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맑음 - 사진과 이야기로 보는 타이완 동성 결혼 법제화의 여정
무지개평등권빅플랫폼 지음, 강영희 옮김,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네트워크 감수 / 사계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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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차별금지법제정

 

나는 다른 이들의 권리에 진지한 관심을 가진 사람일까?”

 

이 책을 읽으며 슬금슬금 찾아온 질문은 일독을 마친 후에도 선명했습니다대답을 망설이는 이유는 진지한’ 때문이라고 애써 위로해봅니다.

 

다른 이들의 권리에 대한 관심은 반짝 생겼다가도 곧 잊고 삽니다다른 대부분의 관심처럼 제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일만 찾아 합니다.

 

2019 5아시아 국가 최초로 동성 결혼을 법제화하기까지 거리로 나와 함께 한 55만명이 넘는 이들은 저보다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자리를 떠나 참여한 분들입니다.




일등이 최고란 생각은 안 하고 사는데도한국은 민주화에 관한 한 무척이나 독보적이고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졌다고 생각해서인지타이완의 성취가 부럽습니다워낙 역동적인 사회라서 역사에 기록될만한 거대한 변동은 한국에서 이루어질 거란 묘한 자만심이 있었나 봅니다.

 

그렇게 잊고 살던 소식을 아카이빙 형식으로 담아 출간한 사계절출판사 만세! - 책을 감사히 만났습니다이 책을 읽은 후의 제 인권의식은 얼마나 어떻게 달라질 지도 궁금했습니다.

 

짧지 않은 3년 동안 타이완 국민들은 차근차근 필요한 것들을 채워나갔습니다그 이전 30년 전부터 결혼 평등권에 대한 이야기는 있었습니다. 35년을 함께 산 파트너도 혼인 관계에 있지 않으니상대가 암에 걸려도 치료 방식에 참여하지 못하고사망 후에는 함께 살던 집에서 쫓겨납니다 프랑스 출신 타이완 대학 비안성 교수 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결혼 평등권 빅 플랫폼은 박수를 밤새 쳐주고 싶을 만큼 현명하게 활동했고덕분에 평범한’ 동성 연인들과 대중이 마음을 나누며 만납니다비난과 욕이 아닌 미소가 사람들의 마음을 녹입니다질병이나 범죄와 무관한 평범한 이웃이라는 진실이 마음을 움직였습니다사랑과 용기가 가장 큰 힘이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매우 단순하다법의 보장 아래 반려자아이와 함께 살고 싶다.”

 

물론 그 과정에서도 가짜뉴스루머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이들은 있었습니다어느 사회나 그렇다는 점이 한편 안심이 됩니다유사한 문제는 함께 대응하고 연대할 수 있으니까요.

 

법과 정치와 행정은 유한계급의 행정 업무를 도와주는 편리한 처세 요령의 집합체이며 약탈적인 기능을 갖는다고 베블런은 분석했지만그것들이 도구라면 사용자들이 하기 나름일 테지요법과 정치와 행정이 없이 운영할 수 없는 사회라면 바로 써야만 합니다.

 

이 법을 제정하기 위해 여당 야당 소속에 무관하게당론에도 반하는 행동을 한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며 씁쓸하고 서러웠습니다부러워서 그렇습니다아무리 떠올려도 한국 정치에서 비슷한 모습을 볼 수는 없을 듯합니다.

 

오늘 낮에는 여러 곳에서 여러 집회가 있었습니다시작 시간 전에 외출했다가 시간이 되어 슬쩍 가본 것뿐이지만혼자 주어지는 정보를 볼 때 느끼던 절망과 분노는 튀어나오지 않고대신 변화와 힘과 연대를 더 많이 느꼈습니다.



 

불길은 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물결은 막아설 수 없습니다오늘 제가 본 장면은 도저하게 흐르는 변화의 물결이었습니다타이완에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크고 넓어지며 흘러온 물줄기가 이 책에 기록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용기연대를 재밌게 만나시고자신이 가진 두려움과 편견을 조금 바꿔보고 싶으신 분들이 꼭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다양성이 바로 정상입니다사람마다 지문이 다른 것처럼 우리는 모두 독특합니다정상이란 바로 이 세상에 온갖 다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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