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론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0
존 스튜어트 밀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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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자유론/존 스튜어트 밀-아아비리그 필독 고전 읽기


현대 지성에서 클래식 시리즈로 이번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와 자본주의 정신> 그리고 마지막으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선 보였다. 철학에서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자유를 논할 때, 그리고 공리주의에 관해서 논할 때 존 스튜어트 밀은 빼 놓을 수 없는 철학자이다. 그래서 아이비리그를 비롯하여 전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자유론>을 필독 도서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명문대의 필독 도서라서가 아니라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자유론>에 빚지고 있다'라는 소개글이 매우 인상깊었기 때문이다. 내가 누리고 개인의 자유에 대한 국가의 보장 등을 생각해보니 우리가 머리 속에서 당연하게 떠올리는 사회적 자유에 대한 기본 원칙이 모두 그의 이론에서 나온 것이었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축약된 버전, 사회적 자유의 발전 과정(마이클 샐던의 정의론에서도 존 스튜어트 밀의 이론을 본 것 같다.) 등으로 접한 적은 많았는데 왜 그의 저서를 직접 읽어보려고 하지 않았는지 문득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론>에서는 존 스튜어트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은 물론이고 요약본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가정적 배경까지 알 수 있었다.


그가 살았던 시기는1806-1873년,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계몽주의 사상이 발생했으며 영국에서 사회, 경제, 정치적으로 많은 변혁이 일어났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철학자이며 경제학자였던 아버지 밑에 태어나 아주 어릴 때부터 엄격한 조기교육을 받은 그의 이력은 어마어마하다. 조기교육을 했다고는 하나 3살 때부터 그리스어를 배워 8살부터 헤로도토스와 플라톤의 저작을 읽었다고 한다. 8살부터는 라틴어를 배워 오비디우스 같은 고전을 읽고 12살부터는 스콜라 철학의 논리학을 공부하여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 저작들을 원어로 읽고 13살 때는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스 리카도의 저작을 통해 정치경제학을 공부했다는데, 완전히 천재의 행보이다. 고등학교 때 이런 철학 이론을 쉽게 풀어놓은 비문학 글을 읽고도 멍 때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10대 초반에 이미 이 수준에 다다랐으니 <자유론>, <공리주의>같은 저서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또 재미있었던 것은 24살 때 존 테일러의 부인이자 여성의 참정권 운동을 벌인 해리엇 테일러를 만나 교제했고 오랫동안 지적 교류를 하면서 지내다가 남편이 죽자 그녀와 교제한지 21년 만에 결혼하여 해리엇이 아비뇽에서 폐출혈로 죽을 때까지 함께 살았다는 것이다. 밀 또한 말년에 프랑스에 머물다가 아비뇽에서 죽었고 부인과 나란히 묻혔다. 부인의 영향인지 그는 여성의 해방과 여성의 참정권을 주장하며 평등만이 미덕들과 능력을 계발할 수 있게 해 주므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자유를 누려야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밀은 자유론의 맨 앞 부분, '헌정사'에서 부인의 뛰어난 지혜를 통해 동기부여와 도움을 받았다며 그녀의 공헌을 말하는데 부인에 대한 감정이 얼마나 깊었는지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외에 맨 앞 부분에서 존 스튜어트 밀이 살던 사회적 배경과 함께 그의 저작과 사상을 간략히 정리해 놓았다. 만약 이런 책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해제'부분을 꼼꼼히 읽고 <자유론>을 본격적으로 읽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밀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자유를 향할 수 있어야 개개인의 개성을 발휘할 수 있으며, 이렇게 천부적인 재능을 발전시켜 나가야 최대의 효용을 얻는 것이라 했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개인의 자유를 자유롭게 누를 수 있으며 직접적인 피해를 줄 때에는 사회가 개입해야 한다고 보았다. 만약 간접적인 피해라면 정부는 간섭할 수 없다고 보았는데 그 이유는, 이런 상황에까지 간섭하다 보면 개인의 자유를 정부가 제한하는 폐해가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 하였다. <자유론>에서는 자신의 이론과 함께 상세한 예시도 함께 들어가 있어서(사회가 개인에 대해 가지는 권한의 한계에서는 금주법이나 미국 대중의 사례 등을 들었다) 생각보다 그의 책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놀랐다. 추상적으로, 현학적으로 이론을 전개해 나간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자세한 예를 들어 되도록 자신의 이론을 정확하게 피력하려고 노력한 부분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존 스튜어트 밀에게 '자유'를 빚지고 있다. 우리가 현재 누리는 이 달콤한 자유가 어디로부터 왔는지, 이 이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하다면 날 잡고 <자유론>을 제대로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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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재의 영어독설 - 한글영어라는 소리영어로 영어듣기와 영어회화 잘하는 법
정용재 지음 / 한글영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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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용재의 영어독설-소리영어로 원어민처럼 영어회화배우기


 


이상하다. 영어 공부를 10년 이상 했는데 영어 회화는 좀처럼 할 수 없다. 버퍼링 걸린 동영상처럼, 한글로 문장을 떠올리고 영어로 재조합한 후 이게 문법에 맞는지 맞지 않는지 따지고 입으로 뱉으면 내가 말하려고 했던 주제는 벌써 지나가 있다. 영어회화에 도전했던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고민을 해 봤을 것이다. 아는 사람 중 해외 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해 영어 공부를 열정적으로 굉장히 오래해 온 분이 있었는데 그 분 또한 영어 문장을 만들기 위해 한글로 떠올려 다시 영어로 번역하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있노라면 자괴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도대체 왜 우리는 원어민처럼 영어 회화를 하지 못할까? 항상 궁금했지만 무릎을 탁 치는 답은 얻을 수 없었다.

 


<정용재의 영어독설>이라는 책은 바로 이에 대한 답을 똑똑히 말해준다. 영어는 영어 문자로 공부하는 일고 쓰는 영어와 영어 소리로 공부하는 듣고 말하는 영어가 다른데, 우리는 문자 공부만 해 놓고 소리 영어를 유창하게 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문자교육과 소리교육은 동시에 할 수 없는데 우리는 이 두 가지 영역을 동시에 공부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으며, 듣고 말하는 영어를 하고 싶다면 철저히 문자 교육을 배제한 소리교육으로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문자교육을 한 후 이 공부를 소리교육으로 확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반대로 소리교육을 통해 듣고 말하는 영어를 공부한 후 문자교육으로 넘어가는 것은 가능하다


이에 대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쓰는 것은 하지 못할 지언정 모국어를 말할 수는 있다. 이는 모든 사람들이 주변환경을 통해 수만 번 같은 단어를 반복해 들으면서 듣기부터 완성시킨 후 말하기를 배우고, 이후 몇 년이 지나면 한글이나 알파벳같은 문자를 배우기 때문이다. 모국어를 배울 때 소리교육과 문자교육은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 하지만 일본이나 한국에서의 영어교육은 대부분 듣기가 아니라 문자교육부터 시작하므로 애초에 원어민처럼 소리영어로 시작할 기회가 없는 것이다.


덧붙여 많은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은 말하기는 안 되지만 듣기, 읽기, 쓰기는 안 된다고 하는데 이 또한 착각이라고 말한다. 읽기가 된다는 것은 영어 원서를 술술 읽어나간다는 것이고 듣기가 된다는 것은 자막없이 영화나 뉴스를 자유롭게 듣는다는 것이고 쓰기가 된다는 것은 영어로 자유자재로 편지나 에세이, 일기 등을 작성하는 것인데 보통 사람들은 이 중에 제대로 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우리가 오랜 세월에 걸쳐 공부한 영어는 무엇일까? 바로 시험을 위한 영어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도 최근 몇 년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영어공부 시간이 시험을 위한 공부였다.


이 책은 원어민식 영어를 하고 싶다면 한국식 영어 공부 방법이 아니라 원어민처럼 영어를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문자영어를 먼저 시작한 사람은 소리영어로 전환하는 것이 무척 힘들며, 기존에 있는 한국식 영어를 포기하고 원어민식 영어를 다시 공부하는 재건축의 방식으로 두 영어 공부를 분리해야 한다. 하지만 영아의 경우 영어에 대한 베이스가 전혀 없으므로 처음부터 소리영어로 교육을 시작한다면 원어민처럼 영어를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이 원어민식 영어 공부를 할 때에는 5살 이전이 적합하며 문자영어 교육은 초3 이후에 시작해도 충분하다고 한다.


나의 경우는 이미 오랫동안 문자로 영어를 공부해왔기 때문에 재건축을 해야하는, 소리영어를 배우기 힘든 쪽에 속하는데 만약 원어민처럼 바로바로 모든 단어를 영어로 떠올려 말할 수 있다면 많은 노력을 쏟아서라도 원어민처럼 말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그래서 소리영어 공부 방법을 주의깊게 보았다. 영어 듣기를 공부하려면 원어민의 소리에 많이 노출되고, 영어 문자와 의미를 연결시키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소리를 한글로 적어서 하는, 한글영어 공부방법을 추천한다. 의미를 모르더라도 소리를 정확히 듣고 따라할 수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말하고 뜻을 알고 등등의 모든 일은 소리가 들린 이후에 진행된다. 


영어듣기 방법은 3가지가 있다.


1. 집중듣기

2. 확인듣기

3. 흘려듣기


집중듣기는 그림과 한글영어를 보고 그림만 보고 말할 수 있도록 하는 듣기, 확인듣기는 학습자가 제대로 따라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해서 들려주기, 흘려듣기는 영화나 애니 등 영상물을 반복해서 보는 것이다. 

 


한글영어로 공부할 때에는 의미를 모른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림을 잘못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한글영어학습을 반복하면 스스로 교정할 기회가 주어지며 그런 과정에서 발전하기 때문이다. 해석을 해 주면 사고가 제한되며 발전하는 과정도 없다. 또한 한글영어로 배운 영어는 '느낌'으로 체화한 것이므로 바로 원어민처럼 쓸 수 있다. 예를 들면 비가 오는 그림과 함께 [이츠 레이닝]이라고 암기했다면 한국어를 떠올리고 영어를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츠 레이닝]을 생각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의 영어 교재는 처음 접했는데 많은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특히 소리영어로 상황과 함께 영어를 접하면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생길 때까지 무한번 반복하므로 바로 원어민처럼 말할 수 있다는 부분이 공감됐다. 실제로 복잡한 문장은 한글문장을 영어로 번역하기 위해 끙끙대지만, 내가 영어 공부를 하면서 수없이 듣고 따라한 문장은 바로 영어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처음엔 쉬우니까 그런 것, 이라고 단순히 생각했는데 이 쉬운 문장들은 자주 듣고 읽고 따라하고 반복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한글영어 교재는 스토리영어/패턴영어/영어단어로 분류되는데 책의 맨 마지막 파트에 샘플이 나와 있어서 어떤 식으로 영어를 학습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 한글영어 공부 방법이 궁금하다면 저자가 운영하고 있는 한글영어 공식카페 https://cafe.naver.com/korchinese를 참고하기 바란다.

 

​이제까지의 영어회화 공부법이 실패했다면, 또는 영어를 전혀 모르지만 원어민처럼 하는 영어를 시작하고 싶다면 <정용재의 영어독설>을 통해 소리영어 공부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겠다. 나는 소리영어와 문자영어가 좀 뒤섞인 상황이라서 어떻게 공부해야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 상황인데, 그래도 저자가 제시한 공부법을 참고하여 드림웍스 채널을 소리로만 들어보려고 며칠 노력해 보았다. 그 동안 '영어 공부한 것+매우 짧은 기간이지만 예전에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덕분에 시도한 첫 날보다는 상당히 많이 들리는데 앞으로의 영어 공부 노선을 어떻게 해야할지 좀 고민이 된다.


이 책의 장점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오개념을 정확히 집어내 '소리 영어'의 개념에 대해 쉽게 설명해놓았다는 것이다. 소리영어와 문자영어를 구분해 놓았고 왜 소리영어가 원어민처럼 영어를 말하기 위한 최적의 공부법인지 수긍할 수 있다. 다만. 영어 공부법에 대한 오개념을 잡기 위해 그리고 올바른 원어민식 공부 방법을 설파하기 위해 페이지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유사한 설명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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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과자 - 나를 빛낸 특별한 디저트
여누리맘 임미선 지음 / 시대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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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화과자/여누리맘-아기자기 예쁜 화과자 만들기



 

세계화의 영향인지 다양한 나라에서 디저트가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아기자기하고 예쁜 디저트 가게를 찾아다니거나 그것도 아니면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게 유행이 되었다. 대표적인게 떡 케이크, 앙금플라워, 화과자, 양갱, 빵이나 쿠키류 등인데 최근엔 굳이 요리클래스에 가지 않아도 갖가지 책을 통해 레시피를 접할 수 있다. 그 중 내가 관심이 있었던 것은 색깔과 모양이 예쁘고 화려한 앙금플라워와 화과자였다. 특히 이 둘은 내가 좋아하는 앙금이 주 재료라 귀엽게 만들어 입에 쏙쏙 넣을 생각을 하니 행복했다. 만약 재료가 남는다면 상투과자를 만들어 먹어도 될 것 같아서 과감하게 화과자 재료 주문!


 

 

 

<나를 빛낸 특별한 디저트-화과자>는 여누리맘으로 활동하는 요리관련 파워블로거가 낸 책인데, 요리를 사랑해서 20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앙금플라워 떡케이크 공방을 열게 되었다고 한다. 공방을 연 뒤 더 많은 디저트를 연구하던 중 화과자를 알게 되어 이 책을 쓰게 된 것이다. 궁금한 분들을 위해 저자의 블로거를 링크해 뒀다.

https://blog.naver.com/moab21

 

화과자는 일본 전통과자로 옛날 일본의 왕족이나 일부 귀족만 즐겼다는 고급 수제 디저트라고 한다. 모양과 종류가 매우 다양하며 원하는 다양한 이미지를 화과자로 만들 수 있다. 책 맨 앞장에는 화과자의 의미와 화과자의 기본 도구가 소개되는데, 내가 이 책을 보고 화과자를 만들기 위해 산 재료는 전자저울과 마지팬스틱 뿐이다. 삼각봉은 재료를 사려고 했던 사이트에서 취급하지 않아 구매하지 않고 마지팬스틱으로 대체했으나 본격적으로 화과자 만들기 취미를 가지고 싶다면 '삼각봉'은 필수이다.


 

 

화과자 기본 재료로는 춘설앙금, 백옥앙금, 팥앙금, 물엿, 찹쌀가루 등등이 있고 기본 조색을 위해서는 다양한 색소가 필요한데 나는 미리 책을 살펴보고 백옥앙금과 찹쌀가루가 기본베이스가 되는 '네리끼리'만 시범적으로 만들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산 재료는 백옥앙금, 찹쌀가루와 천연 가루 색소들(호박가루, 고구마가루, 청치자 가루 등등) 그리고 인공색소 하나이다. 책을 대충 훑어보는 바람에 네리끼리 '소'로 춘설앙금을 사는 것을 깜빡하고 백옥앙금만 사 버렸다 ㅠㅠ 책을 정독한 끝에 춘설앙금과 백옥앙금은 되기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춘설앙금이 더 되기 때문에 구움과자류나 소로 사용된다) 네리끼리 기본반죽을 만든 후, 백옥앙금을 팬에 10여 분간 볶아 물기를 빼고 소 재료로 사용하였는데 나름 대체재료로 사용할만 했다.

 

네리끼리의 기본반죽에는 백옥앙금, 물, 물엿, 규히가 들어간다. 규히는 물, 찹쌀가루, 설탕을 섞은 후 전자렌지에 돌리면 완성된다.


화과자에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는 건 말로 많이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기본반죽부터 나의 정성을 시험받았다. 더운 초여름에 네리끼리의 기본반죽을 만들기 위해 반죽을 약 25분 간 팬에서 볶아야 한다. 이게 앙금이 질어서 나무주걱으로 앙금을 골고루 펴서 뒤집고 하는 거 자체가 정말 힘들었다. 팔 힘도 많이 들고 더웠다. 춘설앙금 대신 백옥앙금을 소로 쓰기 위해 이 비슷한 과정을 한 번 더 했더니 이미 내 에너지의 대부분을 사용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데이지는 발색이 조금 약한 것 같아서 제쳐두고 전부터 눈여겨보았던 벚꽃 네리끼리를 첫 번째로 시도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백옥앙금을 약 10분동안 볶은 것으로 춘설앙금을 대체했다. 춘설앙금 25g, 네리끼리반죽 진분홍색 13g, 네리끼리 반죽 하얀색 12g, 네리끼리 반죽 노란색 0.5g이 벚꽃 하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이다.

 


나는 인공색소 분홍색 하나를 사고 나머지는 모두 천연가루 색소로 샀는데, 반죽을 만들면서 사람들이 왜 인공색소(여기서 인공색소라고 내가 지칭하는 것은 천연이라고 해도 가루가 아니라 가공된 것, 그러니까 케이스에 예쁘게 담긴 액체 색소들을 의미한다.)를 사는지 처절히 깨달았다. 벚꽃 반죽을 천연색소와 인공색소 두 가지를 이용해 봤는데, 우선 인공색소는 날카로운 것으로 살짝 찍어 반죽에 묻히면서 양 조절을 하는데 소량만 넣어도 발색이 아주 잘 되고 색도 예쁘다. 또한 액체를 아주 소량 묻히기 때문에 반죽 물성(되기, 건조함 등등)이 거의 변하지 않아 화과자를 만들기 훨씬 수월하다. 그러나 쳔연색소는 무조건 물성이 변했다. 딸기+복분자 가루 색소를 넣었더니 반죽이 찐득찐득(당분 때문인듯)해졌고 녹차가루, 고구마가루 등등 대부분이 물성이 변해서 인공색소를 쓸 때보다 훨씬 반죽을 다루기 힘들었다. 게다가 색깔이... 나쁘게 말하면 구리고 좋게 말하면 건강해보이는 색이다. 천연가루색소를 사용하면 책처럼의 색은 안 나온다고 생각해도 좋다. 특히 예쁜 빨간색은 포기하는 편이 낫다. 내가 만든 벚꽃 중 화사한 것은 인공색소, 우중충한 건 천연가루색소를 이용한 것이다. 사과반죽을 천연가루색소로 만들었더니 책과 완전히 다른 느낌의 사과가 되었다. 그래도 비교적 색깔이 만족스럽게 잘 나왔던 천연가루색소들을 말하자면 호박가루와 청치자가루이다. 치자가루는 청색밖에 사지 않았는데, 치자가 아주 오래전부터 색을 내기 위해 사용되어 온 것을 생각하면 다른 색의 치자가루도 발색이 괜찮을 거라 예상된다.

 

참고로 나는 과거 앙금이나 케이크 등을 만들어 본 적이 전혀 없고, 그냥 디저트 만들기 생초보인데 순전히 책만 참고하여 네리끼리를 만들었다. <나를 빛낸 특별한 디저트-화과자>는 초보자도 이해하기 쉽게 레시피를 설명하고 있다. 또한 화과자 중 고나시, 네리끼리, 우이로우, 셋빼, 양갱 레시피가 종류 별로 골고루 나와 있다.


모양을 만들면서 힘들었던 것은 동그라미가 좀처럼 예쁘게 만들어지지 않고 찌그러진다는 것이었고, 특히 소를 감쌀 때 생긴 경계선을 없애기가 힘들었다. 이 경계선은 내가 반죽의 되기를 잘못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러는 건지 잘 모르겠다. 또한 복숭아같은 종류를 만들 때 진분홍 반죽을 흰 반죽과 겹친 뒤 반죽의 가운데를 눌러 문질러서 하얀색 네리끼리 반죽에 안쪽의 진분홍이 배어 나오도록 만드는 것도 힘들었다. 사진에 나오는 것처럼 균일하게 배어나오는 게 우선 힘들었고, 좀 더 핑크색이 돋보이도록 욕심을 내니 반죽이 찢어지기도 했다. 마지팬으로 자국을 새기거나 모양을 만드는 건 쉽게 할 수 있었다.

 

왜 화과자를 만들어도 만들어도 반죽 재료가 없어지지 않는 건지... 한 개 만들 때마다 상당한 노동력이 들어갔는데 아무리 만들어도 반죽이 남아 있어 좌절했다. 내가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책에 적힌 레시피대로 500g의 네리끼리 반죽을 만들었구나... 깨달았다. 하지만 후회해도 이미 내가 만들어놓은 반죽은 사라지지 않았다. 화과자를 처음 만드는 사람은 함께 재료를 소모할 동료를 구하거나 아니면 제대로 각오를 하는 것이 좋다. 많은 힘을 필요로 한 반죽 만들기와 까다로운 멋내기 공정, 괜히 귀족과 왕족의 간식이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만든 화과자 중 책에 나온 레시피와 거의 동일하게 한 것은 복숭아, 토끼, 벚꽃이다. 사과를 만드려다가 색이 영 아니라서 그나마 천연 색소에 가까운 딸기가 좀 낫나 해서 딸기는 창작했고, 매실 레시피는 우이로우 편에 있었는데 그냥 네리끼리를 사용하여 만들어 버렸다. 의외로 매실이 꽤 실제 매실과 비슷해서 뿌듯했다. 그리고 노란 반죽이 남아서 고민하다가 청치자색이 호박 껍데기 색이랑 비슷해서 네리끼리 '귤'버전 레시피를 활용하여 호박을 만들었다. 참고로 귤 레시피 꽤 까다롭다. 소를 노란색 반죽으로 한번 감싸서 만들어 놓고 껍데기와 하얀색 반죽을 매우 얇게 만들어 전체를 씌운다음 껍데기를 마지팬 도구를 사용해 벗기는데, 얇은 반죽이 수시로 찢어지려고 한다. 여기저기 빵꾸난 반죽을 메꾸느라 애썼다. 정말 힘든 하루였다. 다 만들고 나니 먹을 힘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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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파파의 회고록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3
토베 얀손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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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무민파파의 회고록-아빠 무민의 신나는 여행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의 무민 시리즈, 무민의 소설들은 세계적 유명세에 비해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진 건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의 문화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핀란드에 가면 무민 캐릭터 상품 하나씩은 챙겨온다. 북유럽 쪽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작정을 하고 무민파크에 가서 인증샷을 남기기도 한다.


모르는 사람은 무민 캐릭터를 보고 두 발로 걸어다니는 '하마'라고 생각하기 좋은데 그 정체는 바로 북유럽 민간설화에 나오는 커다란 괴물 '트롤'이다. 보통 판타지 소설에서는 트롤이 흉악하고 거대한, 인간을 해치는 나쁜 몬스터로 나오는데 무민 시리즈에서는 풍부한 감수성을 가진 낭만적인 존재로 나온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힐링용 도서'로 무민 시리즈를 즐겨 읽는다.


<무민파파의 회고록>을 받아들고 가장 놀랐던 것은 이번에 출판된 무민 시리즈 3. 무민파파의 회고록과 4. 위험한 여름의 번역자가 바로 '따루 살미넨'이라는 것이었다. <미녀들의 수다>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여 종종 다른 티비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는데 유독 지적인 측면이 돋보이는 출연자였다. 한국어를 능숙하게 사용했던 그녀는 현재 핀란드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는데, 무려 핀란드 책을 한글로 번역하는 일까지 시작한 것이다. 최근 외국인들이 한국에 유학을 와서 한국어를 배우고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외국 문학을 한글로 번역하는 일 또는 한국문학을 모국어로 번역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무민파파의 회고록>은 무민을 있게 한, 무민 파파의 어릴 적 이야기이다. 한여름에 아주 지독한 감기에 걸리고 만 무민 파파는 급기야 본인이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해포석으로 만든 전차'를 가져다 달라고 한다. 해포석 전차를 보며 자신의 신나는 모험을 떠올린 무민파파는 그 이야기를 회고록으로 남긴 후 가족들에게 보여주기로 마음먹는다.


고아로, 갈색 종이에 돌돌 말려 고아로 맡겨진 무민파파. 헤물렌을 만나자마자 3번의 재채기를 했으며,13번째로 맡겨져 13이라는 꼬리표를 단 무민파파는 본인이 아주 특별한 별자리를 가진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아원은 고루한 말에 지루한 일만 하는 헤물렌이 운영하고 있어서 무민파파의 꿈을 충족시켜주기엔 역부족이다. 바닷가에 나가 빙판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본 무민 파파, 빙판이 무서져 물에 빠졌다가 겨우 빠져나온 그는 그 길로 고아원을 나가기로 결심한다. 고아원에서 호박잼을 한 통 챙겨들고 헤물렌에게 쪽지를 남긴 후 무민파파는 길을 떠난다. 꿈과 모험으로 가득한 그 길에서 그는 절친한 친구 호지스와 그의 사존 요스터를 만나고(물론 그 전에 지루한 고슴도치 아줌마를 만난다.) 호지스의 배 '바다 관현악단'을 타고  더 넓은 세계로 떠난다.


무민 시리즈를 읽으면 핀란드 사람들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감기에 걸리면 따뜻한 럼에 커피, 우유, 코코아, 물, 벌꿀 등을 섞은 칵테일을 마신다든가 주스 푸딩을 후식으로 먹는다든가 아니면 다락방이 있는 핀란드 집의 구조에 대해 안다든가 등, 한국에서는 처음 보는 것들이 잔뜩 나와 있다.


무민시리즈는 어린이책으로 알려져 있지만 삶에 지친 어른들이 읽기에도 제격이다. 무민파파는 끔찍했던 보육원 생활에서도 꿈과 모험의 희망을 잃지 않으며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찾기 위해 떠난다. 여행을 하며 온갖 신기한 존재를 만나고, 친구를 사귀고 힘든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일을 해결해 나간다. 우리가 원하는 우리가 꿈꾸는 인생이다. 무민파파와 함께 미지의 여행을 떠날 준비가 되었다면, 이 귀여운 트롤의 이야기에 푹 빠져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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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시간 - 메소아메리카의 고대 문명
정혜주 지음 / 틀을깨는생각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리뷰]신들의 시간-마야 문명을 비롯한 메소 아메리카 문명을 찾아서


 

북유럽 신화, 그리스 로마 신화, 이집트 신화, 중동 신화 등은 종종 접했지만 메소 아메리카 신화는 나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낯설게 느낄 것이다. 애초에 '메소 아메리카'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었지만 '신화'와 '고대문명'에 관련된 책이라기에 망설임 없이 책을 집어들었다. 나에게 신화는 언제나 매력적이고 신비한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이기 때문이다. 신화 속에서 수 많은 이야기가 탄생했으며 신화 속에서 고대인들의 생각과 소망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달리 모든 자연 현상을 두렵고 신비한 존재로 여겼으며 사소한 것에도 경외의 마음을 담아 대했던 시대, 인간의 원초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시대... 문명의 이기는 잔뜩 누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대에 대한 열망과 환상을 놓지 못한다.


나처럼 메소아메리카라는 단어 자체가 낯선 이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메소아메리카는 현재의 멕시코, 과테말라, 벨리즈,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일대를 말한다. 즉, 우리가 보통 라틴아메리카라고 부르는 중남미 지역 중 중부에 해당하는 곳이며 이 지역들은 오랫동안 유럽 여러 나라의 식민지였다.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메소아메리카 문명은 바로 '마야 문명', 우리에게는 멸망의 날과 식인문화. 갑작스러운 멸종과 벽화 등 굉장히 신비로운 문명으로 소개되었다. 이 책에서는 마야문명을 비롯하여 떼오띠우아깐, 아스떼까 문명에 대해 소개한다. 떼오띠우아깐과 아스떼까 문명은 정말 나로서도 처음 들어본 문명이었다.

마야 사람들은 밤하늘을 관찰하며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별들이, 하늘에 있는 신들의 신호와 지시라고 생각했다. 이는 동양의 전통적인 천체관측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는데, 그래서 어느 나라나 설화에 커다란 별이 뜨면 영웅의 탄생을 말하고 밝은 별이 지면 큰 재앙을 암시한다는 내용이 있나보다. 어쨌든 마야 문명의 이야기는 상당 부분 별자리에 관련되어 있다. 마드리드의 고문서에는 별의 움직임을 관측하는 사람이 그려져 있고 체뚜말에는 하늘의 별자리인 앵무새와 사냥꾼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재미있는 것은 마야 사람들의 주식이 '옥수수'였기 때문인지 하늘과 땅 사이를 받치는 세계나무를 옥수수신이라고 생각했다. 이 세계나무를 중심으로 신들이 모여 세상을 창조하였고 인간들은 네모진 공간에 옥수수가 자라는 밭을 만들어 옥수수씨앗을 뿌렸다고 한다. 밤의 신과 여명의 신 사이에 태어난 쌍둥이 아들이 지하세계로 공놀이를 하러 갈 때에도 옥수수를 심으며, 어머니에게 이 옥수수가 파랗게 자라면 자신들이 죽지 않은 것이라 말한다. 이처럼 옥수수는 세상의 창조부터 마야 왕권의 신화에까지 관련된다.



떼오띠우아깐은 '신이 되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기원전 300년-기원전 100년 사이에 멕시코 중앙 고원에서 화산이 폭팔한 후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이주하여 세운 도시라고 한다. 마야 지역의 여러 도시들의 초기 문명 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친 이 곳은 600년 이후 기울기 시작하여 700년 이후에는 완전히 버려졌다고 한다. 신의 되는 곳이라는 신비한 이름의 이 곳의 신화는 '희생'으로 시작된다. 새로운 태양에 대한 일을 논하기 위해 모든 신들이 모이고 직분이 없는 신 떼꾸시스떼까뜰(말하는 자)와 부스럼의 신 나나우아뜰이 여명을 가지고 오기 위해 나선다. 그들은 자신을 희생하는 것으로 정화의식을 치르고 해를 데리고오려 하지만 해는 '피'를 원한다며 꿈쩍도 하지 않는다. 결국 모든 신들이 자신의 심장을 바치는 의례를 치르자 태양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해와 관련된 신화 중에서 이렇게 많은 목숨을 희생한 신화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상대적으로 익숙한 마야 문명을 제외하고 떼오띠우아깐이나 아스떼까 문명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낯설었다. 신화는 물론 유물도 내가 이제껏 보지 못한 내용이었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유적지 사진을 보면서 고대 메소 아메리카의 흔적을 따라갈 수 있었고, 이 방대한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여 메소아메리카에 대한 책을 낸 저자에 연신 감탄했다. 낯선 나라들의 오래된 이야기, 바로 신들의 시간을 더듬으며 나 또한 낯선 고대의 나라로 여행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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