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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차린 식탁 -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50가지 음식 인문학
우타 제부르크 지음, 류동수 옮김 / 애플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요리는 참 재미있다. 맛있는 요리는 그 자체로 우리의 미각에 즐거움을 주고 예쁘고 참신한 요리는 사람들의 찬사를 불러 일으킨다. 예나 지금이나 요리 경연, 재미있는 요리, 힐링 요리 등을 주제로 한 소설이나 만화, 또는 TV시리즈는 항상 인기있다. 지금 30-40대가 된 사람들은 어릴 때 <요리왕 비룡>을 얼마나 재미있게 봤는가. 그 외에도 백종원씨가 출연하는 다양한 요리관련 tv 시리즈, 나영석 사단이 선보이는 힐링 요리 프로그램들, 한때 유행했던 요리 서바이벌까지.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요리 경연을 주제로 한 TV시리즈는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인류가 차린 식탁>은 그런 긴박한 요소가 담긴 류의 컨텐츠는 아니지만 충분히 흥미로운 소재를 다룬다. 바로 언제나 인간과 함께했던, 인류사를 관통하는 '미식 산책'을 하는 것이다. 바빌론 사람들의 냄비, 로마인의 식탁, 중세의 보양수프, 원나라나 인도의 음식과 현대에 유행한 분자요리까지 살펴본다. 다양한 음식을 살펴보며 그 안에 담긴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문화까지 살펴보는 것이다. 권력과 계층구조, 굶주림의 시대와 팬데믹 시대의 음식까지 말이다.
음식은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위안거리다.
-실라 그레이엄-
<인류가 차린 식탁>의 첫 장은 이름만 들어도 호기심이 드는 '매머드 스테이크'로 시작한다. 밥상을 차리려면 음식재료와 함께 불과 조리도구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런 것들이 뚝딱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무인도에 떨어지면 불을 구하는 데만 해도 얼마나 많은 힘이 들던가. 초기 빌붙어 먹고 살던 인간은 벌렁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덤불 뒤에 숨어 다른 동물들의 사냥을 주시한다. 검치호랑이들이 들소 한마리를 잡아먹고 하이에나 떼가 달려들어 살을 먹은 후 인간의 차례, 살이 다 뜯겨나간 뼈다귀를 향해 주먹도끼를 내려친다. 그 속에 든 골수를 남김없이 빨아먹고 담백질을 섭취한다. 정신능력의 성장과 더불어 여러 도구를 고안하고 불을 제어하게 된 인간, 이제 여러 조리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2만 년쯤 전 빙하기가 시작되면서 베링해라 불리게 되는 바다의 표면이 단단히 얼어붙고, 모험심 넘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다다를 수 있었다. 이들은 훌륭한 사냥꾼이 되어 나무늘보를 닮은 거대한 땅늘보 같은 동물이나 매머드를 사냥했을 수도 있다고 한다. 매머드 고기의 맛이 어땠을지는 인류사의 비밀로 남아 있다. 한편, 뉴욕의 남성 전용 고급 클럽인 익스플로러 클럽은 1951년 뉴욕의 더 루스벨트 호텔에서 개최한 만찬 연회에서 25만 년 동안 얼음 속에 있던 매머드 스테이크를 메뉴에 올렸다고 수십 년간 주장했는데 DNA분석 결과 매머드가 아닌 바다거북이었다고 한다.
<인류가 차린 식탁>에는 인류사에서 문자로 기록된 가장 오래된 레시피 중 하나도 나온다. 바로 '양고기 스튜'로 기원전 1730년경 아카드의 쐐기문자로, 갈대로 만든 뾰족한 필기구를 이용해 작은 점토판에 새겨져 있다고 한다. 쓰인 장소는 바빌론으로 추정된다. 기원전 1400년경 이집트 비좁고 구불구불한 집 한채, 이 집은 여러 개의 방이 한 줄로 늘어서 있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널따란 지하 저장고처럼 생긴 방들이 나오는데 이 별난 저장고 뒤에 큰 방이 하나 나타난다. 부부였던 유야와 투야의 무덤으로 제18와조의 12대 왕 투탕카멘의 증조부모로 추정된다고 한다. 온갖 부장품 중 타원형의 작은 관이 놓여 있는데 이 속에는 작은 미라 하나가 들어 있다. 바로 소갈비! 소금을 써서 수분을 쏙 빼낸 다음 천으로 조심스레 돌돌 감싸고, 음식을 감싼 천에는 피스타치오 나무의 수지를 먹였다. 죽은 자의 세상으로 가는 그 머나먼 길에 가지고 갈 수 있도록 말이다.
이처럼 <인류가 차린 식탁>에는 온갖 재미있는 음식들이 등장한다. 이 음식들을 통해 우리는 그 시대의 문화와 역사 등을 엿볼 수 있고, 앞선 사람들의 음식은 어땠는지 호기심을 채울 수도 있다. 직접 맛볼 수는 없지만 저자의 해박한 인류학 지식을 통해 간접적인 체험은 가능하다. 역사 속 온갖 요리들을 맛보고 뜯고 즐기면서 마음껏 과거로 여행할 수 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