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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파파의 회고록 ㅣ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3
토베 얀손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6월
평점 :
[리뷰]무민파파의 회고록-아빠 무민의 신나는 여행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의 무민 시리즈, 무민의 소설들은 세계적 유명세에 비해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진 건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의 문화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핀란드에 가면 무민 캐릭터 상품 하나씩은 챙겨온다. 북유럽 쪽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작정을 하고 무민파크에 가서 인증샷을 남기기도 한다.
모르는 사람은 무민 캐릭터를 보고 두 발로 걸어다니는 '하마'라고 생각하기 좋은데 그 정체는 바로 북유럽 민간설화에 나오는 커다란 괴물 '트롤'이다. 보통 판타지 소설에서는 트롤이 흉악하고 거대한, 인간을 해치는 나쁜 몬스터로 나오는데 무민 시리즈에서는 풍부한 감수성을 가진 낭만적인 존재로 나온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힐링용 도서'로 무민 시리즈를 즐겨 읽는다.
<무민파파의 회고록>을 받아들고 가장 놀랐던 것은 이번에 출판된 무민 시리즈 3. 무민파파의 회고록과 4. 위험한 여름의 번역자가 바로 '따루 살미넨'이라는 것이었다. <미녀들의 수다>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여 종종 다른 티비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는데 유독 지적인 측면이 돋보이는 출연자였다. 한국어를 능숙하게 사용했던 그녀는 현재 핀란드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는데, 무려 핀란드 책을 한글로 번역하는 일까지 시작한 것이다. 최근 외국인들이 한국에 유학을 와서 한국어를 배우고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외국 문학을 한글로 번역하는 일 또는 한국문학을 모국어로 번역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무민파파의 회고록>은 무민을 있게 한, 무민 파파의 어릴 적 이야기이다. 한여름에 아주 지독한 감기에 걸리고 만 무민 파파는 급기야 본인이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해포석으로 만든 전차'를 가져다 달라고 한다. 해포석 전차를 보며 자신의 신나는 모험을 떠올린 무민파파는 그 이야기를 회고록으로 남긴 후 가족들에게 보여주기로 마음먹는다.
고아로, 갈색 종이에 돌돌 말려 고아로 맡겨진 무민파파. 헤물렌을 만나자마자 3번의 재채기를 했으며,13번째로 맡겨져 13이라는 꼬리표를 단 무민파파는 본인이 아주 특별한 별자리를 가진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아원은 고루한 말에 지루한 일만 하는 헤물렌이 운영하고 있어서 무민파파의 꿈을 충족시켜주기엔 역부족이다. 바닷가에 나가 빙판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본 무민 파파, 빙판이 무서져 물에 빠졌다가 겨우 빠져나온 그는 그 길로 고아원을 나가기로 결심한다. 고아원에서 호박잼을 한 통 챙겨들고 헤물렌에게 쪽지를 남긴 후 무민파파는 길을 떠난다. 꿈과 모험으로 가득한 그 길에서 그는 절친한 친구 호지스와 그의 사존 요스터를 만나고(물론 그 전에 지루한 고슴도치 아줌마를 만난다.) 호지스의 배 '바다 관현악단'을 타고 더 넓은 세계로 떠난다.
무민 시리즈를 읽으면 핀란드 사람들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감기에 걸리면 따뜻한 럼에 커피, 우유, 코코아, 물, 벌꿀 등을 섞은 칵테일을 마신다든가 주스 푸딩을 후식으로 먹는다든가 아니면 다락방이 있는 핀란드 집의 구조에 대해 안다든가 등, 한국에서는 처음 보는 것들이 잔뜩 나와 있다.
무민시리즈는 어린이책으로 알려져 있지만 삶에 지친 어른들이 읽기에도 제격이다. 무민파파는 끔찍했던 보육원 생활에서도 꿈과 모험의 희망을 잃지 않으며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찾기 위해 떠난다. 여행을 하며 온갖 신기한 존재를 만나고, 친구를 사귀고 힘든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일을 해결해 나간다. 우리가 원하는 우리가 꿈꾸는 인생이다. 무민파파와 함께 미지의 여행을 떠날 준비가 되었다면, 이 귀여운 트롤의 이야기에 푹 빠져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