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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독립국가 만들기
사카구치 교헤 지음, 고주영 옮김 / 이음 / 2013년 2월
평점 :
0엔으로 살아가기.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이 책의 저자는 특이하다. 이 책의 저자는 사카구치 교헤, 건축 대학을 졸업하고, 그림도 그리고, 기타도 연주하고, 책도 썼다. 뭐, 이 정도는 다른 사람도 할 수 있을 듯하지만, 노숙자의 주거 생활과 삶을 조사해서 0엔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일본 정치의 무능함을 비난하며, 직접 신정부를 만들어 초대 총리를 한다고 주장하니 평범하지 않다. 그는 지독한 우울증을 가끔 겪을 때는 하루 종일 자살만 생각한다. 돈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지만, 와이프와 딸과 함께 살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만 돈을 벌고 있다고 한다.
그의 주장이 허무맹랑하고, 쓸데없는 허튼소리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읽으면서 수긍하는 내용이 많다.
저자는 소유권이 명확하지 않은 국유지에서 최소한의 공간으로 집을 짓고, 12V 배터리를 주워서 전기로 쓰고, 남는 음식을 식당에서 받아서 끼니를 해결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노숙자의 삶을 조사하다가 노숙자의 열린 생각을 듣고, 놀라움을 표현한다.
화창한 날이면 이웃한 스미다 공원에서 책을 읽거나, 주워 온 중학교 음악 교과서를 보면서 기타를 칠 수 있다. 공원에 화장실과 수도가 있으니 마음껏 쓸 수 있다. 목욕은 일주일에 한 번, 가까운 대중목욕탕에 간다. 식사는 슈퍼마켓이 대청소를 하는 날 고기나 야채를 받아 해결한다. 그러니 집은 침실 크기이면 충분하다.... 그에게 공원은 거실과 화장실과 수돗가를 겸한 곳이고, 도서관은 책장이며, 슈퍼마켓은 냉장고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집은 침실이었다. 나는 그것을 '한 지붕 아래 도시'라고 이름 붙였다. 그에게는 집만이 주거 공간의 전부가 아니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그가 하루하루를 보내는 도시 전체가 큰 집이었다. 같은 사물이어도 보는 각도를 바꾸는 것만으로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P.32)
나도 이 글에 순간적으로 머리를 얻어맞았다. 당장 우리 모두 노숙자가 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자기 소유라는 욕구에 얼마나 매여 있는가를 생각한다면 분명 배울 점이 있다.
책을 계속 구매하면서 집에 쌓아둘 수도 있지만, 동네 도서관을 내 서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책을 읽고 싶으면 도서관으로 가고, 필요하면 대여할 수도 있는데, 굳이 책을 소장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운동하기 위해 집에 운동 기구를 설치할 수도 있지만, 동네 공원을 피트니스센터로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공원에서 러닝을 하고, 맨손 체조를 하고, 간단한 근력 운동도 할 수 있는데, 왜 트래드 밀과 자전거 타는 기구를 살까?
돈을 많이 벌 생각을 버리고, 돈을 많이 쓸 생각을 안 한다면, 인생이 더 풍요로워질 수 있을까? 나도 모른다. 그 정도까지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씩이라도 욕심을 버리는 행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8만엔 정도의 비용으로 움직이는 집을 설계하고 직접 제작을 했다. 하지만, 가족이 있기 때문에 그 집에서 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시도를 통해 몇천만 엔이나 되는 집이 과연 필요할까라는 생각을 한다. 집을 계속 지어도 계속 집이 부족하다고 한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건설업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멀쩡한 집을 계속 부순다고 한다. 2008년 일본의 빈집 비율은 약 13%, 2040년에는 약 43%까지 이를 거라고 한다.
현재 나의 주요한 수입원은 책 집필 인세, 잡지와 신문 연재료, 영화 원작료, 토크쇼, 강연회, 미술 전시, 드로잉 판매 등 여러 가지에 걸쳐 있다. 나는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직함 따위야 어떠한들 상관없다. 그보다도 내 안의 복잡한 사고를 어떤 태도로 제시할까가 중요한 것이다. (P.190)
불규칙적인 수입으로도 저자는 잘 살고 있다. 그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떨까? 우리는 번듯한 직장 다닌다고 폼 내면서 자가용을 운전하고, 비싼 외식을 하고, 백화점 다니면서 쇼핑을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가능할까? 경제가 무너지고, 직장이 무너지면 우리는 생존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니 두렵다.
저자가 신정부를 만든 이유는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때문이다. 후쿠시마 현 후타바마치에 있는 원전이 상당히 위험하고, 쓰나미가 일어나면 대참사가 발생할 거라는 경고가 일본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나왔지만, 아무도 문제로 인식하지 않았고, 결국 동일본 대지진 후 하루 만에 2011년 3월 12일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가 수소폭발을 한다.
저자는 도쿄의 대기에서도 요소와 세슘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NHK, 아사히신문, 민주당 등 모든 곳에 사람들을 사고 현장에서 대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끝까지 모른 척하고,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는 너무 실망한 나머지 신정부를 수립한다. 말이 신정부이지 사회를 바꾸는 모든 행위를 포괄하는 행위를 뜻한다. 그의 큰 생각과 자신감이 대단하다.
사실 아직까지도 아베 정부는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 후쿠시마 쌀로 편의점 도시락을 만들고, 후쿠시마 흙으로 올림픽 경기장을 만들고, 후쿠시마 농작물로 올림픽 기숙사 식단을 만든다고 한다. 올림픽 경기장의 방사능 수치는 여전히 높다고 한다. 그래도 아베에 대한 지지율은 높다. 우리나라 언론과 검찰, 토착 왜구 등에 대해 국민의 비난이 높지만, 일본은 아베 정부가 무슨 짓을 해도 아무 말이 없다. 그들의 끝은 어디일까?
저자의 실험적인 시도가 어디까지 갈지, 얼마나 성공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시도하도록 만든 정치의 무능함, 모순, 거짓말에 깊이 공감한다. 또한, 욕심을 버려도 충분히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실천하는 모습을 응원한다.
자기 소유에 대한 끊임없는 욕망과의 전쟁, 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시작해 보려고 한다. 더 늦기 전에..
2019.10.17 Ex. Libris. H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