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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미닛 룰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22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마녀 고양이님의 <책과 바람난 여자>의 리뷰를 보면,
'그는 언제나 잠이 안 와서 새벽까지 책을 읽었다고 주장할 것이고, 책을 읽느라 잠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라는 구절이 나오지만,내가 그 장본인이 되리라고는 생각 못했었는데,바로 어제 내가 <투 미닛 룰>이 책을 읽느라고 밤을 꼬박 새웠다. 단지 잠이 안 와서 새벽까지 책을 읽었다.
책 겉표지에는 "액션의 대가'로버트 크레이스가 선사하는 가장 긴장감 넘치는 2분의 기록이라고 되어 있어,얼마나 글솜씨가 좋길래 2분을 396쪽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싶어 책을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책은 엄청,킹왕짱 재밌는 것이 맞지만,'가장 긴장감 넘치는 2분의 기록'이라는 말은 '뻥~'되시겠다.
다시 말해,책제목<투미닛 룰>이라는 건,
돈을 챙겼든 안 챙겼든 프로라면 2분 안에 은행털이를 끝내고 튀어야 한다는 시간상의 룰을 나타낸 것이지...가장 긴장감 넘치는 2분의 기록은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의 주인공 '마크 홀먼'으로 말할 것 같으면,이 같은 <투 미닛 룰>을 알고 있고,
그 은행털이에서도 2분을 안넘기고 튈 수 있었으나,
자신을 보고 놀란 노인의 심장마비를 보고 응급처치를 하느라고 2분을 넘기고 만다.
그리하여 결국 붙잡혀 감옥에 가게 되고,정상참작이 돼 10년을 복역하고 나오게 되는 그날,
경찰인 아들의 죽음 소식을 듣는다.
이 책이 아쉬웠던 건 '착한 악당'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느라 개연성을 포기했다는 느낌 때문이다.
차라리 한사람 안에는 여러개의 다중인격이 존재하고 그 것들 중의 어떤 것들이 발현하느냐에 따라 착한 사람이 될 수도 있고,악당이 될 수도 있다고 하는 게 더 설득력 있지 않았을까?
착한 유전자라는 게 있어서,그는 은행털이범이면서 심장마비로 죽어가는 노인을 구했고,
착한 유전자에서 태어난 아들이기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을 리는 없다고 하는 엉뚱한 심리를 은연중에 강요하고 있다.
'마크 홀먼'이 착한 유전자가 되기 위해서는 은행강도짓 자체를 하지 않는 것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괜히 강한 척하면서 이 일을 혼자 견뎌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홀먼은 그녀에게 지금 그가 느끼는 이 죄책감과 수치심을 함께 나누고 싶은지 물을 뻔했다.다들 마치 그가 터질까봐 무서워 죽겠다는 태도로 자신을 대하는 게 신물이 났다.(69쪽)
다시 말해,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고,그것을 억누르고 하는 것이 '착한 악당'의 그것이라기 보다는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처럼 느껴져서 말이다.
그에 비하면 그의 절친 '치'나'폴라드'요원이 훨씬 설득력 있게 그려지고 있다.
그래도 한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폴라드요원의 아들들은 어떻게 된 게 맨날 캠프를 가는 것이고,
캠프를 간 아이들은 어떻게 당일 날 돌아와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물론 부모라는 건,그렇게 일방적이고 전폭적으로 주기만 하는 존재라는 걸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하면 할말이 없지만,그래도 명색이 장르소설인데 이정도의 개연성을 원하는 건 오버스러운 요구인가?(끙~ㅠ.ㅠ)
109쪽의,
"남자들에게는 때때로 자신의 약점이라고 생각되는 걸 여자보다는 다른 남자에게 털어놓는 게 더 쉬울 때가 있어요.감정을 정직하게 대면하는 것보다는 그게 일인 척하는 게 더 쉬워요."
같은 구절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냥 그런 견해가 있다.그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다른 얘기 같지만,얼마전 칠순의 노부인이 남편이 10년 넘게 메모로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요리법을 전달하는 것에 반해 이혼신청을 했다는 기사를 본 일이 있다.
그녀를 계속 바라보던 그는 그녀의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그제야 깨달았다.폴라드는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십년 전,그를 체포했던 젊은 FBI요원은 무서움을 몰랐지만,지금의 그녀는 변해 있었다.그런 사실을 생각하자 자신은 또 얼마나 많이 변했을지 궁금했다.그리고 변했든 변하지 않았든 그에게는 아직 그런 걸 꿰뚫어볼 수 있는 눈이 있었다. (143쪽)
이 구절은 마크홀먼의 서선이 아니라,지은이의 시선 같았던 부분이고,
이 책은 내게 오랜만에 '녹은 설탕과 따뜻한 기름의 실크 같은 맛 사이에 끼어드는 요소가 아무것도 없는 도넛(144쪽)'같은 책이 되었다.
할런 코벤의 '결백'때도 느낀 거지만,'FBI라고 해서 모두 정의롭지는 않다.'정도로 이 책을 읽은 느낌을 정리해야 될 것 같다.
처음 보는 작가지만,할런 코벤이나 마이클 코넬리,제프리 디버 등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