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1 - 3부 3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11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 책제목 : 토지 11 (3부 3권)

◎ 지은이 : 박경리

◎ 펴낸곳 : 나남

◎ 2008년 1월 3일 17쇄, 448쪽

◎ 내 마음대로 별점 : ★★★★★

-내가 이군 자네한테 똑똑히 일러두고 접은 것은 너거들 식자가 물 위에 뜬 기름이 돼서는 안 되겄다, 그라고 너거들이 무식쟁이 농부 노동꾼들한테 멋을 주고 있다, 가리키고 있다는 생각부터 싹 도리내야 하고. 서로 주고받으믄서 운동을 하든 투쟁을 하든, 너거들만 주고 있는 기이 앙이다, 그 말인 기라. 너거들 목적이나 야심, 그기이 아무리 옳은 일이라캐도 무식꾼들 바지저고리 맨들믄은 천년 가도 그렇고 골백분 정권이 배끼도 달라지는 거는 없일 기다. (93쪽)

-농촌에서는 도방겉이 도둑이 없고 사람의 도리를 중히 여기며 인륜대사도 양반 못지 않게, 오히려 더 정성 딜이서 지키니 비록 까막눈이라도 성현의 말심을 잘 지키기론 농사꾼이 으뜸이제. 그러나 이렇기 어진 농사꾼들도 입에 풀칠하기가 어러버지믄은 사나분 늑대가 되는 것은, 그거야 부처님이 아닌께 당연한 일이고, 해서 미련한 위정자는 백성을 굶기지만 간교한 위정자는 굶어 안 죽을 만치 백성을 믹이는 기라. (95쪽)

위정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들이다.

-어둠 속에 묻혔던 인물 김환, 그의 죽음은 최 참판댁의 그 엄청난 비극의 종언을 뜻한다. 김환을 마지막으로 비극의 주인공들은 다 사라진 것이다. 최 참판댁의 영광, 최 참판댁의 오욕, 이제 최 참판댁의 상징은 재물로만 남았고, 호칭도 최 참판댁보다 최 부자댁으로 더 많이 불리게 되었다. 최서희의 집념은 창 없는 전사(戰士), 노 잃은 사공, 최 참판댁의 영광과 오욕과는 상관없이 단절된 채 아이들은 자라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의 존재만이 그들 가슴속의 신화(神話)요, 아버지의 존재로 하여 아이들 가슴속에는 민족과 조국에 대한 강렬한 의식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287쪽)

김환이 죽었다. 어이없을 정도로 허무하게.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더니만 끈질기게 괴롭히던 지삼만 때문에 감옥에서 목을 매달았다. 한 번쯤 그 힘을 보여주길 강쇠만큼 바랐던 나는 허탈해서 '이게 뭐야, 이런 죽음이 어딨어?'를 중얼거려야 했다. 또한 길상은 계명회 사건으로 검거되어 재판을 기다리고 있으니 뭐 하나 술술 풀리는 게 없다.

-아내가 있어도 걱정, 없어도 걱정, 내가 잘못하였나? 양씨네 그 청상을 데려올 걸 그랬나? 전문학교 출신이 아니니까 유식하지 않을 거구, 여학교는 나왔으니까 무식하지 않을 테고. 흠, 유식하지도 무식하지도 않은 여자라면, 나는 보모를 생각하는 걸까?---(중략) 안방으로 들어간 박 의사는 와이셔츠를 갈아입고 감색과 녹색, 갈색이 섞인 화려한 넥타이를 매면서 문득 생각한다. 문학이다, 음악이다, 예술이다, 그런 말을 하지 않는 유식한 여자는 아마도 최서희 그 사람일 거라고. (402쪽)

유식한 여자들은 하나같이 사는 게 쓸쓸하다. 사랑 없이 결혼한 명희도, 제 쪽에서 결혼을 놓아버린 선혜도, 성악가인 것을 자랑으로 삼는 홍성숙도 모두 불행하다. 배웠다는 것이 독이 되기도 하였으려니와 배움을 나눌 상대가 없어서 그렇기도 하지 않을까. 최서희를 마음에 담은 박 의사도 불행하고. 손등의 혹만 아니면 행복했을 소림도 가엾기는 매일반. 딸 아이를 최 참판댁에 맡겨 놓은 채 봉선이도 죽었다. 스스로 목숨을 버린 것이다. 불쌍타.

-병자만 목에 칼 걸어놓고 사는 건 아니잖소. 산다는 것은 목에다 칼 걸어놓은 거요. 사는 것 아니라니까요. (130쪽)

산다는 것은 목에다 칼 걸어놓은 거요..자꾸만 울리는 이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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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0 - 3부 2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10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 책제목 : 토지 10권

◎ 지은이 : 박경리

◎ 펴낸곳 : 나남

◎ 2008년 1월 3일 17쇄, 440쪽

◎ 내 마음대로 별점 : ★★★★★

-칠판에 피리어드를 찍을 때처럼 밤길의 구둣발 소리가 뇌신경을 물어뜯는 것만 같다. 침묵한 생도들의 눈길과 흡사하게 불켜진 길가 창문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다. (31쪽)

-"어이구, 명천의 하느님네! 기시요! 안 기시요! 금수라도 그러하까, 천하에 극악 무도한 놈들! 우찌 벼락도 없십네까?"

복동네가 앓는 소리를 냈다.

"벼락이 없기는 워찌 없다냐? 있어도 그놈의 벼락은 없는 놈의 지붕땅 모랭이만 친다는디, 흥." (193쪽)

-"앞뒤 재가면서 기어라 하면 기고 서라 하면 서고 눈물 흘리라 하면 흘리고… 눈 부릅뜨다가 뺨대기 하나 더 맞는 것이 얼마나 바보짓인가 그걸 깨달았소." "그래 그걸 깨달았이믄 좀 덜 억울할 기다. 잘난 말 몇 마디 하는 것, 그건 아무짝에도 못 쓴다. 바보 시늉, 미친 시늉 뭣이든 빠져나오는 게 젤이제. 싸움이란 그래야 이기는 법이거든. 감정 때문에 힘 빼는 것, 그것같이 어리석은 일은 없다., 앞으로 살아가자믄," (223쪽)

-새 것에 눈떴다는 사람들 역시 벼슬길 탐내기는 매일반이다. 더 음흉하게 돈버는 재주도 가지가지, 지주나 소작인은 접방 가라는 세상 아니가? 눈이 짓무르게 싸래기를 골라봐도 하루 품삯이 오 전 십 전, 아니믄 싸래기 됫박이나 얻어서 시레기죽이니 두만이가 뽐낼 만도 하지. 흥하기도 쉽고 망하기는 더욱 쉽고." (394쪽)

어떤 배우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악역을 할 땐 거기에 몰입되지 않게 노력을 많이 한다고. 안 그러면 눈빛마저 변해버려 자신을 잃어버리는 수가 있다고 말이다. 지금 내가 딱 그런 것 같다. 그들이 사는 그곳, 그 시대에 발이 묶여 오도가도 못하는 양 맥이 빠진다. 『반지의 제왕』 읽을 때 그랬던 것처럼 힘이 든다.

원치 않은 결혼을 해야 했던 명희, 홍이, 장이. 관동대지진을 겪고 가까스로 살아남아 고국으로 돌아온 이들,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광대까지 불러 옛일을 생각하며 흐뭇하던 순간 들이닥친 헌병들에게 붙잡혀가서 고초를 치러야 했던 이들. 그 와중에 상현의 딸을 낳고 혼자 몰래 기르고 있는 봉순 (기화)까지.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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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백작 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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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제목 : 몬테크리스토백작

◎ 지은이 : 알렉상드르 뒤마

◎ 옮긴이 : 오증자

◎ 펴낸곳 : 민음사

◎ 1권 : 2002년 11월 15일, 1판 8쇄, 430쪽 2권 : 2002년 11월 5일, 1판 6쇄, 453쪽

3권 : 2002년 12월 10일, 1판 7쇄, 474쪽 4권 : 2002년 11월 5일, 1판 6쇄, 462쪽

5권 : 2002년 7월 30일, 1판 5쇄, 464쪽

◎ 내 마음대로 별점 : ★★★★★

다락방에 있던 아버지의 세계문학 전집이 나를 본격적인 독서로 이끌었음을 여러 번 밝힌 바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추억이 깃든 책이 바로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다. 파란색 표지의 그 책들은 출판사도 가물가물하지만, 2단 세로쓰기로 되어 있던 것만은 기억한다. 여백도 없이 빽빽했던 3권짜리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을 아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 열기는 방학내내 결코 식지 않았고 결국 그 흥분을 함께 나눌 상대로 나는 국어선생님을 선택했다.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교사 특유의 열성을 간직한, 보글보글 지진 머리카락이 호호아줌마를 연상시키는, 웃는 모습이 푸근한 선생님이었는데, 다짜고짜 '모렐 선주님께, 저는 1학년 진반 아무개올시다. 어쩌고저쩌고 그래서 그건 이렇고 저건 저랬는데요. ...에드몽 당테스 올림' 으로 끝나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낯뜨거운 짓이구만.

어쨌든 답장이 오지 않은 채 2학기가 시작된 첫 국어시간. 내 얼굴을 기억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수업시간 내내 (제일 좋아하는 국어시간인데도!) 고개를 숙인 채 선생님 눈을 피했다. 그런 편지를 보낸 나를 원망하면서. 종이 울리고 출석부를 챙겨나가던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르셨다. "따라 와." 덜덜 떨며 교무실까지 따라 갔더니 책상 위에서 흰 봉투를 건네주신다. "학교로 온 편지를 너무 늦게 받았어. 답장이야. 감동이었어."

그후로 그 선생님과 나는 졸업할 때까지, 그리고 선생님이 결혼하고 아이 엄마가 된 후로도 편지를 주고 받았는데 사는 게 바빠 흐지부지되고는 연락처도, 주소도 다 잃어버리고 말았다. 모렐 선주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그러니, 알렉상드르 뒤마 탄생 200주년 기념 완역 출간이라는데 안 사고 배길 수가 있나. 그렇게 이 책들이 내게 온 건 2003년 1월이다. 그때도 신이 나서 다시 읽어보고 책장 속에 20년을 자고 있었는데 '열다, 책방'에서 5월 벽돌책깨기로 이 책을 한다는 소식이 들렸고 반가운 마음에 신청했다. 1주일에 한 권씩 읽는 여정으로 수요일과 일요일에 인증을 해야 하건만 이틀 만에 다 읽어버렸다. 어쩌면 좋지?

알렉상드르 뒤마는 우리를 매혹하고 유혹하며 흥미를 갖게하고 재미있게 하고 뭔가를 가르쳐줍니다. 그토록 다양하고, 살아 있으며 매혹적이며, 강렬한 그의 작품들에서 프랑스만의 고유한 빛이 생겨납니다. 드라마의 가장 감동적인 감정들, 희극의 모든 아이러니들과 모든 깊이들, 역사의 모든 직관들이 이 광대하고 민첩한 건축가가 지은 놀라운 작품 속에 들어 있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어둠도 신비스러움도 파묻혀 있는 불가사의도 혼미스러움도 없습니다. 단테와 같은 것은 없지만 볼테르나 몰리에르적인 것은 모두 다 들어 있습니다. 곳곳에 찬란한 빛과 정오의 태양과 같은 밝음이 있습니다. 그의 작품이 지니는 장점들은 너무나 많아서 셀 수조차 없습니다. 40년 동안 이 정신은 기적처럼 음미되었습니다. 그에게는 그 어떤 것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6쪽, 빅토르 위고가 뒤마2세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위고의 말이 내 말이라니까! 다섯 권, 220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이야기는 의외로 간단하다. 파라옹 호의 일등항해사인 에드몽 당테스는 갑작스런 선장의 죽음으로 차기 선장으로 지목된다. 행복함에 들떠 늙은 아버지를 모시고 예쁜 메르세데스와 결혼을 하려던 그 순간 그를 시기한 회계사 당글라르와, 메르세데스를 사모했던 페르낭, 그 둘의 음모를 알고 있었으면서 말리지 않았던 카드루스, 자신의 출세를 위해 에드몽을 모른 척한 검사 빌포르에 의해 이프 성에 14년간 갇히는 신세가 된다.

모든 희망을 버렸을 때 탈출을 위해 굴을 파내던 파리아 신부와 우연히 만나 그의 지식을 전수받고 그가 갑자기 병으로 죽자 시체를 싸는 자루 속에 대신 들어가 탈출에 성공한다. 그리고 파리아 신부가 손에 넣게 된 몬테크리스토 섬의 보물을 찾아 그의 인생을 망가뜨린 이들에게 처절한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헌데 이 복수라는 게 요즘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모범택시>를 보는 것처럼 무척이나 통쾌하거니와, 모렐 선주네를 향한 사랑과 우정은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따뜻해서 눈물 펑펑. 이렇게 긴 글이 가독성이 엄청나게 좋다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2권 126쪽. 가슴 벅찬 순간!!!!

-당글라르만이, 불안해하지도 않고 괴로워하지도 않았다. 당글라르는 기쁘기까지 했다. 자기의 적에게 복수를 한 데다가, 떨어져 나갈까 봐 걱정되던 그 파라옹 호에서의 자기 위치가 확고해진 까닭이다. 그는 펜을 귀 뒤에다 꽂고 심장 대신에 잉크병을 들고 태어난 계산가의 한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가감승제(加減乘除)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에게 하나의 숫자는, 그것이 한 사람의 인간에 의해 줄어드는 전체 수를 높일 수 있는 경우엔, 인간보다도 훨씬 더 귀하게 여겨지는 것이었다. (1권 161쪽)

-날 때부터 아주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닌 한 인간의 본성은 원래 죄를 싫어한다는 것일세. 하지만 문명은 우리 인간에게 욕망을 주고, 죄악을 주고, 후천적 욕심을 주며, 그 결과 종종 우리의 선량한 본능을 짓누르고, 우리를 악의 길로 이끌어가는 거야. 그래서 이런 격언이 나온 거지. <범인을 찾으려거든 우선 그 범죄로 이득을 볼 사람을 찾으라>는 말이 그거야. 자네가 없으면 이득을 볼 사람은 누구지? (1권 295쪽)

-제게 있어서 보물이라는 것은 바로 신부님뿐입니다. 저희는 둘 다 이곳을 빠져나갈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제게 있어서 진짜 보물은, 저 몬테크리스토의 컴컴한 바위 밑에서 저를 기다리는 게 아닙니다. 바로 신부님이 제 앞에 계시다는 거지요. 간수가 있더라도 하루 대여섯 시간씩이나 신부님과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제 보물이란, 신부님께서 제 머릿속에 불어넣어주신 지식의 빛입니다. (1권 343쪽)

-저를 보호해주지 않는 사회, 더 심하게 말하자면 저를 해치려고 할 때가 아니면 저를 생각해 주지 않는 사회를 제가 보호하려는 생각 같은 것은 조금도 없습니다. 내 동포라든가 내 사회라는 것은, 제가 그들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 무관심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제게 감사해야 할 줄로 압니다. (2권 416쪽)

-모든 악에는 두 개의 약이 있다. 시간과 침묵이 그것이다. (3권 83쪽)

-어떤 사람에게든, 마음 밑바닥에서 그를 갉아먹는 도락이라는 게 있다. 마치 과일에게는 그 과일을 파먹는 벌레가 있듯이, 이 신호수에게는 정원을 가꾸는 일이 바로 그 도락이었다. (3권 364쪽)

-이기주의란 놈은 자기가 갖고 있는 모든 것에 화려한 채색을 하는 법이 아닙니까? 마를레라든가 포생의 진열장에서 반짝이던 다이아몬드도 내 것이 되면, 더 아름답게 반짝이는 것처럼 보이지요. 그런데 만약 다른 곳에 보다 더 순수한 것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는지, 자기는 분명히 그보다 못한 다이아몬드를 영원히 몸에 지니고 다녀야만 한다면, 그때의 그 고통을 아시겠습니까? (4권 14쪽)

-정신적인 상처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완전히 아물지 않는 것이 그 특징이다. 그것은 늘 고통이 사라지지 않으며, 누군가의 손이 닿는 날엔 당장에 피가 새어나오도록 가슴속에서 항상 생생하게 입을 벌리고 있는 법이다. (4권 378쪽)

-원래 심한 고뇌는 사람들의 마음에 존경심을 불러일으키는 법이어서, 아무리 불우한 시대일지라도 커다란 재난에 대하여 군중이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이 동정이 아니었던 적은 결코 없다. (5권 325쪽)

-대혁명 이후 프랑스 사회는 과거를 정리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야 한다는 다급한 과제를 안고 있었다. 따라서 문학에서도 그동안 고전주의라는 사조가 엄격하게 지켜왔던 절제와 조화의 틀을 깨고, 주관성과 장르의 혼합을 시도하는 변화가 일어난다. 주제 면에서도 보편적 주제에서 사료 조사를 바탕으로 해서 개인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드라마로 관심이 선회한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5권 454쪽)

-뒤마는 신문의 사회면 기삿거리나 될 법한 특이한 사건에서 소재를 얻어, 프랑스 혁명의 와중에 정치적 음모에 휘말린 한 청년의 사랑과 모험과 복수라는 대서사극,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탄생시켰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5권 458쪽)

한 남자가 우연히 많은 돈을 얻어 자신을 괴롭힌 사람들을 복수한다는 이야기로 끝났다면 이 책을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읽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사람의 욕망을 밑바닥까지 파헤치는 것은 물론, 시대적 배경까지 완벽하게 살려내어 정치적 음모에 말린다는 설정에 딱 맞도록 만들어놓았으며, 생생하게 살아숨쉬는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까지 있으니 빅토르 위고 말대로 '그의 작품이 지니는 장점들은 너무나 많아서 셀 수조차 없습니다. '

-신이 인간에게 미래를 밝혀주실 그날까지 인간의 모든 지혜는 오직 다음 두 마디 속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을 가져라! (5권 450쪽)

옛날의 에드몽 당테스, 현재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그도 다시 희망을 찾아서 다행이다. 몇몇 안타까운 결말을 맞은 이도 있으나 이만하면 해피앤딩이다. 결국 권선징악으로 귀결되느냐고 비웃는 이들도 있겠으나 어쩌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이 긴 生을 굳이 살고 싶은 마음이 들겠느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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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릭스와 크레이크 미친 아담 3부작 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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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책제목 : 오릭스와 크레이크

◎ 지은이 : 마거릿 애트우드

◎ 옮긴이 : 차은정

◎ 펴낸곳 : 민음사

◎ 2021년 7월 27일, 2판3쇄, 632쪽

◎ 내 마음대로 별점 : ★★★★★

표지가 상당히 낯설고 삐딱한 이 책은 처음부터 친절할 생각이 없다. 인간 대부분이 멸종한 뒤 홀로 살아남은 지미('가증스러운 눈사람(히말라야에 산다고 전해지는 설인을 칭하는 티베트어 'metohkangmi'를 직역한 것.)---(중략) 지금은 이름을 짧게 줄였다. 이제는 그저 '눈사람'일 뿐이다. 20쪽)가 크레이크의 아이들이라 불리는 이들과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왜 그리 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중반 이후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그저 인내심을 가지고 거기까지 도달하는 동안 현재와 과거의 기억을 넘나드는 지미를 비틀거리지 않고 잘 따라가야만 한다.

-돼지구리의 장기는 인간 기부자의 개별 세포를 이용해 맞춤 제작되었고, 장기는 필요할 때까지 냉동 보관되었다. (45쪽)

-여자들이 나타날 때마다 눈사람은 깜짝 놀란다. 그들은 가장 짙은 검은색에서 희디흰 색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피부색을 지니고 있고, 키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그들 하나하나는 놀라울 만큼 균형을 갖추었다. 튼튼한 치아와 매끄러운 피부를 가지고 있다. 허리 주변에는 지방이 겹쳐져 있는 법이 없고, 붓기가 있는 부분도 없으며, 허벅지에 울룩불룩한 오렌지색 셀룰라이트도 없다. 체모도 없고, 덤불 같은 부분도 없다. 그들은 수정한 패션 사진 혹은 고가의 운동 프로그램 광고 모델처럼 보인다. (169쪽)

-"닭이야. 닭의 부위들이지. 이것에는 닭 가슴 부위만 있어. 닭 다리만 만들어 내는 것도 있어. 한 성장 단위당 열두 개의 닭 다리가 자라지."

"그런데 머리가 없잖아."

이제 지미는 개념을 파악했다. 어쨌건 그는 다중 장기 생산 돼지와 더불어 성장해 온 터였다. 그러나 이것은 지나쳤다. 그가 유년시절에 보았던 돼지구리는 적어도 온전한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345쪽)

돼지와 너구리, 개와 늑대, 너구리와 스컹크를 조합한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합을 가진 생명체가 만들어지고 우리가 그렇게도 만들려고 애쓰는 완벽한 몸을 가진 인간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장기이식을 위해 세포증식이 가능한 동물이 아무렇지도 않은 시대다. 게다가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도 없이 닭가슴살이나 닭다리만 자라는 닭이 존재한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 꿈꾸는 것들이 모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그런 시대에 지미는 살고 있다.

-그를 그렇게 내몬 힘의 일부는 집요함이었다. 분노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불량품들 사이에 끼워 넣어졌으며, 그가 공부하고 있는 것은 정책 결정자들의 위치, 실세들의 위치에서 보자면 구태의연한 시간 낭비로 여겨지는 것이었다. 뭐 그렇다면 쓸데없는 것 자체를 목표로 하는 거다. 그것의 승리자, 방어자, 보존자가 되는 거다. 모든 예술이 전적으로 무익한 것이라고 말한 사람이 누구였던가? 지미는 기억해 낼 수 없었지만, 누가 되었든 간에 그 사람은 정말 잘난 사람이었다. (332쪽)

지미는 사회에서 원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과학보다는 언어 쪽에 관심이 많아 낙오자로 여겨졌지만 그의 유일한 친구인 글렌(크레이크라 불리는)은 정반대로 탁월한 재능을 가진, 누구나 탐내는 인재였다. 그리고 지미가 사랑했던 오릭스 '그들이 처음으로 오릭스를 본 것은 바로 그 사이트에서였다. 그녀는 겨우 여덟 살밖에 되지 않았다. 아니 여덟 살 정도로 보였다. 당시 그녀가 정확히 몇 살이었는지 그들은 결코 알아낼 수 없었다. 그녀의 이름은 오릭스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름이 없었다. 포르노 사이트에 나오는 어린 소녀에 불과했다. '153쪽 를 크레이크 역시 사랑한다.

크레이크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경우 '파라디스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지미를 선택했고 그가 만든 '신인류(크레이크의 아이들)'을 제외한 인간들에게 주브 바이러스를 만들어 살포했는데 그것이 모든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간다. 개발한 백신도 없어버린 크레이크는 지미 눈 앞에서 오릭스를 죽이고 그도 지미의 총에 맞아 죽는다. 이렇게 해서 홀로 남은 지미는 연구소 안에 남아 있던 크레이크의 아이들을 데리고 해안가로 이주한 뒤 그들을 위해 이런 신화를 만들어낸다.

크레이크는 해안에 있는 산호로 크레이크의 아이들의 뼈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 망고로 그들의 몸을 만들었다. 반면 오릭스의 아이들은 오릭스가 낳은 거대한 알에서 부화했다. 사실 그녀는 두 개의 알을 더 낳았다. 하나는 동물과 새와 물고기로 가득 차 있었고, 다른 하나는 언어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언어로 가득찬 알이 먼저 부화했다. 그때 크레이크의 아이들은 이미 창조된 상태였다. 그들은 배가 고파서 언어를 모두 먹어 치웠다. 두 번째 알이 부화했을 때에는 어떤 언어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들이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163쪽)

-애트우드는 자신의 디스토피아 소설 속에 묘사된 것들 중 비현실적인 요소는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역사적 전례를 지니고 있거나 현재 진행 중이거나 머지않은 미래에 성취될 개연성이 높은 사실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트우드가 『시녀이야기』와 『오릭스와 크레이크』는 공상과학 소설이 아닌 사변소설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애트우드는 『오릭스와 크레이크』를 집필하기에 앞서 동물 멸종, 생명공학, 기후 변화, 나노기술, 줄기 세포 연구, 노예제도, 비디오 게임, 바이오 테러 등 폭 넓은 분야에 대한 조사를 거쳤다. 이 같은 조사에 바탕을 둔 사변 소설은 역사성이나 지리적 측면에서 모호한 공상 과학 소설에 비해 훨씬 더 현실성과 시사성을 갖는다. (629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지미/눈사람이 보여주는 언어에 대한 천착은 인문학적 가치, 인간 상상력의 가치가 폄하되어 가는 체제에 대한 어설픈 도전이다. 또한 눈사람의 기억 감퇴와 더불어 하나하나 소멸해 가는 단어들은, 위기 상황에 놓인 수많은 희귀 언어의 운명을 떠올리게 한다. (631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자연주의자 M.T. 캘리와의 인터뷰에서 애트우드는 우리 시대가 처한 독특한 입지를 지적한다. 이전 시대 사람들 역시 오늘날의 우리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생물을 멸종시켰고 환경적 재앙을 야기했다. 그들과 우리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면, 이전 시대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그것을 진보라고 맹목적으로 믿었다는 점이다. 반면 오늘날의 우리는 발전과 진보의 이면에 존재하는 어두운 전망과 위험성에 대해 잘 인식하고 있다. 그 앎이 실천으로 나타날 것인가? (632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아는 것이 거의 없고 (없어도 불편을 느끼지 않으며- 마치 동물처럼- ) 풀을 먹고 살아가는 신인류는 그를 신처럼 여기며, 크레이크를 만나볼 수 있기를 희망할 뿐이다. 대화 상대조차 없는 외로운 지미는 먹을 것도 구해야 하고, 이제는 야생동물이 되어 생명을 위협하는 돼지구리에게도 맞서야한다. 그리고 점점 사라져가는 단어들은 떠올리려 애쓰는 그를 보면서 요즘 대학에서조차 인문학부가 사라질 위협에 처했다는 사실이 떠올라 씁쓸해졌다.

-박식하다. 절망적인 단어. 그가 한때 안다고 생각했던 그것들은 모두 무엇이었는가? 그것들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254쪽)

-어떤 문명이 먼지와 재로 변했을 때 남게 되는 것은 예술뿐이야. 그림, 언어, 음악. 상상력의 구조물들. 의미는, 다시 말해 인간의 의미는 그것들에 의해 규정되는 거야. 너는 그 사실을 인정해야 해.(287쪽)

마거릿 애트우드의 '미친 아담 3부작' 중 1편인 <오릭스와 크레이크>는 이렇게 끝이 났다. 그는 과연 어떤 삶을 이어가게 될 것인지. 기다리고 있는 2, 3권의 표지 그림은 여전히 기괴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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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3-04-29 1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미가 살고있는 세상이 너무 무섭네요.
맞아요 맞아 우리 사피엔스종이 수많은 멸종을 야기 시켰죠
모르고도 하고 알고도 하고있고...
저도 요즘 읽고 있는 <사피엔스>에 온통 멸종에 대한 글이 가득합니다. 작가들이 하려는 말이 경각심을 가지고 올바르게 지금이라도 대처하자는 그런 말인거 같아요.

wall612 2023-04-30 11:43   좋아요 1 | 수정 | 삭제 | URL
만약 지미처럼 저 세계에 대화 상대도 없이 홀로 남겨졌다면 어떨지 생각만 해도 너무 끔찍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멸종되고 있는 수많은 동식물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겠지요? ^^
 
토지 9 - 3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9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 책제목 : 토지 9 (3부 1권)

◎ 지은이 : 박경리

◎ 펴낸곳 : 나남

◎ 2008년 1월 3일 17쇄, 451쪽

◎ 내 마음대로 별점 : ★★★★★

-'맘들을 합친께 돈에 무서븐 장사꾼도 돈 마다 하고 장시를 안 하는데… 돈보다도 나라가 있이야겄다 그거겄는데, 그렇지마는 저런다고 독립이 될까 몰라? 그러크름 생목심이 날아가고 조선 천지가 들고일어났어도 왜놈우 새끼들 어디 끄떡이나 해야 말이제?' (11쪽)

-추악합니다! 옛날의 그 도도하던 양반이 조준구 꼴이 된 것도 추악하구요. 상민은 천민이라 하여, 지배욕에 굶주린 상민은 그 불만을 천민 학대로써 쏟아내고… 언제 끝이 납니까. 학대하고 학대받고,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이런 세상이 말입니다!' (201쪽)

-허울만 남았구나., 서희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린다. 나비가 날아가버린 번데기, 나비가 날아가버린 빈 번데기, 긴 겨울을 견디었건만 승리의 찬란한 나비는 어디로 날아갔는가? 장엄하고 경이스러우며 피비린내가 풍기듯 격렬한 봄은 조수같이 사방에서 밀려오는데 서희는 자신이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지 않는가 하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실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어느 곳에도 없었다. (220쪽)

-무용지물은 무엇이냐, 꾸미는 거다. 사람이란 밥 세 끼 때문에 탐하지는 않아. 꾸미는 것이 욕망의 목표가 된다. 그렇게 되면 너도 나도, 허상을 향해 뛰고 싸우고 인성(人性)이 타락한다는 얘기야.(300쪽)

-야소쟁이는 서양놈 없고, 불교, 신식 천도교 그것들은 모두 일본을 업었고 유교하는 놈들은 또 대국을 업었고, 하여 그 자들은 신발 신고서 마른 자리만 찾아다니지 않았어야? 소용없당께로! 권문세가 자식놈들 먹물 들었다고, 제에기랄! 먹물만 들면은 대순가? ---(중략) 만세는 장꾼들이 불렀건만 애국자 감투는 유식한 놈들 차지, 안 그렇다 헐 자신 있으면 손들어보시더라고.(316쪽)

-서희는 생각했다. 최 참판댁 가문의 말로는 세 사람의 여자로 하여 난도질을 당한 것이라고. 윤씨는 불의의 자식을 낳았고 별당아씨는 시동생과 간통하여 달아났으며 서희자신은 하인과 혼인하여 두 아들을 낳았다. (333쪽)

-한숨쉬던 허기와의 싸움에서 허기지고 고독한 승리를 안고 오로지 목표였던 가문의 존속, 영광을 위해 돌아왔지만 막상 돌아와보니 서희에게는 사당문을 열고 조상에게 고할 말이 없었다. 성씨조차 알 길 없는 사내 김길상은 지금 이곳 민적에는 최길상으로 기재되었으며, 따라서 아들 둘은 최환국, 최윤국이다. 최서희는 김서희로. 기막힌 사연을 조상에게 무슨 말로 고하라는가. 그러나 두 아이는 여하튼 최 참판댁의 핏줄인 것이다. (334쪽)

"형아!"

"이놈아!"

가장 악랄한, 잔인무도한 악인이 선량하고 정직한 아우를 껴안고서 눈물을 흘린다. (429쪽)

거복(지금의 두수)가 한복을 만난 이 장면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았다. 그가 저지른 짓을 용서할 수는 없으나 형제애를 보건데, 그가 만일 그런 아비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 정도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때문이다. 아직은 나도 성선설을 믿고 싶은가보다.

조준구에게 오천 원이라는 거금을 던져주고 집을 되찾은 서희가 무기력해지고, 만세운동을 지나온 사람들도 무기력해진다. 도무지 갈 방향을 못 잡는 것이다. 커다란 목표 하나를 이뤘을 때의 마음이라 그럴 텐데 그래서 이들이 모두 안쓰럽다. 반면 길상은 어느 정도 자신의 길을 찾은 모양새다.

-의지로써 뛰어넘고 시련을 극복한 후에 오는 깊이, 의지의 깊이, 그것은 힘이었다. 그리고 포용할 수 있는 넓이였다. 평범한 대화에 격렬하지 않은 어조는 격렬한 감성, 추상적인 사고에서 빠져나온 그 두 가지의 융화, 현실과의 융화였던 것 같았다. 기름기 없이 바삭바삭해 보이는 얼굴에 가끔 지나가는 미소는 단순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368쪽)

두수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금녀가 죽음을 택했고, 용이는 아프다. 오래 살 것 같지 않은 그는 홍이에게 뒤늦은 사과를 하고 최 참판 댁으로 들어간다. 갈팡질팡하기로는 홍이도 못지 않으니 이제라도 제 못된 어미를 떠나 제 길을 찾았으면 좋겠다. 불쌍한 인생들이다.

-뭐라 기돌 하지요? 난 못 그래요! 참을 수가 없어요! 착한 사람이 될 수도 없구요. 지 어미를 짐승 보듯 하는데, 징그럽고 몸서리쳐지는데, 그러는 내가 밉고, 미워하는 나를 죽이고 싶고 불덩이같이 맘이 활활 타는데, 노상 그러는데 안녕하십니까 목사님, 안녕하십니까 장로님, 하면서 착하고 얌전하고 독실하게 인사를 할 수 있을까요? (2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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