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잇 & 데이 - Knight & Day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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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제목을 이렇게 적고보니까,떠오르는 그녀가 있지만... 
너무 편애모드로 가 주시는 것 같아서 구렁이 담넘듯 슬쩍 건너 뛰고~

난 톰크루즈랑 함께 나이 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톰 크루즈가 출연하는 영화를 꽤 봐 주신 것 같다. 
아니 내가 살아오는 동안,톰 크루즈도 그의 본업인 영화를 찍으며 그렇게 살아왔고,난 그가 출연하는 영화들을 봐가며 그와 같이 나이 먹어갈 수 있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가 더 정확한 표현 되시겠다. 

난 톰 크루즈를 쪼콤 애정한다.
남들에게 얘기하는 공식적인 이유는 "썬글라스가 잘 어울리는 남자"이기 때문이지만,
사실은 그와 동시대를 살아오면서 그의 영화에 대한 남다른 노력과 열정을 실시간(?)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의 공식적인 키는 170센티미터이니까,비공식적으론 좀 못 미칠 거고,
쭉쭉 뻗은 남정네들이 더 많은 미국에서는 '루저'일 수 밖에 없다. 
또 한가지,난독증을 가지고 있어(이것도 그녀와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당~^^)
다른사람이 읽어주는 대본을 외워야 하는 그런 어려운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명실공히 국민배우의 자리에 우뚝 설 수 있었다. 

톰 크루즈의 썬글라스가 돋보였던 1순위를 꼽으라면 난 '탑건'이다.

 

 

 

 

 

 

 

 

영화<탑건> 



<위험한 청춘>에서도 쪼콤 멋지다. 

썬글라스 대신 외눈 안대를 착용하여 기준에는 못 미치지만,<작전명 발키리>에서의 그는 또 어쩔 것인가?


그래서 핑계를 댈 수 밖에 없었다.
무더운 여름이고,나는 시원한 여름 영화가  한편 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팔뚝에 소름이 돋고,머리가 쭈뼛 서고,공포로 눈을 못 뜨는 그런 영화를 보느라...
영화를 본 게 아니라 소리를 질러서 더위를 날려버리고 스트레스를 해소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던 내게,이 영화는 딱이었다. 

"톰크루즈 형님 멋져 부려,으악~!" 
하고 소리를 지른다고 해도 옆자리 남자의 눈총이나 질투를 받을 일도 없고, 
옆자리의 그 남자가 ,
"카메론 디아즈 언냐 완전 섹쉬해~"
한다고 해서 한대 쥐어박고 싶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남자 안목이 언제 이렇게 소박해졌나~'싶어 안습이었다고나 할까?

영화의 시작과 끝은 이렇다. 
"What day is it?"
"someday." 
그 someday를 지극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준 헤이븐스(카메론 디아즈)와
엄청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로이밀러(톰 크루즈)
-이 둘이 묘하게 얽히고 섥혀 인연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영화는 '액션과 로맨스,그리고 웃음'을 표방하고 있다는데...나는 로맨스에 방점을 찍고 싶다. 
(하지만 남자를 영화관으로 끌고가고 싶은 여성들은 '액션'에 방점을 찍어도 무방하겠다.) 
<Knight and day>제목으로 미루어,평범한 노처녀 준이 백마탄 기사와 보내는 나날들에 대한 얘기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설정 상,
준 헤이븐스는 평범한 일상을 사는 노처녀 쯤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여동생 결혼선물로 아버지의 유물인 차를 복원해서 선물해주고 싶어하는 자동차 정비공으로 나온다. 
(여기서 잠깐 여자 자동차 정비공은 평범한 캐릭터가 아닌데 하는 거부감이 들긴 했지만,뭐~ㅠ.ㅠ)
평범한 노처녀라기 보다는 독특한 노처녀다.
 
로이밀러는 겉으로는 멀쩡해보이는 백마탄 왕자님처럼 보이지만,
속을 알 수 없는데다,사람 몇 해치우는 건 식은 죽 먹기인 FBI요원이다. 
로이는 천재소년이 만든 영원한 밧데리를 지키는 FBI요원으로 나오는데,그 과정에서 FBI요원들의 오해를 사 그들에게 쫓기는 역할이다. 

이 과정에서 보여주는 '액션'과'풍경'들이 통쾌하고 시원하다.
오스트리아 횡단열차,스페인에서 사건 종결,거기다가 someday를 보내게 될 남미의 케이프혼까지 어찌보면 로드무비라고 해도 괜찮겠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로이 밀러가 자기머리와 다리를 번갈아 가리키며, 
'혼자도망치면 요만큼 살고,나랑 있으면 이만큼 살고'라고 번역된, 
"with me,without me" 
"with you."
이 부분이었다. 
로이밀러 같은 사람만 있다면 요만큼 밖에 살 수 없다고 하더라도,그걸 택하겠다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ㅋ~






















 
















하지만,이 영화에 별 다섯 개를 꽉 꽉 채워 줄 수 있는 사람은 나같은 '톰 크루즈'빠 같은 사람 정도이고...
이영화를 보면서 주의점~
책에서 보던 FBI요원을 생각하고 이 영화를 보면 절대로 안된다. 
또 한가지 톰크루즈의 나이를 되새기며 봐서도 안된다. 
나이 50먹은 FBI요원 분투기가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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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13 22:59   좋아요 0 | URL
나두 탑건의 톰 크루즈땜시 한동안 톰 크루즈같은 남자만 남자인줄 알고 있었쓰요.
미치도록 아름다웠죠~~~
아~~그때가 그립다!

sslmo 2010-07-14 09:46   좋아요 0 | URL
그때는 톰 크루즈도 마기님도 저도 미치도록 아름다웠었겠죠~
그는 가만히 있는데 우리만 나이먹는거 같아서 심란하다가도,
한편으로 생각하면 꼭 방부제 처리해 죽어 썪지도 못할 것 같은 그보다는...
이렇게 나이 먹어가는 우리가 더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나이 먹어가는 만큼 나이값 할 수 있는 인격을 쌓아가야 할텐데 말입니다~ㅠ.ㅠ

꿈꾸는섬 2010-07-13 23:29   좋아요 0 | URL
ㅎㅎ저도 톰 크루즈가 최고라고 생각했었어요. 정말 선글라스 잘 어울려요.^^

sslmo 2010-07-14 09:48   좋아요 0 | URL
그쵸~?
톰크루즈는 몇개 안되는 썬그라스 갖고 그만의 이미지를 확고히 했어요~

근데,마기님 추종자인 우리 둘이 하는 말인데...마기님은 썬글이 도대체 몇개래요~?

꿈꾸는섬 2010-07-14 15:53   좋아요 0 | URL
ㅎㅎㅎ저도 궁금하다니까요. 도대체 몇개에요? ㅎㅎ

sslmo 2010-07-14 17:04   좋아요 0 | URL
마기님,몇개예요?^^

비로그인 2010-07-14 20:47   좋아요 0 | URL
나두 세어보질 않아서 몰라~~~~~
걍 안경두 엄청 많은걸요.
안경집만 서랍 하나 가득이예요.

마녀고양이 2010-07-14 08:56   좋아요 0 | URL
나잇&데이의 능글능글한 탐 크루즈의 매력을 절대 부인할 수 없었어요.
카리스마 작렬이더군요..... 하지만 여자 입장에서 보자면,

탐 크루즈는 너무 매력적이고 카리스마 넘쳐서
연인의 기를 빨아먹는 스탈 같아요.. ^^ 니콜 키드만을 제가 엄청 좋아하는데
이혼하고 나니 아주 꽃이 피더군요. 그리고 현 와이프는 결혼하자마자
푹...... 시드는 느낌이랄까... ^^ 탐 크루즈가 너무 멋진 탓이지요.

sslmo 2010-07-14 09:55   좋아요 0 | URL
그쵸~?^^
제가 언젠가 말한 배경이 되는 삶도 멋지다에 명백히 반하는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내 남자가 바깥에 나가서도 반짝반짝 빛났으면 좋겠어요.
근데 어떤 사람들은 내남자가 바깥에 나가서 빛날까봐 걱정을 하고 그 빛을 감추더군요~

마녀고양이 2010-07-14 10:56   좋아요 0 | URL
ㅇㅇ, 그리고 나이들수록 점점 멋진 사람이 진짜인거 같아요.

숀 코네리, 배철수두 그래서 좋아하고, 케더린 햅번, 이런 배우도 좋아해여~

sslmo 2010-07-14 16:55   좋아요 0 | URL
전 거기에 강승원이요~^^

잉크냄새 2010-07-14 11:27   좋아요 0 | URL
톰 크루즈 진짜 새파란 청춘일때 찍은 영화 한번 보세요.
제목은 "아웃사이더" 인데 추억의 배우들 초창기 모습이 다 나옵니다.
패트릭 슈웨이지, 맷 딜런, 톰 크루즈, 다이안 레인, 에밀리오 에스테베즈, 랄프 마치오, 로브 로우, 토마스 하우웰 등이 다 나온답니다.

마녀고양이 2010-07-14 11:50   좋아요 0 | URL
그 영화에서는 맷 딜런이 제일 멋있었는데요... ㅠㅠ
남자는 커봐야 아나봐여...

잉크냄새 2010-07-14 15:19   좋아요 0 | URL
맷 딜런의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 떨어질것 같은 눈동자를 여기서 만날수 있죠.
지금의 맷 딜런은 그런 매력을 잃어버린것 같아 안타깝긴 합니다.

sslmo 2010-07-14 17:03   좋아요 0 | URL
제가 아는 그 '아웃 사이더'가 맞나...자료 찾아보고 왔어요~
전 왜 이 영화를 페트릭 스웨이지랑 맷 딜런의 것이라고 생각했었을까요?^^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 떨어질 것 같은 눈이랑 관련해서 말인데...
이런 눈을 가진 우리나라 연예인 중 '양동근'이라는 친구가 있죠~

참 까맣고 맑은 눈이지만,
눈 속에 참 많은 것을 담고 있지만,
그걸 들키지 않으려고 노래를 할 땐 꼭 힙합모자를 꾸욱 눌러 썼었는데 말이죠.

오늘 따라 유난히 생각나네요~

마녀고양이 2010-07-14 19:09   좋아요 0 | URL
양동근은 나이 먹을수록 매력적으로 변하는 듯.
어릴 때는 그저 반항아 같았는데.. 그져?

sslmo 2010-07-16 09:34   좋아요 0 | URL
우리도 한뼘쯤 성숙한 거겠죠~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번도 깜박거리지 않고 노래 부르던 김원준 형아도 있었는데...
얼마전 '포맨'으로 나와 노래 부르는 걸 본 일이 있어요~
김원준 형아도 학창시절 로망이었는데 말이죠,ㅋ~.

라로 2010-07-15 10:24   좋아요 0 | URL
탐크루즈가 난독증이 있군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자신의 일을 굽히지 않았다니!!!
건 그렇고 탐 쿠루즈는 얼굴이에요!!!
그러니까 성글라스도 잘 어울리는 걸테고,,^^
선해보이면서 귀염성이 있으면서 거기다 귀티까지 나는 그런 인상이니 만인의 연인이 됭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용???더구나 그런 노력파라니!!!탐 쿠르즈는 영화를 볼때만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성공 스토리는 늘 감동적이네요~.

그런데 왜 대체적으로 남자들은 나이들면 멋져질까요???쳇

sslmo 2010-07-16 09:42   좋아요 0 | URL
탐 크루즈가 크지 않은 키에 난독증 까지 가지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몇 안 되는군요~
그냥도 멋지지만 그런 내공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면 깊은 공명과 공감을 만들어내는 거 같아요.

근데근데,연예인들은 나이 안 먹고 나만 나이 먹는 생각이 들어 약오르고 억울할 땐,
나이 칠팔십이 된 이빨 빠진 탐 크루즈를 상상하며 혼자 깔깔 대고 웃어요~^^

따라쟁이 2010-07-16 17:27   좋아요 0 | URL
저는 이영화, 코미디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완전 웃으면서 봤어요
탐크루즈가 멋지긴 했지만, 제가 아는 누군가가..(능글맞고 자신감 넘치면서, 한 말빨 해주시는) 생각나서, 완전히 몰입하기는 좀 어려웠어요.. 심지어는.. 오.. 작은키도 비슷하더군요. -ㅁ-;;;;

그래도 즐거웠어요 :) 저도 별 다섯게 다 채워줄 수 있어요

sslmo 2010-07-17 01:01   좋아요 0 | URL
따라쟁이님도 보셨군요~
그쵸,누군가가 생각나면 몰입하기는 힘들지만,
그 누군가를 추억하며 별 다섯 개를 다 채울 수 있죠.
바쁘시다더니,한숨 돌리셨나 모르겠습니다~^^

순오기 2010-07-17 01:46   좋아요 0 | URL
톰 크루즈의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할 뿐.... 이라고 외치고 싶은 밤!^^

반갑습니다~~~ 양철나무꾸님, 인사가 늦었네요.
여기저기서 양철나무꾼님 댓글 보면서 조만간 인사를 나누겠구나 생각했는데
마음산책 덕분에 조금 더 당겨진 것 같아요.^^
가끔 눈팅만 하고 있었는데 커밍아웃 해야겠군요.ㅋㅋ
인용도서 2권에 빛나는 '보았노라 상' 축하하고요,
'톰 크루즈빠'까지는 아니어도 그가 나오는 영화는 가급적 챙겨서 빠져듭니다.^^

sslmo 2010-07-17 02:16   좋아요 0 | URL
저도 반갑고 영광이어요~^^

마음산책 덕분에 조금 앞당겨지긴 했지만,만날 사람들은 어떻게든 만나지게 돼 있죠~^^

sslmo 2010-07-17 02:20   좋아요 0 | URL
순오기 님이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셔서...
갑자기 이 면우 시 <거미>가 생각나는 거 있죠~

순오기 2010-07-20 17:50   좋아요 0 | URL
이면우 시 '거미'는 모르고 박성우의 '거미'는 알아요.
이면우 시는 찾아볼게요.^^
 
노 임팩트 맨 - 뉴욕 한복판에서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살아남기 1년 프로젝트
콜린 베번 지음, 이은선 옮김 / 북하우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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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좀 챙피한 얘기지만...난 처음 이 책을 '장르 소설'로 생각했었다.
내 머릿 속에는 그 옛날부터'OO 맨 시리즈'가 각인되었던 터라,이것도 그 연장선쯤으로 생각했었고,
언젠가 보았던 '임팩트'라는 제목의 영화도 부추겼다.

펼쳐들자마자 이내 그런 내용이 아닌 환경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걸 알게 됐지만,
언젠가 보았던 '북극곰을 위한 일주일',영화<2012>의 연장선에서 흥미로웠다.

평범한 한 남자가 뉴욕이라는 도시 한복판에서 '1년간 환경에 영향(임팩트)을 주지 않는 삶을 살아보기'로 한다.
하긴,뉴욕이라는 도시 한복판에서 쇼핑마니아인 아내와 기저기를 차는 딸을 데리고 그런 삶을 살겠다고 하는 것부터가 평범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이 남자 '콜린 베번'으로 말할 것 같으면 역사분야 에서는 전문저술가였지만,환경에는 문외한이었단다.
그런 그가 어느 겨울날 뉴욕의 기온이 21도를 찍은 한겨울에 여름날씨를 경험하고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환경위기에 무력하고 문외한인 자신을 발견하고 반성하는 것 쯤으로 끝났겠지만,그는 '1년간 환경에 영향(임팩트)을 주지 않는 삶을 살아보기'로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저술가이니 1년간의 과정을 책으로 쓰고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만든다.

환경을 위해 익숙한 일상을 일부러 불편하게 만드는 급진적인 실험을 시작하면서, 저자는 절대 뉴욕을 떠나지 않는다.
도시생활에서 어쩔 수 없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때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통해 상쇄하기로 한다.(마이너스 임팩트+플러스 임팩트=노 임팩트)
또한 무조건 참기만 하는 금욕주의에 반대하며, 환경문제를 두고 이기주의와 이타주의를 대립시켜 죄책감만 양산하는 논리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지속 가능한 삶'의 대안을 바로 자신의 터전에서, 자신의 생활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북극곰을 위한 일주일'을 보며 무한감동을 받고,영화<2012>를 보며 환경에 대해 위기 의식을 느꼈던 것과는 달리...
솔직히 이 책을 읽은 나의 소감은 극과 극을 달린다.

'1년짜리 프로젝트 기획'이라는 것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인위적이고 작위적이라는 느낌과,어떤 일을 지속하기에 1년이라는 기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사이에서 왔다갔다 했다.

다른 건 다 백번 양보한다고 쳐도,
기저기를 차는 어린 딸의 우유를 냉장고가 없이 보관하는 건 좀 심하지 않았나 싶다.
'걸어갈 수 있는 곳은 걸어가고 먼 곳은 가지 않는다.' 같은 경우,
이 사람의 친척이나 친구들과의 인간관계가 해체되지 않은 게 오히려 놀라웠다.

내가 이 사람의 프로젝트가 시큰둥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어쩌면,
거창하게 환경이나 지구온난화,북극곰의 눈물 등을 모르는 우리 모두의 부모님들은...
아직도 시골에서 이런 삶을 살아가고 계시는 걸 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평생을 지난하게 살아왔던 우리의 부모님들이,
이제 먹고싶을 걸 사먹을 수 있는 여유가 있다한들 당신 한입 거두자고 피자를 시켜드시지도 않으실 것이고,
전기차단기를 내리진 않더라도 더운날 손부채를 마다하고 선풍기를 세게 틀지도 않으실거다.

우리의 부모님들도 겪으셨을 적적함과 외로움을 헤아리지 못한 내가 이제 와서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살려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느라,
이 남자 '콜린 베번'이 캄캄한 방 안에서 낙담하고 화를 내고 난감해하고 외로움에 아파하기도 했다고 한들 살뜰히 이해한다고 얘기하지는 못하겠다.

1년 동안의 실험에서 저자와 가족이 경험하게 되는 것들,
텔레비전을 치우고 전기를 끊고 나서 가족 간의 대화를 되찾고,
로컬 푸드를 찾아나선 재래시장에서 공동체의 연대의식을 느끼고,
강변의 쓰레기를 주우러 가서는 위기를 함께 헤쳐나갈 이웃의 존재를 깨닫고 하는 것들은,
시골에 계신 우리의 부모님들은...당신들의 삶,한평생을 거쳐 유난떨치 않고 고스란히 살아내고 계시기 때문이다. 
 
*실천은 그 결과가 아니라,그 자체로 올바른 것이니라.그대는 실천의 결과를 목적으로 삼지 말 것이며,나태에 심취하지도 말라(98쪽)

*재생 가능한 에너지와 지속 가능한 제품을 생산하는 비법을 개발도상국에 전수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그래야 전세계적으로 소비가 늘기 시작해도 우리 별이 견딜 수 있다...우리는 지금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한 배에 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바닥에 구멍이 꿇리지 않게 서로 돕지 않으면 다 같이 침몰하게 될것이다.(201쪽)


*난 딱 한가지를 아쉬워할 것 같다. 더 사랑하지 못한 것. 더 사랑하지 못하고, 재물과 성공에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 인생은 너무나 짧고 금세 끝이 난다. 그 인생을 무엇을 위해 쓸 것인가?(281쪽)

*교도소가 많고 경찰이 많은 곳이 가장 안전한 동네가 아니다. 좋은 학교가 있고 환경이 꺠끗하며 젊은이와 노동자들에게 기회가 많은 곳이 안전한 동네이다. 우리가 꿈꾸는 미국의 도시가 그런 곳이다. 시스템은 정의롭고, 도시는 기회가 넘치고, 길거리는 평화로운 곳이다.(308쪽)

해질녘에 가까운 공원에 가서 아이와 다정하게 산책하면서 저녁 노을을 보고 이야기하고 집에 와서는 촛불 아래에서 이야기하는 그런 삶을 낭만적인 삶, 인간적인 삶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시골에서 오늘도 그렇게 그렇게 살아가고 계실 우리 부모님들의 지난한 삶을 부러워 해본 적이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 이 책을 얘기하는 이유는,
다른 이론서들처럼 이론을 제시하고 기획하는데 그치지 않고
시도하고 온갖 장애물을 피하지 않고 부딪히며 실험을 벌인 덕분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우리 삶에서의 의미까지 되새겨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1년 동안 살았던 삶을 그대로 유지하지는 않지만,되도록 자기가 수행했던 일은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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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12 13:52   좋아요 0 | URL
세번째 노란 줄에 집중해야죠!
인생을 어떻게 살것인가 다시 생각해보게 되어요^^

sslmo 2010-06-14 14:18   좋아요 0 | URL
전 그동안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 왔거든요~
이 책이 아니라도 요즘 제 화두는,'잘하지 못해도 괜찮다~'입니다.

느리게 천천히 걸으면서,그동안 내가 그냥 지나쳤던 걸들을,
이제부터라도 충분히 느끼려구요~^^

마녀고양이 2010-06-13 12:03   좋아요 0 | URL
이런 책은 항상 맘이 복잡해져여,
또한 환경 문제 역시 그렇죠. 무엇인가 한참 잘못 되었다는 것은 알겠는데, 어디서부터 바꿔야할지도 막막하고.. 바꾸려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데 문명의 이기를 포기하기도 싫고.

하지만 지하철을 타면 다들 조그마한 액정화면 보느라 정신없잖아요,, 그걸 보면 확실히 한심해져버려요,, 인간이란 종족이~ ㅎㅎ

양철나무꾼님,,, 저 보고싶으셨죠? 저두염!!

sslmo 2010-06-14 14:19   좋아요 0 | URL
네,네,네,네,네~^^

비로그인 2010-06-18 08:19   좋아요 0 | URL
선물 보내드려야되는데...얼른 신상 읊어주세요~~ㅎㅎ

sslmo 2010-06-22 10:05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마녀고양이 2010-06-21 19:19   좋아요 0 | URL
요즘 바쁘신가봐요? 많이 뜸해지셨네요?
항상 좋은 일 가득하시고, 건강하셔염~

sslmo 2010-06-22 10:07   좋아요 0 | URL
네,돌아왔슴~다.
근데 계속 바쁘네요~ㅠ.ㅠ

이렇게 친히 왕림하시어 안부를 남겨주시고 감읍할 따름입니다~^^

 
플럼 아일랜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5-1 존 코리 시리즈 1
넬슨 드밀 지음, 서계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역자가 '서계인'이란 걸 발견하지 못했다면,이 책은 읽지 못하고 그냥 지나갈 했다.
처음 접하는 작가인데다가,표지에 '의학 미스터리,경찰 수사물,해양모험담 등...' 하나로 접목될 수 없지 싶은 문구들이 나열되어 있어 심한 과장 아닌가 싶었고,
거기다가 책 초반부에 나오는 '존 코리'로 말할 것 같으면,
'나 마초다,어쩔래?꼬우면 배째!'
하는 식의 다소 대책없는 캐릭터인데,
남자들은 어떨지 몰라도 여자들은 선뜻 감정이입하기 힘든 주인공이다.

하지만,초반부의 '배째!'를 참고 견디면,
이 모두가 절묘한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주억이게 되는데,
이 책에선 이걸 '정교한 스릴러'라고 표현하고 있다.

책 표지의 작가소개를 들춰보니 이사람 <멘사>회원이다.
SF 소설의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 등이 이에 속한단다.

IQ높은 천재라는 게,머리가 좋다는 건지 기억력이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책 전반에 걸쳐 사소한 부분까지 일관성이 있고 개연성이 있다.
인물의 캐릭터를 전형적인 틀에 맞게 빚어내는 품 또한 일품이다.
(돈 관련 부분 일치되지 않는 곳이 있긴 하지만,이건 번역과정에서 ','를 잘못 읽어서 비롯된 것 같다.
맞춤법이나 어법이 틀린 곳도 몇군데 있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우리의 '존 코리'형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마초 되시겠다.
이 '플럼 아일랜드'가 <'존 코리'시리즈>의 처음 시작이라서 '존 코리'의 캐릭터를 설명하느라고 다소 자세하고 느끼(?)하게 시작하는 것 같다.

똑똑한 '넬슨 드밀'옹께선,
주인공을 그렇게 멋지구리하게 만들어야 남자들이 감정이입 할 수 인물이 되겠는 건 알았지만,
여자들로부터 반감을 사리라는 생각은 못했나 보다.
로맨스 구도가 나와줘야 재미가 더해지는데,
그렇다고 청춘 남녀의 구도로 끌어가기에는 다소 평면적일 것 같고,
그래서 택하게 된 게 중년의 이혼남이 아니었을까 싶다.
형사라는 직업이 결혼생활을 유지하기에 적합하지 않아서 이혼을 하게 된다는 건 좀 오버스럽고,
그래야만 자유 연애를 지향할 수 있고 그래야 얘기를 재밌게 이끌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하긴,내가 그동안 읽은 책들을 아무리 되짚어 봐도 '돈나 레온'의 '귀도 브루네티'정도인 것 같지만....)

암튼,여자고 남자고 유머러스한 사람이 인기짱이라는 시대상을 반영하듯,우리의 존코리 형님도 유머러스하다.
어찌보면 다소 썰렁한 유머를 날려주시는 데,그 노력이 가상해 안습이라고 해야할까?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게,'모든 여자는 내편,나의 매력에 푹 빠질거야.'하는 자뻑족이지만,
남자를 향하여는 경쟁의식으로는 부족해 알 수 없는 적개심을 드러내니까 말이다.

초반의 느물거리는 존코리를 친근한 우리의 존코리형님으로 만든건,역자의 번역솜씨 덕인 것 같다.
블랙 유머라고 불리우는 다소 썰렁한 유머,단어를 사용하여 만들어 내는 유머 같은 건...
우리의 정서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을텐데 겉도는 느낌이 전혀 없다. 

존코리 형님에게 처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었던 건 '48쪽'의,
인생에는 많은 옵션이 있게 마련인데,그중 절대로 선택하지 말아야 할 것이 '음성경고'옵션이다.
...
"키가 점화장치에 꽂혀 있습니다.사이드 브레이크가 걸려 있지 않습니다."

라는 대목에서였다.
음성 경고의 목소리가 '내 전처의 목소리와 꼭 닮았다'는 문장에서,
어느 나라고 남자고 여자고 잔소리는 좋아하지 않는구나 싶어 키득거렸었고,
그러니 처음에 '마초'여서 별로였던코리 형님이 인간적으로 보이고 좋아지기 시작했다.

코리 형님은 좀 독특하다.
여러가지 발상의 전환을 하고 블랙유머를 구사하고 하는 건 그렇다고 쳐도,
형사라면 꼼꼼하고 과학수사를 지향할텐데,
용의자의 집주소 같은 건 한번 듣고 머리로 외워버리고,
중요한 서류를 꼼꼼히 검토해 봤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그냥 먼하늘 바라보고 풀밭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머리 속을 정리하고 마음을 추스를 수 있다.

'그것은 마치 눈구멍에 고정되지 못한 듯이 사방팔방으로 움직이는 검은 구슬 같은 두 눈이다.'(307쪽)

"그리고 작고 둥근 눈이 반짝반짝 빛나더군요."
"교활해 보이는 눈이기도 하죠."(351쪽)


"그래요,좀 천박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흥미로운 사람이나 아름다운 사람들도 때로 얼마나 천박해질 수 있는지 아신다면 놀랄 겁니다."(325쪽)
같은 평가법은 동양의 관상 체계에서만 통용되는 건 줄 알았는데,
존 코리 형님도 이 방법을 적용해서 분석해 내는게 다소 놀랍고 흥미로웠던 부분이다.

하지만,'넬슨 드밀'과 '존코리'형님에게 이렇게 호의적으로 바뀐 내가 백번 양보해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겉표지의'의학 미스터리'라는 문구와 관련해서이다.

'맞습니다.합법적인 생물학 연구가 잠재적인 생화학 무기 연구로 바뀔 수도 있는 어떤 질병들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65쪽)

'세균은 세균이다.세균이 소와 돼지와 인간을 구분할 리가 없다.방어를 위한 연구와 공격을 위한 연구를 구분할 리 없다.예방백신과 세균폭탄을 구분할 리 없다.자신이 좋은 세균인지 나쁜 세균인지조차 알 리 없다.'(66쪽)

'생물학 연구'라는 단어가 등장하니까 '의학미스터리'라고 한것이라면,
생화학 무기 연구'라는 단어가 등장하니 '전쟁 미스터리'라고 해야겠다.
의학보다는 전쟁이 더 호기심을 자극하고 눈길을 끄는 '단어'일테니까 말이다.

단순 마초인 줄만 알았던 '존 코리'형님도 알고보면 나약하고 섬세한 사람이다.
'외풍 심한 카다란 집에서 2,3주간 지내며 내가 알코올 중독자가 될지 운둔자가 될지 시험해볼 만도 하다.'(77쪽)
같은 표현도 그랬지만,
'사실,맥스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밀실공포증이 아니다.나를 포함해 용기있는 행동파 사내들 대부분이 그렇듯 맥스는 총으로 해결할 수 없는 종류의 위험이 싫은 것이다.'(204쪽)

'지금 우리는 정신적으로든,육체적으로든,박사가 말한 것처럼 '면역실험'을 당하고 있는 듯했다.머리가 멍해지고 몸이 무거워졌다.하지만 더 나쁜 것은,기분이 침울해지는 것이다.만약 내게 영혼이라는 것이 있다면 거기도 아플것이다.'(218쪽)

219쪽에서 존코리 형님이 갑작스러운 공황상태를 겪게 되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평상시의 그라면, 
'사실,편집증도 오랫동안 거기에 사로잡혀 상식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일종의 재미이기도 하다.'(295쪽)
하고 의뭉스럽게 넘어갔을테니 말이다.
 
'우리는 깁스에게 시간을 내줘 고맙다고 말했고,그는 방문해줘서 고맙다고 했다.즉 우리는 서로 거짓말을 주고받은 것이다.'(174쪽)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는 안전해요.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이유는 아니죠."(299쪽) 
'사람이란 나이를 먹을수록 짊어져야 할 짐은 많아지고,그걸 들어올릴 힘은 떨어지는 법이다.'(448쪽.)
같은 멋진 말들도 남발한다.
 
암튼,677쪽이 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는 건 사실이지만,
'존코리'시리즈의 처음이라고 하여 여러가지 얘기들을 문어발처럼 벌여놨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제 막 친근감을 느끼기 시작한 '존코리'형님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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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09 20:02   좋아요 0 | URL
얼~~~잼있겠는데요.
나무꾼님 문체는 말이죠~~~~
절대 여성스럽지 않아요~~~~^^

sslmo 2010-06-10 11:12   좋아요 0 | URL
네,재미로는 two thumb up할 수 있습니다.

문체도 여성스럽지 않지,
독서 취향도 편식이 심하지 않지,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 '자아 정체성'을 회복해 보려고 하는데...
이렇게 '정체'해 버리는 건 아닌지,에효~ㅠ.ㅠ

비로그인 2010-06-10 12:46   좋아요 0 | URL
이론이론~~~
나무꾼님 덕분에 조지아 오키프랑 페터 회의 책들을 걍 질렀다아입니까~~~
나 미쵸!
난독증 걸렸담서, 책 욕심은 병에도 안걸리나봐요~ㅠㅠ

sslmo 2010-06-10 14:43   좋아요 0 | URL
조지아 오키프는 난독증에 관계없이 금방 읽으실 수 있을 것이고,
저는 요,페터회는 재밌다고 안 했습니다.
난해해서 재미는 보장 못한다는~끙(,.)

비로그인 2010-06-10 20:38   좋아요 0 | URL
으흑~~~페터회 책은 4권이나 샀구만~~~ㅠㅠ

sslmo 2010-06-11 09:49   좋아요 0 | URL
책꽂이에 꽂아 놓는것만으로도 빛을 발하는 책들이 있죠~^^
'스밀라'를 먼저 읽으셔서 이 사람 문체에 길들여 놓으시면,
'콰이어트 걸'도 문제 없으실겁니다.

왜 이리 간사한 웃음이 배실배실 새어나오죠~ㅋㄷㅋㄷ.
 
울지말고 당당하게 - 하종강이 만난 여인들 우리 시대 우리 삶 1
하종강 지음, 장차현실 그림 / 이숲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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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때는 책이 아주 두꺼워 며칠을 싸들고 다녀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어떤 때는 책은 가볍고 쉬이 읽히지만 쉽게 넘어갈 수가 없어 며칠을 곰국을 우려내듯 내 안에 보금어 둘 때가 있다.

하종강의 이 책<울지 말고 당당하게>도 220쪽짜리의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간간히 그림도 들어가 있는 얇은 책이지만,내 안에 한참을 보금어 두고픈 책이다.

부제가 '하종강이 만난 여인들'이라고 되어 있는 것에서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듯이,그동안 다른 책들에 한번 나왔던 인물들 중 여인들만 가려냈다 할 수 있겠다.

그게 살짝 아쉽기는 했지만,책의 내용이나 그림들,책과 그림과의 조화 그 밖의 다른 모든 것들은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하다.

책머리에,
'곧 5월.세월은 흘러도 다시 처음처럼 뜨거워질 사람들에게,그동안 만난 여인들에게,그리고 미처 말하지 못했던,훨씬 더 많은 한결같은 그대에게 이 책을 바친다.(11쪽)'
라는 헌사로 이 책을 시작하지만,
이 책을 읽는 것은 남녀노소 어느누구여도 좋다고 생각한다.

34쪽의,
' 할머니의 슬픔을 외면하고도 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이데올로기가 있다면,그것은 거짓이라고 생각했다.


51쪽 의,
"신청인이 지금 대답하시면서 자꾸 울먹이시는데,그렇게 울지 마세요.당당하게 맞서세요.만일 여기서 일이 잘못되더라도,물론 노동위원회에서 그런 결정을 할 리는 없겠지만,절대로 포기하지 마세요...용기를 내세요.나쁜 사람들과 당당하게 맞서 싸우세요."

이런 글귀는 나라도 그여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이기도 하지만,
그가,그 책 속의 여인들이 나에게 해주는 말을 듣는 수혜자이기도 한 셈이다.
다시말해,그런 위로와 격려 속에서 나 자신을 다잡고 부추길 수 있어서 이 책이 좋다. 




61쪽의,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이 어린이집 선생님 같은 사람들이 이런 일을 혼자 겪으면 너무 힘에 부치니까 서로 도우며 함께 하자고 모인 것,그것이 바로 교사노동조합이다.노동자들이 옳은 일을 서로 도우며 함께 하자고 모인 것,그것이 바로 노동조합이다.그래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 권리를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노동자의 신성한 당결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결코 노동자에게만 유익한 집단이기주의적 조직이 아니다.노동조합은 우리 사회의 잘못된 문제점을 고쳐 더 좋은 사회로 만들어 가는 올바른 수단을 제공한다.노동조합은 지금까지 200년이 넘는 역사에서 그 역할을 수행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다.


105쪽의,
똑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이 이렇게 다르다.누구의 관점이 옳을까?초등학교 도덕 교과서 수준의 잣대로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인데 왜 사람들은 애써 모른 체하는 것일까.

이 부분은 전교조를 해임하겠다고 들먹이는 그 분들 앞에 가져다 놓고 싶은 문장이다. 


75쪽의,
"지금 노조활동에 전혀 지장이 없어요.식당에 사무실을 차리니까 조합원들 만나기도 더 쉽더라구요.그리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남자들만 더 나쁜 사람이 도ㅒ가는 거 있죠?딜레마에 빠진 건 우리가 아니라 남자들이예요.우리는 여기서 더 빼앗길 것도 없거든요.남자들은 이제 우리를 죽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어요.식당에서 한 10년쯤 버티기로 했어요."
큰일이라도 벌어진 듯이 호들갑을 떨었던 내가 오히려 부끄러웠다.


88쪽의,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며 사는지 당신 이알아?잘 알지도 못하는 당신 같은 사람이 노동자 교육 중에 곤하게 잠들었다고 해서 그렇게 함부로 놀리면 안 되지.'

89쪽의,
'그곳을 나서면서 가슴이 떨렸다.그토록 힘겹게 일하는 노동자들이 모인 곳에서 강사랍시고 온 인간이 씨알머리 없는 얘기만 늘어놓으니,차라리 그 시간에 달게 잠이라도 자는 게 그분들 인생에 실제로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이 부분의 그의 처절한 깨달음은 그것을 읽는 나에게도 같은 무게의 깨달음으로 고스란히 다가왔던 부분이고,


175쪽의,
"귀밑머리가 하얗게 되도록 평생 노동상담이나 하다가 늙어 죽은 사람이 당신 남편이라 해도 부끄러워하지 않겠소?"
안해는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쏜살같이 대답했다.
"아이고,나는 당신이이제 와서 뭐 다른 거 한다고 그럴까 봐 겁나는 사람이에요.그냥 하던 일이나 계속 하시라고요."


이 대목에선,하종강의 안해 분이 '하종강이 만난 여인들'중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무게라는 건 알지만,
살짝 부럽고 샘이 나 툴툴거렸던 부분이고,
180쪽의 '가시나야,왜 그러고 사냐...'같은 경우는 또 다른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 서늘했던 대목이었다.
 
190쪽의,
"평범한 사람들의 소중한 행복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너는 충분히 행복할 권리가 있어.남들이 평생 해야 할 고생을 이미 다 했으니까...하지만,네가 말하는 그'평범한 사람들의 소중한 행복'도 결코 쉽게 얻어지지는 않아."


199쪽의, 
'줄 타는 광대는 몸이 기우는 반대편으로 부채를 펼쳐야 한다.시인의 부채는 사회의 어느 쪽으로 펼쳐져야 하는가...내가 이런 얘기를했을때,후배는 나와 생각이 좀 다르다고 했다.'

같은 부분에서 ,내가 몸담고 있고 상상하는 노동현장과 실제 그들이 뒹구는 판은 많이 틀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언젠가 조혜련과 안영미가 TV에 나와 골룸 흉내를 내는 걸 본 일이 있다.
나는 안영미라는 젊은 처자가 흉측한 분장을 하고 골룸 흉내를 내는 것만으로도 그녀를 높이 사고 싶었는데,이때 원조 골룸 조혜련의 한마디에 뭉클해졌었다.
"더 낮춰...바닥을 기어야 해."

나 또한 이 땅의 피 끓는 노동자다.
더 낮춰야 겠다.바닥을 기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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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니 2010-05-28 15:43   좋아요 0 | URL
가슴 한편이 뭉클해집니다...

sslmo 2010-05-29 03:28   좋아요 0 | URL
가슴 한편에 차 오르는 뭉클함을 꼭 꼭 씹어삼키며,
마야의 '위풍당당행진곡'이라도 불러봐야 할까 봅니다~^^

마녀고양이 2010-05-28 19:51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여자분들에 대한 것이 아닌 노동자와 노조에 대한 내용인가요? 저는 한국의 여자 인사에 대한 책인줄 알았어요~

sslmo 2010-05-29 03:40   좋아요 0 | URL
저는 한국 '여'자 '인'사에게들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여인은 진짜 사람인(人)자를 쓸 수 있는 여인들이래요~^^

'하종강'님-'노동문제 연구가'쯤으로 분류되는 분이죠.
전 '김규항'님과 더불어 이분 글들도 좋아해요.(www.hadream.com)
글로써 사람 가슴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놓는 재주가 있으셔서,
이 분 책들은 다 챙겨봅니다.

요번 것은<아직 희망을 버릴때가 아니다>의 발췌,요약 본이라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좋습니다~^^

꿈꾸는섬 2010-05-29 22:08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서재에 오니 새로운 책들을 또 알게 되네요.^^
잘 모르는 분야라 관심이 더 생기네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찾아봐야겠어요.^^

sslmo 2010-05-31 12:52   좋아요 0 | URL
제 취향은 좀 편협한 편이라서요~ㅠ.ㅠ
암튼,꿈꾸는섬님 반갑습니다~

2010-06-09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0-06-10 11:18   좋아요 0 | URL
연예인들은 외모로 빛을 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충실하게 자기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 '자체 발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인 것 같아요.

그리고,하종강 님의 책들은(이 책 뿐만 아니고)공공장소에선 절대 독서금지입니다.
전 예전에 페스트푸드점에서 음식포장 되어 나오길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 짬 내어 읽다가...
감정이입을 할 새도 없었는데 눈물이 후두둑,걸로 부족해서 흑흑~흐느꼈었습니다.
 
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실
김진송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중이 되지 않았으면 목수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일용에 쓰일 물건을 만들기 위해 연장을 가지고 똑닥거리고 있으면 아무 잡념도 없이 즐겁기만 하다. 하나 하나 형성되어 가는 그 과정이 또한 즐겁다.
                                                                                       -법정스님<오두막편지>중에서-
 

   
법정스님이 아니면 어쩔 뻔 했나? 
진짜 궁색한 변명이지만,나도 지금의 이 직업이 아니었으면 목수가 되고 싶었다. 
그건 아마 영화 <중독>에서 이병헌이 멋드러지는 목수로 나와서일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면 영화<중독>의 그 '목마'가 탐났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아무리 심미안을 가지고 있어도,
가구도 아닌 '장난감 목마'를 그때 돈으로 40~50만원 주고 살 형편은 아니었었나 보다.
그냥 그렇게 추상적으로 목수가 되고 싶다고 마음만 먹었었다.

그러다가 김진송의 <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실>,이 책을 만났다.
목수 김씨 김진송은 국문학과 미술사를 전공한 것부터가 나의 욕구를 딱 충족시켜주었다. 

글도 매끄럽고,그가 목수질을 해서 만들어낸 가구도 젠스러운 것이 딱 내 스타일이다. 
하지만,아무리 젠스러워도,내 스타일이어도 거기서 끝나버렸을 수도 있는데,
법정스님의 <오두막편지>랑 관련,왜 또 이렇게 찾아 읽게 되었느냐 하면... 

그가 국문학과 미술사를 전공했다는 건 그의 표면을 나타내는 프로필 쯤이고, 
책을 읽다보면 그가 제 적성을 잘 찾아 전문 목수의 길로 접어들었구나 싶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
나이40을 넘어서 시작했다는 그의 목수로서의 앞날을 응원해주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나무의 속성으로부터 시작하여,제품의 쓰임과 모양새의 연관,나무를 벼리고 다듬는데 쓰는 연장의 속성,그리고 목수의 몸과 손도 하나의 아름답고 귀한 연장이자 재료가 된다는 걸 그는 은연중에 우리에게 주지시키고 있다.
모든  직업이 마찬가지이지만,목수라는 직업도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라는 걸, 
다른 목수들이 머리가 굵기 전부터 시작하여 고민없이 공식처럼 받아들이는 것들을, 
그는 하나 하나 밥을 꼭꼭 씹어먹듯이 느끼고 체화해 간다. 

그러다 보니,기본 연장을 사용하다가 다치는 것은 애교쯤이고, 
전동공구를 사용하다가 크게 다치기도 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깨달음을 얻고,그의 책을 읽는 우리는 또 다른 깨달음에 숙연해진다. 

'작업을하며 늘 두려움에 떤다.남보기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공구들을 능숙하게 다룬다는 건 그만큼 신경을 곤두세우며 일한다는 말이다.(250쪽)'






*만일 기능을 해치면서 형태의 시각적 즐거움만 강조한다면 그건 더 이상 물건이 아니다.때로 그렇게 만들어진 물건 중에서 기능이 결여된 것을 '예술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130쪽) 

*옛날 서민들이 손수 만들었던 농기구며 기물들은 어느것 하나 완벽하게 맞추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쓸 만한 물건이 되었다....낫이나 깍귀로 다듬고 끌로 파내어 대강 만들어 썼던 물건들은 한편으로 보면 어설프고 엉성하기 짝이 없지만,다른 한편에서 보면 그렇게 여유있고 넉넉하게 만들어야 쓰임새에 맞기도 하다.(132쪽) 

*날이 너무 단다하면 옹이에 걸리거나 단단한 나무를 팔 때 쉽게 부러져 다시는 못 쓰게 된다.이럴 때는 오히려 무른 강도의 끌이 날이 무너지지 않아서 오래 쓸 수 있는데 그런 끌들은 대개 싸구려일 경우가 많다.단단하고 비싼 것이 싸고 무른 것보다 반드시 더 좋은 것은 아니다.(237쪽) 

*그랬다.오만 궁상을 다 떤 후 겨우 그저 톱밥을 채우고 나서 가운데 구멍을 하나 내고 위에서 불을 붙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으쓱대는 꼴은 우스운 일이다.온갖 수사와 우쭐거림으로 가득한 지식의 본말도 그러한 것이다.간단한 말 한마디면 족할 것을 대단한 것인 양 떠벌리는 것을 보면 지식 자랑이란 무지한 사람들의 취미생할임에 틀림없다.(249쪽) 

이 책을 다 읽고, 
내 분야에서 열심히 일해 그 돈을 차곡차곡 모아 그의 작품 한점 사는 것으로 내 목수의 꿈을 접어야겠다 싶은 건 두말할 나위도 없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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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5-26 12:15   좋아요 0 | URL
제 가장 친한 친구의 꿈도 목수예요. 손재주가 뛰어난 친구인데, 적성과 완전히 틀린 일을 하고 있지요... 윤기나는 나무 제품이 너무 이쁘네요. 나무로 만든 물건은,, 손을 탈수록 아름답게 물들지요, 시간이 갈수록 더 기품있어지구요.

저두 손재주가 있다면, 목수도 해보고 싶어요. 아.. 양철나무꾼님. 나중에 은퇴해서 나무 만지시면 되잖아요. 왜 목수의 꿈을 접으세요?

sslmo 2010-05-26 12:46   좋아요 0 | URL
퀼트에,뜨개질에 한 손재주 하시는 것 같던데요?^^

목수의 꿈을 접은 건,
'공구를 능숙하게 다룬다는 건 그만큼 신경을 곤두세우며 일한다'는 뜻이라는 구절 때문이기도 하구요,(노년에 예민하고 뾰족하다는 소릴 들으면서 살고 싶진 않습니다.)
목수의 꿈을 영원히 빛나는 별 쯤으로 가슴에 품어 갖고 싶어서,이기도 하구요~

비로그인 2010-05-26 17:50   좋아요 0 | URL
아~~~
전 말이죠.
어렸을 때부터, 집안에 목공실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했어요.
만드는 데 재주가 있는 편인데...나무가 좋더라구요.

이 글 읽으니까..
어릴 적 꿈이 생각납니다.

근데요~~울 나무꾼님 직업이 뭐냐구요?
맨날 궁금한데...가르쳐 주시지도 않고말야~~
방명록에 물어본 거는 대답도 안해주시고....ㅋㅋ

2010-05-27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쟈니 2010-05-26 20:43   좋아요 0 | URL
아. 저도 목수가 참 되고싶었는데..
한때 탁자(라고 하기 민망한)를 만든 적 있었어요. 별 도구도 없이, 그냥 톱이랑 드릴로 만들었는데, 그때 무념 무상으로 나무를 다룰 때의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목수가 되고는 싶었으나, 목수가 되어 다뤄야 할 그 거대하고 무서운 기계를 보며 겁을 먹고 시도를 못했습니다. 목수가 되려면 큰 기계에 기죽지 않을 담력을 키워야한다는데, 전 조그만 드릴에도 겁이나더라구요.. ^^

sslmo 2010-05-27 10:40   좋아요 0 | URL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잖아요~
아직도 보관 중이시면,언제 인증샷~이라도 한번^^

거대하고 무서운 기계라고 무조건 겁을 먹을 필요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얕잡아 볼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인간이 만든 기계이지만,인간을 위협할 정도로 잘 만든 건 사실이잖아요~^^

쟈니 2010-06-01 09:27   좋아요 0 | URL
오호호~ 이거 옛날에 찍어둔 사진입니다.

http://blog.aladdin.co.kr/freejani/2347623

꿈꾸는섬 2010-05-29 22:10   좋아요 0 | URL
오, 부럽습니다. 전 워낙 손재주가 없어서 이런 재주 가진 분들 보면 부러워만 한답니다.ㅋㅋ

sslmo 2010-05-31 12:53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