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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1 - 3부 3권 ㅣ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11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 책제목 : 토지 11 (3부 3권)
◎ 지은이 : 박경리
◎ 펴낸곳 : 나남
◎ 2008년 1월 3일 17쇄, 448쪽
◎ 내 마음대로 별점 : ★★★★★
-내가 이군 자네한테 똑똑히 일러두고 접은 것은 너거들 식자가 물 위에 뜬 기름이 돼서는 안 되겄다, 그라고 너거들이 무식쟁이 농부 노동꾼들한테 멋을 주고 있다, 가리키고 있다는 생각부터 싹 도리내야 하고. 서로 주고받으믄서 운동을 하든 투쟁을 하든, 너거들만 주고 있는 기이 앙이다, 그 말인 기라. 너거들 목적이나 야심, 그기이 아무리 옳은 일이라캐도 무식꾼들 바지저고리 맨들믄은 천년 가도 그렇고 골백분 정권이 배끼도 달라지는 거는 없일 기다. (93쪽)
-농촌에서는 도방겉이 도둑이 없고 사람의 도리를 중히 여기며 인륜대사도 양반 못지 않게, 오히려 더 정성 딜이서 지키니 비록 까막눈이라도 성현의 말심을 잘 지키기론 농사꾼이 으뜸이제. 그러나 이렇기 어진 농사꾼들도 입에 풀칠하기가 어러버지믄은 사나분 늑대가 되는 것은, 그거야 부처님이 아닌께 당연한 일이고, 해서 미련한 위정자는 백성을 굶기지만 간교한 위정자는 굶어 안 죽을 만치 백성을 믹이는 기라. (95쪽)
위정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들이다.
-어둠 속에 묻혔던 인물 김환, 그의 죽음은 최 참판댁의 그 엄청난 비극의 종언을 뜻한다. 김환을 마지막으로 비극의 주인공들은 다 사라진 것이다. 최 참판댁의 영광, 최 참판댁의 오욕, 이제 최 참판댁의 상징은 재물로만 남았고, 호칭도 최 참판댁보다 최 부자댁으로 더 많이 불리게 되었다. 최서희의 집념은 창 없는 전사(戰士), 노 잃은 사공, 최 참판댁의 영광과 오욕과는 상관없이 단절된 채 아이들은 자라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의 존재만이 그들 가슴속의 신화(神話)요, 아버지의 존재로 하여 아이들 가슴속에는 민족과 조국에 대한 강렬한 의식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287쪽)
김환이 죽었다. 어이없을 정도로 허무하게.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더니만 끈질기게 괴롭히던 지삼만 때문에 감옥에서 목을 매달았다. 한 번쯤 그 힘을 보여주길 강쇠만큼 바랐던 나는 허탈해서 '이게 뭐야, 이런 죽음이 어딨어?'를 중얼거려야 했다. 또한 길상은 계명회 사건으로 검거되어 재판을 기다리고 있으니 뭐 하나 술술 풀리는 게 없다.
-아내가 있어도 걱정, 없어도 걱정, 내가 잘못하였나? 양씨네 그 청상을 데려올 걸 그랬나? 전문학교 출신이 아니니까 유식하지 않을 거구, 여학교는 나왔으니까 무식하지 않을 테고. 흠, 유식하지도 무식하지도 않은 여자라면, 나는 보모를 생각하는 걸까?---(중략) 안방으로 들어간 박 의사는 와이셔츠를 갈아입고 감색과 녹색, 갈색이 섞인 화려한 넥타이를 매면서 문득 생각한다. 문학이다, 음악이다, 예술이다, 그런 말을 하지 않는 유식한 여자는 아마도 최서희 그 사람일 거라고. (402쪽)
유식한 여자들은 하나같이 사는 게 쓸쓸하다. 사랑 없이 결혼한 명희도, 제 쪽에서 결혼을 놓아버린 선혜도, 성악가인 것을 자랑으로 삼는 홍성숙도 모두 불행하다. 배웠다는 것이 독이 되기도 하였으려니와 배움을 나눌 상대가 없어서 그렇기도 하지 않을까. 최서희를 마음에 담은 박 의사도 불행하고. 손등의 혹만 아니면 행복했을 소림도 가엾기는 매일반. 딸 아이를 최 참판댁에 맡겨 놓은 채 봉선이도 죽었다. 스스로 목숨을 버린 것이다. 불쌍타.
-병자만 목에 칼 걸어놓고 사는 건 아니잖소. 산다는 것은 목에다 칼 걸어놓은 거요. 사는 것 아니라니까요. (130쪽)
산다는 것은 목에다 칼 걸어놓은 거요..자꾸만 울리는 이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