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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메로스 ㅣ 일본문학 베스트 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하나 옮김 / 성림원북스 / 2022년 5월
평점 :
일본 근현대 문학을 살펴보면 '미마자키 도손'이 서양문화의 영향을 받아 사실주의 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며 '나쓰메 소세키'가 완성시켰다. 이후 일본의 대표적인 소설가 아쿠다카와 류노스케는 완성도 높은 단편 소설을 출간하였으며, 그를 존경한다고 공공연하게 밝혔던 다자이 오사무는 제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한 이후 상실감과 혼란을 작품에 반영하였다. 다자이 오사무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여섯 째 아들로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으며, 아픈 어머니 대신 유모의 손에서 자랐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으며 부모님의 애정을 많이 받지 못하고 끊임없이 방황하는 삶을 반복하였다. 1929년 스무 살이 되던 해 첫 자살 시도를 시작했고 이후에도 계속해서 자살 시도를 하여 마침내 1928년 다섯 번째 자살시도를 끝으로 세상을 떠났다.
다자이 오사무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단편집 <달려라 메로스>
가장 많이 사랑 받은 작품은 <사양>이며, 그가 죽기 전에 완성하여 일종의 유서라고도 보는 소설은 <인간 실격>이다. 그러나 그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소설은 <달려라 메로스>를 비롯한 여러 단편집이라고 생각한다.
성림원 북스에서는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 소설 <사양>, <인간 실격> 그리고 <달려라 메로스>를 포함한 단편 소설집을 출간하였다. 다자이 오사무 시리즈는 소설 내용에 걸맞는 멋진 일러스트가 돋보여서 그의 소설을 한꺼번에 소장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특히 <달려라 메로스>나 <인간 실격>에는 일본 순정 만화에서 볼 법한 미남이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포즈를 잡고 있어 눈이 즐겁다.
아쿠다카와 류노스케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집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자이 오사무는 내내 아쿠다카와 류노스케를 존경하고, 그를 기리는 상을 받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인지 소설 곳곳에서 아쿠다카와 류노스케가 가진 특유의 느낌과 비슷한 결을 느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옛이야기를 인용하거나 차용한 작품들, 또는 소설 곳곳에 나오는 유머러스한 부분들,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구절 등이 그렇다. 다만 <인간 실격>은 호불호가 갈리므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지 먼저 체크하길 바란다.
아아 말하다 보니 무심코 이실직고해버렸다.
결국, 그 무렵의 나는 아까도 잠깐 말했듯이 금붕어 똥처럼 의지력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는 생활을 했다.
금붕어가 헤엄치면 나도 쫄래쫄래 따라가는 똥처럼 바바와의 만남을 허무하게 이어가고 있었다.
-다자이 오사무, <다스 게마이네>중에서-
어쨌든 나는 다자이 오사무 특유의 유머, 웃음 포인트와 진솔한 서술을 좋아한다. 엉뚱한 이들에게 색다른 매력을 찾는 모습도 좋아한다. 그리고 이 특유의 느낌은 그의 단편 소설에 잘 나와 있다.
<다스 게마이네>는 '사노 지로자에몬'이라는 남자 대학생이 '바바 가즈마'라는 음악학교 학생을 우연이 만나 친분을 나누는 이야기이다. 그와 바바, 그리고 사타케라는 화가는 잡지를 만들기로 계획한다. 어느 날 바바가 그에게 소설을 기가 막히게 잘 쓰는 남자를 소개받았다고 말하는데 바로 이름이 '다자이'다. 바바는 그갸 무섭고 지독하며, 진짜 역겨운 놈에 혐오스럽다고 말한다. 육체적으로 안 맞는 부분이 이 있다며 머리는 빡빡이인데 그것도 뭔가 사연 있는 빡빡이 같다고. 아니... 소설 속에 자신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표현한 소설가가 또 있을까? 그 뒤에 이어지는 묘사는 더더욱 시니컬하다. 심지어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어떤 이의 죽음마저.
<달려라 메로스>의 줄거리
이 단편집의 제목이기도 한 <달려라 메로스>는 일본의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만큼 유명한 소설이다. 메로스는 여동생의 결혼식을 앞두고 신부 의상과 잔치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겸사겸사 죽마고우인 세리눈티우스를 만나기 위해 도시로 나선다. 그러나 뭔가 이상할 정도로 쓸쓸한 도시의 분위기, 메로스는 늙은 사내에게서 '포악한 왕'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악심'을 품고 있는 사람들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주변인부터 시작하여 신하들까지 잡아 죽이고 있는 폭군! 메로스는 왕을 죽이기 위해 왕궁을 어슬렁거리다가 잡혀간다. 왕 앞에서 '도시를 폭군의 손아귀에서 구하고자 왔다'고 주장하는 메로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의심하는 것이 가장 수치스러운 악덕이라고 말한다. 폭군은 메로스에게 사람의 마음을 믿을 수 없고 의심하는 것이 정당한 마음가짐이라고 말하며 그를 처형하려고 한다. 메로스는 죽음을 각오했으나 왕에게 단 한 가지 부탁을 한다.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의 결혼식이 있으니 마을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사흘 안에 돌아오겠다고 약속한다. 대신 자신이 시간 내에 오지 않으면 절친인 세리눈티우스라는 석공을 교수형에 처하라는 메로스, 왕은 그를 비웃으며 일부러 늦게 도착하라고 말한다.
왕의 불신과 메로스의 신뢰 대결!
그런데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도 다자이 오사무 특유의 표현법과 유머는 여지없이 발동한다. 이 외에도 진짜 십 대 여성이 쓴 것처럼 섬세한 마음을 표현한 소설 <여학생>, 그가 실제로 느끼고 겪은 삶이 반영되어 있는 <귀거래>와 <고향>등 다양한 단편 소설을 읽을 수 있다. 사랑, 이별, 죽음, 희망 등 다자이 오사무의 희노애락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