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을 읽는 이유 - 기시미 이치로의 행복해지는 책 읽기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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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기시미 이치로이다. 이름만 들어서는 누군지 잘 모를 것이다. 하지만,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라고 하면 책에 대한 관심이 있던 사람에게 낯설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미움받을 용기>를 읽었는데, 지금은 내용 자체가 잘 기억이 안난다. 아들러 심리학 기반으로 질문과 대답 형식으로 서술한 책인거 같다.


요즘 일본 저자들의 책은 잘 안 읽는다. 특히 자기 계발, 처세술 관련 책들은 책을 팔기 위해 기획되었다는 생각을 품게 만든다. 내용도 별로다. 


이 책을 선택해서 읽은 이유는 저자 때문은 아니다. 

한국의 9월은 정말 아름답다. 청명한 하늘과 시원한 바람, 가장 좋은 날씨를 품은 추석도 있다. 책을 읽기에, 운동을 하기에, 놀기에도 너무 좋은 계절이 바로 한국의 가을이고, 그 중에 9월이 최고이다. 

그런데, 막상 9월이 되니 책을 안 읽게 되었다. 잊을만 하면 찾아오는 책의 무용론, 책을 읽어서 뭐하냐는 생각과 함께 독서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내가 주로 하는 독서에 대한 흥미를 찾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가 독서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이다. 이제 적지 않은 독서 관련 책을 읽었기 때문에 대충 패턴도 보이고, 왠만한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내가 아는 지식은 불완전함 그 자체이고, 어느 책에서도 도움 받을 만한 내용은 분명히 있다.


철학이 추상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추상'이란 말의 의미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철학은 구체적 학문이다. 구체적이란 온갖 조건을 더해 생각한다는 뜻이다. 

다른 학문은 곁가지는 버리고 필요한 조건만 추려내어 고찰한다. 전선에 다섯 마리의 참새가 앉아 있다. 그중 두 마리를 쏴서 떨어뜨리면 몇 마리의 참새가 남을까? 이런 류의 산수 문제에는 참새가 사냥꾼이 쏜 총소리에 놀라 달아난다는 조건은 더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산수 문제라면 세 마리가 정답이지만, 실제로는 전선에 참새가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모든 조건을 더해 사고한다는 의미에서 철학을 구체적 학문이라고 말한 것이다. (P.161)


철학과 다른 학문의 차이를 이렇게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두꺼운 책을 읽을 때는 남은 쪽수가 점점 줄어드는 기쁨을 느낄 수가 있다. 다 읽어가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책을 받치고 있는 오른손과 왼손에 가해지는 무게감이 달라진다. 전자책에서는 그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조금만 더 읽으면 된다는 쾌감을 느낄 수 없을뿐더러 쪽수 대신 몇 퍼센트 남았다는 표시가 되어 있긴 하나 단숨에 책을 읽어나간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P.177)


전자책과 종이책의 장단점을 비교한 책은 정말 많다. 독서론에 대한 책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이다. 나는 종이책의 질감과 냄새, 촉감을 좋아한다. 차디찬 전자기기를 만지는 것보다 따뜻한 종이를 만지는 느낌이 좋다. 물론, 스마트폰이나 랩탑 때문에 종이 메모장이나 수첩을 쓰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책만은 남겨 놓고 싶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한 남은 쪽수를 알 수 있다는 종이책의 장점에 격하게 공감한다. 


무언가를 배울 때뿐 아니라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이상적인 모습에서 점수를 하나하나씩 깎는 감점법이 아닌 현재를 0이라고 하고 점수를 하나하나 더하는 가산법으로 매길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이것도 저것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해서 한탄하지도 않고, 자신의 가치를 뭔가 할 수 있는 것에서 찾지도 않는다.

더욱이 이제 다른 사람과의 경쟁할 필요가 없어서 새로운 단어를 하나라도 외울 수 있고, 몸을 조금이나마 자유롭게 움직이거나 헤엄칠 수 있게 되면 그것 자체가 기쁨이 된다. 그러면 인생은 더욱 풍요로워진다. (P.257)


은퇴 후 제 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은퇴하면 더 이상 자신이 그동안 잘하고 있던 것이 소용 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은퇴하고 나서도 계속 하던 일을 이어서 할 수 있다면 정말 멋지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많아진 시간, 줄어든 돈, 외로워진 삶 속에서 자신을 지탱하고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원어로 읽는다고 해서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많은 언어를 배워서 더 많은 책을 읽었을지도 모를  그 시간을 빼앗겼다기보다는 천천히 세밀하게 읽을 수 있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 책을 볼 때 몇 쪽을 읽었는지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듯이,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번역하는 것도 독서를 효율이라는 관점에서 보지 않았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P.269)


요즘 코로나 때문에 해외 출장 기회가 없다. 예전에는 미국에 출장 갈 일이 종종 있어서 갈 때마다 원서를 3~4권씩 사왔다. 외국에서 서점을 돌아다니는 시간을 관광으로 생각했다. 항상 사올 때마다 꼭 읽어야지 생각했지만, 수십 권 중에서 읽은 책은 달랑 두 권 뿐이다. 읽다 보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 한 달에 몇 권 읽어야지 목표 세우면 원서에는 손이 가지 않는다.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독서에 대한 독서 수립은 양날의 검이다. 독서에 대한 관심을 지속시키는 장점이 있지만, 연말로 다가갈수록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분량이 얼마 안되는 책을 고른다는 단점이 있다. 답은 없는 거 같다. 각자 자신의 스타일에 맞추면 되지 않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한 독서이다. 


주변 나라는 홍수, 지진, 폭우 등으로 고생중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정말 이보다 더 날씨가 좋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야 하니 책 한 권 들고 근처 공원에 가서 읽으면 좋겠다. 


2021.09.19 Ex. Libris HJK

책을 읽는 것은 자신의 생활 방식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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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 전투 - 히틀러와 스탈린이 만든 사상 최악의 전쟁
안토니 비버 지음, 조윤정 옮김 / 다른세상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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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현재 우크라이나 서쪽, 러시아 남쪽에 흑해와 카스피 해 사이에 위치한 지역이 있다. 카프카스로 불리는 지역인데, 2차 세계대전 당시 유전지대로 유명한 곳이었다고 한다. 

카스피 해에 위치한 바쿠라는 곳을 통해 미군의 많은 전쟁 물자가 소련에게 전달되었고, 흑해를 거쳐 지중해로 갈 수 있는 바닷길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전략적 위치로 평가받는 세바스토폴도 있다. 


히틀러는 모스크바를 함락하기 어려워지자 갑자기 우크라이나를 거쳐 카프카스로 진군하는 것을 선택한다. 석유를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남동쪽으로만 이렇게 깊이 들어가는 것이 맞았는지 잘 모르겠다. 이때쯤이면 이미 독일군의 전력은 많이 약해졌고, 충분한 식량, 의복, 무기 보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였다. 독일의 공업 생산력이 소련보다 뒤처지고 있었고, 미국의 엄청난 보급을 독일이 따라잡을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힘든 여건에도 독일 국방군은 돈 강을 넘어 볼가강까지 이르렀고, 이곳의 관문인 스탈린그라드를 함락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현재의 불고그라드라고 불리는 스탈린그라드는 당시 소련의 공업지역이었고, 소련 독재자 스탈린의 이름을 딴 유명한 도시였다. 

히틀러는 스탈린의 이름을 딴 이 도시를 함락해서 카프카스 지역을 확실히 점령하고, 볼가강을 넘어서 진군할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반면에 스탈린은 자신의 이름을 딴 이 도시만큼은 절대 빼앗길 수 없었다. 결국, 히틀러와 스탈린의 자존심 싸움이 2차 세계 대전 전투에서 가장 유명한 전투 중의 하나인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만들었다. 


독일군은 쉽게 함락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뜻밖의 저항에 마주쳤다. 기갑사단을 주축으로 하는 기갑 군의 빠른 전개 속도와 기동전이 독일군의 장점이었는데, 스탈린그라드라는 거대한 도시의 시가전에서 장점을 살릴 수 없었다. 더구나 스탈린그라드는 도시 동쪽으로 볼가강을 접하고 있는데, 볼가강의 동안을 점령하지 못하면, 볼가강을 통한 소련군의 지속적인 투입을 막을 수 없었다. 

빠른 시간 안에 스탈린그라드를 점령하고, 볼가강 동안을 통한 소련군 지원을 막으려는 독일군은 소련 제62군의 치열한 저항에 부딪혔고, 소모전인 시가전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충분한 기갑전력이 있었다면 우회해서 볼가강 동안을 점령해서 스탈린그라드를 완전히 포위할 수 있었지만, 독일군은 그럴만한 힘이 없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극동지역에서 일본군을 박살 낸 시베리아 주둔군 정예부대가 이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소련은 일본과 불가침 조약을 맺어서 후방을 안전하게 만들고, 독일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러일전쟁 승리로 소련을 우습게 봤던 일본은 소련에게 박살이 나고, 자원이 풍족한 동남아시아로 침공을 했다. 독일 침공 당시 재빠르게 소련 동쪽 깊숙하게 이동시킨 군수 공장에서는 많은 전쟁 물자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안토니 비버는 전쟁의 참상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전투에 대한 묘사와 각 군대의 공격 방향, 전투 전개 및 양상 등에 대한 설명도 좋지만, 무엇보다 소련군, 독일군 병사들의 심리 상태, 그들이 처한 상황, 민간들의 희생, 2 명의 미친 독재자로 인한 엄청난 전쟁의 피해를 묘사했고, 이 책을 읽고 난 후 전쟁은 다시는 일어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탈린그라드와 그 주변 지역의 전투에서만 독일군 약 50만 명, 소련군 약 48만 명이 죽었다. 민간인은 얼마나 많이 죽었을까? 히틀러 때문에 끝까지 항복을 안 하고, 스탈린그라드에서 버티었던 독일 제6군은 루마니아군과 함께 약 19만 명이 포로로 잡혔는데, 종전때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얼마 안 되었다고 한다.  


히틀러의 무능함으로 인한 전략적 판단 미스와 미친 광기, 우둔한 고집이 스탈린그라드에서 최고 절정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소련군이 스탈린그라드를 포위하는 작전을 진행 중이었을 때 독일 제6군은 남쪽으로 탈출해서 호크의 제4기갑 군과 조우한 후 서쪽 우크라이나로 탈출할 시간은 있었다. 하지만, 히틀러는 무조건 스탈린그라드를 지키라고 했고, 승세가 기울었을 때 스탈린그라드에서 끝까지 싸우다 죽은 독일 장병들을 영웅으로 만들어서 독일 국민들의 애국심을 일깨우는 수단으로 활용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새롭게 제6군을 창설할 생각이었다고 하니 정말 미치지 않고 할 수 없는 생각이다. 


구데리안, 롬멜, 만슈타인(비겁하지만, 능력은 좋은), 호크 등의 능력 있는 장군을 멀리하고, 그들의 의견을 무시했던 히틀러에 비해 스탈린은 주코프라는 걸출한 장군의 말을 경청하고 따랐다는 점에서 둘 다 미쳤지만, 차이는 분명히 있다.  


구데리안 자서전과 독일 진격전 책을 읽으면서 독일군의 프랑스 침공에 대한 역사를 알았고, 롬멜 자서전을 읽으면서 북아프리카 전선에서의 독일군 전쟁사를 알았고, 이번 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 전투 책을 읽으면서 소련에서의 독일군의 가장 큰 패배를 알게 되었다. 

이제 다음은 히틀러의 마지막 미친 짓인 1944 아르헨 대공세를 읽을 예정이다. 


독일군의 흥망성쇠를 통해 역사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과 한 인간의 광기와 대중의 무비판적인 복종이 함께 한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무섭게 변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것이 겸허한 마음으로 역사를 접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2021.09.08 Ex. Libris


1941년 6월 21일 토요일 아침은 완벽한 여름날을 예고했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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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랜드
제시카 브루더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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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랜드를 알게 된 것은 유투브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감독인 클로이 자오가 2021년 노마드랜드라는 영화를 감독해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 중국에서는 기쁜 뉴스가 떠들썩했지만, 몇년 전에 클로이 자오가 중국을 비판하는 내용의 인터뷰를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중국의 네티즌과 언론으로부터 비난을 엄청 받았다. 

언제나 어디에서나 중국스럽다는 말은 통하는 거 같다. 오로지 자기들만 알고, 남을 무시하고, 혼자 잘난 맛에 산다고 생각한다. 해외에서 중국인을 보면 일단 기피한다. 선입견은 잘못이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직접 해외에서 겪어본 중국인들의 사고 방식과 행동으로 판단했을 뿐이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저자가 약 3년 동안 노마드들과 함께 생활을 하면서 그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쓴 글이다. 아마 이 책에 나온 어느 누군가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직 영화 노마드랜드를 보지 못했는데, 넷플릭스에 올라오면 좋겠다.

노마드는 유랑민이라는 뜻이다.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생활하는 무리라는 뜻인데, 요즘 세상에서 이렇게 사는 것이 가능할 지 모르겠다. 세금도 안 내면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살 수 있는 땅이 있을까?

현재의 체제에 속하지 않고, 자유로운 인생을 꿈꾸면서 자연과 함께 살 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노마드는 교수, 기술자, 선생, 직장인으로 한 평생 살아온 사람들이 집을 빼앗기고, 거리로 내몰려서 어쩔 수 없이 RV 차량이나 벤, 심지어 자가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빚을 내고 집을 샀다가 집값이 하락하면서 집에서 쫓겨난 사람들, 부부간의 갈등으로 이혼하면서 복잡한 재산 다툼으로 인해 집이 없어진 사람들, 은퇴 후 집을 유지할만한 재정이 없어서 거리로 자발적으로 나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을 홈리스가 아니고, 하우스리스라고 부른다. 단지 물리적인 집이 없을 뿐이라고 한다. 

노마드 공동체를 꾸리고, 서로 도와주며, 자연과 함께 자유롭운 삶을 사는 긍정적인 모습도 있지만, 어떻게든 돈을 벌기 위해 아마존 택배 센터, 사탕무 수확, 국립 공원, 놀이동산 등에서 시간당 10달러가 안되는 돈을 받아가며 힘든 단기간 계약직 노동자로 살아야 한다. 그리고, 자연이 아름다운 곳은 이미 국가에서 관리하거나 식수, 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장소는 소유자가 있고, 일반 주택가 근처는 그들을 기피하는 사람들 때문에 결국 그들은 사막이나 황량한 곳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어떤 결론이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경제 시스템에서 벗어나고, 소외된 사람들이 어떻게든 인생을 꾸려가기 위한 노력을 서술할 뿐이다.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은 사실 어려운 문제이다. 고용 시장이 안정되고, 시간당 금여를 높이고, 사회 복지 시스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땅이 넓고, 기름이 비교적 싸기 때문에 자동차를 이용한 유랑 생활이 어느 정도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노마드들이 갈 수 있는 곳이 갈수록 줄어들고, 그들의 규모가 커질 수록 견제와 감시, 사회적 비난도 커질 것이다. 

미국에 비해 한국은 땅이 좁고, 땅 크기에 비해 인구수도 많고, 자동차를 주차할 곳을 찾기가 힘들다. 대규모 공장이나 농장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 계약직도 많지 않다. 또한, 산도 많다. 미국하고 사정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집이 없어 내몰린 사람들은 더 열악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복지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해볼만 하다. 하지만, 사회 복지 시스템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빚을 내서 집을 사더라도 빨리 빚을 갚고, 노년에도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뿐이다. 연금과 복지 수당 등이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생계를 유지하는데, 부족할 것이다. 소비를 줄이고, 검소하게 노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큰 집이 필요없다. 이제 대가족이 한 집에 사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사회 복지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고, 우리가 내는 세금을 허튼 곳에 쓰지 말고, 자산 규모에 맞게 형평성 있게 세금을 책정하는 방법 등도 고민되어야 한다. 지구를 보호하고, 빈부 격차를 줄이고, 부정 부패를 없애기 위해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늦기 전에.


2021.08.06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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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미래 -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 변화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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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나이가 들다 보니 아파트보다 개인주택으로 이사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조그만 마당이 있고, 집 앞에 주차를 할 수 있고, 내 마음대로 공간을 구성하고, 목적에 맞게 구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하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내용은 다소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다. 하지만, 꽤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지금까지 몰랐던 공간의 구성, 목적을 가지고 공간을 의도적으로 구성한다는 내용이 재미있었다. 작가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고, 미처 잘 몰랐던 사항을 알게 되는 기쁨을 누렸다.


나는 30층 아파트에 살고 있다. 베란다 확장 공사를 했기 때문에 거실은 넓어졌지만, 집은 철저하게 외부와 끊어져 있다. 늘어나는 삶의 짐들을 어디에 놓을까 고민하면서 가족 간의 갈등도 커진다. 버릴까 말까로 의견 대립을 지속한다. 더 넓은 평수로 이사를 간다고 해도 평수에 맞게 더 짐이 많아질 뿐이다. 

저자는 단지 내 정원이 많은 것보다 베란다를 좀 더 확장해서 나만의 조그만 정원을 가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아파트를 제안한다. 공감한다. 삶의 짐을 줄이고,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저자는 건축 사무소를 운영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사회적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르다. 책을 읽으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집을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내가 살아가는 집을 아끼고, 가꾸고 싶다. 하지만, 아파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정해진 공간에 인테리어만 계속 바꿀 뿐, 집과 함께 하는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 

<나는 자연인이다.>, <구해줘 홈즈> 등을 찾아서 본다. 용기가 안 나니 대리만족이다.    


마스크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은 동양과 서양이 다르다. 동양인인 우리는 휴대폰에서 웃는 얼굴을 표현할 때 'AA'로 웃는 눈을 표기한다. 반면에 서양에서는 ':)'로 웃는 입을 표기한다. 동양은 눈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서양은 입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인간의 얼굴 근육에서 의지로 조정이 불가능한 근육이 눈 주변의 근육이라고 한다. 입은 의식적으로 웃는 표정을 지을 수 있지만 눈은 가짜로 속이기 어렵다. 그래서 미인 선발 대회에서 긴장한 참가자들이 계속 웃고 있는 모습이 어색해 보일 때가 있는 것이다. 눈으로는 웃지 않는데 입으로만 웃기 때문이다. 동양이 눈을 보는 이유는 집단 노동을 해야 하는 벼농사 지역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의 감정 조율의 필요성이 개인 노동 중심의 밀 농사 지역보다 더컸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벼농사 지역은 생활 공간에서 사람 간의 거리가 가깝고 감정 파악도 중요하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가까이에서 눈 주변의 근육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발전했을 것이다. (P.141)


보통 책상 위에 놓인 랩톱 컴퓨터에 달린 카메라로 찍으면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것처럼 촬영된다. 이럴 때 나의 모습은 못생겨 보이지만 다른 사람을 내려다보는 시선이 된다. 의도치 않게 권력자의 거만한 표정이 된다. 겸손하게 보이고 싶다면 책을 쌓아 놓고 그 위에 랩톱 컴퓨터를 올려놓고 화상회의 할 것을 추천한다. (P.148)


일자리  구성 때문에 대도시로 인구가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 일자리의 55퍼센트는 사무직이다. 이들 중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 자리들은 자신의 업무를 디지털화할 수 있는 일자리이다. 이런 업무의 디지털화가 가능한 일자리는 향후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인공지능 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재택근무 가능한 일자리는 줄어들고 대신 인간이 인간에게 서비스하는 일자리가 살아남거나 늘어날 것이다. 간호, 미용, 아기 돌보기, 고급 레스토랑 서빙 같은 서비스업 은 아직 로봇으로 대체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에게 서비스하는 일자리는 어디에 있을까? 사람이 많은 곳에 있다. 도 시에 더 많은 일자리의 기회가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텔레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발달하고 자율 주행 자동차가 나오면 부자들은 교외로 나같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지만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은 오히려 더 도시로 모여들 것이다. 일을 안 해도 되는 부자들은 교외에서 살까? 이들은 누군가에게 서빙을 받고 싶어 하고 여러 가지 문화 시설을 누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교외에 엄청난 저택과 많은 일꾼을 고용하고 있는 정도의 사람이 아니라면 아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도시에 살고 가끔씩 교외로 나가는 삶의 형식을 취할 것 이다. 따라서 향후 도시는 인구와 밀도가 성장하면서도 전염병에 강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P.169)


이러한 모습을 극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다. 영화 속 가난한 주인공들은 비좁은 반지하 집에서 인터넷에 연결되기 위해 인터넷 와이파이를 찾아서 헤맨다. 현실 속 오프라인 공간이 열악한 이들은 온라인 공간으로의 접속이 절실하다. 반면 부자 주인공의 집에는 거실에 TV도 없다. 대신 햇볕이 잘 드는 마당을 바라볼 수 있게 소파가 놓여 있다. 이 집에서는 쉴 때도 TV를 보는 대신 마당에서 햇볕을 받으면서 책을 읽는다. 초등학생 어린이도 스마트폰으로 놀지 않고 마당에 텐트를 치고 논다. 부자의 공간에서는 미디어에 대한 의존이 없고 인터넷 공간이 필요 없다. 양질의 오프라인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이러한 공간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 정부는 일반시민 누구나 공짜로 누릴 수 있는 양질의 오프라인 공간이 도시의 1층면 곳곳에 배치되도록 도시 공간 구조를 리모델링해야 한다. (P.247) 


줄 서서 들어가는 맛집에 사람들이 더 모이는 이유는 뭘까? 모든 사람은 태어남과 동시에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다.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길수록 공간적인 자유는 늘어난다. 더 큰 집을 갖게 되고, 더 다양한 여행지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제한적이다. 맛집에 가려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을 써야 한다. 회장님은 큰 집과 요트는 가질 수 있어도, 맛집에서 먹으려면 남들과 똑같이 줄을 서야 한다. 그런데 그분들은 그럴 시간이 없다. 그런데 돈은 부족해도 시간이 많은 사람은 그 시간을 사용해 특별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진으로 인터넷 SNS 공간에 회장님은 만들 수 없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 (P.253)


집값이 폭등하고 은행 대출 없이 집을 사야 하는 세상이 되면 두 집단은 좋아한다. 바로 대자본가와 정치가들이다. 빈부 격차가 커질수 록 자본가는 자본의 집중을 얻게 되고, 정치가는 집을 소유할 수 없어서 임대 주택을 구걸하는 표밭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악당을 잡으면 세상이 좋아진다고 믿지만 실제로 세상에는 악당과 그 악당을 손가락질하면서 그 상황을 통해서 자신의 권력과 이익을 챙기는 위선자가 있음을 알아야 한댜 악당과 위선자 사이에서 국민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기적인 인간이 만드는 사회에서 권력은 쪼개서  나눠 가질수록 정의에 가까워진다. 돈은 권력이다. 따라서 부동산 자산은 권력이다. 부동산이 정부나 대자본가에 집중되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나누어서 소유할 수 있는 사회가 더 정의로운 사회다. 내 아이를 위해서 거대 권력을 가진 정치가나 기업가가 착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부동산 자산이 나누어진 사회를 만들어 물려주고 싶다. (P.279)


2021.07.31 Ex. Libris


전염병은 공간을 바꾸고, 공간은 사회를 바꾼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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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룸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7
마이클 코널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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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로 3박 4일 휴가를 다녀왔다. 코로나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지만, 이미 오래전에 예약을 했고, 이번에 아니면 가족과 함께 휴가 갈 시간이 없어서 제주도로 떠났다. 각 방문 장소마다 QR 체크인을 했고,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녔는데, 정말 한국 사람들 대단한 것이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제주안심코드 앱을 설치했는데, QR 성능이 정말 대단하다. 


이번 휴가와 함께 떠난 책은 마이클 코널리의 <버닝 룸>이다. 마이클 코널리가 쓴 책 중에 내가 읽은 책은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다섯 번째 증인> 이다. 이 책들은 변호사 미키 할러가 주인공이다. 법정에서 다투는 과정을 간결하고, 재미있게 쓴 소설이다. 강추하는 소설들이다. 이번에 읽은 <버닝 룸>은 형사 해리 보슈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 중 가장 최신작이다. 이전에 보슈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소설이 자그마치 16권이고, 이번이 17번째 소설이다. 

증거 수집, 탐문 수사, 용의자 추적 등 장기간 동안 해결하지 못한 미제 사건들을 조사하는 과정을 재미있게 묘사했다. 마이클 코널리의 빠른 전개와 간결한 묘사는 소설의 몰입감을 높인다. 하지만, 해리 보슈보다 미키 할러가 더 좋았다. 미키 할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최신작 <배심원단>도 구매해 놓았다. 기대가 높다.


영장을 청구하기 전에 동의를 얻어 조사하는 방법, 용의자에게 증거를 얻어 내는 법, 기소하기 전에 주의할 점, 언론을 적절히 이용하는 법 등 미국 형사들이 범인을 밝혀내기 위한 과정을 이 책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마치 나 자신이 형사가 되어 미제 사건 서류철에서 시작하여 어떻게 증거를 분석하고, 용의자를 선정하고, 가정과 추론으로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누가 범인인지를 명확하게 밝혀내는 재미가 있다. 

한 가지 사건에 몰두하여 해결할 때까지 집중을 다하는 모습이 꼭 형사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2021.07.22 Ex. Libris HJK


보슈의 눈에는 피해자가 고통을 두 배로 겪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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