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과자 - 나를 빛낸 특별한 디저트
여누리맘 임미선 지음 / 시대인 / 2020년 11월
평점 :
품절


 
 

[리뷰]화과자/여누리맘-아기자기 예쁜 화과자 만들기



 

세계화의 영향인지 다양한 나라에서 디저트가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아기자기하고 예쁜 디저트 가게를 찾아다니거나 그것도 아니면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게 유행이 되었다. 대표적인게 떡 케이크, 앙금플라워, 화과자, 양갱, 빵이나 쿠키류 등인데 최근엔 굳이 요리클래스에 가지 않아도 갖가지 책을 통해 레시피를 접할 수 있다. 그 중 내가 관심이 있었던 것은 색깔과 모양이 예쁘고 화려한 앙금플라워와 화과자였다. 특히 이 둘은 내가 좋아하는 앙금이 주 재료라 귀엽게 만들어 입에 쏙쏙 넣을 생각을 하니 행복했다. 만약 재료가 남는다면 상투과자를 만들어 먹어도 될 것 같아서 과감하게 화과자 재료 주문!


 

 

 

<나를 빛낸 특별한 디저트-화과자>는 여누리맘으로 활동하는 요리관련 파워블로거가 낸 책인데, 요리를 사랑해서 20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앙금플라워 떡케이크 공방을 열게 되었다고 한다. 공방을 연 뒤 더 많은 디저트를 연구하던 중 화과자를 알게 되어 이 책을 쓰게 된 것이다. 궁금한 분들을 위해 저자의 블로거를 링크해 뒀다.

https://blog.naver.com/moab21

 

화과자는 일본 전통과자로 옛날 일본의 왕족이나 일부 귀족만 즐겼다는 고급 수제 디저트라고 한다. 모양과 종류가 매우 다양하며 원하는 다양한 이미지를 화과자로 만들 수 있다. 책 맨 앞장에는 화과자의 의미와 화과자의 기본 도구가 소개되는데, 내가 이 책을 보고 화과자를 만들기 위해 산 재료는 전자저울과 마지팬스틱 뿐이다. 삼각봉은 재료를 사려고 했던 사이트에서 취급하지 않아 구매하지 않고 마지팬스틱으로 대체했으나 본격적으로 화과자 만들기 취미를 가지고 싶다면 '삼각봉'은 필수이다.


 

 

화과자 기본 재료로는 춘설앙금, 백옥앙금, 팥앙금, 물엿, 찹쌀가루 등등이 있고 기본 조색을 위해서는 다양한 색소가 필요한데 나는 미리 책을 살펴보고 백옥앙금과 찹쌀가루가 기본베이스가 되는 '네리끼리'만 시범적으로 만들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산 재료는 백옥앙금, 찹쌀가루와 천연 가루 색소들(호박가루, 고구마가루, 청치자 가루 등등) 그리고 인공색소 하나이다. 책을 대충 훑어보는 바람에 네리끼리 '소'로 춘설앙금을 사는 것을 깜빡하고 백옥앙금만 사 버렸다 ㅠㅠ 책을 정독한 끝에 춘설앙금과 백옥앙금은 되기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춘설앙금이 더 되기 때문에 구움과자류나 소로 사용된다) 네리끼리 기본반죽을 만든 후, 백옥앙금을 팬에 10여 분간 볶아 물기를 빼고 소 재료로 사용하였는데 나름 대체재료로 사용할만 했다.

 

네리끼리의 기본반죽에는 백옥앙금, 물, 물엿, 규히가 들어간다. 규히는 물, 찹쌀가루, 설탕을 섞은 후 전자렌지에 돌리면 완성된다.


화과자에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는 건 말로 많이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기본반죽부터 나의 정성을 시험받았다. 더운 초여름에 네리끼리의 기본반죽을 만들기 위해 반죽을 약 25분 간 팬에서 볶아야 한다. 이게 앙금이 질어서 나무주걱으로 앙금을 골고루 펴서 뒤집고 하는 거 자체가 정말 힘들었다. 팔 힘도 많이 들고 더웠다. 춘설앙금 대신 백옥앙금을 소로 쓰기 위해 이 비슷한 과정을 한 번 더 했더니 이미 내 에너지의 대부분을 사용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데이지는 발색이 조금 약한 것 같아서 제쳐두고 전부터 눈여겨보았던 벚꽃 네리끼리를 첫 번째로 시도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백옥앙금을 약 10분동안 볶은 것으로 춘설앙금을 대체했다. 춘설앙금 25g, 네리끼리반죽 진분홍색 13g, 네리끼리 반죽 하얀색 12g, 네리끼리 반죽 노란색 0.5g이 벚꽃 하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이다.

 


나는 인공색소 분홍색 하나를 사고 나머지는 모두 천연가루 색소로 샀는데, 반죽을 만들면서 사람들이 왜 인공색소(여기서 인공색소라고 내가 지칭하는 것은 천연이라고 해도 가루가 아니라 가공된 것, 그러니까 케이스에 예쁘게 담긴 액체 색소들을 의미한다.)를 사는지 처절히 깨달았다. 벚꽃 반죽을 천연색소와 인공색소 두 가지를 이용해 봤는데, 우선 인공색소는 날카로운 것으로 살짝 찍어 반죽에 묻히면서 양 조절을 하는데 소량만 넣어도 발색이 아주 잘 되고 색도 예쁘다. 또한 액체를 아주 소량 묻히기 때문에 반죽 물성(되기, 건조함 등등)이 거의 변하지 않아 화과자를 만들기 훨씬 수월하다. 그러나 쳔연색소는 무조건 물성이 변했다. 딸기+복분자 가루 색소를 넣었더니 반죽이 찐득찐득(당분 때문인듯)해졌고 녹차가루, 고구마가루 등등 대부분이 물성이 변해서 인공색소를 쓸 때보다 훨씬 반죽을 다루기 힘들었다. 게다가 색깔이... 나쁘게 말하면 구리고 좋게 말하면 건강해보이는 색이다. 천연가루색소를 사용하면 책처럼의 색은 안 나온다고 생각해도 좋다. 특히 예쁜 빨간색은 포기하는 편이 낫다. 내가 만든 벚꽃 중 화사한 것은 인공색소, 우중충한 건 천연가루색소를 이용한 것이다. 사과반죽을 천연가루색소로 만들었더니 책과 완전히 다른 느낌의 사과가 되었다. 그래도 비교적 색깔이 만족스럽게 잘 나왔던 천연가루색소들을 말하자면 호박가루와 청치자가루이다. 치자가루는 청색밖에 사지 않았는데, 치자가 아주 오래전부터 색을 내기 위해 사용되어 온 것을 생각하면 다른 색의 치자가루도 발색이 괜찮을 거라 예상된다.

 

참고로 나는 과거 앙금이나 케이크 등을 만들어 본 적이 전혀 없고, 그냥 디저트 만들기 생초보인데 순전히 책만 참고하여 네리끼리를 만들었다. <나를 빛낸 특별한 디저트-화과자>는 초보자도 이해하기 쉽게 레시피를 설명하고 있다. 또한 화과자 중 고나시, 네리끼리, 우이로우, 셋빼, 양갱 레시피가 종류 별로 골고루 나와 있다.


모양을 만들면서 힘들었던 것은 동그라미가 좀처럼 예쁘게 만들어지지 않고 찌그러진다는 것이었고, 특히 소를 감쌀 때 생긴 경계선을 없애기가 힘들었다. 이 경계선은 내가 반죽의 되기를 잘못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러는 건지 잘 모르겠다. 또한 복숭아같은 종류를 만들 때 진분홍 반죽을 흰 반죽과 겹친 뒤 반죽의 가운데를 눌러 문질러서 하얀색 네리끼리 반죽에 안쪽의 진분홍이 배어 나오도록 만드는 것도 힘들었다. 사진에 나오는 것처럼 균일하게 배어나오는 게 우선 힘들었고, 좀 더 핑크색이 돋보이도록 욕심을 내니 반죽이 찢어지기도 했다. 마지팬으로 자국을 새기거나 모양을 만드는 건 쉽게 할 수 있었다.

 

왜 화과자를 만들어도 만들어도 반죽 재료가 없어지지 않는 건지... 한 개 만들 때마다 상당한 노동력이 들어갔는데 아무리 만들어도 반죽이 남아 있어 좌절했다. 내가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책에 적힌 레시피대로 500g의 네리끼리 반죽을 만들었구나... 깨달았다. 하지만 후회해도 이미 내가 만들어놓은 반죽은 사라지지 않았다. 화과자를 처음 만드는 사람은 함께 재료를 소모할 동료를 구하거나 아니면 제대로 각오를 하는 것이 좋다. 많은 힘을 필요로 한 반죽 만들기와 까다로운 멋내기 공정, 괜히 귀족과 왕족의 간식이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만든 화과자 중 책에 나온 레시피와 거의 동일하게 한 것은 복숭아, 토끼, 벚꽃이다. 사과를 만드려다가 색이 영 아니라서 그나마 천연 색소에 가까운 딸기가 좀 낫나 해서 딸기는 창작했고, 매실 레시피는 우이로우 편에 있었는데 그냥 네리끼리를 사용하여 만들어 버렸다. 의외로 매실이 꽤 실제 매실과 비슷해서 뿌듯했다. 그리고 노란 반죽이 남아서 고민하다가 청치자색이 호박 껍데기 색이랑 비슷해서 네리끼리 '귤'버전 레시피를 활용하여 호박을 만들었다. 참고로 귤 레시피 꽤 까다롭다. 소를 노란색 반죽으로 한번 감싸서 만들어 놓고 껍데기와 하얀색 반죽을 매우 얇게 만들어 전체를 씌운다음 껍데기를 마지팬 도구를 사용해 벗기는데, 얇은 반죽이 수시로 찢어지려고 한다. 여기저기 빵꾸난 반죽을 메꾸느라 애썼다. 정말 힘든 하루였다. 다 만들고 나니 먹을 힘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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