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폭스바겐의 비틀이 2019년 7월 10일 단종되었다. 한 세대를 풍미하던 비틀이 81년 만에 단종되었다. 


지난주부터 주말에 레고를 하나씩 만들고 있는데, 이번에 조립한 제품은 Volkswagen Beetle 이다. 구입한 시기는 2018년 정도이다. 기억할 수 있는 이유는 레고 가계부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를 쓴다고 안 사는 것도 아닌데 굳이 왜 쓸까 생각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자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레고 크리에이터 엑스퍼트 시리즈로 나온 차 중에서 내가 소유한 제품 중에 마지막으로 조립한 제품이다. 이 시리즈로 나온 차 중에 다른 것들도 있지만, 끌리지 않는다. 




먼저, 폭스바겐 비틀 실물을 보자. 예전에 나온 모델로 보인다. 레고와 가장 비슷한 차로 보여서 골랐다. 사진 출처는 모터 데일리 포스트이다.  




다음에는 레고 조립 후 완성된 모습이다.






하늘색 비슷한 이 색감의 브릭을 많이 보지는 못했다. 

이 제품을 조립해 보니 역시 예쁘다. 레고를 가지고 놀기보다는 재미있게 조립하고, 하나씩 완성되어 전체 모습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매료되고, 완성한 후에 지켜보는 뿌듯함을 좋아하는데, 이 제품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10265 Ford Mustang 을 최고로 치는데, 혹시 다른 제품도 관심 있다면, 이 제품도 추천한다. 


2019.10.27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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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9-10-27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눈물 납니다~
엄청 좋아보여요 ㅜㅜ
큰애가 부가티를 사겠다고 돈을 모으는데
전에 조립하신 차와 이걸 보여주고
단계적으로가자고 말하고 있어요 ㅎㅎㅎ

아타락시아 2019-10-27 17:12   좋아요 1 | URL
아. 부가티는 저도 근접 못하고 있네요. 30만원 넘는 제품을 사 본 적이 없어서. 부기티도 좋지만, 이 차들도 좋아요. ^^

초딩 2019-10-27 17:24   좋아요 0 | URL
네 자도 이차들 좋아요 ㅎㅎㅎ
부가티는 좀 :-)
 
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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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년 ~ 1954년 러시아를 여행했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다. 약 700 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는 동안 다른 책을 쳐다보지 못했다. 한 권의 책을 읽다 보면, 중간에 다른 책으로 관심을 돌려 다른 책을 읽는 경우가 간혹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다른 책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1922년 6월 21일 러시아의 귀족인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은 내무 인민위원회에 의해 호텔 밖으로 나오는 순간 총살형에 처한다는 무서운 협박과 함께 죽을 때까지 모스크바 메트로폴 호텔에 감금된다. 그는 호텔 안에서만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고, 숙박하고 있는 스위트룸에서 지붕 아래의 일꾼들 방으로 이사까지 강제로 해야 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상실과 실의에 빠져서 살아갈 거 같지만, 그는 자신의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서 자신의 삶을 놓지 않았다. 


호텔 안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던 그에게 니나라는 한 소녀가 나타나고, 그들의 우정이 시작되면서 다소 단조롭던 호텔 안의 생활이 바뀌게 된다. 그는 그녀와 함께 호텔 안을 돌아다니면서 호텔 안에도 미처 알 지 못하는 공간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알게 된다. 그 소녀의 야무진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그리고 뭘 부탁할 때마다 '부디'와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꼭 사용할 거에요. 하지만, 내가 먼저 부탁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고맙다고 말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P.89)


나의 권리를 당연하게 요구할 때 쓸데없이 '죄송합니다만 ~' 이런 말을 붙히지 않듯이 내가 먼저 부탁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굳이 '고맙습니다'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주인공 로스토프 백작은 신사의 품격을 지키면서, 많은 사람들의 호의를 얻으며 많은 사람들과 친구를 맺는다. 음식과 와인에 대한 조예가 깊고, 신사답게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 그를 보며, 만약 내가 만났다면, 나도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감금 상태에 놓여 있는 그의 시간에 대한 생각을 잠시 엿보자.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것을 꼼꼼히 기록하는 것이 고립된 그들에게 힘든 한 해를 또 한 번 참고 견뎌내고 이겨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지칠 줄 모르는 투지, 혹은 무모해 보일 정도로 철저한 낙관주의를 통해 그들이 끝까지 견뎌낼 수 있는 힘을 찾았는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그 365개의 눈금은 불굴의 정신의 증거라 할 수 있다. 아무튼 주의력은 분 단위로 측정해야 하고 절제력은 시간 단위로 측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불굴의 정신은 연 단위로 측정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P.176 ~ P. 177)


분 단위로 주의력을 기울이면서 절제력을 가지고 시간을 보내지만,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불굴의 정신은 1년을 지나봐야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인생을 살면서 1년 동안 지속적으로 어떤 행동를 한 적이 있을까? 이제 2019년도 2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2020년을 다시 맞이하겠지만, 과연 2019년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불굴의 정신을 보일 수 있을까? 


로스토프 백작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지탱하는지를 이렇게 말한다.


"역사 학도로서, 그리고 현재를 충실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상황이 달랐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진 않습니다. 어떤 상황에 내몰리는 것과 상황을 잘 감수해내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려 합니다." 


30년 넘게 호텔에서 감금 생활을 하던 그가 과연 호텔에서 인생을 마감할지, 소련 공산당이 그를 풀어줄지, 아니면, 결국 호텔을 탈출할지 궁금했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신사의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길은 과연 무엇일까? 이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할 이유이다.


2019.10.26 Ex. Libris. HJK


1922년 6월 21일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이 내무 인민위원회 소속 긴급 위원회에 출두함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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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한적한 오후 오랜만에 레고를 조립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레고에 입문한 후 호빗, 캐슬, 스타워즈, 모듈러 등을 전전하다가 이제 모듈러와 테크닉으로 가고 있다. 입문 초기에 묻지 마 구입에서 많이 벗어나 디오라마 용도의 레고 구입은 거의 안 하고, 단품으로 전시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만한 수준의 제품으로 구입을 하고 있다. 


이번에 조립한 것은 1960년대의 대표적인 아메리칸 머슬카 포드 머스탱이다. 크리에이터 시리즈로 나왔지만, 기존 크리에이터 자동차에 비해 발전한 모습이다. 내부 디테일, 컬러, 크기 등 모두 압도한다. 캠퍼밴을 이제 놔주어야 할 거 같다. 


정가 가격은 189,000원으로 기존 크리에이터 자동차 가격에 비해 5만 원이 올랐지만, 브릭스도 1471개로 많아졌고, 최고의 크리에이터 자동차로 생각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격 상승에 수긍한다. 레고 10262 애스턴 마틴 DB5 가격이 239,000원이니, 그냥 레고 10265 포트 머스탱만 사도 충분하다. 



하단부의 프레임, 핸들과 바퀴 연결, 간단한 기어 등이 배치되어 조립하는 재미가 있다. 물론, 테크닉 시리즈보다는 못하지만, 크리에이터 시리즈에서 이 정도로 시도를 했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엔진룸에 대한 표현도 좋다. 엔진, 공기 흡입구, 냉각수, 배터리 등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언제든지 상판을 올려서 볼 수 있다. 



완성된 모습을 보면, 책상 위나 거실 장식장 등에 거치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예쁘다. 사진을 잘 못 찍기 때문에 색감이 떨어질 수 있지만, 실제로 보면, 정말 예쁘다.





사람들에게 레고를 추천을 잘 안 한다. 왜냐하면, 비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제품은 정말 추천하고 싶다. 물론, 이 제품을 구매해서 조립 후 레고의 세계에 빠지는 것은 분명히 본인 책임이라는 점은 알려주고 싶다. 


2019.10.20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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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9-10-20 15: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대 장만하고 싶군요

아타락시아 2019-10-20 15:47   좋아요 0 | URL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추천드리고 싶네요. ^^

초딩 2019-10-20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정말 멋집니다!!!

아타락시아 2019-10-20 15:48   좋아요 1 | URL
함께 하시죠. ^^

초딩 2019-10-20 15:58   좋아요 0 | URL
ㅎㅎ 넵!!! 저도 레고 사진 올려보겠습니다 ㅎㅎㅎㅎ :-)
근데 머스탱 다시 봐도 정말 멋집니다!!
 
나만의 독립국가 만들기
사카구치 교헤 지음, 고주영 옮김 / 이음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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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엔으로 살아가기.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이 책의 저자는 특이하다. 이 책의 저자는 사카구치 교헤, 건축 대학을 졸업하고, 그림도 그리고, 기타도 연주하고, 책도 썼다. 뭐, 이 정도는 다른 사람도 할 수 있을 듯하지만, 노숙자의 주거 생활과 삶을 조사해서 0엔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일본 정치의 무능함을 비난하며, 직접 신정부를 만들어 초대 총리를 한다고 주장하니 평범하지 않다. 그는 지독한 우울증을 가끔 겪을 때는 하루 종일 자살만 생각한다. 돈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지만, 와이프와 딸과 함께 살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만 돈을 벌고 있다고 한다. 


그의 주장이 허무맹랑하고, 쓸데없는 허튼소리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읽으면서 수긍하는 내용이 많다.


저자는 소유권이 명확하지 않은 국유지에서 최소한의 공간으로 집을 짓고, 12V 배터리를 주워서 전기로 쓰고, 남는 음식을 식당에서 받아서 끼니를 해결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노숙자의 삶을 조사하다가 노숙자의 열린 생각을 듣고, 놀라움을 표현한다.


화창한 날이면 이웃한 스미다 공원에서 책을 읽거나, 주워 온 중학교 음악 교과서를 보면서 기타를 칠 수 있다. 공원에 화장실과 수도가 있으니 마음껏 쓸 수 있다. 목욕은 일주일에 한 번, 가까운 대중목욕탕에 간다. 식사는 슈퍼마켓이 대청소를 하는 날 고기나 야채를 받아 해결한다. 그러니 집은 침실 크기이면 충분하다.... 그에게 공원은 거실과 화장실과 수돗가를 겸한 곳이고, 도서관은 책장이며, 슈퍼마켓은 냉장고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집은 침실이었다. 나는 그것을 '한 지붕 아래 도시'라고 이름 붙였다. 그에게는 집만이 주거 공간의 전부가 아니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그가 하루하루를 보내는 도시 전체가 큰 집이었다. 같은 사물이어도 보는 각도를 바꾸는 것만으로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P.32)


나도 이 글에 순간적으로 머리를 얻어맞았다. 당장 우리 모두 노숙자가 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자기 소유라는 욕구에 얼마나 매여 있는가를 생각한다면 분명 배울 점이 있다. 

책을 계속 구매하면서 집에 쌓아둘 수도 있지만, 동네 도서관을 내 서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책을 읽고 싶으면 도서관으로 가고, 필요하면 대여할 수도 있는데, 굳이 책을 소장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운동하기 위해 집에 운동 기구를 설치할 수도 있지만, 동네 공원을 피트니스센터로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공원에서 러닝을 하고, 맨손 체조를 하고, 간단한 근력 운동도 할 수 있는데, 왜 트래드 밀과 자전거 타는 기구를 살까? 

돈을 많이 벌 생각을 버리고, 돈을 많이 쓸 생각을 안 한다면, 인생이 더 풍요로워질 수 있을까? 나도 모른다. 그 정도까지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씩이라도 욕심을 버리는 행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8만엔 정도의 비용으로 움직이는 집을 설계하고 직접 제작을 했다. 하지만, 가족이 있기 때문에 그 집에서 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시도를 통해 몇천만 엔이나 되는 집이 과연 필요할까라는 생각을 한다. 집을 계속 지어도 계속 집이 부족하다고 한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건설업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멀쩡한 집을 계속 부순다고 한다. 2008년 일본의 빈집 비율은 약 13%, 2040년에는 약 43%까지 이를 거라고 한다. 


현재 나의 주요한 수입원은 책 집필 인세, 잡지와 신문 연재료, 영화 원작료, 토크쇼, 강연회, 미술 전시, 드로잉 판매 등 여러 가지에 걸쳐 있다. 나는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직함 따위야 어떠한들 상관없다. 그보다도 내 안의 복잡한 사고를 어떤 태도로 제시할까가 중요한 것이다. (P.190)


불규칙적인 수입으로도 저자는 잘 살고 있다. 그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떨까? 우리는 번듯한 직장 다닌다고 폼 내면서 자가용을 운전하고, 비싼 외식을 하고, 백화점 다니면서 쇼핑을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가능할까? 경제가 무너지고, 직장이 무너지면 우리는 생존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니 두렵다.


저자가 신정부를 만든 이유는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때문이다. 후쿠시마 현 후타바마치에 있는 원전이 상당히 위험하고, 쓰나미가 일어나면 대참사가 발생할 거라는 경고가 일본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나왔지만, 아무도 문제로 인식하지 않았고, 결국 동일본 대지진 후 하루 만에 2011년 3월 12일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가 수소폭발을 한다. 

저자는 도쿄의 대기에서도 요소와 세슘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NHK, 아사히신문, 민주당 등 모든 곳에 사람들을 사고 현장에서 대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끝까지 모른 척하고,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는 너무 실망한 나머지 신정부를 수립한다. 말이 신정부이지 사회를 바꾸는 모든 행위를 포괄하는 행위를 뜻한다. 그의 큰 생각과 자신감이 대단하다.


사실 아직까지도 아베 정부는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 후쿠시마 쌀로 편의점 도시락을 만들고, 후쿠시마 흙으로 올림픽 경기장을 만들고, 후쿠시마 농작물로 올림픽 기숙사 식단을 만든다고 한다. 올림픽 경기장의 방사능 수치는 여전히 높다고 한다. 그래도 아베에 대한 지지율은 높다. 우리나라 언론과 검찰, 토착 왜구 등에 대해 국민의 비난이 높지만, 일본은 아베 정부가 무슨 짓을 해도 아무 말이 없다. 그들의 끝은 어디일까?


저자의 실험적인 시도가 어디까지 갈지, 얼마나 성공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시도하도록 만든 정치의 무능함, 모순, 거짓말에 깊이 공감한다. 또한, 욕심을 버려도 충분히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실천하는 모습을 응원한다. 

자기 소유에 대한 끊임없는 욕망과의 전쟁, 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시작해 보려고 한다. 더 늦기 전에..


2019.10.17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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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더 잘해주고 싶다 - 진짜 눈치를 봐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니까
정은길 지음 / 청림Life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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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가 있었다. 남편과 함께 동반 퇴사를 하고, 1년 동안 세계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후에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지금은 아나운서 때 받았던 월급 이상의 돈을 벌고 있다. 


퇴사를 하고 싶어 머뭇거리는 사람들에게 솔깃한 이야기이다. 결과로 보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성공이 이어질지는 모른다. 그래도 한 번쯤 시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내용이 그다지 깊이는 없다. 하지만, 본인의 경험과 생각을 그대로 썼기 때문에 가식적이지 않다.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하는데 굳이 다른 책이나 유명한 사람이 말하는 것을 꼭 전해줄 필요는 없다. 

책을 관통하는 내용은 역시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열심히 하라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접하면, 항상 드는 의문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정말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다. 그리고, '그런 일을 안다고 해도 용기를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물론, 이런 의문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서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도전하라는 내용의 많은 책이 나오는 것이겠지.


나는 이 책의 저자와 같이 할 자신이 없다. 하지만, 불필요한 사과를 습관처럼 하지 말고, 함부로 조언을 하지 말라는 등의 저자의 충고에 동의한다. 

가장 마음에 와닿은 것은 아래 글이다.


나를 안전하고 행복하다고 느끼게 하는 경계선은 내가 만들고 지키고 가꿔야 한다. 농사를 짓는 마음으로, 가을에 결실을 맺는 심정으로 끊임없이 손질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럴 때 나를 지켜주는 경계선을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는 원칙을 잊으면 안 된다. (P.146)

나를 지켜주는 경계선이 뭘까? 생각해 보니 막연하다.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를 지켜주는 경계선을 침입하는 일련의 모든 행위에 대해 과감하게 No라고 외칠 수 있는 그 경계선을 잘 규정하고, 지켜야 한다.


나는 정의와 보편적 상식을 지키는 행위를 정치라고 생각한다. 내가 정치에 대해서 얼마나 알겠는가? 다만, 합리적 추론과 공정성을 바탕으로 한 정의와 상식적인 판단을 기준으로 나의 생각을 정리하면, 그게 바로 나의 정치적 견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의 정치적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 맞지 않다면, 그 사람과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 취향과 성격에 맞는 사람과 같이 있을 때 마음이 편하듯이 합리적 추론, 정의, 보편적 상식에 대해 서로 다른 기준을 가진 사람과 내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 그런 사람은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으러 가면 된다. 


항상 느끼지만, 누군가를 바꿀 수는 없다. 나를 바꿀 수 있을 뿐이다. 누군가를 바꾸기 위해 노력할 시간에 나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를 바꾸는 것, 어떻게 바꿀 것인가, 무엇을 바꿀 것인가는 내가 결정한다. 이건 변치 않는 나만의 진실이다.


2019.10.13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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