식을 만들지만 철학적 사색은 하지 않는다. 조머펠트가 아인슈타인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나는 그저 양자의 기술을 지원할 수 있을 뿐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철학을 실천하세요.” (117 페이지, ‘1920년 베를린 거장들의 만남’) 


“원칙현학자”와 “거장”의 의미는? 영문판에서 사용한 단어는? 


영문: Einstein recognises two kinds of physicists: ‘principle-pedants’ and ‘virtuosos’. He considers himself and Bohr to be principle-pedants — that is, thinkers who delve deeply into a question in search of its basic principles. Max Born and Arnold Sommerfeld are virtuosos; they compose equations, but have no interest in philosophising about them. ‘I can only further the mechanics of quanta,’ writes Sommerfeld to Einstein. ‘You must do the philosophising.’ (p. 79) 


“principle-pedants”와 “virtuoso”가 영문판에서 사용한 단어이다. 역자는 그냥 직역한 셈인데, 의미를 좀 더 살리자면 “원리추구가”와 “장인”으로 번역하면 어떨까 싶다. 아인슈타인, 보어는 철학과 원리에 집착했고 보른과 조머펠트는 철학에는 관심 없이 방정식을 만들어서 계산하는 것에만 신경 썼다. 


-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독일을 짓눌렀고, 볼셰비키 혁명이 러시아를 넘어 독일까지 덮쳐 농민을 착취하고 공장주의 재산을 몰수하면 어쩌나 하는 공산주의에 대한 우려가 퍼졌다. (139 페이지, ‘1923년 뮌헨 하이젠베르크, 시험을 뚫고 날아오르다’) 


공산주의가 농민을 “착취”한다는 부분이 좀 이상하다. 적어도 겉으로는 이렇게 내세우지 않았을 텐데, 독일인들이 본질을 꿰뚫었다는 말인가? 


영문: The economy is buckling under rampant hyperinflation. Fear of a communist takeover is also rampant. Many people are afraid that Russia’s Bolshevik revolution will spread to Germany, and that farmers will be squeezed dry and factory owners’ properties seized. (p. 95)


괜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그냥 영문판에서 얘기하듯 “squeezed dry”, 즉 빨래를 짜듯 농민을  “쥐어짜고”로 하면 어땠을까 싶다. 


- “양자역학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인슈타인이 보른에게 편지를 썼다. “그러나 그것이 진짜 야곱일 리가 없다고, 내면의 목소리가 내게 말합니다. 이 이론은 많은 것을 제공하지만, 과거의 비밀로 우리를 데려가지는 못합니다. 아무튼 나는, 자비로우신 신이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확신합니다.” (209 페이지, ‘1926년 베를린 물리학의 신들을 만나다’) 


영문판과 함께 국문판을 살펴보다가 이상한 번역을 만났다. “과거의 비밀”의 원어가 뭔지 짐작이 가시는지? 


영문: ‘Quantum mechanics is very awe-inspiring,’ he writes to Max Born, ‘but an inner voice tells me that it is not yet the real thing. The theory says a lot, but does not really bring us any closer to the secret of the Old One. I, at any rate, am convinced that He does not play dice.’ (p. 144) 


“the secret of the Old One”이다. “Old One”은 아인슈타인이 ‘조물주’를 친근하게 부르는 말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유대인이었지만 전통적 신을 믿지는 않았으며 스피노자의 범신론을 받아들였다. 이 표현은 종종 자연법칙을 의인화한 것으로 이해된다. “진짜 야곱일 리가 없다고”를 영문판은 “it is not yet the real thing”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 4년 전에 라이프치히 물리학 학회에서 아인슈타인을 만나기를 희망했지만, 당시 아인슈타인은 외무장관 발터 라테나우가 암살당한 사건 때문에 집에 머무르는 것이 더 낫겠다고 판단했었다. 또한 그때 하이젠베르크는 학회 참석 직전에 조머펠트에 이끌려 코펜하겐에서 열렸던 ‘보어 축제’에 가야만 했다. (210 페이지, ‘1926년 베를린 물리학의 신들을 만나다’) 


1922년 코펜하겐에서 열렸던 보어 축제? 1922년 “보어 축제”로 책에서 언급된 사건은 괴팅겐에서 열렸다. 영문판도 코펜하겐에서 열렸다고 하나? 


영문: Heisenberg had hoped to meet Einstein during a physicists’ congress in Leipzig four years earlier, but Einstein had chosen to stay home due to the murder of the foreign minister, Walther Rathenau, while Heisenberg was unable to travel as he had recently been robbed and could not afford the fare. (p. 145) 


영문판은 전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하이젠베르크는 강도를 만나 돈을 털리는 바람에 차비를 마련할 수 없어서 학회에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머펠트는 언급도 없다. 


- “... 선생은 정지된 상태분산된 에너지값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선생의 이론은, 계속해서 하나로 합쳐지지 않고 어느 수준까지 계속해서 분산되고 형성될 수 있는 특정 형태의 안정성을 설명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빛의 방출 때 무슨 일이 생길까요? 선생도 알고 있듯이 나는, 원자가 에너지 차이를 에너지 덩어리로, 이른바 광양자로 방출함으로써, 정적인 에너지값에서 다른 에너지값으로 다소 급작스럽게 이동한다고 상상하려고 애썼습니다. 그것은 비항상성에 대한, 특히 빈약한 예일 것입니다. 이런 상상이 옳다고 보십니까? 한 정적인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이동하는 것을 어떤 식으로든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습니까?” (218~219 페이지, ‘1926년 베를린 물리학의 신들을 만나다’) 


아인슈타인이 하이젠베르크와 만났을 때 한 질문이다. <부분과 전체>에도 나오는 유명한 대목이다. “정지된 상태”의 영어는 “stationary states”이다. 밑에 “정적인 상태”로 또 언급된다. 이전 글에서 양자역학에서 이 단어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올바른 번역은 “정상 상태”이다. 그 다음 “분산된 에너지값”에서 “분산된”의 의미는 뭘까? ‘분산’이란 단어는 원래 흩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아래의 영문번역을 보면 대응하는 단어는 “discrete”, 즉, “띄엄띄엄 떨어진” 또는 “불연속적인”임을 알 수 있다. ‘불연속’이란 양자역학의 중요한 속성 중 하나이다. 그 다음 “계속해서 하나로 합쳐지지 않고 어느 수준까지 계속해서 분산되고 형성될 수 있는”은 잘 이해가 안 되고 영문판을 봐도 마찬가지이다. 그냥 한 번 살펴보시기를. 


영문: ‘... You can calculate the discrete energy values of the stationary states. Your theory can thus account for the stability of certain forms that cannot merge continuously into one another, but must differ by finite amounts and seem capable of permanent re-formation. But what happens during the emission of light? As you know, I suggested that, when an atom drops suddenly from one stationary energy value to the next, it emits the energy difference as an energy packet, a so-called light quantum. In that case, we have a particularly clear example of discontinuity. Do you think that this conception is correct? Or can you describe the transition from one state to another in a more precise way?’ (p. 151)


- 하이젠베르크가 말한다. “인식된 통계적 세계 뒤에 인과법칙이 통하는 ‘실재’ 세계가 있기를 바라는 희망은 이루어질 수 없고 무의미하다. 물리학은 인식들의 연관성만을 공식으로 기술해야 한다.” (287~288 페이지, ‘1927년 코펜하겐 불확실해진 세계’) 


영문: The hope ‘that behind the perceived statistical world there still hides a “real” world in which causality holds’ is ‘fruitless and senseless’, Heisenberg writes. ‘Physics ought to describe only the correlation of observations.’ (p. 198)


“인식의 연관성”에 대응되는 영어 단어는 “correlation of observations”이다. “인식의 연관성”보다 “관찰의 연관성”이 좋겠다. 


- 불운은 어떤 식으로든 파울리를 따라다녔다. 동료들 사이에, 특히 실험물리학자들 사이에, ‘파울리 효과’라는 말이 유행했다. 물리학자들이 공통으로 인정하는 이론이 하나 있다. 이론물리학자와 실험물리학자 사이에 ‘천재 보존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이론이다. 천재 이론가가 한 명 있으면, 멍청한 실험가가 한 명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파울리는 이 이론의 살아 있는 증거이다. (353 페이지, ‘1931년 취리히 파울리의 꿈’) 


영문: Bad luck seems to follow Pauli around. His colleagues, especially the experimental physicists among them, speak of the ‘Pauli effect’. Physicists have a theory about their kind, which says that there is a ‘law of the conservation of genius’ separating theoreticians and experimentalists. All brilliant theoreticians are terrible at experiments, and vice versa. Wolfgang Pauli is living proof of this theory. (p. 244-245) 


“천재 이론가가 한 명 있으면, 멍청한 실험가가 한 명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는 잘못된 번역이다. 영문을 보면 “뛰어난 이론가는 실험에는 형편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천재 보존의 법칙이다. 그러므로 이론에는 뛰어나지만 실험에는 형편없는 파울리가 살아있는 증거가 되는 것이다. 


- 공개적인 고백은 아무 효과도 없었다. 슈뢰딩거가 힐데와 함께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로마이트로 돌아왔을 때, 자신의 자리가 다시 없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정치적 불신”을 이유로 무기한 해임되었다. (405 페이지, ‘1935년 옥스퍼드 존재하지 않는 고양이’) 


돌로마이트라고 영어식으로 읽었지만 돌로미티는 이탈리아 북동부의 산맥으로 휴양지이다. 인터넷에서 사진 하나를 아래에 가져왔다. 알프스 산맥의 일부라고 한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로마이트로 돌아왔”다는 말은 다시 휴가를 갔다는 말이니 이상하다. 당시 슈뢰딩거는 오스트리아 그라츠대학교의 교수였으니 그라츠로 돌아갔어야 한다. 



영문: That doesn’t work. When he returns from a summer holiday with Hilde in the Dolomite Mountains, he discovers his own job is being advertised. He is dismissed without notice, for ‘political unreliability’. (p. 281) 


영문판은 “돌로미티 산맥에서 보낸 여름휴가로부터 돌아왔을 때”라고 제대로 적고 있다. 


-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고등연구소의 새 건물로 옮기기 전까지 아인슈타인이 이곳에서 일치된 장이론을 홀로 찾고 있었다. (441 페이지, ‘1939년 대서양 충격적 소식’) 


영문: This was where Albert Einstein had pursued his lonely quest for a unified field theory, before moving into the newly built premises of the Institute for Advanced Study just a few weeks before. (p. 307) 


아인슈타인이 연구한 이론은 “일치된 장이론”이 아니다. “unified field theory”는 “통일장 이론”으로 번역된다. 


- 우라늄-235의 ‘임계 질량’에서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중성자 연속 폭발이 생긴다. (442 페이지, ‘1939년 대서양 충격적 소식’) 


중성자는 폭발하지 않는다. “중성자 연속 폭발”은 이상한 번역이다. 


영문: If the amount of uranium-235 is large enough — if it reaches ‘critical mass’ — a collision cascade will ensue, leading to a chain reaction. (p. 307) 


영문을 보면 어디에도 중성자가 “연속 폭발” 한다는 내용은 없다. 


- 동료인 바이츠제커가 기록한 내용에 따르면, [한스] 오일러는 우울증을 앓았고 마치 “죽을 기회를 찾는 사람처럼” 기상학자 및 항해사로 복무하기 위해 공군 기상관측대에 자원했다. 1941년 7월 23일에 소련을 공격한 직후, 오일러의 비행기 엔진이 고장 났다. 그는 아조프해에 비상착수 후 어부들에게 사로잡혔다. (450 페이지, ‘1941년 코펜하겐 서먹해진 관계’) 


기상관측대가 공격부대는 아니므로 “소련을 공격한 직후” 비행기가 고장났다는 것이 이상하다. 


영문: Following a personal crisis, Euler volunteered for military service, and worked as a meteorologist and navigator for the air force’s weather reconnaissance unit. His colleague Carl Friedrich von Weizsäcker wrote that it was ‘as if he basically sought death’. Shortly after Germany invaded Soviet Union on 23 April 1941, the engine of Euler’s plane was damaged by gunfire. After ditching into the Sea of Azov, the crew were taken captive by local fishermen. (p. 313) 


영문판은 “독일이 소련을 침공한 직후”라고 얘기한다. 국문판과 달리 주어가 독일이니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날짜가 이상하다. 독일은 소련을 1941년 6월 22일에 침공했다. 국문판이나 영문판이나 날짜가 잘못된 것 같다. 


- 보어는 모기처럼 생긴 노르웨이 전투기를 타고 탈출했다. (459 페이지, ‘1943년 스톡홀름 탈출’) 


영문: Niels Bohr leaves on a BOAC-operated Mosquito bomber plane, ... (p. 320) 


“모기처럼 생긴 노르웨이 전투기”는 영국 공군의 모스키토 경폭격기를 의미한다(아래 사진 참조). 항공기 모델 이름은 고유명사이므로 보통 원어를 그대로 사용한다. 영문판에 나오는 BOAC는 영국해외항공의 약자로 모스키토 폭격기를 노르웨이가 운용했던 것도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 1945년 3월 16일, 전쟁 종료까지 아직 일주일이 남았던 때, 영국 전투기가 하이젠베르크의 고향 뷔르츠부르크에 폭탄을 투하했다. 몇 분 안에 랭커스터와 모기 폭격기가 고성능 폭탄과 소이탄으로 도시 전역에 1,000도가 넘는 화염 폭풍을 일으켰다. (469 페이지, ‘1945년 영국 폭발의 힘’) 


또 “모기”로 번역했다. 


영문: Würzburg, the city of Heisenberg’s birth, is bombed by the Royal Air Force on 16 March 1945, in the final weeks of the war. Within the space of a few minutes, Lancaster and Mosquito bombers release a firestorm of demolition and incendiary bombs on the city. The inferno burns hotter than a thousand degrees Celsius. (p. 327) 


함께 언급된 랭커스터 중폭격기의 사진을 올리며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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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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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4-02-03 2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출판사에 전달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판 수정해야 전 원서부터 읽었는데 목차 순서와 년도 부터 달라서 충격을 ㅎㅎ
독일어 원본으로 번역 한 것 같은데 (저자가 독일에서 수학했다는 이력이)
저는 영어로 읽었지만 역사적 사실과 년도를 찾고 확인 하지 않은 출판사측도 문제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blueyonder 2024-02-04 11:56   좋아요 0 | URL
1장과 2장 순서 바뀐 것은 국문판만 그렇습니다. 제가 독일어판도 찾아봤는데 영문판과 같더라고요. 국문판 편집자가 장의 순서를 연대순으로 맞추고 싶었나 봅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무엇보다 전 좋은 책에 부정확한 번역이 있는 것이 아쉽습니다. 조금만 더 신경 쓰면 그만큼 더 좋아질 텐데, 조금만이 어려운 것이겠지요.
scott 님, 평안한 주말 보내세요~ 방문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