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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평점 :
<퀸의 대각선>은 순식간에 독자들을 몰입시키는 소설이다. <타나토노트>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 첫 발을 내딛은 이후 <천사들의 제국>, <아버지들의 아버지>, <뇌>, <나무>, <제3인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등 그의 여러 작품들을 꾸준히 읽어왔다. 그 중에서도 <퀸의 대각선>은 몰입도가 압도적이다. 니콜과 모니카, 심상치 않은 이력을 가진 두 여성, 주목받는 체스 천재들은 더이상 세계 주니어 체스 대회에 만족하지 않는다. 각각 다른 신념과 사상을 가지고 전 세계를 무대로 하여 서로를 라이벌로 인식하고 싸우기 시작한다. 독자들 또한 이 거대한 게임판에 빨려들어간다.
대척점에 선 두 여성, 니콜과 모니카는 치열한 공방을 이어간다. 니콜은 여전히 집단지성의 힘을 믿으며 집단을 어떻게 자극해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지 점점 더 자세히 알아간다. 양떼를 몰아넣는 것처럼, 그녀는 군중 속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며 IRA의 핵심대원으로, IRA의 수장 라이언의 애인으로 혁혁한 공을 올린다. 니콜은 <왕>을 뜻하는 라이언과 사랑을 나누며 그가 진정한 자신의 '백킹'이라고 믿는다.
니콜 오코너는 모니카가 1972년 레이캬비크 대회에서 졌지만, 1978년 런던에서 개최된 세계 여성 체스 대회에서 설욕한 것을 알고 모니카에게 니콜의 대항마가 되 줄 것을 제안한다. 모니카는 군중 밀집 사건으로 일어난 어머니의 죽음이 IRA, 즉 니콜의 계획이라는 말을 전해듣고 그 제안을 수락한다. 니콜에 대해 속속들이 알기 위해 정보를 요구하는 모니카, 이제 그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복수를 실행하기로 한다.
유러피언 컵 결승전은 극도의 흥분 상태인 군중을 조종하고, 미리 경찰과 공무원들의 심리를 조작해놓은 니콜의 승리였다. 모니카도 군중을 이용한 수법을 활용해보지만 니콜에게 격파당한다. 집단을 이용하는 방법으로는 니콜을 능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모니카,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을 활용하여 단단한 폰의 벽을 깨부수는 방향으로 선회한다. 천재가 천재를 상대하며 서로 공방을 이어가고 패배와 승리를 주고받는다. 니콜과 모니카는 각자 다른 편에 서서 끊임없는 싸움을 세계 무대에서 이어간다. 현대사의 큰 사건들, 예를 들면 IRA 무장 투쟁, 소련 붕괴, 911테러, 이란의 핵 개발 등이 니콜과 모니카의 수 싸움 수단이 된다.
<퀸의 대각선>에서 니콜과 모니카는 각자 대척점에 있는 천재로 그려진다. 혼자 있기를 두려워하며 집단지성의 힘을 믿는 니콜, 밀집된 군중을 두려워하고 인간 자체를 혐오하며 뛰어난 개개인을 믿는 모니카 이 두 여성은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인생을 게임판 위에 올려놓는다. 선악의 구분 없이,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 말할 수 없는 싸움이 이어진다. 평범한 눈으로 봤을 때 둘은 철저히 사람들을 게임의 '말'로 생각하며 도덕성도 결핍되어 있다. 그런데 그 도덕성이라는 것을 삭제하고 보면, 이 둘의 이야기가 인간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인간은 함께 무리를 지어 살아가야 하지만, 개인적인 시간과 공간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적절한 균형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우리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균형점을 찾지 못한 인간의 뇌에서는 격렬한 공방이 오가며, 스스로를 또는 주변을 파괴하기도 한다.
<퀸의 대각선>은 두 여성의 치열한 경쟁, 수 싸움을 지켜보며 우리가 이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게임판에 몰입된다. 순식간에 소설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소설의 끝에 도달한다. 인간들을 비인간적으로 활용하는 주인공들의 작전들을 지켜보며 압사로 인한 여러 참사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이렇게 흥미롭게 봐도 되나 싶은 양심의 가책도 느낀다. 그리고 이 긴 이야기가 바로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퀸의 대각선>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또 하나의 걸작, 체스 소설을 좋아한다면 또는 스파이 소설, 세계를 무대로 한 스릴러 소설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소설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