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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 로마 - 로마의 50개 도로로 읽는 3천 년 로마 이야기
빌레메인 판 데이크 지음, 별보배 옮김 / 마인드큐브 / 2019년 4월
평점 :
[리뷰]비아로마-도로로 읽는 로마 이야기
처음 이탈리아에 가서 들었던 말은, 이탈리아는 과거의 유산으로 후손들이 먹고 산다는 얘기였다. 그 말이 일리가 있기도 한 것이 이탈리아는 관광산업, 음식업, 패션산업(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이 많은 브랜드를 사 들여 현지 공장을 세웠다고 한다), 과일 농사(포도, 레몬 등), 목축업 등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산업이 없다. 4차 산업과 관련된 부분에서 발전된 기업은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또한 국민들이 음식, 오페라, 패션에 환호하고 정치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탈리아 곳곳에는 고대 로마와 관련된 유적지가 곳곳에 남아 있다. 화산재에 묻힌 거대한 도시 폼페이는 물론이고 나폴리 곳곳에도 원형 경기장의 흔적이 있으며, 로마는 어딘가를 파기만 하면 유적지가 나와 상하수도 공사를 하는 데에도 한참 걸리곤 한다. 파다 보면 유물, 유적지가 어김없이 쏟아져 유적들을 다 살피고 보존할 때까지 공사가 지연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마어마한 유적을 발굴, 유지할 돈이 없어 일부러 방치하는 것들도 상당하다고 한다.
로마에 가면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도로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고대 로마 시대에도 이런 도로가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로마가 얼마나 대단했던 곳인지 상상이 가능하다. <비아 로마>의 작가는 로마의 50개 도로를 소재로 과거의 화려했던 로마에 대해 이야기한다.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독자들이 로마를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도록 돕는다. 작가인 루이스 쿠페루스가 로마를 여행하고자 하면, 로마의 지리에 밝은 것은 물론이고 서양 세계사와 예술사를 모두 알아야 한다고 한 것처럼 이 책은 로마의 가도를 보며 관련 이야기를 재미있게 펼쳐 놓는다.
권력에 미친 황제와 교황, 지금 생각해도(사이코패스 얘기가 종종 떠도는) 소름 끼치는 범죄들, 수많은 재미있는 일화들 등이 로마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저자는 로마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테베레 강'의 이야기부터 펼쳐 놓는다. 많은 문명이 그랬듯이 로마도 강 유역에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이 농작을 할 수 있게 해 주고, 적의 침입을 막아주고 소금길과 연결해 주는 강을 통해 로마는 출현할 수 있었다.
기원전 500년 경 로마의 왕정이 끝난 이야기도 흥미롭다. 마지막 왕 타르퀴니우스는 기원전 509년에 왕위에서 쫓겨났는데 그 직접적 이유가 아들인 섹스투스가 루크레티아를 강강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당시 왕은 원로원에서 선출되었고 원로원의 조언을 받아야 했다. 귀족들은 왕을 몰아내고 공화정을 수립했는데, 로마의 공화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학교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키케로의 로마와 살루스티우스의 로마를 비교하는 이야기도 재미있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네로의 원형 경기장, 성 베드로의 대성당의 탄생 이야기도 자세히 나와 있다.
이 책에서는 굵직한 역사적 사실 뿐 아니라 로마인들의 생활상에 대해서도 다룬다. 지금처럼 상하수도가 잘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에 대도시에 산다는 것은 사람을 지저분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로마 사람들은 몸을 청결히 하기 위해서 공중 목욕탕을 즐겼는데 카라칼라 목욕장을 살펴보면 로마인들의 목욕 문화를 알 수 있다. 목욕장에는 온탕, 미온탕, 냉탕 등을 갖추고 있으며(우리나라의 현재 목욕탕과 굉장히 유사하다) 노천 목욕탕과 수영장도 있었다. 바닥은 모자이크 타일로, 벽은 화려한 대리석과 벽화로, 복도에는 조각상으로 꾸며졌다고 한다.
이 외에도 역사 소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교황들의 비밀 통로 이야기, 템플 기사단의 이야기, 카니발 축제, 카페 그레코, 촬영장으로 자주 쓰이는 비토리오 베네토 거리 등 이 책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한가득 있다. 만약 로마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그리고 로마 역사나 로마 여행에 관심이 있다면 <비아 로마>로 로마 거리에 대해 익히고 로마인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이 굉장히 도움될 것이다. 특이 이 책의 맨 마지막 부분에는 로마 역사를 만나는 다섯가지 산책 코스를 추천하는데, 로마 여행자들에게 굉장히 좋은 여행 코스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