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철원은 추웠다.
비가 오락가락해서 우산을 쓰다가 접었다가..그리고 잃어버렸다.
틀림없이 백마고지 어디 쯤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내려놓았다가 두고 온 것 같은데
워낙 우산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어서 그런가 별로 아쉽지는 않은 걸 보면
나도 물질적인 풍요 때문에 물건 챙기기가 생활화되었던 옛날 일을 잊은 거다.
그래도 사진은 그대로 남아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저녁 어스름이 내려 앉으려는 시간 때문인지 사람들이 별로 없는 고석정에
우리들이 우르르 몰려 갔을 때 이상권 선생님이 물수제비 뜨기 시범을 보여주셨다.
다섯 번이나 통통통 튀는 돌멩이가 얼마나 날렵해뵈던지
다들 돌멩이 한 개씩 들고 따라해봤지만 물에 닿자마자 바로 잠수를 감행하는 바람에
여기저기 웃음만 터졌지만 덕분에 아이들이 되어 다들 신나는 유희를 즐길 수 있었다.
<똥이 어디로 갔을까>를 읽을 때 느꼈던 이상권 선생님은 굉장히 쾌활하고
사람들하고 섞여 있는 일을 즐겨하실 것 같았는데,
실제로 뵌 선생님은 조용하고 수줍음도 많으시지만 이야기를 구수하게 잘 하시고
은근히 재미있는 분이셨다.
정면에서 찍은 사진보다 이 사진이 마음에 든다.
다음에 또 뵙게 되면 이 사진을 건네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