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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 - 유쾌발랄 사기꾼의 복권 당첨금 수령 프로젝트
마리사 스태플리 지음, 박아람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2월
평점 :
<럭키>는 소개 줄거리가 너무 흥미로워 선택한 책이다. 무려 5천억 원이 넘는 복권에 당첨됐지만 당첨금을 수령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 빠진 여자 주인공! 이 문구만 봐도 다음 이야기와 결말이 궁금하지 않은가. 저자는 이 책을 어머니께 바친다고 했는데, 용감하고 굳건하게 사는 법을 배웠지만 사기 치는 법은 혼자 공부해야 했다고 한다. 첫 문구부터 느껴지는 위트, 뭔가 심상치 않은 작가가 쓴 수상한 소설이라 생각했다.
그 직감은 맞아 떨어졌다. <럭키>를 손에 쥔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순식간에 소설을 읽어 내려갔다. 엄청난 몰입도, 그리고 빠르게 지나가는 사건들의 과거와 현재. 이 모든 조각이 하나씩 맞아떨어지며 완성되어가는 순간 느끼는 감동까지. 이 소설은 재미와 감동,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럭키>는 럭키 암스트롱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방식으로 서술한다. <럭키>는 1982년 2월, 뉴욕시의 한 수녀원 앞에서 사기꾼 수녀 '마거릿 진'과 아이의 울음 소리로 시작한다. 분홍색 담요에 싸여 떨고있는 작은 주먹, 그러나 이내 사내가 찾아온다. 아기를 안고 계단을 올라오는 그 남자는 무척 잘 생겼다. 아내가 산후우울증을 앓아 아이를 어딘가에 두고 왔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이 수녀원에서 아이를 찾았다고, 그리고 먹을 것과 분유를 사기 위해 '마거릿 진'의 금 목걸이를 구걸한다. 이 목걸이는 럭키가 항상 목에 걸고 다니는 금 십자가가 되었다. 럭키가 자기 소유라고 부를 수 있는 유일한 물건, 엄마로부터 받았다는 십자가 목걸이.
럭키 암스트롱의 아버지 '존 암스트롱'은 사기꾼이다. 럭키 또한 사기꾼의 딸로 자라 사기꾼이 되었다. 그러나 사기꾼 수녀가 그랬던 것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다. 아이러니하다. 다른 사람을 등쳐먹는 사기꾼이면서 안타까운 사람을 보면 돈을 주고, 유기견 베티를 사랑하고 아낀다. 항상 정착을 원하지만 떠나야 한다. 사기를 쳤고 들통나면 잡혀가니까.
럭키는 '앨레이나'라는 가명을 버리고 또 떠난다. 그리고 항상 주유소 휴게소에 들러 복권을 사던 아빠처럼 복권을 산다. 어릴 때 재미 삼아 골랐던 숫자들, 그 모든 숫자에는 추억이 담겨 있다. 이제 럭키가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남자 '케리'와 함께 남은 돈을 챙겨 먼 섬나라로 떠나고자 한다. 멋진 바닷가에 집을 사서 개를 키우고 가정을 꾸리는,안정적인 삶을 꿈꾼다.
럭키는 기억하는 모든 순간 아빠와 함께 사기를 쳤다. 심지어 정말 친구가 되고 싶은 여자아이를 만났지만 아빠때문에 그녀는 '표적'이 되어버렸다. 그녀의 엄마가 부자인 과부이기 때문이다. 아빠가 큰 돈을 벌고 나면 럭키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항상 그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교에 가고 싶지만 반강제로 홈스쿨링(아빠의 말에 따르자면 로드 스쿨링)을 해야 한다. 차의 뒷자석에는 도서관에서 빌렸지만 돌려주지 못하는 어려운 책들이 가득하다. 또래 아이들이 읽는 책이 아니라 어려운 책을 쉽게 읽으면서도 럭키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래도 아빠는 그녀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 럭키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매번 말한다. 운이 바뀌면 럭키가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이 될 거라고 한다.
그러나 '케리'는 혼자 남은 럭키에게 사기를 치고 떠나 버렸다. 모든 돈을 챙겨, 럭키에게는 커다란 누명을 씌우고 알 수 없는 곳으로 가 버렸다. 아빠가 그렇게 당부했건만, 럭키는 사랑에 눈이 멀어 또는 외로움에 휩싸여 그녀 자신이 '표적'이 되고 만 것이다. 어렸을 때는 아빠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잘랐는데, 이제 그 싫은 일을 자신의 실수 때문에 스스로 해야 한다. 머리를 자르고 갈색으로 염색하고 프리랜서 기고가를 행세하며 사기를 친다.
태어나면서부터 사기에 연루되어 사기꾼 아빠의 손에 자라 사기꾼이 된 럭키. 사기꾼 남자친구에게 배신당하고 복권에 당첨됐는데도 범죄자가 되어 당첨금을 찾지도 못한다. 훔친 돈 때문에 여기저기서 위협을 당하고 또 그 위험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속임수를 쓴다. 하지만 럭키는 언제나 사람들에 대한 동정심과 사랑을 잊지 않는 마음 따뜻한 사기꾼이다. 럭키는 이 커다란 함정에서 빠져나와 복권 당첨금을 받아 꿈에 그리던 삶을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