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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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은 <백설공주 살인 사건>, <야행관람차> 등의 미스터리 소설로 잘 알려진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신작이다. 미스터리 스릴러물, 특히 일본풍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사람의 심리를 파고들고 잘 짜여진 판에, 각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따라가다 보면 하나씩 드러나는 비밀들과 생각지 못했던 반전. 미나토 가나에는 여기에 각 인물들의 '결핍'이 돋보인다. 이번 소설 <일몰>도 독자들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일몰>은 살인사건과 연관된 다른 추리소설과 달리 굉장히 잔잔하면서 마음시린 장면으로 시작된다. 하세베 가오리의 엄마는 딸이 특별한 아이이길 원했다. 유치원을 들어가기도 전에 구구단과 100년 치 달력을 달달 외우고 다니는 마사다카나 한 번 본 악보를 외워 피아노를 연주하는 치호처럼. 엄마는 가오리의 학습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마다 그녀를 베란다로 내 쫓았다. 학대가 아니라 훈육이라고, 가오리와 엄마 두 사람 다 말하지만 엄연히 학대였다. 어느 추운 날 평소처럼 베란다로 내쫓긴 가오리는 옆 집 베란다와 자신의 집 베란다를 가르는 칸막이 쪽으로 몸을 피한다. 두려움과 추위에 떨던 그녀는 칸막이 사이의 틈으로 작고 하얀 손을 발견한다. 가는 손가락에 더럽고 어쩡쩡한 손톱, 그녀처럼 쫓겨난 아이라고 추측한다. 둘은 손 만으로 서로에게 위안을 얻고, 가오리가 베란다로 쫓겨날 때마다 그 손의 주인도 베란다에 있다. 가오리는 나중에 옆집 모녀를 만나게 되면서 그 손이 귀엽고 예쁜 사라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평범한 나날이 계속 이어지던 중, 아빠의 시신이 바다에서 발견되고 가오리는 할머니의 집으로 이사하게 된다.

<백설공주 살인 사건>에서 그랬던 것처럼 <일몰>에서도 자극적인 사건으로 소설 전반을 지탱한다. 잘 나가는 피아니스트 언니를 둔 탓에 항상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가이 치히로는 무명의 각본가이다. 적당히 괜찮은 평을 받은 한 작품 이후로는 제대로 착수한 시나리오도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신예 스타 감동 '하세베 가오리'로부터 차기작 각본을 써 달라는 의뢰를 맡는다. 하세베 가오리 역시 가이 치이로와 마찬가지로 '사사즈카초'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가이 치이로를 언니로 착각하여 작품을 같이 하자는 메일을 보낸 듯 했다.

하세베 가오리가 작품으로 만드려는 소재는 바로 15년 전에 일어난 '사사즈카초 일가족 살해 사건'이었다. 어느 가족의 은둔형 외톨이 장남이 자신의 여동생을 저택에서 칼로 찔러 죽인 후 방화해 부모까지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건이다. 사사즈카초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부모를 잃고 언니마저 교통 사고로 보낸 가이 치히로는 하세베 가오리가 숨기고 있는 사실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 그 사건은 사사즈카초 뿐 아니라 전 일본을 경악에 빠뜨렸고, 하세베 가오리가 그녀를 콕 집어 의뢰한 이유가 있는 듯 하다. 어쨌거나 두 사람은 그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사사즈카초로 돌아가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듣는다.

우리는 <일몰>을 읽으면서 위안을 얻기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하며, 목덜미에 소름이 끼치기도 한다. 두 여성이 조사하며 인터뷰한 사람들은 모두 '사사즈카초 일가족 살해 사건'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어 작가들이 사사즈카초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초등학생들에게 접근하기도했다. 사사즈카초 가족 중 살인을 저지른 그 오빠는 전부터 위험한 사람이라는 소문이 있었다고 한다. 사라는 에인절 걸스 오디션에 합격하여 얼마 후면 졸업하고 도쿄로 갈 참이었으나 그 오빠는 중학교부터 집에 틀어박혀 지내는 등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가 다수다. 이상한 것은 나중에 사라가 에인절 걸스 오디션에 합격한 사실이 없다고 밝혀진 것, 사라가 허언증이 있었다는 소문이 떠돌기도 하지만 더 큰 사건이 일본에 터지는 바람에 묻히고 만다.



감독은 이 사건에서 실제의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녀를 살해한 오빠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왜 사라는 살해되었어야 하는지 등을 알리고 싶다고 한다. 주변인들이 떠드는 말로만 사라가 규정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듯. 도대체 가오리는 무슨 사연을 가지고 있길래 이 사건을 제대로 파헤치고 싶어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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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과외 - 맛있는 글쓰기, 멋있는 책 쓰기를 위한
김영대.백미정 지음 / 대경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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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블로거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블로그에 책 리뷰를 자주 쓰기 때문에 글을 쓰다가 갸웃하는 경우가 많다. 이게 맞는 표현일까, 철자가 틀리지는 않았나, 비문을 사용하거나 수식어를 너무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나 등등. 숏컷, 숏폼이 유행이라지만 내가 전하고 싶은 책 내용이나 감상을 단순히 영상으로는 전달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글'을 위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어 더더욱 고민이 깊다. 거기다 영상이 워낙 많이 쏟아지고 주변 사람들이 자주 쓰다 보니 나도 유행어 등등에 살짝 물드는 느낌?도 있다. 그래도 여러 사람이 보기 위한 글을 쓰는 만큼 '정석'에 맞는 우리말을 쓰고 싶은 마음은 만만하다.

나와 같은 블로거, 작가, 유튜버, SNS 창작자,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들. 어느 분야에 종사하든 말과 글을 다루는 사람들을 위한 우리말 지침서가 나왔으니 바로 <우리말 과외>이다. <우리말 과외>를 읽다 보면 맛있는 글쓰기, 멋있는 책 쓰기를 위한 과외를 받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17년차 출판 편집자인 김영대 대표와 100명의 작가를 배출한 글쓰기 강사인  백미정 코치가 함께 만들었다고 한다.


편집자들은 어떤 글을 싫어할까요?

  1.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글

  2. 문장의 형식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글

  3. 군더더기가 많은 글


왜 이렇게 쿡쿡 찔리지? 헷갈리는 한국어는 너무 많고, 띄어쓰기는 규칙들이 복잡하고 어려우며,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붙는 게 군더더기 아닌가요. 그래도 글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꼭 지양해야할 요소들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크리에이터가 되다 보니 웹툰, 웹소설 등에서 오타가 너무 많거나 터무니없는 글을 볼 때도 많다. 어쩌다 실수는 있을 수 있지만 자꾸 그런 단어들이 보이면 내용이 재미있어도 점점 더 거슬린다. 한 명의 독자로써 작가가 우리말 공부는 하고 글을 쓰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말 과외>의 저자들이 생각하는 좋은 글은 "진정성이 담긴 간결한 글"이라고 한다. 즉, 거짓과 허세 없이 글쓴이의 진심이 담겼으며 군더더기 없이 명료하게 읽히는 글이다. 이 책에서는 외국어를 접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자주 보이는 번역투의 문장, 혼동하기 쉬운 단어들, 잘못 활용되는 동사와 형용사, 실수하기 좋은 띄어쓰기, 점점 잊혀지며 사라져가는 우리말 표현 등을 다룬다. 쉬운 설명과 함께 다양한 예문이 나오기 때문에 <우리말 과외>을 옆에 두고 수시로 읽으면 더 예쁜 우리말을 쓸 수 있다. 


번역투 문장 형식으로는 ~에게 있어서, ~에 관하여, ~이 요구되다, ~을 가지다 등이 있는데 나도 평소에 자주 쓰는 표현이 많아서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주 헷갈리는 단어에는 우리와 저희를 알맞게 쓰는 방법, 가게에 가면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는 사물 존칭 등이 나와 있다.


대표적인 사물 존칭 표현 고치기


고객님,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세 잔 나오셨습니다. 할인 적용되셔서 7,500원이십니다

-> 고객님,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세 잔 나왔습니다. 할인 적용되어 7,500원입니다.


자주 듣지만 민망한 사물 존칭 표현, 틀린 줄 알고 고쳐 쓰면 항의가 들어온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제 사물 존칭 표현은 그만! 이런 존칭을 받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으니 불친절 항의는 그만 하도록 하자.


우리말 바르게 쓰기를 배우고 나면 띄어쓰기 완전 정복 챕터가 나오는데, 이 부분은 규칙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주 보는 편이 좋다. 우리말 되새김 부분에서는 다양한 순우리말을 배울 수 있다. 달, 비, 별, 해 등과 관련된 아름다운 순우리말이 가득하여 읽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말 과외>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글쓰기 훈련법이 나와 있다. 저자가 글쓰기 코칭을 하면서 효과적이라고 생각한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 방법을 알려 준다. 나 자신에 대해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써 보는 방법부터 수미상관 구조, 묘사의 힘, 첫 문장 쓰는 방법 등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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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 일본어 메뉴판 읽기 - 원어민 MP3 제공
황미진 지음 / 넥서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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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나라 일본, 요새는 엔저에 비행기도 자주 뜨고 코로나가 끝난 이후 일본 소도시 여행도 다시 유행이다. 일본은 안전하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가기에도 좋고, 친구와 함께 가거나 혼자 여행하기에도 좋다. 우리나라와 비슷하면서 다른 문화를 즐길 수 있으며 우리에게도 친숙한, 예쁜 캐릭터 상품도 마음껏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점은 맛있는 먹거리들! 물론 한국에서도 다양한 일본 음식들을 맛볼 수 있지만 그래도 현지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있고, 일본에 직접 가서 먹는 음식은 또 맛이 다른 경우도 많다.

최근엔 AI의 발달로 번역기가 잘 되어 있어 꼭 일본어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일본어를 조금 알고 여행을 하는 것과 전혀 모르는 것은 완전히 다른 느낌인 듯 하다. 특히 일본 소도시 여행을 할 때는 한국어나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본어를 조금 할 수 있으면 현지 사람들이 더 편안하게 대하기도 한다. 


지난 겨울에 일본의 식당에 갔을 때 사진으로 메뉴판을 찍어 번역기를 돌렸는데 온갖 이상한 말이 난무했다. 제대로 번역된 일부 내용과 식당 메뉴 그림을 감안하여 대략적인 추측은 가능했지만 말이다. 종업원이 애써 열심히 설명해주는데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도 조금 미안했다. 유명 관광지는 대체로 영어메뉴판 또는 한국어 메뉴판을 구비하고 있는데, 또 모든 메뉴를 다 설명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특별 메뉴나 일본어 메뉴판에만 있는 음식들도 있다. 또한 일본어 메뉴를 읽을 수 있다면 대충 그림을 보고 추측만 하는 게 아니라 더 자신있게 다양한 메뉴를 시도해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ENJOY 일본어 메뉴판 읽기>는 일본 여행을 갔을 때 식도락에 진심인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손바닥만한 작은 소책자에 온갖 일본 먹거리가 가득한 책이다. 일본어 회화를 유창하게 하지 못해도 좋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만 제대로 알고 말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ENJOY 일본어 메뉴판 읽기>에는 일본에 가면 꼭 먹어봐야할 편의점 음식,가정식 백반, 라면, 소바, 우동, 덴푸라 등 음식 종류 별로 메뉴판이 나와 있다. 또한 메뉴판을 읽지 못할 때 또는 고민이 될 때 음식을 시키는 법, 라멘 가게 자판기 이용법, 스시를 더 맛있게 먹는 방법 등 일본 음식을 즐기는 온갖 팁도 함께 설명하고 있다.

<ENJOY 일본어 메뉴판 읽기>의 앞 부분에는 일본 음식 메뉴 리스트가 종류 별로 쫘악 나와 있다. 만약 일본 여행을 갔을 때 꼭 먹어보고 싶은 음식 리스트를 작성하고 싶다면 이 부분을 참고하여 표시하면 좋다. 일본여행을 가면 꼭 들르는 곳, 편의점 음식이 첫 챕터에 나와 있다. 편의점 음식 이름들과 함께 추천메뉴 BEST3 도시락, 푸딩, 오뎅이 나와 있고 그 외에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 편의점 대표 메뉴들이 그림과 함께 나와 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을 다 외우지 못한다면 그냥 일본 여행에 가지고 가도 좋다. 여차하면 필요한 페이지를 펴서 원하는 음식을 목차와 그림 보고 찾으면 된다. 편의점 편 팁으로는 조식으로 먹을 만한 음식 추천 리스트가 나와 있다. 일본에는 카페나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아침 이른 시간부터 오전 11시까지 주문할 수 있는 모닝 세트가 많이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토스트, 샌드위치, 핫도그, 스크램블드에그 등이 있다. 또한 편의점에서 들을 수 있는 일본어, 쓸 수 있는 일본어 대화도 함께 나와 있다. 한 마디로 <ENJOY 일본어 메뉴판 읽기> 책을 열심히 공부하거나, 이 책을 들고 가서 쓸 수 있을 정도만 되어도 원하는 음식을 주문하고 먹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일본에서 제대로 식도락을 즐기고 싶다면 <ENJOY 일본어 메뉴판 읽기>를 꼭 챙겨가길 바란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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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차린 식탁 -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50가지 음식 인문학
우타 제부르크 지음, 류동수 옮김 / 애플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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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참 재미있다. 맛있는 요리는 그 자체로 우리의 미각에 즐거움을 주고 예쁘고 참신한 요리는 사람들의 찬사를 불러 일으킨다. 예나 지금이나 요리 경연, 재미있는 요리, 힐링 요리 등을 주제로 한 소설이나 만화, 또는 TV시리즈는 항상 인기있다. 지금 30-40대가 된 사람들은 어릴 때 <요리왕 비룡>을 얼마나 재미있게 봤는가. 그 외에도 백종원씨가 출연하는 다양한 요리관련 tv 시리즈, 나영석 사단이 선보이는 힐링 요리 프로그램들, 한때 유행했던 요리 서바이벌까지.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요리 경연을 주제로 한 TV시리즈는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인류가 차린 식탁>은 그런 긴박한 요소가 담긴 류의 컨텐츠는 아니지만 충분히 흥미로운 소재를 다룬다. 바로 언제나 인간과 함께했던, 인류사를 관통하는 '미식 산책'을 하는 것이다. 바빌론 사람들의 냄비, 로마인의 식탁, 중세의 보양수프, 원나라나 인도의 음식과 현대에 유행한 분자요리까지 살펴본다. 다양한 음식을 살펴보며 그 안에 담긴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문화까지 살펴보는 것이다. 권력과 계층구조, 굶주림의 시대와 팬데믹 시대의 음식까지 말이다.


음식은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위안거리다.

-실라 그레이엄-


<인류가 차린 식탁>의 첫 장은 이름만 들어도 호기심이 드는 '매머드 스테이크'로 시작한다. 밥상을 차리려면 음식재료와 함께 불과 조리도구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런 것들이 뚝딱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무인도에 떨어지면 불을 구하는 데만 해도 얼마나 많은 힘이 들던가. 초기 빌붙어 먹고 살던 인간은 벌렁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덤불 뒤에 숨어 다른 동물들의 사냥을 주시한다. 검치호랑이들이 들소 한마리를 잡아먹고 하이에나 떼가 달려들어 살을 먹은 후 인간의 차례, 살이 다 뜯겨나간 뼈다귀를 향해 주먹도끼를 내려친다. 그 속에 든 골수를 남김없이 빨아먹고 담백질을 섭취한다. 정신능력의 성장과 더불어 여러 도구를 고안하고 불을 제어하게 된 인간, 이제 여러 조리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2만 년쯤 전 빙하기가 시작되면서 베링해라 불리게 되는 바다의 표면이 단단히 얼어붙고, 모험심 넘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다다를 수 있었다. 이들은 훌륭한 사냥꾼이 되어 나무늘보를 닮은 거대한 땅늘보 같은 동물이나 매머드를 사냥했을 수도 있다고 한다. 매머드 고기의 맛이 어땠을지는 인류사의 비밀로 남아 있다. 한편, 뉴욕의 남성 전용 고급 클럽인 익스플로러 클럽은 1951년 뉴욕의 더 루스벨트 호텔에서 개최한 만찬 연회에서 25만 년 동안 얼음 속에 있던 매머드 스테이크를 메뉴에 올렸다고 수십 년간 주장했는데 DNA분석 결과 매머드가 아닌 바다거북이었다고 한다.


<인류가 차린 식탁>에는 인류사에서 문자로 기록된 가장 오래된 레시피 중 하나도 나온다. 바로 '양고기 스튜'로 기원전 1730년경 아카드의 쐐기문자로, 갈대로 만든 뾰족한 필기구를 이용해 작은 점토판에 새겨져 있다고 한다. 쓰인 장소는 바빌론으로 추정된다. 기원전 1400년경 이집트 비좁고 구불구불한 집 한채, 이 집은 여러 개의 방이 한 줄로 늘어서 있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널따란 지하 저장고처럼 생긴 방들이 나오는데 이 별난 저장고 뒤에 큰 방이 하나 나타난다. 부부였던 유야와 투야의 무덤으로 제18와조의 12대 왕 투탕카멘의 증조부모로 추정된다고 한다. 온갖 부장품 중 타원형의 작은 관이 놓여 있는데 이 속에는 작은 미라 하나가 들어 있다. 바로 소갈비! 소금을 써서 수분을 쏙 빼낸 다음 천으로 조심스레 돌돌 감싸고, 음식을 감싼 천에는 피스타치오 나무의 수지를 먹였다. 죽은 자의 세상으로 가는 그 머나먼 길에 가지고 갈 수 있도록 말이다.


이처럼 <인류가 차린 식탁>에는 온갖 재미있는 음식들이 등장한다. 이 음식들을 통해 우리는 그 시대의 문화와 역사 등을 엿볼 수 있고, 앞선 사람들의 음식은 어땠는지 호기심을 채울 수도 있다. 직접 맛볼 수는 없지만 저자의 해박한 인류학 지식을 통해 간접적인 체험은 가능하다. 역사 속 온갖 요리들을 맛보고 뜯고 즐기면서 마음껏 과거로 여행할 수 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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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동물 기록 - 피터 아마이젠하우펜 아카이브
호안 폰쿠베르타.페레 포르미게라 지음 / 이은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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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아마이젠하우펜 아카이브 <비밀의 동물 기록>은 인스타그램에서 첫 소개를 보고 한 눈에 시선을 빼앗긴 책이다. 나는  취향에 맞는 신화와 전설, 그리고 판타지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는 타입이다. 머리에 뿔을 달고 새하얗고 커다란 날개를 펼친 원숭이! 십이국기에 주인공 요코를 괴롭히기 위해 나타난 원숭이 괴물들, 또는 산해경의 괴물이 실존한다면 꼭 이렇게 생겼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책 표지로 보게 된 것이다. 과연 이 동물의 정체는 무엇이고 누가 이런 책을 쓴 것일까?  

진짜 작가는 바르셀로나 출생의 사진가이자 개념 에술가인 '호안 폰쿠베르타', 독자적인 아트와 프로젝트로 다양한 전시를 열었고 그의 작품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등 전 세계의 내로라 하는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책 컨셉이 아주 독특하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우리가 진짜 비밀의 기록을 찾아낸 듯한 느낌! 1980년 폭우가 쏟아지던 날, 먼지투성이 지하실에서 잊혀진 독일의 동물학자 피터 아마이젠 하우펜의 일생을 바친 연구물을 우연히 발견한 것으로 시작된다. 전세계를 경악에 빠뜨릴 수 있는 놀라운 기록과 훼손된 문서들을 발견한 그들, 여기에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동물들에 대한 설명과 사진이 자세히 쓰여 있었고 <비밀의 동물 기록>에 그 특별한 자료를 다시 살려 소개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선택받은 소수가 되어 그 비밀에 대해 알게 된 사람들이다.

이 기록의 저자로 알려진 피터 아마이젠하우펜은 1895년 독일 뮌헨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아버지는 탐험가이자 사냥꾼, 사파리 가이드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었다. 피터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모험가 기질을 물려받아 아프리카의 야생 생활 경험에 매료되었고, 고고학자이자 모험가인 인디아나 존스나 지질학자이자 자연주의자인 알렉산더 폰 훔볼트를 영웅으로 삼았다. 그의 서재는 쥘 베른과 허버트 조지 웰스가 쓴 모험 소설과 자연과학, 의학 책들로 가득 차 있었고 앙브라우즈 파레의<괴물과 경이에 대하여>의 초판본을 가장 소중하게 여겼다고 한다. 대학교수로 활동하다 불미스러운 일로 퇴출되고 소수의 협력자, 과학자들로 구성된 팀을 꾸려 전 세계를 여행했다. 1933년부터 1950년 사이 많은 희귀 동물 종을 발견했으며 백혈병 진단을 받고 혼자 스코틀랜드 북부를 여행하던 중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비밀의 동물 기록>에는 피터 아마이젠하우펜의 놀라운 기록들로 가득하다. 여기에 주의깊게 봤던 신비한 동물들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비밀의 동물 기록>에는 이 동물들의 사진과 함께 위치정보, 포획 일자, 특징, 형태, 습성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솔레노글리파 폴리포디다 파충류와 날 수 없는 조류가 결합된 형태로 다리가 달린 뱀이다. 먹이를 만나면 정지 상태로 휘파람 같은 매우 높은 고음의 비명을 지르며 날카로운 독침을 날려 마비시킨다. 휘파람의 비명 단계가 끝나면 마비된 먹잇감을 향해 달려들어 뒷목을 물어 즉사시킨다.


수스 스크로파 : 운동 기능은 없고 오직 방어 기능만을 가진 다리가 등에 달린, 희귀한 변종 멧돼지의 어린 개체. 체코 보헤미아의 울창한 숲에서 목격됨.


익티오카프라 아이로파기아 : 만화가 조석 웹툰 <조의 영역>에 나올 법한 물고기다. 다리가 달린 물고기로, 걸어서 물 밖으로 나오려는 사진이 실려 있다.


켄타우루스 네안데르탈렌시스 : 그리스로마 신화 속 켄타우로스처럼 생긴 동물. 두개골 용적이 1,105cm에 달하고, 학습과 의사소통에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 책에는 켄타우루스 네안데리틀렌시스의 손을 검사하는 아마이젠하우펜 교수의 사진이 실려있다.


<비밀의 동물 기록>에 나오는 간단한 동물 소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또는 상상을 넘어서는 온갖 신비한 동물들의 기록이 상세히 실려 있다. 박사가 동물들을 관찰하고 실험하는 모습은 물론이고 엑스레이 사진, 해부도 등등도 간간히 나와 있어 신비감을 더한다. 전설이나 신화 속에 나오는 동물들, 또는 기괴한 동물이나 괴물들에 관심이 많다면 <비밀의 동물 기록>에 푹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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