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9 - 3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9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 책제목 : 토지 9 (3부 1권)

◎ 지은이 : 박경리

◎ 펴낸곳 : 나남

◎ 2008년 1월 3일 17쇄, 451쪽

◎ 내 마음대로 별점 : ★★★★★

-'맘들을 합친께 돈에 무서븐 장사꾼도 돈 마다 하고 장시를 안 하는데… 돈보다도 나라가 있이야겄다 그거겄는데, 그렇지마는 저런다고 독립이 될까 몰라? 그러크름 생목심이 날아가고 조선 천지가 들고일어났어도 왜놈우 새끼들 어디 끄떡이나 해야 말이제?' (11쪽)

-추악합니다! 옛날의 그 도도하던 양반이 조준구 꼴이 된 것도 추악하구요. 상민은 천민이라 하여, 지배욕에 굶주린 상민은 그 불만을 천민 학대로써 쏟아내고… 언제 끝이 납니까. 학대하고 학대받고,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이런 세상이 말입니다!' (201쪽)

-허울만 남았구나., 서희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린다. 나비가 날아가버린 번데기, 나비가 날아가버린 빈 번데기, 긴 겨울을 견디었건만 승리의 찬란한 나비는 어디로 날아갔는가? 장엄하고 경이스러우며 피비린내가 풍기듯 격렬한 봄은 조수같이 사방에서 밀려오는데 서희는 자신이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지 않는가 하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실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어느 곳에도 없었다. (220쪽)

-무용지물은 무엇이냐, 꾸미는 거다. 사람이란 밥 세 끼 때문에 탐하지는 않아. 꾸미는 것이 욕망의 목표가 된다. 그렇게 되면 너도 나도, 허상을 향해 뛰고 싸우고 인성(人性)이 타락한다는 얘기야.(300쪽)

-야소쟁이는 서양놈 없고, 불교, 신식 천도교 그것들은 모두 일본을 업었고 유교하는 놈들은 또 대국을 업었고, 하여 그 자들은 신발 신고서 마른 자리만 찾아다니지 않았어야? 소용없당께로! 권문세가 자식놈들 먹물 들었다고, 제에기랄! 먹물만 들면은 대순가? ---(중략) 만세는 장꾼들이 불렀건만 애국자 감투는 유식한 놈들 차지, 안 그렇다 헐 자신 있으면 손들어보시더라고.(316쪽)

-서희는 생각했다. 최 참판댁 가문의 말로는 세 사람의 여자로 하여 난도질을 당한 것이라고. 윤씨는 불의의 자식을 낳았고 별당아씨는 시동생과 간통하여 달아났으며 서희자신은 하인과 혼인하여 두 아들을 낳았다. (333쪽)

-한숨쉬던 허기와의 싸움에서 허기지고 고독한 승리를 안고 오로지 목표였던 가문의 존속, 영광을 위해 돌아왔지만 막상 돌아와보니 서희에게는 사당문을 열고 조상에게 고할 말이 없었다. 성씨조차 알 길 없는 사내 김길상은 지금 이곳 민적에는 최길상으로 기재되었으며, 따라서 아들 둘은 최환국, 최윤국이다. 최서희는 김서희로. 기막힌 사연을 조상에게 무슨 말로 고하라는가. 그러나 두 아이는 여하튼 최 참판댁의 핏줄인 것이다. (334쪽)

"형아!"

"이놈아!"

가장 악랄한, 잔인무도한 악인이 선량하고 정직한 아우를 껴안고서 눈물을 흘린다. (429쪽)

거복(지금의 두수)가 한복을 만난 이 장면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았다. 그가 저지른 짓을 용서할 수는 없으나 형제애를 보건데, 그가 만일 그런 아비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 정도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때문이다. 아직은 나도 성선설을 믿고 싶은가보다.

조준구에게 오천 원이라는 거금을 던져주고 집을 되찾은 서희가 무기력해지고, 만세운동을 지나온 사람들도 무기력해진다. 도무지 갈 방향을 못 잡는 것이다. 커다란 목표 하나를 이뤘을 때의 마음이라 그럴 텐데 그래서 이들이 모두 안쓰럽다. 반면 길상은 어느 정도 자신의 길을 찾은 모양새다.

-의지로써 뛰어넘고 시련을 극복한 후에 오는 깊이, 의지의 깊이, 그것은 힘이었다. 그리고 포용할 수 있는 넓이였다. 평범한 대화에 격렬하지 않은 어조는 격렬한 감성, 추상적인 사고에서 빠져나온 그 두 가지의 융화, 현실과의 융화였던 것 같았다. 기름기 없이 바삭바삭해 보이는 얼굴에 가끔 지나가는 미소는 단순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368쪽)

두수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금녀가 죽음을 택했고, 용이는 아프다. 오래 살 것 같지 않은 그는 홍이에게 뒤늦은 사과를 하고 최 참판 댁으로 들어간다. 갈팡질팡하기로는 홍이도 못지 않으니 이제라도 제 못된 어미를 떠나 제 길을 찾았으면 좋겠다. 불쌍한 인생들이다.

-뭐라 기돌 하지요? 난 못 그래요! 참을 수가 없어요! 착한 사람이 될 수도 없구요. 지 어미를 짐승 보듯 하는데, 징그럽고 몸서리쳐지는데, 그러는 내가 밉고, 미워하는 나를 죽이고 싶고 불덩이같이 맘이 활활 타는데, 노상 그러는데 안녕하십니까 목사님, 안녕하십니까 장로님, 하면서 착하고 얌전하고 독실하게 인사를 할 수 있을까요? (2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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