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주간으로 연재되는 기사 중에 시사IN 편집위원인 천관율의 '오늘의 기원'이 있다(이번 호 연재는 15회째이다). '민주화를 이룬 86세대'라는 서사를 현재 대략 60대인 세대가 가지고 있는 반면, 그 밑의 세대는 IMF 구제금융 사태를 거치면서 급격히 변화한 한국사회의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살아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세대론이 없었다. 현재 사회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세대에게 천관율은 "중핵 세대"(또는 68~85세대)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들 중핵 세대는 잘 드러나지 않은 "이중 혁명"을 완수했다. 사회적으로는 "탈권위 도약", 경제적으로는 "혁신형 도약"을 이르는 말이다. 이들 세대는 민주당으로 상징되는 이른바 '진보'를 지지하는 성향을 전반적으로 보이는데, 정치사상적으로 '자유주의liberalism'의 신봉자로 특징지어진다. 문제는 자유주의가 너무 스펙트럼이 넓고 주장하는 사람마다 사용하는 의미가 다르다는 점이다. 


이번 호에 나오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과 개념에 대한 논의는 그런 점에서 더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다. 천관율은 미국의 정치철학자 로널드 드워킨을 소개하며, 보통 대립되는 개념으로 사용되는 '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평등'을 조화롭게 통합한 '자원의 평등' 개념을 알려준다. "자유와 평등은 대립하지 않는다. 선택의 자유와 자기책임의 원리라는 상식적 직관에서 출발하면, 자기책임 대상이 아닌 운과 외부 여건은 최대한 평등해지기를 원하게 된다. 이것은 평등을 기본 사양으로 내장하는 자유주의다." (50 페이지) 중핵 세대를 특징짓는 '리버럴'은 개인 선택의 자유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내가 선택하지 않은 가정형편이나 타고난 능력을 이렇게 보완해야 한다는 개념을 직관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글 말미의 주석은 여러 학자의 이름(이사야 벌린, 로버트 노직, 존 롤스, 로널드 드워킨)과 함께 초심자에게 "베이스캠프" 역할을 할 저작들을 소개한다. 언제, 얼마나 읽을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다음에 정리해 놓는다.


자유주의 사상의 역사를 다루는 책:
















"포셋은 종합하고, 로젠블렛은 전투적이고, 다인은 정갈하다". 공통점: "자유주의 관념이 지나치게 좁아진 데에서 자유주의 위기의 원인을 찾고, 자유의 풍부한 전통을 되살리려 애쓴다."















근대 자유주의와 고전적 자유 관념이 충돌한 시기인 17세기를 다룬다. "짧고 읽기 쉬운데, 깊다."
















<신공화주의Republicanism>: "본격 등산", <마키아벨리언 모멘트>: "전설"

















경제학자들의 저작. 아세모글루를 읽으며 '자유'가 '민주주의'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생각을 떠올렸다고 한다. <자유와 평등>: "존 롤스를 아주 쉽게 안내하는 셰르파"















<자유주의적 평등>: "미국 리버럴의 도덕적 직관과 강하게 공명하는 자유론"















생전에 자유주의적 신념을 강하게 피력했던 68년생 신해철은 "86세대의 막내이면서 중핵 세대의 맏이"라고 언급된다. "정신으로 보면 그는 분명 '막차'가 아니라 '첫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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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6-09-29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관율이라는 사람은 첨 듣는데...중핵세대라...개인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조어입니다만...^^;;

그나저나 드워킨이 우리나라에서는 좀 덜 알려졌긴 하죠. 천관율이 드워킨을 전공했나? 어쨌거나 드워킨은 공부해볼만한 학자임은 분명합니다. 자유주의라면 더 그렇겠죠..

blueyonder 2026-09-29 17:28   좋아요 0 | URL
아직은 시사IN에서만 연재되고 있어서 널리 알려진 개념이나 조어는 아닙니다. 아마 언젠가는 책으로 나와서 좀 더 꼼꼼히 비평받으며 논의되겠지요.
어쨌든 IMF를 거치며 변화한 우리 사회와 그 속에서 나이든 한 세대를 이해하는 데 있어 흥미로운 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천관율 기자의 배경을 찾아봤는데 인터넷에는 잘 안나오네요. ^^; 2008년부터 기자로 일했으며 역사학을 전공했다는 정도만 나옵니다. 저는 시사IN을 오래 봐서 그의 이름이 나름 익숙합니다만...
 















예전(80년대!)에 TV에서 방영됐던 미니시리즈 <전쟁의 폭풍>과 <전쟁과 추억>의 원작 소설이다. 저자는 미국의 작가인 허만 워크Herman Wouk.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로서, 미국해군 중령인 빅터 헨리의 가족을 통해 전쟁에 얽힌 여러 인물들의 삶을 그린다. 미니시리즈에서는 로버트 미첨이 빅터 헨리를 연기했는데, 그의 무심하면서 대범한 태도가 인상에 깊게 남았다. 헨리의 아들 연인으로 나왔던 알리 맥그로도 기억난다. <전쟁의 폭풍>은 챙겨보려고 노력했고 꽤 재미있게 봤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속편인 <전쟁과 추억>은 잘 챙겨보지 못했던 것 같다. 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배우들이 좀 달라졌던 것이 마음에 안 들었던 듯싶기도 하고. 


책은 진작에 사 뒀지만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다가, 이제야 조금씩 펼쳐서 읽고 있다. 역사소설은 당시의 삶을 오늘의 현실로 펼쳐서 보여준다. 좋은 역사소설일수록 그렇다. 역사적 사실을 너무 많이 넣으면 마치 ‘포리스트 검프’와 같이 등장인물이 역사의 주요 현장마다 나타날 수도 있지만 이 책은 그 정도는 아니다. 책 표지에 적혀 있는 “일급 스토리텔링”이라는 뉴욕타임즈의 평에 동의한다. 추억여행은 한동안 이 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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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6-09-13 15: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른쪽에서 두번째 배우 에어울프 주인공 닮았네요.

로버트 미첨과 알리 맥그로 라니....TV시리즈의 시조새입니다.

blueyonder 2026-09-13 19:33   좋아요 1 | URL
에어울프에도 나왔던 잔 마이클 빈센트 맞습니다. 헨리 중령의 아들로서 알리 맥그로의 상대역이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또 다른 TV 미니시리즈의 시조새는 <V>입니다. ㅎㅎ

서곡 2026-09-25 1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남은 연휴 잘 보내시고 가을맞이 잘 하시길요!

blueyonder 2026-09-25 17:0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곡 님! 남은 연휴 잘 보내세요~
 















김훈은 전쟁의 참혹함을 적으며 책을 시작한다. 이순신은 정유년(1597년) 4월, 서울 의금부에서 풀려났다. 조정을 능멸했다는 죄목으로 억울한 문초를 당하며 옥살이를 한 후였다. 부산 앞바다에서 기다리며 바다를 건너 넘어오는 왜군을 물리치라는 이치에 맞지 않는 명령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대목은 간단히 “그들은 헛것을 정밀하게 짜 맞추어 충(忠)과 의(義)의 구조물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바다의 사실에 입각해 있지 않았다.”라고 간단히 언급된다. 


전쟁이 길어지며 백성들은 참혹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승전의 증거로 왜군은 코를 베었고 조선 수군은 머리를 잘랐다. 왜군은 아녀자까지 죽이고 코를 잘랐으며, 조선 수군은 죽은 아군의 머리도 잘랐다. 굶주린 백성들은 아이를 죽여 그 고기를 먹기도 했다. 이순신은 옥에서 풀려나 상한 몸을 추스르며 남쪽 순천의 권율에게 도착해 백의종군을 신고한다. 


봄에 피어나는 꽃의 향기와 송장 썩는 냄새가 섞인 바람 속에서, 이순신은 전쟁과 삶의 무의미에 대해 생각한다. “이 끝없는 전쟁은 결국은 무의미한 장난이며, 이 세계도 마침내 무의미한 곳인가. 내 몸의 깊은 곳에서, 아마도 내가 알 수 없는 뼛속의 심연에서, 징징징, 칼이 울어대는 울음이 들리는 듯했다.” 무장인 이순신의 마음속에서 칼이 운다. 


외롭거나 힘들 때면 왠지 <칼의 노래>를 읽고 싶어진다. 소설 속 이순신의 마음은 김훈이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일진대, 그럼에도 당시의 상황을 짚어보며 지금의 처지는 훨씬 나은 것이 아니냐는 위로를 받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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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육군항공대는 종전 후 독립하여 공군이 될 명분을 쌓을 목적으로, 전쟁 중 전략폭격의 효과를 독립적으로 조사하는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여기에는 여러 명망 있는 민간인들이 참여해서 전략폭격의 효과에 대해, 전쟁 중 독일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던 인사들과의 인터뷰와 남아 있는 자료들을 종합하여 여러 분야를 살펴보는 보고서를 냈다. 이것이 ‘미국전략폭격조사United States Strategic Bombing Survey’이다. 


여기에 참여했던 중요 인물의 하나가 하버드대학 교수였던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이다. 그는 전략폭격의 효과에 비판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의 전쟁—한국전쟁, 베트남전쟁—에서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도널드 밀러는 이 문제가 잘못 알려진 바가 있다고 말하며 이를 바로잡고자 한다. 배경을 설명하는 사설이 길었는데, 국역판의 번역에 대한 마지막 글을 작성하고 싶어서이다. 폭격조사 보고서와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다음에 문제가 되는 원문과 번역문 구절을 나열한다. 연속된 문단이지만 나눠서 살펴보며, 밑줄은 오역 의심 부분에 내가 추가한 것이다. 


  What significance does this new interpretation of the German war economy have for understanding the bomber war? If mobilization already was in full swing in 1942, then Spaatz and Tedder were at least partially right. Although Germany's entire economic fabric was not stretched tight by 1944, at least two vital areas were: oil and transportation. This made them perfect target systems when they were finally hit, Germany having no reserves of either gasoline or rolling stock to replace what was lost to the bombers. (p. 467) [rolling stock: 철도 차량]


  독일 전시경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폭격 전쟁을 이해하는 데 어떤 의미가 있을까? 만약 독일이 1942년에 총동원 체제하에 들어갔다면 스파츠와 테더의 주장은 부분적으로 옳았던 셈이다. 그러나 독일 경제 중 최소한 두 가지 핵심 분야, 즉 석유와 교통은 1944년까지 총동원 상태에 이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독일은 연합군의 폭격으로 잃은 석유와 철도를 대체할 수 없게 되었다. (2권 299 페이지)


밑줄 친 “Although Germany's entire economic fabric was not stretched tight by 1944, at least two vital areas were: oil and transportation.”를 직역하면 이렇다: ‘독일의 전체 경제 (체제)가 1944년에 팽팽히 잡아당겨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즉, 총동원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두 핵심 분야는 그랬다(즉, 총동원됐다): 석유와 교통이었다.’ 역자는 이를 “독일 경제 중 최소한 두 가지 핵심 분야, 즉 석유와 교통은 1944년까지 총동원 상태에 이르지 못했다.”라고 반대로 번역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독일은 연합군의 폭격으로 잃은 석유와 철도를 대체할 수 없게 되었다.”라고 한다. 총동원되지 않았기 때문에 폭격으로 잃은 석유와 철도(교통)를 대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문은 그렇지 않다. 폭격으로 잃은 석유와 철도를 대체할 수 없었던 이유는 이들이 이미 총동원되고 있었으므로 비축했던 여분reserve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원문에 밑줄 그은 “having no reserves of either gasoline or rolling stock”의 의미인데, 역자는 이를 누락하며 잘못 번역했다. 


  In Galbraith's report for the Bombing Survey, he writes that prior to the summer of 1944, Allied bombing had "no appreciable effect either on German munitions production or on the national output in general." While this seems to support the idea that strategic bombing failed, Galbraith goes on to argue in his report that the oil and transportation campaigns eventually conjoined to deliver unrecoverable damage to the economy, dramatically reducing steel, oil, and aircraft production. He even concedes that bombing conducted prior to the summer of 1944 had placed a ceiling on Germany's production of combat aircraft, that it was "possible that production would have been 15-20% higher in the absence of bombing." (p. 467)


  갤브레이스는 1944년 여름에 작성한 폭격 조사 보고서에 연합군의 폭격이 독일의 탄약 생산과 경제 생산 전반에 눈에 띄는 타격을 주지 못했다고 기술했다. 이것은 전략폭격이 실패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갤브레이스는 보고서에서 석유 작전과 교통 작전은 독일 경제에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주었으며, 철, 석유, 항공기 생산량 저하에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그는 1944년 여름에 실시한 연합군의 폭격이 독일의 전투기 생산량을 15~20퍼센트 감소시켰다고 주장했다. (2권 299 페이지)


이번에는 번역문을 먼저 보자. “갤브레이스는 1944년 여름에 작성한 폭격 조사 보고서에 연합군의 폭격이 독일의 탄약 생산과 경제 생산 전반에 눈에 띄는 타격을 주지 못했다고 기술했다.” 이 문장이 이상한 것은 위원회가 1945년 초반부터 활동한 것으로 앞에서 설명되었기 때문이다. 원문은 이렇다: “In Galbraith's report for the Bombing Survey, he writes that prior to the summer of 1944, Allied bombing had "no appreciable effect either on German munitions production or on the national output in general."” 이를 보면 갤브레이스의 보고서에 적혀 있는 내용은 이렇다: ‘1944년 여름 이전에는 연합군의 폭격이 독일의 탄약 생산이나 전반적 국가생산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원문은 연합군 폭격의 1944년 여름 이전의 효과를 언급하는 것이다. 보고서의 작성이 1944년 여름에 이루어졌다는 것이 아니다. 원문은, 하지만 결국, 즉 1944년 여름이 지나, 전력폭격이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eventually”가 그런 의미이다. 하지만 번역문은 그냥 “그러나 갤브레이스는 보고서에서 석유 작전과 교통 작전은 독일 경제에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주었으며”라고 번역하며 갤브레이스가 앞과 뒤에서 서로 모순되게 기술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이후에도 “1944년 여름에 실시한 연합군의 폭격”이 언급되는데 이를 정확하게 번역하자면 ‘1944년 여름 이전에 실시한 연합군의 폭격’이라고 해야 한다. 


이 책은 전쟁사 전문번역가가 번역해서 군사용어 등이 흠잡을 데가 거의 없으며,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번역되어 잘 읽히는 편이다. 하지만 위에서와 같이 잘못되거나 부정확한 번역이 가끔 보인다는 점이 아쉽다. (잘된 번역이 많음에도 이렇게 지적하는 건 ‘주마가편’이라고 생각해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더 큰 문제가 하나 있다. 원문의 문단이나 섹션을 누락하고 번역한 부분이 종종 눈에 띈다는 점이다. 아마 중요하지 않은 에피소드라고 판단했거나 분량을 줄이려고 했던 듯싶다. 역자의 판단인지 편집자의 판단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축약 번역본이 아니라면 저자의 허락 없이 이렇게 누락하며 번역하는 건 저자나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 


이제 <Masters of the Air> 독서도 끝을 향해 달려간다. 읽는 중에 미국-이란 전쟁 소식을 들으며 비극은 반복된다는 생각을 했다. 유도미사일 등으로 폭격이 훨씬 정확해진 지금도 폭격은 민간인 희생자를 낳을 수밖에 없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만약 목적마저 잘못됐다면, 이 희생은 얼마나 의미 없는 것인가. 2차대전이나 지금이나 타당한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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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1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The Sense of an Ending (Hardcover)
Barnes, Julian / Random House Inc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기억과 세월과 나이듦과 책임과 회한에 대한 이야기. 한 번만 주어진 인생은 어떻게 뒤돌아보더라도 후회가 남는다. 기억과 추억은 뒤늦은 합리화일 뿐. 뒤로 갈수록 코믹해지다가--그래서 재밌다가--갑자기 뒤통수를 친다. 결말이 꼭 이럴 필요가 있을까.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나 확인해보고 싶어서 결말을 두 번 읽었다.


When you are in your twenties, even if you're confused and uncertain about your aims and purposes, you have a strong sense of what life itself is, and of what you in life are, and might become. Later... later there is more uncertainty, more overlapping, more backtracking, more false memories. Back then, you can remember your short life in its entirety. Later, the memory becomes a thing of shreds and patches. It's a bit like the black box aeroplanes carry to record what happens in a crash. If nothing goes wrong, the tape erases itself. So if you do crash, it's obvious why you did; if you don't, then the log of your journey is much less clear. (pp. 11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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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3 1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5-18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