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전쟁 - 잔혹한 세상에 맞서 싸우는 용감한 여성을 기록하다
수 로이드 로버츠 지음, 심수미 옮김 / 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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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여자전쟁-용감한 여성들의 이야기


 

 


여기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붉은 표지에 도트로 표현된 눈이 보이지 않는 여성의 얼굴, 전 세계 곳곳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 싸우고 있는 여성들을 대변하고 있는 듯 하다. 이 책의 저자는 '수 로이드 로버츠'라는 영국의 저널리스트이다. 저널리스트로서 수많은 업적을 세웠던 그는 '더 나은 삶을 쟁취하기 위해 싸웠던 용감한 여자들'을 만나고 그 결과물을 책으로 집필하였으나 안타깝게도 집필 도중에 사망하였다고 한다. 다행히 그의 사후에도 책의 집필 계획은 무너지지 않고 이렇게 전 세계에 번역되어 한국 땅에 있는 독자들도 그의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나를 전율시켰다. 저자가 죽고도 가족들과 출판사들이 그의 뜻을 이어 출간시킨 책, 그리고 '수 로이드 로버츠'의 여는 말까지. 저자는 이 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10억 여성 궐기 대회'의 연사 중 한 명으로 참석했을 때 떠올렸다고 한다. '10억 여성 궐기 대회'의 전날과 다음 날은 맑았지만 하필 당일에 전형적인 런던 날씨가 되어 장대비가 쏟아지는 것을 보고 그는 생각했다.


 

   
 

신이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는 건 명백하다.


-수 로이드 로버츠-

 
   

 

 

저자는 비를 흠뻑 맞고 있는 여성들, 그리고 우산 아래 움츠린 몇몇 남성들을 보면서 모든 것에 대한 부조리함을 느끼고 용감한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 '여자 전쟁'을 쓰고자 마음 먹었다.


<여자 전쟁>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할례, 명예살인, 인신매매 등 여성 인권 침해 사례도 나와 있고 상대적으로 낯선 이야기들도 있다. 그러나 하나같이 여성들에게 폭력적이고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동일하다. 감비아의 어떤 마을에서는 여성이 할례를 받지 않으면 더럽고 불순한 여자로 간주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성이 이 끔찍한 의식을 치른다. 마이무나는 어머니와 할머니, 오랜 시간 동안 선대부터 이어 온 할례를 치르는 의무를 물려받은 여성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5살 난 딸에게 할례를 행한 후, 다시는 이 짓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듣고 이맘(이슬람 교단의 지도자, 뛰어난 학식을 가진 사람)을 만나 할례에 대해 말하지만, 이맘은 어처구니 없는 대답을 한다. 이맘은 할례는 이슬람 율법의 일부이며 성기 절제가 여성에게 좋다고 주장한다. 또한 할례로 잘라내는 부위는 여성이 매우 가려워하는 부위라 완화하려면 철수세미로 문질러야 할 정도라는 상식 밖의 이야기를 하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자리에 있던 다른 남자들도 모두 이 말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책에서 서술하는 할례 의식 이후 여성이 겪는 고통은 정말 끔찍했다. 할례 의식 도중(면도칼가 가위 등 매우 비위생적인 도구로 이루어진다)와 그 직후에 겪는 고통은 물론이고 결혼을 앞두고 성관계를 위해 다시 성기를 여는 과정, 또 아이를 낳기 위해 여는 과정은 엄청난 통증을 유발한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곳에서 할례를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에서는 1976년 구데타가 일어난 이후 불순분자로 여겨진 사람들이 납치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군인들은 한밤 중에 갑자기 찾아와 사람들을 데려갔다. 흥미로운 사실은 자녀들의 납치를 제보하기 위해 당시 신문사를 찾았던 사람들 대부분이 여성이었다고 한다. 남자들은 납치 사건을 쉬쉬하며 회사에서 잘릴 것 등을 걱정했던 반면에 여성들은 이런 남편들에게 소리지르며 자식들을 찾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정부는 당시 임신한 여성들을 납치하여 출산하자마자 죽이고 태어난 아기들을 대기하고 있던 군인 부부들에게 입양시켰다고 한다. 바로 불순분자들의 아이들을 '건전성'이 보장된 사람들에게 보내 키우게 한 것이다. 어머니들, 아니 자식들을 잃고 할머니가 된 이들은 이러한 사건을 파헤치고 진상을 알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으며 실종자들의 아이들을 찾기 위해 흔적을 추적했다.


이 외에도 종교적인 이유로 박해를 받은 아일랜드의 여성들, 여성 점원이 없어 브래지어를 사서 화장실에서 착용해본 이후에야 제대로 맞는 속옷을 살 수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여성들(온 몸을 꽁꽁 싸매는 것, 여성 홀로 외출할 수 없는 것 등도 그들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독재정권에 맞선 이집트 여성들에게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성폭력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여성의 인권 침해 사례가 소개 된다. 대부분의 사례들은 무척 충격적이었고 아직도 전 세계의 수많은 여성들이 이런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슬펐다. 다시 한번 이 책을 쓴 저자의 노고에 찬사를 보내며,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 책을 읽고 이들의 격렬한 싸움을 지지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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