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랜드
제시카 브루더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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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랜드를 알게 된 것은 유투브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감독인 클로이 자오가 2021년 노마드랜드라는 영화를 감독해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 중국에서는 기쁜 뉴스가 떠들썩했지만, 몇년 전에 클로이 자오가 중국을 비판하는 내용의 인터뷰를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중국의 네티즌과 언론으로부터 비난을 엄청 받았다. 

언제나 어디에서나 중국스럽다는 말은 통하는 거 같다. 오로지 자기들만 알고, 남을 무시하고, 혼자 잘난 맛에 산다고 생각한다. 해외에서 중국인을 보면 일단 기피한다. 선입견은 잘못이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직접 해외에서 겪어본 중국인들의 사고 방식과 행동으로 판단했을 뿐이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저자가 약 3년 동안 노마드들과 함께 생활을 하면서 그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쓴 글이다. 아마 이 책에 나온 어느 누군가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직 영화 노마드랜드를 보지 못했는데, 넷플릭스에 올라오면 좋겠다.

노마드는 유랑민이라는 뜻이다.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생활하는 무리라는 뜻인데, 요즘 세상에서 이렇게 사는 것이 가능할 지 모르겠다. 세금도 안 내면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살 수 있는 땅이 있을까?

현재의 체제에 속하지 않고, 자유로운 인생을 꿈꾸면서 자연과 함께 살 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노마드는 교수, 기술자, 선생, 직장인으로 한 평생 살아온 사람들이 집을 빼앗기고, 거리로 내몰려서 어쩔 수 없이 RV 차량이나 벤, 심지어 자가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빚을 내고 집을 샀다가 집값이 하락하면서 집에서 쫓겨난 사람들, 부부간의 갈등으로 이혼하면서 복잡한 재산 다툼으로 인해 집이 없어진 사람들, 은퇴 후 집을 유지할만한 재정이 없어서 거리로 자발적으로 나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을 홈리스가 아니고, 하우스리스라고 부른다. 단지 물리적인 집이 없을 뿐이라고 한다. 

노마드 공동체를 꾸리고, 서로 도와주며, 자연과 함께 자유롭운 삶을 사는 긍정적인 모습도 있지만, 어떻게든 돈을 벌기 위해 아마존 택배 센터, 사탕무 수확, 국립 공원, 놀이동산 등에서 시간당 10달러가 안되는 돈을 받아가며 힘든 단기간 계약직 노동자로 살아야 한다. 그리고, 자연이 아름다운 곳은 이미 국가에서 관리하거나 식수, 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장소는 소유자가 있고, 일반 주택가 근처는 그들을 기피하는 사람들 때문에 결국 그들은 사막이나 황량한 곳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어떤 결론이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경제 시스템에서 벗어나고, 소외된 사람들이 어떻게든 인생을 꾸려가기 위한 노력을 서술할 뿐이다.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은 사실 어려운 문제이다. 고용 시장이 안정되고, 시간당 금여를 높이고, 사회 복지 시스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땅이 넓고, 기름이 비교적 싸기 때문에 자동차를 이용한 유랑 생활이 어느 정도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노마드들이 갈 수 있는 곳이 갈수록 줄어들고, 그들의 규모가 커질 수록 견제와 감시, 사회적 비난도 커질 것이다. 

미국에 비해 한국은 땅이 좁고, 땅 크기에 비해 인구수도 많고, 자동차를 주차할 곳을 찾기가 힘들다. 대규모 공장이나 농장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 계약직도 많지 않다. 또한, 산도 많다. 미국하고 사정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집이 없어 내몰린 사람들은 더 열악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복지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해볼만 하다. 하지만, 사회 복지 시스템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빚을 내서 집을 사더라도 빨리 빚을 갚고, 노년에도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뿐이다. 연금과 복지 수당 등이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생계를 유지하는데, 부족할 것이다. 소비를 줄이고, 검소하게 노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큰 집이 필요없다. 이제 대가족이 한 집에 사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사회 복지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고, 우리가 내는 세금을 허튼 곳에 쓰지 말고, 자산 규모에 맞게 형평성 있게 세금을 책정하는 방법 등도 고민되어야 한다. 지구를 보호하고, 빈부 격차를 줄이고, 부정 부패를 없애기 위해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늦기 전에.


2021.08.06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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