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2
조세래 지음 / 문예춘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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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勝負)는 '이기고 짐'의 한자어이다. 찾아봐도 적절한 영어 단어가 없는 것 같다. 이기고 짐을 목표로 하는 game이라고 해야할지, 대결이라는 의미에서 duel이라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승부사란 이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다. 바둑을 두는 사람도 승부사이다. 이기고 짐이 명확한 승부에서, 진 사람은 견디기 힘든 아픔을 겪는다. 이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니... 


2편의 주인공은 추평사의 아들인 추동삼이다. 추동삼 역시 세상을 떠돌아 다니는 바둑 명인이다. 여기에 화자 역할을 하는 박 화백의 인생 얘기가 겹쳐진다. 책에는 전문기사 제도가 자리를 잡기 전에 돈을 걸고 바둑을 두는 사람들 얘기가 넘쳐난다. 큰 돈이 걸린 내기 바둑 승부를 이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이들, 두어보니 기력 차이를 실감하는 이들, 바둑 실력을 늘리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는 이들의 얘기를 읽으니 TV 바둑 중계에서 바둑 두는 기사들이 왠지 다르게 보인다. 


바둑을 주요 주제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끝까지 읽어보니 결국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는 인생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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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1
조세래 지음 / 문예춘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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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과 일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바둑 고수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여목과 그의 제자 추평사라고 말할 수 있겠다. 대결과 승부의 이야기인지라 무협소설의 느낌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바둑이라는 주제로 그 속에 얽힌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를 잘 펼쳐냈다. 구성도 나름 긴박하고 디테일도 살아 있어 잘 쓰여진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둑에 관심이 있는 이에게는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히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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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한 마음 대산세계문학총서 116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유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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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실수로 시작된 이야기가 점차 증폭되며 롤러코스터를 탄다. 이게 누구의 잘못이겠는가. 그저... 책 날개에 나온 슈테판 츠바이크의 섬세한 얼굴 사진을 보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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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4-02-13 0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블루님도 오별! >.< 진짜 롤러코스터 타는 듯했습니다. 이게 누구의 잘못이겠는가.... 그니까요. ㅠㅠ

blueyonder 2024-02-13 16:13   좋아요 1 | URL
재미있게 빨리 읽었습니다. ^^ 인간이 역사의 주역이기도 하지만 기막힌 역사의 희생양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습니다.
 
MBC를 날리면 -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
박성제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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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보도국장과 사장을 지낸 박성제의 기록이다. 이 모든 것이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세상이 갑자기 변하는 것은 아니다. 쌓였던 것이 언젠가 분출하는 것이다. 누르는 쪽은 그걸 모른다. 분출하지 못하면 폭발한다. "하늘의 그물은 아주 넓어서 엉성해 보이지만 결코 놓치지 않는다." 도덕경에 나오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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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시 기행 2 - 빈, 부다페스트, 프라하, 드레스덴 편 유럽 도시 기행 2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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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 이은 유시민의 유럽도시 기행이다. 2편에서는 빈, 부다페스트, 프라하, 드레스덴을 돌아본다. 돌아보며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거기에 더하는 그의 감상을 듣는다. 간략한 내용이 단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 배경으로는 충분하여 내겐 장점으로 여겨진다. 2편을 읽으면서도 도시를 직접 방문하기 전에 읽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유시민과는 다른 관심을 가지고 도시를 방문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작가가 말하듯 이 책의 내용은 하나의 관점일 뿐, 정답은 아니다. 


읽으면서 특별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도시는 독일 드레스덴이다. 1945년 초, 유럽에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몇 달 전 드레스덴은 잿더미가 됐다. 연합국의 초토화 폭격 때문이었다. 난 이 폭격이 전쟁범죄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도 처벌 받지 않은 것은 이것이 승자에 의해 저질러졌기 때문이다. 독일은 이보다 더한 일을 했다는 것이 이런 일을 저지른 것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있을까. 


드레스덴은 독일에서도 가장 번화한 도시는 아니지만, 이런 역사와 이를 극복하고 빚어낸 도시 풍경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폭격으로 인한 파괴의 상징이었지만 훌륭하게 복원해냈다는 성모교회를 보고 싶다. 사진으로 볼 수 있음에도 직접 가 보고 싶은 것은 욕심일까. 하지만 내 눈으로 직접 보고 공기를 마시는 것이 삶 아닐까. 


[인터넷에서 가져온 드레스덴 성모 교회(Dresdner Frauenkirche)의 모습. 중간중간의 검은 벽돌은 원래 건물의 잔해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현실의 장벽에 봉착하면 선택지가 둘 있다. 그 사회를 탈출하거나 시선을 내면으로 돌리는 것이다. 나폴레옹의 몰락은 군주정의 부활로 이어졌고 유럽 사회는 진보의 희망이 사라진 시기를 맞았다. 봉건적 신분제도와 낡은 특권이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던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민중은 현실을 외면하고 사소하지만 확실한 일상사의 즐거움을 맛보면서 그 시대를 견뎠다. 비더마이어 시대 전시실의 실내장식·가구·공예품·그림을 보면서 그것을 만든 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다. 영원한 것은 없고 모든 것은 지나간다. 반동(反動)의 시간도 예외가 아니다. 좌절감이 옅어지고,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분노가 쌓이고, 대중의 이성이 눈 뜨고, 보통 사람들의 마음에 용기가 번지면, 어느 날 갑자기 역사의 물결이 밀려와 진보의 모든 배를 한꺼번에 띄워 올린다. 그런 때가 오기까지 작고 확실한 즐거움에 몸을 맡기고 삶을 이어가는 것이 무슨 잘못이겠는가. 비더마이어 시대 전시실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퇴행과 압제의 어둠 속에서도 빛이 완전히 꺼지는 법은 없다. 그렇게 믿으며 삶을 이어가면 새로운 시대를 볼 수 있다.' 내가 거기서 본 것은 좌절과 도피가 아니었다. 질긴 희망과 포기하지 않는 기다림이었다. (58~59 페이지)

  성모교회는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말을 믿지 마. 너희는 완전한 진리를 알 수 없어. 너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관용뿐이야. 나와 다른 사람, 나와 다른 생각, 나와 다른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것이지. 그러면 모두가 자유로워질 거야.' 다시 가면 또 촛불 하나 켜고 기도하고 싶다. 인간의 부족 본능이 과학과 손잡고 저질렀던 야만의 상처가 다 아물기를. 관용의 정신이 더욱 널리 퍼져 인간은 더 자유롭고 세상은 더 평화로워지기를! (313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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