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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0 - 3부 2권 ㅣ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10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 책제목 : 토지 10권
◎ 지은이 : 박경리
◎ 펴낸곳 : 나남
◎ 2008년 1월 3일 17쇄, 440쪽
◎ 내 마음대로 별점 : ★★★★★
-칠판에 피리어드를 찍을 때처럼 밤길의 구둣발 소리가 뇌신경을 물어뜯는 것만 같다. 침묵한 생도들의 눈길과 흡사하게 불켜진 길가 창문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다. (31쪽)
-"어이구, 명천의 하느님네! 기시요! 안 기시요! 금수라도 그러하까, 천하에 극악 무도한 놈들! 우찌 벼락도 없십네까?"
복동네가 앓는 소리를 냈다.
"벼락이 없기는 워찌 없다냐? 있어도 그놈의 벼락은 없는 놈의 지붕땅 모랭이만 친다는디, 흥." (193쪽)
-"앞뒤 재가면서 기어라 하면 기고 서라 하면 서고 눈물 흘리라 하면 흘리고… 눈 부릅뜨다가 뺨대기 하나 더 맞는 것이 얼마나 바보짓인가 그걸 깨달았소." "그래 그걸 깨달았이믄 좀 덜 억울할 기다. 잘난 말 몇 마디 하는 것, 그건 아무짝에도 못 쓴다. 바보 시늉, 미친 시늉 뭣이든 빠져나오는 게 젤이제. 싸움이란 그래야 이기는 법이거든. 감정 때문에 힘 빼는 것, 그것같이 어리석은 일은 없다., 앞으로 살아가자믄," (223쪽)
-새 것에 눈떴다는 사람들 역시 벼슬길 탐내기는 매일반이다. 더 음흉하게 돈버는 재주도 가지가지, 지주나 소작인은 접방 가라는 세상 아니가? 눈이 짓무르게 싸래기를 골라봐도 하루 품삯이 오 전 십 전, 아니믄 싸래기 됫박이나 얻어서 시레기죽이니 두만이가 뽐낼 만도 하지. 흥하기도 쉽고 망하기는 더욱 쉽고." (394쪽)
어떤 배우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악역을 할 땐 거기에 몰입되지 않게 노력을 많이 한다고. 안 그러면 눈빛마저 변해버려 자신을 잃어버리는 수가 있다고 말이다. 지금 내가 딱 그런 것 같다. 그들이 사는 그곳, 그 시대에 발이 묶여 오도가도 못하는 양 맥이 빠진다. 『반지의 제왕』 읽을 때 그랬던 것처럼 힘이 든다.
원치 않은 결혼을 해야 했던 명희, 홍이, 장이. 관동대지진을 겪고 가까스로 살아남아 고국으로 돌아온 이들,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광대까지 불러 옛일을 생각하며 흐뭇하던 순간 들이닥친 헌병들에게 붙잡혀가서 고초를 치러야 했던 이들. 그 와중에 상현의 딸을 낳고 혼자 몰래 기르고 있는 봉순 (기화)까지.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