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한의 아메리카 탐문 - 피터 틸, 일론 머스크, 알렉스 카프, J.D. 밴스, 이들은 미국을 어떻게 바꾸려 하는가 뉴 노멀 탐문 1
이병한 지음 / 서해문집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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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 책을 쓰기 전에, 분석하는 인물--피터 틸, 일론 머스크, 알렉스 카프, J.D. 밴스--가 되기 위해 그들에게 맞는 음악을 들으며 "빙의"를 했다는 저자. 재미있게 잘 읽힌다는 평도 있지만 내게는 맞지 않는다. 여기저기 문제적 발언이 튀어나온다. 예컨대 이렇다: [미국과 달리] "우리에게는 새로운 담론이 부재하다... 이번에는 내란 청산까지, 다시금 종식과 청산이 화두가 되고 말았다." 자유롭게 글을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글이 널을 뛰며 저자의 의도 파악이 힘들다. 전반적 분위기는 트럼프의 새로운 미국 찬양이다. 비꼬는 건가 싶은데 읽다 보면 또 그건 아니다. "적어도 저들에게는 AI혁명이 촉발하는 디지털 신문명의 운영체계(OS)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사람과 사상과 철학이 있다. 아직은 진행형, 비록 완성되지는 못했을망정 문제의식만큼은 분명하다고 하겠다." 박사학위를 받은 역사학자라는데 학술적 글쓰기는 결코 아니다. 내가 기대했던 바가 아니어서 박한 평가를 내린다. (인용문은 모두 '머리말'에서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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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6-01-09 1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란 종식과 청산 말고 어떤 새로운 담론을 말하는 걸까요?🤔 미국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면 미국은 달랐을까 갑자기 궁금해 집니다😂

blueyonder 2026-01-09 19:19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저자가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때때로 잘 모르겠더라고요. 민주주의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란 얘긴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솔라리스 민음사 스타니스와프 렘 소설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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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ysics is made possible by the fact that the world exhibits a certain amount of continuity and predictability." (Sean Carroll, <The Biggest Ideas in the Universe: Space, Time, and Motion>, p. 29)


"자연 현상에는 어느 정도의 연속성과 예측성이 있어서 물리학이 가능한 것이다." 


여기 한 생명체가 있다. 인간은 이를 ‘바다’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한 행성을 거의 모두 덮고 있다. 하지만 이 ‘바다’는 생명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특성을 보인다. 자신이 위치하는 행성, ‘솔라리스’의 궤도 운동을 통제하는 듯 보이는 것이다. 솔라리스 행성은 쌍성계—별이 두 개—에 속해 있어서 궤도운동이 매우 불안정할 수밖에 없지만, 이 ‘바다’는 인간이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시간과 공간을 조종해서 안정된 궤도를 유지하게 한다. 이런 생명체를 상상할 수 있는가. 이 행성을 방문한 인류에게 이 바다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존재이다.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 바다와 소통하려고 인류는 다양한 실험을 한다. 하지만 수행하는 실험마다 바다는 다른 반응을 보인다. 반복성, 예측성이 없는 대상에 대해서는 이론을 만들기가 매우, 매우 어렵다. 심지어 구성 물질조차 제대로 이해가 안 된다. 이 대상은 인간에게 적대적인가? 아니다. 적대적이 아닌가? 알 수 없다. 이러한 대상 앞에서 느끼는 인류의 무력함과 당혹감. 이것이 이 소설에서 다루는 내용이다. 


스타니스와프 렘을 처음 읽었다. 왜 이제 읽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조지 클루니가 나오는 동명의 영화(2002년 작)를 지루하게 봤던 기억이 있다. 그것 때문에 이 책을 들여다볼 생각을 안 했던 듯싶은데, 지금 소설을 읽어보니 그 영화는 소설의 주제를 매우 매우 일부 다뤘다. 그동안 안 읽었던 것이 후회될 정도로 소설을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이 1961년 발표됐다고 한다. 스타니스와프 렘. 대단한 상상력을 지난 작가이다. 렘의 다른 작품을 더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폴란드어 원서를 번역했다는 역자의 말이 책 앞의 일러두기에 나오는데, 번역도 매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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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르인의 사막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3
디노 부차티 지음, 한리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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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모든 직장인의 얘기인지도... 


사관학교를 마치고 장교로 임관한 조반니 드로고는 기대와 달리 사막을 마주한 산속 국경 요새에 배치된다. 당장 떠나고 싶었지만, 눈치를 보느라 넉 달만 있다가 떠나기로 한다. 오지인 국경 요새의 병사들은 나름 절도 있고 기강이 잘 서 있는 것 같지만 오지 않을 적을 기다리느라 평생을 보낸 장교들이 여럿 있다. 적이 오는 날이 이들이 기다리는 날이다. 군인으로서 영광을 드러낼 수 있는 날, 모든 기다림이 보상 받는 날. 드로고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들에게 동화된다. 넉 달은 이 년이 되고, 이 년은 사 년, 그리고 십오 년이 되며 세월은 흘러간다. 적은 쳐들어올 듯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만 한다. 결국 요새에서의 삶은 평생이 되며 이제 은퇴를 해야 하는 날이 다가온다.


좋은 날이 오리라 기대하며 사회와 동떨어져 살면서 가정도 꾸리지 못하는 드로고의 삶은, 좋은 날이 오리라 기대하며 시간과 젊음을 직장에 바치는 직장인의 삶에 대한 은유로 내게 다가왔다. 직업이 한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얘기해 주기도 하지만, 그보다 그가 어떠한 삶을 사는지가 더 많은 것을 얘기해 준다고 생각한다. 그의 주변에 어떠한 친구가 있고 어떠한 기쁨과 즐거움을 나누는가. 가족과는 어떠한가. 어찌 보면 직장인은 노예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일주일을 직장에 갈아 넣는 삶. 주말에 잠깐 쉬고 다시 일주일. 그렇게 일 년, 이 년, 십 년... 사실 내게도 많은 날이 남아 있진 않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고민을 하게 한다. 


소설(이탈리아어 원제 <Il deserto dei Tartari>)은 1940년에 발표됐다. 제목에 나오는 '타타르인'은 얼굴도 모르는 북쪽의 적을 이르는 일반명사로 쓰인다. 우리말의 '오랑캐'와 비슷한 의미이다. 저자인 디노 부차티Dino Buzzati는 1906년 생으로, 도스토옙스키와 카프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소설 속 끝없는 기다림을 읽으며 내게도 카프카의 <성>을 읽는 느낌이 되살아났다. 


다음은 책 속 몇 구절:


  그것이 멀리 있느냐고? 아니, 저 아래 강을 건너기만 하면 되고, 저 푸른 언덕을 넘어가기만 하면 된다. 아니, 어쩌다 벌써 도착한 것은 아닐까? 이 나무들과 초원, 이 하얀 집이 우리가 찾고 있던 게 아닐까? 잠시 그런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거기에 머물기를 바랄 수도 있다. 그러면 이런 말이 들려올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더 멀리 있으니 괴로워 말고 다시 길을 떠나라.

...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그의 나날들은 지나갈 것이다. 그제야 어떤 깨달음이 일어, 그는 못 미더운 눈으로 주위를 살펴보고, 이어 뒤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발소리를 느끼게 되리라. 자기보다 일찍 몽상에서 깨어난 사람들이 숨을 헐떡이며 달려오는 모습을 보게 되리라. 먼저 도착하기 위해 그를 따라잡으려는 사람들이다. 그는 삶을 맹렬하게 재는 시간의 고동소리 또한 듣게 될 것이다. 이제 창가에는 웃는 얼굴 대신 무표정하고 무관심한 얼굴들이 고개를 내밀 것이다. 만일 그가 길이 얼마나 남았는지 묻는다면, 그들은 여전히 지평선을 가리키겠지만 어떤 선량함이나 기쁨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한편 그는 친구들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지쳐서 뒤에 남는다. 또 누군가는 일찌감치 앞질러 가는데, 그는 고작 지평선에 있는 작은 점에 불과하다. (61~62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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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종말
그레이엄 그린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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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 작가 모리스와 ‘초식남’ 고위직 공무원 헨리의 아내 세라가 주인공이다. 단순히 이들의 ‘불륜 이야기’로 알고 읽기 시작했다. 둘 사이의 미묘한 감정 변화--사랑의 싹틈--과 결국 어떻게 둘이 상처를 안고 헤어지게 되는지--사랑의 종말--을 보여주나 했는데, 기대와는 달리 바로 헤어진 상황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며 진실이 밝혀지는데, 남자는 여자를 너무 ‘사랑’해서 자신을 버린 여자를 증오하고, 여자는 남자를 너무 ‘사랑’해서 그를 버렸음을 알게 된다. 결국 지고지순한 ‘사랑’과 상황에 기인한 ‘오해’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은 1951년에 발표됐다. 시대적 배경은 2차대전 당시 런던공습과 전쟁이 끝난 후 몇 년간이다. 둘이 어떻게 사랑하게 되는지에 대한 서술이 별로 없어 사실 감정이입이 잘 안 됐다. 둘 사이에 언급할만한 에피소드도 없는데 그냥 사랑하게 되나? 죽도록…? 시대적, 사회적 배경을 감안해서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인간의 오해와 관습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에 대한 반면 교사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자기 바람대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누구나 정도는 달라도, 인생에서 여러 후회를 안고 산다. 과거에 머물러봐야 상처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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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의 항구들 동방문학총서 1
아민 말루프 지음, 박선주 옮김 / 훗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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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 스러지는 한 인간의 모습을 본다. 사람들의 미움과 탐욕으로 망가지지만, 사랑으로 일어서는 한 인간의 모습을. 중동과 유럽의 역사와 대비하여 우리가 사는 시대도 돌아보게 한다. 세상에 진정한 평화는 올까. 


주말에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를 봤다. 이상을 폭력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여러 인간 군상이 사는 우리 사회를 풍자하는 내용이었다. 여기에서도 사랑이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한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랑으로 귀결하는가. 역사 속 삶의 의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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