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제목 : 몬테크리스토백작
◎ 지은이 : 알렉상드르 뒤마
◎ 옮긴이 : 오증자
◎ 펴낸곳 : 민음사
◎ 1권 : 2002년 11월 15일, 1판 8쇄, 430쪽 2권 : 2002년 11월 5일, 1판 6쇄, 453쪽
3권 : 2002년 12월 10일, 1판 7쇄, 474쪽 4권 : 2002년 11월 5일, 1판 6쇄, 462쪽
5권 : 2002년 7월 30일, 1판 5쇄, 464쪽
◎ 내 마음대로 별점 : ★★★★★
다락방에 있던 아버지의 세계문학 전집이 나를 본격적인 독서로 이끌었음을 여러 번 밝힌 바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추억이 깃든 책이 바로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다. 파란색 표지의 그 책들은 출판사도 가물가물하지만, 2단 세로쓰기로 되어 있던 것만은 기억한다. 여백도 없이 빽빽했던 3권짜리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을 아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 열기는 방학내내 결코 식지 않았고 결국 그 흥분을 함께 나눌 상대로 나는 국어선생님을 선택했다.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교사 특유의 열성을 간직한, 보글보글 지진 머리카락이 호호아줌마를 연상시키는, 웃는 모습이 푸근한 선생님이었는데, 다짜고짜 '모렐 선주님께, 저는 1학년 진반 아무개올시다. 어쩌고저쩌고 그래서 그건 이렇고 저건 저랬는데요. ...에드몽 당테스 올림' 으로 끝나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낯뜨거운 짓이구만.
어쨌든 답장이 오지 않은 채 2학기가 시작된 첫 국어시간. 내 얼굴을 기억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수업시간 내내 (제일 좋아하는 국어시간인데도!) 고개를 숙인 채 선생님 눈을 피했다. 그런 편지를 보낸 나를 원망하면서. 종이 울리고 출석부를 챙겨나가던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르셨다. "따라 와." 덜덜 떨며 교무실까지 따라 갔더니 책상 위에서 흰 봉투를 건네주신다. "학교로 온 편지를 너무 늦게 받았어. 답장이야. 감동이었어."
그후로 그 선생님과 나는 졸업할 때까지, 그리고 선생님이 결혼하고 아이 엄마가 된 후로도 편지를 주고 받았는데 사는 게 바빠 흐지부지되고는 연락처도, 주소도 다 잃어버리고 말았다. 모렐 선주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그러니, 알렉상드르 뒤마 탄생 200주년 기념 완역 출간이라는데 안 사고 배길 수가 있나. 그렇게 이 책들이 내게 온 건 2003년 1월이다. 그때도 신이 나서 다시 읽어보고 책장 속에 20년을 자고 있었는데 '열다, 책방'에서 5월 벽돌책깨기로 이 책을 한다는 소식이 들렸고 반가운 마음에 신청했다. 1주일에 한 권씩 읽는 여정으로 수요일과 일요일에 인증을 해야 하건만 이틀 만에 다 읽어버렸다. 어쩌면 좋지?
알렉상드르 뒤마는 우리를 매혹하고 유혹하며 흥미를 갖게하고 재미있게 하고 뭔가를 가르쳐줍니다. 그토록 다양하고, 살아 있으며 매혹적이며, 강렬한 그의 작품들에서 프랑스만의 고유한 빛이 생겨납니다. 드라마의 가장 감동적인 감정들, 희극의 모든 아이러니들과 모든 깊이들, 역사의 모든 직관들이 이 광대하고 민첩한 건축가가 지은 놀라운 작품 속에 들어 있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어둠도 신비스러움도 파묻혀 있는 불가사의도 혼미스러움도 없습니다. 단테와 같은 것은 없지만 볼테르나 몰리에르적인 것은 모두 다 들어 있습니다. 곳곳에 찬란한 빛과 정오의 태양과 같은 밝음이 있습니다. 그의 작품이 지니는 장점들은 너무나 많아서 셀 수조차 없습니다. 40년 동안 이 정신은 기적처럼 음미되었습니다. 그에게는 그 어떤 것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6쪽, 빅토르 위고가 뒤마2세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위고의 말이 내 말이라니까! 다섯 권, 220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이야기는 의외로 간단하다. 파라옹 호의 일등항해사인 에드몽 당테스는 갑작스런 선장의 죽음으로 차기 선장으로 지목된다. 행복함에 들떠 늙은 아버지를 모시고 예쁜 메르세데스와 결혼을 하려던 그 순간 그를 시기한 회계사 당글라르와, 메르세데스를 사모했던 페르낭, 그 둘의 음모를 알고 있었으면서 말리지 않았던 카드루스, 자신의 출세를 위해 에드몽을 모른 척한 검사 빌포르에 의해 이프 성에 14년간 갇히는 신세가 된다.
모든 희망을 버렸을 때 탈출을 위해 굴을 파내던 파리아 신부와 우연히 만나 그의 지식을 전수받고 그가 갑자기 병으로 죽자 시체를 싸는 자루 속에 대신 들어가 탈출에 성공한다. 그리고 파리아 신부가 손에 넣게 된 몬테크리스토 섬의 보물을 찾아 그의 인생을 망가뜨린 이들에게 처절한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헌데 이 복수라는 게 요즘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모범택시>를 보는 것처럼 무척이나 통쾌하거니와, 모렐 선주네를 향한 사랑과 우정은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따뜻해서 눈물 펑펑. 이렇게 긴 글이 가독성이 엄청나게 좋다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