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권력과 민주주의 - 대한민국 경제의 불편한 진실
최배근 지음 / 월요일의꿈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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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경제 공부를 해본 적이 없는 내게 여러 가지 생각 거리를 던져준 책이다. 무엇보다 국가의 중앙은행이 어떻게 처음 생기게 됐는지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의 의미에 대해 알게됐다. 저자는 왜 민주주의(1인 1표)가 자본주의(1원 1표)와 함께 가야만 하는지를 역사와 논증을 통해 알려준다. 국가 부채(liability)와 채무(debt)의 차이라든지, 기타 깨알 같은 지식이 곳곳에 있다. 미국 국채와 관련한 내용은 좀 어려웠다. 사회소득과 사회금융이 새로운 화두로 제시되는데, 우리 사회의 소득과 자산 불평등이 극단적으로 심화하는 와중에 매우 시의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과연 어디로 갈까. 부동산 카르텔을 깨고 일본을 따라가지 않을 수 있을까. 경제에 정치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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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3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2-03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학과 물리학으로의 여행
박용문 지음 / 연세대학교출판부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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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물리학을 평생 연구하신 노학자의 통찰이 담겨있다. 평소 생각하신 내용을 정리했다고 하는데, 물리학과 수학의 중요한 주제가 망라되어 있다. 중간에 수식이 많이 나오는 내용은 비전공자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울 듯 싶다. 나도 다 이해하지 못했다. 수학하시듯 군더더기 없는 정리여서 제대로 이해하려면 다른 설명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전문적 내용만이 이 책의 전부는 아니다. 군데군데 나오는 개인적 회상과 역사와 감상이 값지다. 우리나라의 노학자들께서 이런 책을 많이 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박용문 교수님께서는 1941년 경기도 양평 출생으로 1973년도에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귀국하셔서 2006년까지 연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셨다. 우리나라를 과학 분야에서도 선진국의 초입까지 이끌어주신 산 증인이다. 1987년에는 제1회 한국과학상 수학 분야에서 수상하셨다. 책은 2011년에 나왔다. 박용문 교수님의 건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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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트루스 - 가짜 뉴스와 탈진실의 시대
리 매킨타이어 지음, 김재경 옮김, 정준희 해제 / 두리반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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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truth, 탈진실이라는 단어는 미국에서 트럼프의 정치적 부상과 함께 떠올랐다. 2016년 11월,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이 단어를 2016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고 한다. 탈진실이라는 말은 어쩔 수 없이 탈근대(post-modern)라는 말을 상기시킨다. 이 책에서는 <개소리에 대하여>에서 논의됐던 주제가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좀 더 상세히 설명된다. 


이러한 모든 현상의 저변에는 객관적 사실이 없다는 탈근대주의의 주장과, 이로부터 파생된, 과학을 거부하는 과학부인주의(science denialism)가 있다. 해리 프랭크퍼트는 <개소리에 대하여>에서 '회의주의'를 배경으로 들었는데 마찬가지의 맥락이다. 이 (객관적 진리에 대한) '회의주의'를 '과학적 회의주의'와 혼동하지 말자. 과학적 회의주의는 과학(이성)이 밝혀낸 사실을 신뢰하며 그 외에 이성의 검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믿음(유사과학과 미신 등)을 배격하는 태도를 말한다. 


'변함 없는 진리란 없다'는 철학적 언설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객관적 사실조차 없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장하석 교수가 진작에 지적했듯이, 영어에는 truth 한 단어가 조금씩 뉘앙스가 다른 채 쓰여서 많은 혼동을 야기하는 점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우리는 진리 뿐만 아니라 진실, 진상이란 단어가 있어서 조금씩 다른 뉘앙스를 잘 표현한다. 진리는 존재하지 않을 수 있지만 진실은 분명히 존재한다. '진실'을 거부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간 사회를 거부하는 것이다. 사회와 동떨어져 혼자 살겠다는 개인적 선택은 존중할 수 있지만,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주장하는 이들이 사회에서 발언권을 얻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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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의 역사 - 아주 작은 것들에 담긴 가장 거대한 드라마
데이비드 카이저 지음, 조은영 옮김 / 동아시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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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제목인 <Quantum Legacies>, '양자量子의 유산들'이 더 책의 내용을 잘 요약하는 것 같다. 저자가 발표했던 에세이들을 다듬어 묶어 낸 책이라서, 일목요연하게 역사를 기술한 책은 아니다. '양자역학'이라고 하면 좁게는 1920년대에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에 의해 완성된 학문 분야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어서 조금 오해를 야기할 수도 있겠다. '들어가는 말'에 나온 에렌페스트와 아인슈타인의 일화도 그런 인상을 준다. 난 차례를 보고 짐 배것의 <퀀텀 스토리>와 같은 이야기--일관된 역사와 곁들인 과학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과학사 책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사회과학적 보고서 같은 느낌이 있다. 


이 책의 제일 인상 깊은 주장은 과학의 발전에 정치, 사회적 상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물리학도 사람이 하므로 어찌 보면 당연한 주장이기도 하다. 저자는 주로 미국 물리학의 변천사에 촛점을 맞춘다. 미국에서 물리학은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핵무기의 개발로 인해 특별 대우를 받았다. 전후 물리학과가 확장되고 대학원생이 급격히 늘면서 전전에 소수의 학생을 두고 양자역학을 강의할 때와 달리 철학적 내용은 모두 빠지고 '입 닥치고 계산' 식의 강의가 성행하게 됐다는 내용은 매우 흥미로웠다. 70년대의 히피 문화와 프리초프 카프라의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류 책들의 유행을 연관하여 설명한 것이나, 90년대 초의 소련 해체와 맞물린 예산 삭감으로 인해 입자물리학과 우주론을 연결한 분야가 떠오르게 됐다는 이야기 등은 다른 데서는 보지 못했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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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에 대하여
해리 G. 프랭크퍼트 지음, 이윤 옮김 / 필로소픽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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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런 책까지 읽게 됐다. <개소리에 대하여>. 도대체 헌재에서 대통령측이 떠드는 이 말도 안되는 발언들을 어떻게 받아들어야 하는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고 싶었다. 저자는 '거짓말'과 '개소리(bullshit)'의 차이가 발화자가 진실을 의식하느냐, 아니면 무관심하냐에서 온다고 말한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적어도 진실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와는 반대되는 말을 한다. 하지만 개소리쟁이는 진실에 무관심하다는 점에서 더욱 해악을 끼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거짓말쟁이는 자신의 거짓말을 그럴 듯하게 꾸미려고 노력이라도 하고 만약 들통이 날 경우에는 부끄러워할 줄 안다. 하지만 개소리쟁이는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누가 사실을 지적해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는 사실에, 진실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이런 개소리를 왜 하는 것일까.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이고, 정치적으로는 적과 동지를 나누어 선동하기 위해서이다. 마지막 부분은 본문 뒤에 실린 옮긴이의 글에 나온다. 옮긴이는 '권력형 개소리'의 예로 트럼프와 윤석열의 사례를 든다. 또한 돈을 벌기 위한 '산업화된 개소리'가 종편과 유튜브에 판치고 있음을 개탄한다. 옮긴이는 정치적 개소리의 해악으로 타자에 대한 멸시를 든다. 


손바닥만한 크기에 페이지도 얼마 안 돼 금세 읽을 수 있다. 원저는 1986년 발표된 논문에 바탕을 둔 책이라는데, 2005년 출간된 후 정치적 개소리의 만연과 더불어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엔 2016년 처음 번역됐다. 옮긴이의 글에 '바이든, 날리면'이 정치적 개소리의 예로 소개되는데, 아마 2023년 재출간되며 추가된 듯싶다. 개소리가 정치적 언어를 이렇게 오염시키기 전에 출간된 본문에는 정치적 사례는 하나도 언급되지 않는다. 비트겐슈타인의 일화가 언급되는 철학적 논설이다. 


다음은 본문의 일부:


그것[개소리의 본질]은 바로 진리에 대한 관심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 즉 사태의 진상이 실제로 어떠한지에 대한 무관심이다. (38페이지)

그[개소리쟁이]가 반드시 우리를 기만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그의 기획의도enterprise이다. 개소리쟁이에게 유일하게 없어서는 안 될 독특한 특징은, 그가 특정한 방식으로 자신의 속셈을 부정확하게 진술한다는 사실이다. (57페이지)

오늘날 개소리의 확산은 또한 다양한 형태의 회의주의 속에 보다 깊은 원천을 두고 있다. 회의주의는 우리가 객관적 실체에 접근할 수 있는 어떤 신뢰할 만한 방법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한다. 따라서 그것은 사태의 진상이 어떠한지를 인식할 가능성을 부인한다. 이러한 ‘반실재론적’ 신조는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사심없이 노력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을 무너트리고, 심지어 객관적 탐구라는 개념이 이해 가능한 개념이라는 믿음을 약화시킨다. (67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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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5-01-27 09: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책을 읽었을 때 대통령은 그네였어요.. ^^;;

blueyonder 2025-01-27 11:26   좋아요 0 | URL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 정치가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평안한 명절 보내세요~

서곡 2025-01-27 10: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니까요 언감생심 윤리까진 바라지도 않지만 최소한의 형식논리도 없는 말들이 판치더라고요 정말 가지가지 한다 싶습니다 연휴 잘 보내시길요!

blueyonder 2025-01-27 11:27   좋아요 1 | URL
서곡 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