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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바디 - 모든 몸의 자유를 향한 투쟁과 실패의 연대기
올리비아 랭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10월
평점 :
반가움과 욕심으로 책을 만났지만 여러 단계의 고민을 겪었습니다. 읽을 수 있을 것인가, 읽은 후 뭐라도 기록을 남길 수 있을 것인가. 제목에서 명백하게 가이드한 몸'body'과 자유‘freedom’는 내가 아는 여정도 모르는 여정도 폭력과 고통과 죽음으로 기록되었을 것입니다.
우선 명백히 선언할 것은 “우리는 몸이다”라는 것입니다. 이분법이 망쳐놓은 절벽 같은 분리가 여전하지만, 감정도 정신도 모두 몸의 기능입니다. 존재란 몸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몸을 지배하고 비하하여 몸의 중요성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잊게 만든 건 누구였을까요.
과학이 모든 답을 줄 것이란 복음주의자는 아니지만, 강화된 편견을 누그러뜨리는 일은 좋습니다. 뇌는 뇌신경망 구조로 기능하고, 뇌신경망은 위장에 아주 많이 퍼져 있다는 것, 그러니 우리의 감정, 감성, 기분, 무드도 몸 상태라는 것. 인간은, 다른 모든 존재도, ‘몸’입니다.
내 몸도 남의 몸도 찾기 위해 사유하고 시도한 이들의 투쟁과 실패... 이 단어들을 쓰는데 제 몸 명치 어딘가가 둔중하게 아픕니다. 하지 않은 것은 무(無)이지만 누가 뭐라도 한 것은 현실을 바꿉니다. 결과적으로 실패라고 평가되더라도 결코 이전과 같지 않습니다.
이건 이 책을 읽는 제 각오였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빌헬름 라이히가 정한 주제들* 이 제 깜냥에 담기에 무겁고 그가 초대한 사상가들과 예술가들이 벅차기도 했습니다. 라이히는 자신의 몸으로 겪은 경험을 통해 행동주의자인 자신의 견해를 기록했습니다.
* 트라우마, 고통과 절멸성, 성적 행위, 위험(살인, 폭행, 강간), 제약, 감방, 편가르기
이 책 덕분에 몸으로 돌아가 사유해보고 내 몸 이외의 몸들에 대해서도 기억하는 사유의 확장과 다지기를 했습니다. 합리성은 물질 증거를 필요로 하고, 진심으로 추진할 정책에는 현실이 될 예산이 필요하고, 가치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몸들’의 자유가 필요합니다.
그런 것들이 마련되지 않은 모든 말들은 거짓입니다. 기회만 있으면 자유를 고함치는 행정수반은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부정하는 갈라치기로 권력을 얻었습니다. 상징으로 한 인물만 비판할 생각은 없습니다. 일상에서도 차별, 혐오, 계산, 위계는 얼마나 촘촘한지요.
인간 사회에 굳이 ‘정상’과 ‘정상성’이라는 개념이 필요하다면, 유일한 정상은 ‘다양성’이 아닐까요. 모두 다른 존재가 가질 정상이란 다양함 이외에는 없을 것입니다. 몸, 여성, 성소수자, 가난, 장애를 가진 이들, 인종, 민족, 타국에 대한 온갖 혐오가 득세하는 어려운 시절입니다.
오래 전 제가 원한 자유는 ~로부터의 탈출에 가까웠습니다. 당시엔 언젠가 ~를 향한 자유를 적극적으로 구가하며 살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용기가 부족했는지, 대략적인 편안과 교환한 것인지 그런 자유를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자유는 어떤 모습일까요.
휴일 약속과 외출을 무척 힘들어 하는데 정시에 도착하고 나서 상대의 사정을 전해 들었습니다. 덕분에(?) 혼자만의 평화롭고 자유로운 시간이 생겼습니다. 살짝 추운 몸을 따뜻하고 향기로운 장소로 이동시켜서 귀한 책에 대한 부족한 독자의 거친 생각을 글로 옮깁니다.
“라이히의 꿈, 드워킨의 꿈, 시몬의 꿈. 그들이 꿈꾼 더 나은 세계들은 아직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방해받지 않는 몸의 공화국, 형태의 계급제에 의해 지체되지 않고 다른 나라로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는 공화국은 없다. 그 목표가 언제 달성될지 알 길은 없지만, 내가 뭔가를 확신할 수 있다면 자유은 공통된 노력이며, 수백 년에 걸쳐 수많은 사람의 손으로 구축된 협업이며, 살아 있는 모든 사람 하나하나가 방해하거나 전진시키기를 선택할 수 있는 노동이라는 사실이다. 세계를 개조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변화든 영원하리라고 단정할 수 없다. 모든 것은 취소될 수 있고, 모든 승리는 다시 싸워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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