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럼 아일랜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5-1 존 코리 시리즈 1
넬슨 드밀 지음, 서계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역자가 '서계인'이란 걸 발견하지 못했다면,이 책은 읽지 못하고 그냥 지나갈 했다.
처음 접하는 작가인데다가,표지에 '의학 미스터리,경찰 수사물,해양모험담 등...' 하나로 접목될 수 없지 싶은 문구들이 나열되어 있어 심한 과장 아닌가 싶었고,
거기다가 책 초반부에 나오는 '존 코리'로 말할 것 같으면,
'나 마초다,어쩔래?꼬우면 배째!'
하는 식의 다소 대책없는 캐릭터인데,
남자들은 어떨지 몰라도 여자들은 선뜻 감정이입하기 힘든 주인공이다.

하지만,초반부의 '배째!'를 참고 견디면,
이 모두가 절묘한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주억이게 되는데,
이 책에선 이걸 '정교한 스릴러'라고 표현하고 있다.

책 표지의 작가소개를 들춰보니 이사람 <멘사>회원이다.
SF 소설의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 등이 이에 속한단다.

IQ높은 천재라는 게,머리가 좋다는 건지 기억력이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책 전반에 걸쳐 사소한 부분까지 일관성이 있고 개연성이 있다.
인물의 캐릭터를 전형적인 틀에 맞게 빚어내는 품 또한 일품이다.
(돈 관련 부분 일치되지 않는 곳이 있긴 하지만,이건 번역과정에서 ','를 잘못 읽어서 비롯된 것 같다.
맞춤법이나 어법이 틀린 곳도 몇군데 있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우리의 '존 코리'형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마초 되시겠다.
이 '플럼 아일랜드'가 <'존 코리'시리즈>의 처음 시작이라서 '존 코리'의 캐릭터를 설명하느라고 다소 자세하고 느끼(?)하게 시작하는 것 같다.

똑똑한 '넬슨 드밀'옹께선,
주인공을 그렇게 멋지구리하게 만들어야 남자들이 감정이입 할 수 인물이 되겠는 건 알았지만,
여자들로부터 반감을 사리라는 생각은 못했나 보다.
로맨스 구도가 나와줘야 재미가 더해지는데,
그렇다고 청춘 남녀의 구도로 끌어가기에는 다소 평면적일 것 같고,
그래서 택하게 된 게 중년의 이혼남이 아니었을까 싶다.
형사라는 직업이 결혼생활을 유지하기에 적합하지 않아서 이혼을 하게 된다는 건 좀 오버스럽고,
그래야만 자유 연애를 지향할 수 있고 그래야 얘기를 재밌게 이끌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하긴,내가 그동안 읽은 책들을 아무리 되짚어 봐도 '돈나 레온'의 '귀도 브루네티'정도인 것 같지만....)

암튼,여자고 남자고 유머러스한 사람이 인기짱이라는 시대상을 반영하듯,우리의 존코리 형님도 유머러스하다.
어찌보면 다소 썰렁한 유머를 날려주시는 데,그 노력이 가상해 안습이라고 해야할까?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게,'모든 여자는 내편,나의 매력에 푹 빠질거야.'하는 자뻑족이지만,
남자를 향하여는 경쟁의식으로는 부족해 알 수 없는 적개심을 드러내니까 말이다.

초반의 느물거리는 존코리를 친근한 우리의 존코리형님으로 만든건,역자의 번역솜씨 덕인 것 같다.
블랙 유머라고 불리우는 다소 썰렁한 유머,단어를 사용하여 만들어 내는 유머 같은 건...
우리의 정서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을텐데 겉도는 느낌이 전혀 없다. 

존코리 형님에게 처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었던 건 '48쪽'의,
인생에는 많은 옵션이 있게 마련인데,그중 절대로 선택하지 말아야 할 것이 '음성경고'옵션이다.
...
"키가 점화장치에 꽂혀 있습니다.사이드 브레이크가 걸려 있지 않습니다."

라는 대목에서였다.
음성 경고의 목소리가 '내 전처의 목소리와 꼭 닮았다'는 문장에서,
어느 나라고 남자고 여자고 잔소리는 좋아하지 않는구나 싶어 키득거렸었고,
그러니 처음에 '마초'여서 별로였던코리 형님이 인간적으로 보이고 좋아지기 시작했다.

코리 형님은 좀 독특하다.
여러가지 발상의 전환을 하고 블랙유머를 구사하고 하는 건 그렇다고 쳐도,
형사라면 꼼꼼하고 과학수사를 지향할텐데,
용의자의 집주소 같은 건 한번 듣고 머리로 외워버리고,
중요한 서류를 꼼꼼히 검토해 봤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그냥 먼하늘 바라보고 풀밭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머리 속을 정리하고 마음을 추스를 수 있다.

'그것은 마치 눈구멍에 고정되지 못한 듯이 사방팔방으로 움직이는 검은 구슬 같은 두 눈이다.'(307쪽)

"그리고 작고 둥근 눈이 반짝반짝 빛나더군요."
"교활해 보이는 눈이기도 하죠."(351쪽)


"그래요,좀 천박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흥미로운 사람이나 아름다운 사람들도 때로 얼마나 천박해질 수 있는지 아신다면 놀랄 겁니다."(325쪽)
같은 평가법은 동양의 관상 체계에서만 통용되는 건 줄 알았는데,
존 코리 형님도 이 방법을 적용해서 분석해 내는게 다소 놀랍고 흥미로웠던 부분이다.

하지만,'넬슨 드밀'과 '존코리'형님에게 이렇게 호의적으로 바뀐 내가 백번 양보해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겉표지의'의학 미스터리'라는 문구와 관련해서이다.

'맞습니다.합법적인 생물학 연구가 잠재적인 생화학 무기 연구로 바뀔 수도 있는 어떤 질병들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65쪽)

'세균은 세균이다.세균이 소와 돼지와 인간을 구분할 리가 없다.방어를 위한 연구와 공격을 위한 연구를 구분할 리 없다.예방백신과 세균폭탄을 구분할 리 없다.자신이 좋은 세균인지 나쁜 세균인지조차 알 리 없다.'(66쪽)

'생물학 연구'라는 단어가 등장하니까 '의학미스터리'라고 한것이라면,
생화학 무기 연구'라는 단어가 등장하니 '전쟁 미스터리'라고 해야겠다.
의학보다는 전쟁이 더 호기심을 자극하고 눈길을 끄는 '단어'일테니까 말이다.

단순 마초인 줄만 알았던 '존 코리'형님도 알고보면 나약하고 섬세한 사람이다.
'외풍 심한 카다란 집에서 2,3주간 지내며 내가 알코올 중독자가 될지 운둔자가 될지 시험해볼 만도 하다.'(77쪽)
같은 표현도 그랬지만,
'사실,맥스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밀실공포증이 아니다.나를 포함해 용기있는 행동파 사내들 대부분이 그렇듯 맥스는 총으로 해결할 수 없는 종류의 위험이 싫은 것이다.'(204쪽)

'지금 우리는 정신적으로든,육체적으로든,박사가 말한 것처럼 '면역실험'을 당하고 있는 듯했다.머리가 멍해지고 몸이 무거워졌다.하지만 더 나쁜 것은,기분이 침울해지는 것이다.만약 내게 영혼이라는 것이 있다면 거기도 아플것이다.'(218쪽)

219쪽에서 존코리 형님이 갑작스러운 공황상태를 겪게 되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평상시의 그라면, 
'사실,편집증도 오랫동안 거기에 사로잡혀 상식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일종의 재미이기도 하다.'(295쪽)
하고 의뭉스럽게 넘어갔을테니 말이다.
 
'우리는 깁스에게 시간을 내줘 고맙다고 말했고,그는 방문해줘서 고맙다고 했다.즉 우리는 서로 거짓말을 주고받은 것이다.'(174쪽)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는 안전해요.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이유는 아니죠."(299쪽) 
'사람이란 나이를 먹을수록 짊어져야 할 짐은 많아지고,그걸 들어올릴 힘은 떨어지는 법이다.'(448쪽.)
같은 멋진 말들도 남발한다.
 
암튼,677쪽이 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는 건 사실이지만,
'존코리'시리즈의 처음이라고 하여 여러가지 얘기들을 문어발처럼 벌여놨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제 막 친근감을 느끼기 시작한 '존코리'형님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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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09 20:02   좋아요 0 | URL
얼~~~잼있겠는데요.
나무꾼님 문체는 말이죠~~~~
절대 여성스럽지 않아요~~~~^^

sslmo 2010-06-10 11:12   좋아요 0 | URL
네,재미로는 two thumb up할 수 있습니다.

문체도 여성스럽지 않지,
독서 취향도 편식이 심하지 않지,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 '자아 정체성'을 회복해 보려고 하는데...
이렇게 '정체'해 버리는 건 아닌지,에효~ㅠ.ㅠ

비로그인 2010-06-10 12:46   좋아요 0 | URL
이론이론~~~
나무꾼님 덕분에 조지아 오키프랑 페터 회의 책들을 걍 질렀다아입니까~~~
나 미쵸!
난독증 걸렸담서, 책 욕심은 병에도 안걸리나봐요~ㅠㅠ

sslmo 2010-06-10 14:43   좋아요 0 | URL
조지아 오키프는 난독증에 관계없이 금방 읽으실 수 있을 것이고,
저는 요,페터회는 재밌다고 안 했습니다.
난해해서 재미는 보장 못한다는~끙(,.)

비로그인 2010-06-10 20:38   좋아요 0 | URL
으흑~~~페터회 책은 4권이나 샀구만~~~ㅠㅠ

sslmo 2010-06-11 09:49   좋아요 0 | URL
책꽂이에 꽂아 놓는것만으로도 빛을 발하는 책들이 있죠~^^
'스밀라'를 먼저 읽으셔서 이 사람 문체에 길들여 놓으시면,
'콰이어트 걸'도 문제 없으실겁니다.

왜 이리 간사한 웃음이 배실배실 새어나오죠~ㅋㄷㅋ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