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함미라 옮김, 최혜란 그림 / 보물창고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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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 때에>를 읽었을 때의 그 충격이

만화형식을 빌었기에 보이는 그대로의 충격이라면

이 책은 상상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층 더 큰 충격이다.

단란했던 한 가족이 핵 폭발 뒤 어떻게 파괴되어가는지

사람들이 모든 걸 잃은 뒤에는 어떻게 변해가는지

핵이 사람과 자연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끔찍한 장면을 모자이크 처리 하나 없이 보여주는 영화처럼

두 눈을 억지로 뜨게 하고 끝까지 보라 한다.

 

앞으로 너희들이 서로 싸우고 끊임없이 자기 주장을 되풀이하다

결국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핵을 터뜨린다면

마침내는 이 꼴이 될 텐데 그래도 좋으냐고

작가는 묻고 있다.

그래서 갈 곳도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이 부모마저 잃은 아이들이

지하실 벽에 저주처럼 써놓은 글 '천벌받은 부모들'이

되고 싶냐고 묻고 있다.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도 무사히 살아남아 열일곱이 된 롤란트는

아빠가 폐허 위에 지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여전히 아이들은 원자병으로 하나둘 죽어가고

어른들을 원망하는 아이들은 아빠에게마저'살인자'라고 부르지만

롤란트는 아이들에게 반드시 가르치고 싶은 게 있다고 한다.

 

'너희들은 빼앗거나, 도둑질하거나, 죽이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너희들은 다시 서로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도움을 줄 줄 알아야 한다.

너희들은 서로 대화하는 법을 배워 당장 치고 박고 싸우기보다는,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을 함께 어울려 찾아내야 한다.

너희들은 서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너희들은 서로 사랑해야 한다.

너희들의 세상은 평화로운 세상이 되어야 한다.

비록 그 세상이 오래 가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왜냐하면 너희들은 쉐벤보른에 남은 최후의 아이들이니까.'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은 모두 여기에 남아 있다.

우리 모두 쉐벤보른에 남은 최후의 아이들처럼 되지 않으려면

이 말에 귀기울여야한다.

아니, 우리의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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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아이 - 에드워드 고리 시리즈 에드워드 고리 시리즈 10
플로렌스 패리 하이드 지음, 강은교 옮김, 에드워드 고리 그림 / 두레아이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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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가 아직 말도 못할 아기 때의 일인데

잘 먹고 잘 자던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스트레스라고 했다.

제 엄마가 출근하고나면 할머니 댁에서 지냈던 아이에게

할머니의 사랑을 나눠가져야 할 또다른 경쟁상대가 생겼던 것.

사람에게 '사랑'과 '관심'은 어린아이나 어른을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식량이 되는 건 아닐까?

 

트리혼은 어느 날 갑자기 자기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걸

발견해서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말해보지만

엄마는 엄마대로 케이크가 잘 부푸는지만 신경을 쓰고

아빠는 아빠대로 의자에 제대로 앉지 않는다고 야단만 친다.

그 다음날 트리혼은 또 작아져서  학교에 가는 버스를 타는 일도,

우체통에 경품엽서를 부치는 일도 버겁다.

물을 먹으려고 수도꼭지에 닿지 않는 몸 때문에 뛰어오르다가

선생님에게 혼이 나서 교장선생님 방에 불려가지만

트리혼이 작아졌다는 일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점점 작아지는 아이를 보며 엄마는

아이를 위한 배려나 관심은 제쳐두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할 뿐이다.

그 다음날 아침 더 작아진 트리혼은 침대 밑에서

언젠가 콘푸레이크 상자 경품으로 받은

'커지고 싶은 어린이를 위한 굉장한 게임'을 발견한다.

그리고 혼자 게임을 진행시키다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평소의 자신으로 돌아왔을 때 게임을 멈추고

엄마에게 다시 커졌다고 말해보지만 돌아보지도 않고

그것 참 잘 됐구나 하는 게 고작이다.

그날 저녁 트리혼은 다시 자신의 얼굴과 손이 연두색으로

변한 걸 알아챘지만 이제는 이야기 하지 않기로 한다.

 

'내가 아무 소리 않으면 아무도 그걸 알아채지 못할 거야'

손님이 오시는 날 저녁 연두색 벽지를 배경으로

연두색 얼굴과 손을 지닌 트리혼이 쓸쓸하게 서 있는 모습으로

이야기는 끝이 나지만 한동안 마지막 장면을 붙들고

앉아있어야 했다.

 

나는 과연 얼마나 아이에게 관심과 사랑을 기울였던가?

작은 것 한 가지를 잘 했다고 칭찬하기 보다는

뭘 잘못했다고 야단치기가 일쑤였고, 어린 시절 이후로는

아이가 물어보는 엉뚱한 말에 대답을 잘라먹는 게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지 않았던가.

내 어린 시절에도 가운데에 끼여서 사랑을 덜 받았다고

투덜댔던 기억이 아직도 새로운데 나는 하나밖에 없는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했다는 자책이 밀려왔다.

 

저 먼저 읽고난 뒤, 내가 이 책을 잡는 걸 보는 아이가

"엄마, 그 애 참 이상해요. 자꾸 줄어들어요" 한다.

트리혼이 줄어드는 이유를 느꼈을 텐데도 그렇게만 이야기하는

아들이 오히려 나를 혼내는 것 같아 가슴이 뜨끔하다.

오늘은 손 잡고 산책이나 하면서 이야기를 나눠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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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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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를 거부하는 내가 된통 한 방 맞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읽을 때가 그랬고

지금 이 책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 그렇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도 스승들은 여기저기 참 많은데

좋은 책을 권해주는 이야말로 참 마음에 드는 스승이다.

내게 이 책을 권해준 스승님께 감사해야겠다 ^^

 

주인공인 '작은 나무'는 부모님을 일찍 잃고 다섯 살 때

체로키 인디언인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다.

그들의 방식대로 생각하고 생활하면서 '작은 나무'는 행복하다.

부족하지만 부족한 대로 즐기면서 사는 걸 배웠기 때문이다.

 

'인디언들은 몸의 마음을 잠재우고, 대신 몸 바깥으로 빠져나간

영혼의 마음으로 고통을 느끼지 않고 고통을 바라본다.

몸의 고통을 느끼는 것은 육체의 마음 뿐이고 영혼의 마음은

영혼의 고통만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매를 맞으면서 몸의 마음을 잠재웠다.'

작은나무가 고아원의 목사에게 매를 맞으면서 이렇게

생각하는 장면에서부터 눈물이 주체할 수없이 쏟아졌다.

 

책을 다 읽고나서 '작은 나무'였던 작가가

이렇게 영혼의 마음으로 어린 시절을 그려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글자 한 글자가 감동이고 풍요로웠다.

좋은 책 한 권을 더 알게 된 행복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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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여인 - Mystery Best 2
윌리엄 아이리시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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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핸더슨은 아내를 죽인 죄로 체포된다

무죄를 주장하는 그에게 남겨진 증거들은 모두 불리한 것 뿐.

살인이 일어났을 당시 그의 무죄를 입증해줄 유일한 여인이

정말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그녀와 함께 갔던 바에서도, 극장에서도, 식당에서도,

길거리에서 마주친 걸인도, 택시기사도 모두 그가 혼자였다는 것만

확인해주고 결국 그는 사형을 언도 받는다.

 

처음과는 달리 그의 무죄를 확신한 형사의 조언에 따라

대신 죽음도 마다 하지 않을 친구의 도움을 청한다.

정말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친구 롬바드는 자신의 일을 팽개치고

달려와 헨더슨의 기억을 좇아 증거를 수집하는데

왠일인지 증거들이 모래알 빠져나가듯 스르륵 사라져버린다.

환상의 여인으로 명명된 그녀는 정말이지 잘도 숨어있다.

책의 결말 부분에 이르러서야 드러나는 범인의 윤곽에

깜짝 놀랐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은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르면

누가 범인인지 어렴풋하게 드러나기 마련인데

내가 무뎌진 걸까?
정말 예측을 하지 못했고, 그래서 더욱 즐거운 책읽기였다.

추리소설이 가져야 할 긴박감을 끝까지 놓치지 않았던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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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 연꽃의 길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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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당수에 몸을 던진 청이는 용왕님의 배려로

다시 인간세에 나와 왕비가 되고,

맹인잔치를 열었다가 그리운 아버지를 만나

아버지의 눈도 뜨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게

우리가 알고 있는 심청이 이야기다.

 

지금 세상에 남녀상열지사가 심히 어지러우매

그것 또한 보살인 너의 죄이니라.

너는 가서 여자로 현신하여 세간을 깨우치라..

청이가 과음보살의 현신이라고 믿었던 청이 어머니의 꿈.

 

정말 그렇게 태어난 걸까?

청이의 삶은 고단하기만 하다.

인당수에 빠지긴 하였으되, 의식을 치르듯 물에 몇 번 담갔다가

꺼내고 인형에 청이의 옷을 입혀 빠뜨린다.

그리고 살았나싶었으나 중국으로 팔려가

렌화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고

첸 대인에게 기를 전해줄 시첩이 된다.

첸대인이 죽은 후 그의 막내 아들 구앙을 따라 나왔다가

기녀가 되고, 정인인 동유를 만나 잠깐 사랑을 나누지만,

타이완으로 팔려가는 신세가 된다.

그러다가 미야코 섬의 영주 가즈토시의 아내가 되어

왕후의 지휘에 오르게 되어 편안하게 살만한가 싶더니

변화하는 정세에 휘말려 가즈토시가 죽으면서

그녀는 다시 류쿠에 정착해서 술장사를 하면서

링링이 남겨 놓은 딸을 키운다.

나이가 들고, 요정에서 함께 지냈던 기리가 조선으로 떠난다는

말을 듣고 함께 조선으로 건너와 여관을 하며

말년에는 '연화암'을 짓고 조용하게 살다 죽음을 맞는다.

 

그녀의 마지막 말대로 "참 길은 멀기도 하다.."

작가의 말대로 하자면,

매춘과 남녀상열지사야말로 시정 잡배들 삶의 자상한 기록이라고.

역동하는 세상에서 굵직한 사건들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심청의 고난한 길을 통해서

그 당시 동아시아의 역사를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단지 마음이 착하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왕비가 되는 옛 이야기에 집착하기보다는

이렇게 고단한 삶을 살아 온 심청이에게 더 마음이 끌리는 것은

진짜로 살아있다는 느낌이 진해서였을까?


이 책 역시 전철에서 읽은 시간이 대부분이었는데

너무나 자주 등장하는 남녀상열지사의 자세한 표현 때문에

괜히 책을 반듯하게 펴지 못하고 반쯤 접은 어정쩡한 자세로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고단한 삶을 끝냈으니 이제 좀 쉬라고 다독이며 책장을 덮었다.

 

관음보살이 현신한 청이는 여자가 되어 세간을 깨우친 걸까?

 '새옹지마'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렇게 고단한 삶을 살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던 한 여인의 다부진 몸짓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으면

새로운 길은 있는 거라고 눈 똑바로 뜨며 날 보는 눈길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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