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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사는 황량했다.

나무들이 모두 타버린 자리에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하는 어린 나무들과 아직 푸르게 돋아나지 못한 풀들 사이

누렇게 말라버린 지난 해 풀들은  거칠게 부는 바람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화마로 인한 손실을 다 메우지 못한 탓에 군데군데 공사현장이 되어버려

사람들 발길이 많이 닿는데도 불구하고 썰렁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해수관음상만 큰 키에 자상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계실 뿐 그 넓은 절 안 어디에서도

안정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나마 한 구석 따뜻한 온기를 조금이나마 만날 수 있었던 건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국적도 불문하고, 종교도 불문한 여러 사람들의 바람이

한데 뭉쳐 훈훈한 온기를 뿜어내는 기와불사하는 장소였다.

저 기와들이 낙산사 지붕을 잇는 데 쓰이면 따뜻함도 함께 올라가

그게 보호색이 되어 또다른 나쁜 일이 생길 지라도 거뜬히 견뎌낼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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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가네'는 요즘 들어 내가 자주 찾는 곳이 되었다.

꼼장어구이가 전문인데, 쭈꾸미도 일품이다.

사실, 내가 처음부터 이런 음식들에 열을 올린 건 아니다. 먹기 시작한 건 한 2년 전부터?

친구들의 강압에 못 이겨 입속에 한 개 두 개 밀어넣다보니

먹을 수록 고소한 데다가 오돌오돌 씹히는 맛과, 함께 나오는 부추양념장이 어우러져

상큼한 향을 내는 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입맛 까다로워서 다른 집 김치를 입에도 안 대고 수학여행 내내 쫄쫄 굶어

입가에 허옇게 버즘까지 피었더라는 엄마의 제언이 아니어도

나 스스로 아무 음식에나 덥석덥석 젓가락을 집어 넣지 못하는 비위 약한 중생이었음을 고백한다.

그러던 것이 이제 세월이 좀 지났다고 아줌마스러워져서

징그럽게 생긴 외모와 구울 때 삐질삐질 비어져 나오는 내장이 속을 머슥하게 만들던 건

다 잊어버리고 내가 먼저 먹으러 가자고 친구들을 끌어당길 지경이 되었으니

사람은 참 변화하기 좋아하는 종족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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