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재의 영어독설 - 한글영어라는 소리영어로 영어듣기와 영어회화 잘하는 법
정용재 지음 / 한글영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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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용재의 영어독설-소리영어로 원어민처럼 영어회화배우기


 


이상하다. 영어 공부를 10년 이상 했는데 영어 회화는 좀처럼 할 수 없다. 버퍼링 걸린 동영상처럼, 한글로 문장을 떠올리고 영어로 재조합한 후 이게 문법에 맞는지 맞지 않는지 따지고 입으로 뱉으면 내가 말하려고 했던 주제는 벌써 지나가 있다. 영어회화에 도전했던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고민을 해 봤을 것이다. 아는 사람 중 해외 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해 영어 공부를 열정적으로 굉장히 오래해 온 분이 있었는데 그 분 또한 영어 문장을 만들기 위해 한글로 떠올려 다시 영어로 번역하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있노라면 자괴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도대체 왜 우리는 원어민처럼 영어 회화를 하지 못할까? 항상 궁금했지만 무릎을 탁 치는 답은 얻을 수 없었다.

 


<정용재의 영어독설>이라는 책은 바로 이에 대한 답을 똑똑히 말해준다. 영어는 영어 문자로 공부하는 일고 쓰는 영어와 영어 소리로 공부하는 듣고 말하는 영어가 다른데, 우리는 문자 공부만 해 놓고 소리 영어를 유창하게 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문자교육과 소리교육은 동시에 할 수 없는데 우리는 이 두 가지 영역을 동시에 공부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으며, 듣고 말하는 영어를 하고 싶다면 철저히 문자 교육을 배제한 소리교육으로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문자교육을 한 후 이 공부를 소리교육으로 확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반대로 소리교육을 통해 듣고 말하는 영어를 공부한 후 문자교육으로 넘어가는 것은 가능하다


이에 대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쓰는 것은 하지 못할 지언정 모국어를 말할 수는 있다. 이는 모든 사람들이 주변환경을 통해 수만 번 같은 단어를 반복해 들으면서 듣기부터 완성시킨 후 말하기를 배우고, 이후 몇 년이 지나면 한글이나 알파벳같은 문자를 배우기 때문이다. 모국어를 배울 때 소리교육과 문자교육은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 하지만 일본이나 한국에서의 영어교육은 대부분 듣기가 아니라 문자교육부터 시작하므로 애초에 원어민처럼 소리영어로 시작할 기회가 없는 것이다.


덧붙여 많은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은 말하기는 안 되지만 듣기, 읽기, 쓰기는 안 된다고 하는데 이 또한 착각이라고 말한다. 읽기가 된다는 것은 영어 원서를 술술 읽어나간다는 것이고 듣기가 된다는 것은 자막없이 영화나 뉴스를 자유롭게 듣는다는 것이고 쓰기가 된다는 것은 영어로 자유자재로 편지나 에세이, 일기 등을 작성하는 것인데 보통 사람들은 이 중에 제대로 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우리가 오랜 세월에 걸쳐 공부한 영어는 무엇일까? 바로 시험을 위한 영어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도 최근 몇 년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영어공부 시간이 시험을 위한 공부였다.


이 책은 원어민식 영어를 하고 싶다면 한국식 영어 공부 방법이 아니라 원어민처럼 영어를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문자영어를 먼저 시작한 사람은 소리영어로 전환하는 것이 무척 힘들며, 기존에 있는 한국식 영어를 포기하고 원어민식 영어를 다시 공부하는 재건축의 방식으로 두 영어 공부를 분리해야 한다. 하지만 영아의 경우 영어에 대한 베이스가 전혀 없으므로 처음부터 소리영어로 교육을 시작한다면 원어민처럼 영어를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이 원어민식 영어 공부를 할 때에는 5살 이전이 적합하며 문자영어 교육은 초3 이후에 시작해도 충분하다고 한다.


나의 경우는 이미 오랫동안 문자로 영어를 공부해왔기 때문에 재건축을 해야하는, 소리영어를 배우기 힘든 쪽에 속하는데 만약 원어민처럼 바로바로 모든 단어를 영어로 떠올려 말할 수 있다면 많은 노력을 쏟아서라도 원어민처럼 말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그래서 소리영어 공부 방법을 주의깊게 보았다. 영어 듣기를 공부하려면 원어민의 소리에 많이 노출되고, 영어 문자와 의미를 연결시키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소리를 한글로 적어서 하는, 한글영어 공부방법을 추천한다. 의미를 모르더라도 소리를 정확히 듣고 따라할 수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말하고 뜻을 알고 등등의 모든 일은 소리가 들린 이후에 진행된다. 


영어듣기 방법은 3가지가 있다.


1. 집중듣기

2. 확인듣기

3. 흘려듣기


집중듣기는 그림과 한글영어를 보고 그림만 보고 말할 수 있도록 하는 듣기, 확인듣기는 학습자가 제대로 따라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해서 들려주기, 흘려듣기는 영화나 애니 등 영상물을 반복해서 보는 것이다. 

 


한글영어로 공부할 때에는 의미를 모른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림을 잘못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한글영어학습을 반복하면 스스로 교정할 기회가 주어지며 그런 과정에서 발전하기 때문이다. 해석을 해 주면 사고가 제한되며 발전하는 과정도 없다. 또한 한글영어로 배운 영어는 '느낌'으로 체화한 것이므로 바로 원어민처럼 쓸 수 있다. 예를 들면 비가 오는 그림과 함께 [이츠 레이닝]이라고 암기했다면 한국어를 떠올리고 영어를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츠 레이닝]을 생각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의 영어 교재는 처음 접했는데 많은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특히 소리영어로 상황과 함께 영어를 접하면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생길 때까지 무한번 반복하므로 바로 원어민처럼 말할 수 있다는 부분이 공감됐다. 실제로 복잡한 문장은 한글문장을 영어로 번역하기 위해 끙끙대지만, 내가 영어 공부를 하면서 수없이 듣고 따라한 문장은 바로 영어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처음엔 쉬우니까 그런 것, 이라고 단순히 생각했는데 이 쉬운 문장들은 자주 듣고 읽고 따라하고 반복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한글영어 교재는 스토리영어/패턴영어/영어단어로 분류되는데 책의 맨 마지막 파트에 샘플이 나와 있어서 어떤 식으로 영어를 학습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 한글영어 공부 방법이 궁금하다면 저자가 운영하고 있는 한글영어 공식카페 https://cafe.naver.com/korchinese를 참고하기 바란다.

 

​이제까지의 영어회화 공부법이 실패했다면, 또는 영어를 전혀 모르지만 원어민처럼 하는 영어를 시작하고 싶다면 <정용재의 영어독설>을 통해 소리영어 공부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겠다. 나는 소리영어와 문자영어가 좀 뒤섞인 상황이라서 어떻게 공부해야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 상황인데, 그래도 저자가 제시한 공부법을 참고하여 드림웍스 채널을 소리로만 들어보려고 며칠 노력해 보았다. 그 동안 '영어 공부한 것+매우 짧은 기간이지만 예전에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덕분에 시도한 첫 날보다는 상당히 많이 들리는데 앞으로의 영어 공부 노선을 어떻게 해야할지 좀 고민이 된다.


이 책의 장점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오개념을 정확히 집어내 '소리 영어'의 개념에 대해 쉽게 설명해놓았다는 것이다. 소리영어와 문자영어를 구분해 놓았고 왜 소리영어가 원어민처럼 영어를 말하기 위한 최적의 공부법인지 수긍할 수 있다. 다만. 영어 공부법에 대한 오개념을 잡기 위해 그리고 올바른 원어민식 공부 방법을 설파하기 위해 페이지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유사한 설명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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