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시사인) 제990호 : 2026.09.08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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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판단을 인간이 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에게 미루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번 호에 있다. 교육 현장에서도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많고 이미 널리 활용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이게 과연 맞는 방향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기업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인간의 생산성을 급격히 올릴 수 있다는 주장이 있고 이미 그런 방향으로 인력 재편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신입사원을 그만큼 더 안 뽑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의 인력은 개인의 경력--경험과 이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의 결과를 활용하여 생산성을 올릴 수 있지만 미래의 인력은 경력을 쌓을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해 인공지능의 결과를 맹신하거나 올바로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제기하는 도전은, 이전에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가 맞닥뜨렸던 도전과는 차원이 다른 듯하다. 휴대폰으로 인한 전화번호 암기 능력의 쇠퇴나 내비게이션으로 인한 길 찾기 능력의 감소 정도와는 비교할 수 없다. 생각과 판단 자체를 인간이 하지 않고 그냥 인공지능에게 넘기는 것이다. 생각과 판단의 기본 전제는 상황에 대한 이해인데, 더 똑똑해 보이는 인공지능에게 점차 의존하면서 인간의 이해 능력, 그리고 결국에는 지능 자체가 떨어지는 것이다. 이미 스마트폰 등으로 인해 어린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가 심각하다고 한다. 많이들 걱정하는 '터미네이터'로 인한 인류 멸종보다도 더 실존적 문제가 아닌가 싶다.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 지능, 퇴보할 위기" 기사에서 가져온 몇 구절이다.


인지와 지능 연구의 권위자인 로버트 스턴버그 코넬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난해 4월 영국 주간지 <옵서버>와의 인터뷰에 서 "생성형 AI 시대에 가장 큰 걱정거리는 인간의 창의성이나 지능이 훼손될지도 모른다는 점이 아니라, 이미 그렇게 되어버렸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10 페이지) 

  숙제도 시험도 대신해주는 AI가 존재하는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교육은 무엇일까. AI를 더 많이 활용하는 교육이 아니라, AI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이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3월 국가교육위원회의 'AI 전환 시대 국가교육 비전 포럼'에 참석한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은 앞으로의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질문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질문하지 못하면 AI가 제시하는 방향에 끌려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교양의 복권' 도 강조했다. "AI의 답을 이해하고 의문을 제기하며 후속 질문을 던지려면 충분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결국 교육은 처음 보는 문제와 마주하더라도 스스로 탐색하고 학습해 자신만의 지식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12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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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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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설계한 살인사건의 전모를 아마 누구도 짐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숨어있는 실마리는 독자의 추리를 위한 것은 아니다. 다 읽은 지금, 이 소설을 한 순수한 인간의 사랑 얘기로 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냉철한 사고를 하는 수학교사라는 인물의 개연성에 대한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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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6-09-01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자가 향년 68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대장암이라는 군요! 고인의 명복을 빌며..

blueyonder 2026-09-01 22:02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소식 들었습니다. 고인의 평안한 안식을 빕니다.
 
Kafka on the Shore (Paperback)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필립 가브리엘 옮김 / Vintage Books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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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아닐까 싶다. 15세 소년이 도쿄의 집으로부터 가출해서 겪는 '환상적' 이야기이다. 여러 층위의 얘기들이 섞여 있으며 상징들을 잘 사용했고 사건의 전개가 빨라서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요즘 영화 '오디세이' 때문에 모험 여행기가 인기인데, 이 책도 일종의 모험 여행기-성장기로 읽을 수 있겠다. 읽으면서 번역가가 참 번역을 잘 했다고 생각했다. 문장도 잘 읽히고 대화와 등장 인물들이 살아 있다. 


하루키를 이전에도 읽었으므로(<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다른 소설의 장치-주제들이 자꾸 생각난다. 그림자 얘기라든지, 원래 하나였던 몸의 절반을 찾아 헤맨다는 얘기는 뭔가를 기대하게 만들지만, 이 소설에서 하루키는 더 이상 이 주제를 밀고 나가지는 않는다. 


'카프카'는 일본어로 '可·不可'로 쓸 수도 있다고 한다. '가능-불가능'의 뜻을 가지므로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이름이라고, 하루키는 이후 작가의 말에서 얘기한다. 소설에는 여러 황당한 얘기들이 섞여 있지만 별로 이상하게 읽히지 않는다. (이제 하루키에게 익숙해진 것인가.) 엄청난 철학이 들어 있는 대작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읽는 재미의 기준으로 별 다섯을 준다. 


몇 구절을 밑에 옮겨 놓는다. 


  So Nakata lived a contented life in the small apartment his brother provided, receiving his monthly subsidy, using his special bus pass, going to the local park to chat with the cats. This little corner of Nakano became his new world. Just like dogs and cats, he marked off his territory, a boundary line beyond which, except in unusual circumstances, he never ventured. As long as he stayed there he felt safe and content. No dissatisfactions, no anger at anything. No feelings of loneliness, anxieties about the future, or worries that his life was difficult or inconvenient. Day after day, for more than ten years, this was his life, leisurely enjoying whatever came along. (p. 199)

"A revelation leaps over the borders of the everyday. A life without revelation is no life at all. What you need to do is move from reason that observes to reason that acts. That’s what’s critical." (p.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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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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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작가가 그린 이순신 장군의 내면이다. 사면초가의 외로움이 뼈에 사무친다. 최근에 다시 읽었는데, 예전에 감상을 남겨두지 않아서 이제라도 몇 자 적어둔다. 다시 읽으니 감동이 예전만큼은 아닌 것 같다. 그가 남몰래 울었다는 내용이 난중일기에도 나오며 소설 자체는 역사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그래도 역사 속의 이순신 장군이 이만큼 현대적 내면을 지니지는 않았을 것 같다. 처음 읽었을 때는 신선하고 충격적이었지만, 우리 사회나 나도 이제는 이 소설을 지나 성장한 것일까. 처음 읽었을 때를 생각해서 별점을 매겼다. 


책의 몇 구절을 다음에 옮겨 놓는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2001년에 나온 초판본인데 알라딘 검색에 나오지 않는다. 다음의 페이지 수는 초판본 기준이다. 


서해의 물길은 낯설고 어려웠다. 여기서 사납고 좁은 물길 하나를 잘 골라서, 거기서 적을 맞을 수 있다면 또 한 번 존망을 역류할 만도 했지만, 아직도 그나마 온전한 백성들의 넓은 들 뒤쪽 어귀에서 나는 적을 맞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 내가 죽는다면 적들은 서해를 따라 임금에게 갈 것이었고, 영산강을 따라 백성에게 갈 것이었다. 여기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나의 사지였지만, 편안히 죽을 수 있는 사지는 아니었다. 고하도에서도 나는 나의 사지를 찾지 못했다. 아마도 나의 사지는 경상 해안 쪽으로 좀더 앞으로 나아간 어떤 자리라야 마땅할 것이었다. (151 페이지)

나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희망을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언어로 개념화되는 어떠한 미래도 생각하지 않았다. 희망은 멀어서 보이지 않았고, 희망 없는 세상에서 죽음 또한 멀어서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았지만, 살아 있는 나에게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만은 의심할 수 없이 분명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날들이 힘겹게 겨우겨우 흘러갔다. 저녁이면 먼 섬들 사이로 저무는 햇살에 갯고랑 물비늘이 반짝였고, 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소멸하는 날들은 기진맥진했다. (181 페이지)

나는 환도 아래서 몸을 뒤채었다. 나는 강화 협상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백골로 뒤덮인 강토에 쑥부쟁이가 우거졌고, 도성은 잿더미가 되었다. 적이 나의 강토와 연안을 내습했으므로, 적이 전쟁을 끝내기를 원한다면 군대를 거두어 돌아가면 될 일이었다. 그리고 온 국토를 갈아엎고 돌아가는 적을 온전히 살려서 돌려보낼 것인지, 종자를 박멸해서 시체로 바다를 덮을 것인지는 적이 아니라 나와 내 함대가 결정할 일이었다. 적은 귀로의 바다 위에서 죽음을 통과해야만 돌아갈 수 있을 것이었고, 그 바다에서 적의 죽음과 나의 죽음은 또 한 번 뒤엉킬 것이었다. 이 세계에서는 그토록 단순하고 자명한 일이 단순하지도 자명하지도 않았다. (260~261 페이지)

적의 인후 앞에서 나는 온 천지의 적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나는 이런 방식으로 전쟁이 끝나는, 이 세상의 손댈 수 없는 무내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날 밤, 나는 혼자서 숨죽여 울었다. 관아 객사로 올라간 등자석 패거리들은 거기서 또 술을 마시는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달이 높이 떠올라 숙사 방 안을 비추었다. 나는 새벽까지 잠들지 않았다. 나는 달빛 속에서 뒤채었다. 등판을 적시는 식은땀에서 누린내가 났다. 내가 맡는 내 몸의 냄새는 고단했다. 말하여질 수 없는 적의가 산더미처럼, 파도처럼 내 마음에 밀려왔다. 임진년에 이물의 앞쪽에서 눈보라로 나부끼며 달려들던 적을 맞을 때보다 더 크고 깊은 무서운 적의로 나는 잠들지 않았다. 적은 가까이 있었다. (278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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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6-08-12 2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지고 있는 <칼의 노래>는 생각의나무 출판사 판본인데, 김훈 작가의 얼굴이 나온 표지였어요. blue님이 언급하신 2001년 초판본이 절판된 구판인 것 같습니다. ^^

blueyonder 2026-08-13 09:48   좋아요 0 | URL
네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이 말씀하신 표지의 ‘생각의 나무‘ 출판사에서 나온 겁니다. 이제는 절판되어 찾아보기 힘든 것 같네요.

잉크냄새 2026-08-12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은 2001년 재판 3쇄네요. 절판되었군요.

blueyonder 2026-08-13 09:49   좋아요 0 | URL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은 2001년 초판본 2쇄네요. 초판본 나온지 벌써 25년이 되었네요.

yamoo 2026-08-13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훈의 소설 중 저는 <언니의 폐경>과 <칼의 노래>가 가장 좋더라구요..^^
이걸 다시 읽으시다니! 저는 책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어요..ㅎㅎ

blueyonder 2026-08-13 13:52   좋아요 0 | URL
<언니의 폐경>이 좋으셨다니 관심이 가네요. 기회되면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

yamoo 2026-08-13 18:26   좋아요 2 | URL
김훈의 모든 작품 중에서 <언니의 폐경>이 원탑이라고...김훈 추종자들이 하두 그러길래 저도 읽어봤는데, 명불허전이었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26-08-28 1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훈의 책은 내용도 좋지만 문체가 엄청 간결해서 힘이 느껴집니다. 문장이 짧고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알면서도 이런 글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blueyonder 2026-08-28 19:01   좋아요 0 | URL
네 김훈의 간결하면서 힘 있는 문체는 정말 따라하기 힘들지요. 그래서 그의 글이 인기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신진서 9단이 카타고와의 2점 접바둑에서 승리한 후, 이세돌 9단과 함께 하는 대담.


중국 바둑계를 얘기하며, 다양성-개성에 대한 언급이 있어 동영상을 옮겨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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