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을 읽는 이유 - 기시미 이치로의 행복해지는 책 읽기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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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기시미 이치로이다. 이름만 들어서는 누군지 잘 모를 것이다. 하지만,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라고 하면 책에 대한 관심이 있던 사람에게 낯설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미움받을 용기>를 읽었는데, 지금은 내용 자체가 잘 기억이 안난다. 아들러 심리학 기반으로 질문과 대답 형식으로 서술한 책인거 같다.


요즘 일본 저자들의 책은 잘 안 읽는다. 특히 자기 계발, 처세술 관련 책들은 책을 팔기 위해 기획되었다는 생각을 품게 만든다. 내용도 별로다. 


이 책을 선택해서 읽은 이유는 저자 때문은 아니다. 

한국의 9월은 정말 아름답다. 청명한 하늘과 시원한 바람, 가장 좋은 날씨를 품은 추석도 있다. 책을 읽기에, 운동을 하기에, 놀기에도 너무 좋은 계절이 바로 한국의 가을이고, 그 중에 9월이 최고이다. 

그런데, 막상 9월이 되니 책을 안 읽게 되었다. 잊을만 하면 찾아오는 책의 무용론, 책을 읽어서 뭐하냐는 생각과 함께 독서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내가 주로 하는 독서에 대한 흥미를 찾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가 독서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이다. 이제 적지 않은 독서 관련 책을 읽었기 때문에 대충 패턴도 보이고, 왠만한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내가 아는 지식은 불완전함 그 자체이고, 어느 책에서도 도움 받을 만한 내용은 분명히 있다.


철학이 추상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추상'이란 말의 의미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철학은 구체적 학문이다. 구체적이란 온갖 조건을 더해 생각한다는 뜻이다. 

다른 학문은 곁가지는 버리고 필요한 조건만 추려내어 고찰한다. 전선에 다섯 마리의 참새가 앉아 있다. 그중 두 마리를 쏴서 떨어뜨리면 몇 마리의 참새가 남을까? 이런 류의 산수 문제에는 참새가 사냥꾼이 쏜 총소리에 놀라 달아난다는 조건은 더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산수 문제라면 세 마리가 정답이지만, 실제로는 전선에 참새가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모든 조건을 더해 사고한다는 의미에서 철학을 구체적 학문이라고 말한 것이다. (P.161)


철학과 다른 학문의 차이를 이렇게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두꺼운 책을 읽을 때는 남은 쪽수가 점점 줄어드는 기쁨을 느낄 수가 있다. 다 읽어가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책을 받치고 있는 오른손과 왼손에 가해지는 무게감이 달라진다. 전자책에서는 그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조금만 더 읽으면 된다는 쾌감을 느낄 수 없을뿐더러 쪽수 대신 몇 퍼센트 남았다는 표시가 되어 있긴 하나 단숨에 책을 읽어나간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P.177)


전자책과 종이책의 장단점을 비교한 책은 정말 많다. 독서론에 대한 책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이다. 나는 종이책의 질감과 냄새, 촉감을 좋아한다. 차디찬 전자기기를 만지는 것보다 따뜻한 종이를 만지는 느낌이 좋다. 물론, 스마트폰이나 랩탑 때문에 종이 메모장이나 수첩을 쓰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책만은 남겨 놓고 싶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한 남은 쪽수를 알 수 있다는 종이책의 장점에 격하게 공감한다. 


무언가를 배울 때뿐 아니라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이상적인 모습에서 점수를 하나하나씩 깎는 감점법이 아닌 현재를 0이라고 하고 점수를 하나하나 더하는 가산법으로 매길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이것도 저것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해서 한탄하지도 않고, 자신의 가치를 뭔가 할 수 있는 것에서 찾지도 않는다.

더욱이 이제 다른 사람과의 경쟁할 필요가 없어서 새로운 단어를 하나라도 외울 수 있고, 몸을 조금이나마 자유롭게 움직이거나 헤엄칠 수 있게 되면 그것 자체가 기쁨이 된다. 그러면 인생은 더욱 풍요로워진다. (P.257)


은퇴 후 제 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은퇴하면 더 이상 자신이 그동안 잘하고 있던 것이 소용 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은퇴하고 나서도 계속 하던 일을 이어서 할 수 있다면 정말 멋지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많아진 시간, 줄어든 돈, 외로워진 삶 속에서 자신을 지탱하고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원어로 읽는다고 해서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많은 언어를 배워서 더 많은 책을 읽었을지도 모를  그 시간을 빼앗겼다기보다는 천천히 세밀하게 읽을 수 있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 책을 볼 때 몇 쪽을 읽었는지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듯이,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번역하는 것도 독서를 효율이라는 관점에서 보지 않았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P.269)


요즘 코로나 때문에 해외 출장 기회가 없다. 예전에는 미국에 출장 갈 일이 종종 있어서 갈 때마다 원서를 3~4권씩 사왔다. 외국에서 서점을 돌아다니는 시간을 관광으로 생각했다. 항상 사올 때마다 꼭 읽어야지 생각했지만, 수십 권 중에서 읽은 책은 달랑 두 권 뿐이다. 읽다 보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 한 달에 몇 권 읽어야지 목표 세우면 원서에는 손이 가지 않는다.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독서에 대한 독서 수립은 양날의 검이다. 독서에 대한 관심을 지속시키는 장점이 있지만, 연말로 다가갈수록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분량이 얼마 안되는 책을 고른다는 단점이 있다. 답은 없는 거 같다. 각자 자신의 스타일에 맞추면 되지 않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한 독서이다. 


주변 나라는 홍수, 지진, 폭우 등으로 고생중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정말 이보다 더 날씨가 좋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야 하니 책 한 권 들고 근처 공원에 가서 읽으면 좋겠다. 


2021.09.19 Ex. Libris HJK

책을 읽는 것은 자신의 생활 방식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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