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실
김진송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중이 되지 않았으면 목수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일용에 쓰일 물건을 만들기 위해 연장을 가지고 똑닥거리고 있으면 아무 잡념도 없이 즐겁기만 하다. 하나 하나 형성되어 가는 그 과정이 또한 즐겁다.
                                                                                       -법정스님<오두막편지>중에서-
 

   
법정스님이 아니면 어쩔 뻔 했나? 
진짜 궁색한 변명이지만,나도 지금의 이 직업이 아니었으면 목수가 되고 싶었다. 
그건 아마 영화 <중독>에서 이병헌이 멋드러지는 목수로 나와서일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면 영화<중독>의 그 '목마'가 탐났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아무리 심미안을 가지고 있어도,
가구도 아닌 '장난감 목마'를 그때 돈으로 40~50만원 주고 살 형편은 아니었었나 보다.
그냥 그렇게 추상적으로 목수가 되고 싶다고 마음만 먹었었다.

그러다가 김진송의 <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실>,이 책을 만났다.
목수 김씨 김진송은 국문학과 미술사를 전공한 것부터가 나의 욕구를 딱 충족시켜주었다. 

글도 매끄럽고,그가 목수질을 해서 만들어낸 가구도 젠스러운 것이 딱 내 스타일이다. 
하지만,아무리 젠스러워도,내 스타일이어도 거기서 끝나버렸을 수도 있는데,
법정스님의 <오두막편지>랑 관련,왜 또 이렇게 찾아 읽게 되었느냐 하면... 

그가 국문학과 미술사를 전공했다는 건 그의 표면을 나타내는 프로필 쯤이고, 
책을 읽다보면 그가 제 적성을 잘 찾아 전문 목수의 길로 접어들었구나 싶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
나이40을 넘어서 시작했다는 그의 목수로서의 앞날을 응원해주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나무의 속성으로부터 시작하여,제품의 쓰임과 모양새의 연관,나무를 벼리고 다듬는데 쓰는 연장의 속성,그리고 목수의 몸과 손도 하나의 아름답고 귀한 연장이자 재료가 된다는 걸 그는 은연중에 우리에게 주지시키고 있다.
모든  직업이 마찬가지이지만,목수라는 직업도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라는 걸, 
다른 목수들이 머리가 굵기 전부터 시작하여 고민없이 공식처럼 받아들이는 것들을, 
그는 하나 하나 밥을 꼭꼭 씹어먹듯이 느끼고 체화해 간다. 

그러다 보니,기본 연장을 사용하다가 다치는 것은 애교쯤이고, 
전동공구를 사용하다가 크게 다치기도 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깨달음을 얻고,그의 책을 읽는 우리는 또 다른 깨달음에 숙연해진다. 

'작업을하며 늘 두려움에 떤다.남보기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공구들을 능숙하게 다룬다는 건 그만큼 신경을 곤두세우며 일한다는 말이다.(250쪽)'






*만일 기능을 해치면서 형태의 시각적 즐거움만 강조한다면 그건 더 이상 물건이 아니다.때로 그렇게 만들어진 물건 중에서 기능이 결여된 것을 '예술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130쪽) 

*옛날 서민들이 손수 만들었던 농기구며 기물들은 어느것 하나 완벽하게 맞추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쓸 만한 물건이 되었다....낫이나 깍귀로 다듬고 끌로 파내어 대강 만들어 썼던 물건들은 한편으로 보면 어설프고 엉성하기 짝이 없지만,다른 한편에서 보면 그렇게 여유있고 넉넉하게 만들어야 쓰임새에 맞기도 하다.(132쪽) 

*날이 너무 단다하면 옹이에 걸리거나 단단한 나무를 팔 때 쉽게 부러져 다시는 못 쓰게 된다.이럴 때는 오히려 무른 강도의 끌이 날이 무너지지 않아서 오래 쓸 수 있는데 그런 끌들은 대개 싸구려일 경우가 많다.단단하고 비싼 것이 싸고 무른 것보다 반드시 더 좋은 것은 아니다.(237쪽) 

*그랬다.오만 궁상을 다 떤 후 겨우 그저 톱밥을 채우고 나서 가운데 구멍을 하나 내고 위에서 불을 붙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으쓱대는 꼴은 우스운 일이다.온갖 수사와 우쭐거림으로 가득한 지식의 본말도 그러한 것이다.간단한 말 한마디면 족할 것을 대단한 것인 양 떠벌리는 것을 보면 지식 자랑이란 무지한 사람들의 취미생할임에 틀림없다.(249쪽) 

이 책을 다 읽고, 
내 분야에서 열심히 일해 그 돈을 차곡차곡 모아 그의 작품 한점 사는 것으로 내 목수의 꿈을 접어야겠다 싶은 건 두말할 나위도 없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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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5-26 12:15   좋아요 0 | URL
제 가장 친한 친구의 꿈도 목수예요. 손재주가 뛰어난 친구인데, 적성과 완전히 틀린 일을 하고 있지요... 윤기나는 나무 제품이 너무 이쁘네요. 나무로 만든 물건은,, 손을 탈수록 아름답게 물들지요, 시간이 갈수록 더 기품있어지구요.

저두 손재주가 있다면, 목수도 해보고 싶어요. 아.. 양철나무꾼님. 나중에 은퇴해서 나무 만지시면 되잖아요. 왜 목수의 꿈을 접으세요?

양철나무꾼 2010-05-26 12:46   좋아요 0 | URL
퀼트에,뜨개질에 한 손재주 하시는 것 같던데요?^^

목수의 꿈을 접은 건,
'공구를 능숙하게 다룬다는 건 그만큼 신경을 곤두세우며 일한다'는 뜻이라는 구절 때문이기도 하구요,(노년에 예민하고 뾰족하다는 소릴 들으면서 살고 싶진 않습니다.)
목수의 꿈을 영원히 빛나는 별 쯤으로 가슴에 품어 갖고 싶어서,이기도 하구요~

비로그인 2010-05-26 17:50   좋아요 0 | URL
아~~~
전 말이죠.
어렸을 때부터, 집안에 목공실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했어요.
만드는 데 재주가 있는 편인데...나무가 좋더라구요.

이 글 읽으니까..
어릴 적 꿈이 생각납니다.

근데요~~울 나무꾼님 직업이 뭐냐구요?
맨날 궁금한데...가르쳐 주시지도 않고말야~~
방명록에 물어본 거는 대답도 안해주시고....ㅋㅋ

2010-05-27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쟈니 2010-05-26 20:43   좋아요 0 | URL
아. 저도 목수가 참 되고싶었는데..
한때 탁자(라고 하기 민망한)를 만든 적 있었어요. 별 도구도 없이, 그냥 톱이랑 드릴로 만들었는데, 그때 무념 무상으로 나무를 다룰 때의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목수가 되고는 싶었으나, 목수가 되어 다뤄야 할 그 거대하고 무서운 기계를 보며 겁을 먹고 시도를 못했습니다. 목수가 되려면 큰 기계에 기죽지 않을 담력을 키워야한다는데, 전 조그만 드릴에도 겁이나더라구요.. ^^

양철나무꾼 2010-05-27 10:40   좋아요 0 | URL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잖아요~
아직도 보관 중이시면,언제 인증샷~이라도 한번^^

거대하고 무서운 기계라고 무조건 겁을 먹을 필요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얕잡아 볼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인간이 만든 기계이지만,인간을 위협할 정도로 잘 만든 건 사실이잖아요~^^

쟈니 2010-06-01 09:27   좋아요 0 | URL
오호호~ 이거 옛날에 찍어둔 사진입니다.

http://blog.aladdin.co.kr/freejani/2347623

꿈꾸는섬 2010-05-29 22:10   좋아요 0 | URL
오, 부럽습니다. 전 워낙 손재주가 없어서 이런 재주 가진 분들 보면 부러워만 한답니다.ㅋㅋ

양철나무꾼 2010-05-31 12:53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