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Do You Want? 왓 두 유 원트? - 선택, 결심, 변화를 이끄는 결정적 질문
김호 지음 / 푸른숲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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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변화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당하는 것에 저항할 뿐이다." (어빙 보윅Irving Borwick)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 오래... 생각 속에서만 업데이트 되고 있다. 삶을 만드는 건 딱 두 가지라는데, ‘하거나 하지 않거나.’ 하기 싫은데 하고 싶다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해온 걸까. 어떤 계기가 필요한 진짜 욕망일까. 변화가 조금 두렵고 그만큼 기대되니 궁금한 책이다.

 

코칭은 스스로 변화하고자 하는 사람을 돕기 위한 대화입니다.”

 

용도와 형식을 분명하게 해주니 읽는 방식과 찾아야할 조언도 확실해져서 좋다. ‘질문 선집이자 질문 독해집이고, 코칭 노트와 세션과 팁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목도 질문이고, 주된 내용도 제대로 된 필요한, “변화이 계기를 만들어내는질문들을 찾아보는 과정이자 훈련이다.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싶다면 때로 불편한 질문, 정답이 없는 질문도 마주해야 합니다.”

 

난해하거나 아주 낯선 내용이 없어서 생각이 더 많아지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내가 외면하거나 회피하거나 여러 이유를 찾아가며 유예한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그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저 덮어두고 있는 질문의 답, 구체화, 현실화에 대해 스스로에게 어떤 죄책감도 들기 때문이다.

 

- 그 계획은 얼마나 구체적인가요?

- ‘...하고 나면I will do when...’이라는 덫에 걸려 있지는 않나요?

- 해봐야 안다

- 고민만으로는 답이 나오질 않습니다. 여러 번에 걸친 작은 실험들이 꼭 필요합니다.

- 매번 같은 고민을 반복하고 사나요?

- 타협할 수 있는 질문 - 약속 - 인가요?

 

내가 태어난 사회에 속한 삶이란, 사회가 전하는 시나리오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게 잘 맞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려워도 자신만의 시나리오 - 질문과 계획 - 이 필요해진다. 그리고 그런 능력은 태생적으로 주어지거나 한순간에 생겨나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를 이해하고자 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외부 강연이 아닙니다. 노트를 펴고 내가 나와의 인터뷰에서 물어야 할 질문이 무엇인지를 적어가야 합니다.”

 

호흡을 고르고, 다시 처음부터 책 내용을 따라 생각해본다. 정말로 원하는 것이 그것이었는지, 막연하게 원한다고 생각한 것이었는지.” 내 삶에서 중요한 관계들을 생각하며, 관계 속의 나 말고 나는 무엇인지. 선택의 여지가 있는지 등. 질문이 더 많아진다.

 

우리는 결정을 미룬 채 위험을 관리한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위험을 마냥 미루고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패가 달갑지 않고, 그에 따른 기회비용도 아깝다. 실패를 경험할 여유가 있는 상태라는 생각도 들지 않고, 대체로 이런 이유들로 시도가 어렵다. “변화가 필연적으로 갖고 있는 위험과 불확실성을 감당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러니 일상이 루틴이길 바라고, 작은 돌발조차 큰 스트레스로 느껴진다.

 

책에서 내가 가진 문제점들을 확실하게 지적해줄 때마다 -시도 속에서 불안감과 불확실성은 벌금이 아닌 입장료일 뿐입니다 - 무척 아프다. 왜 우물쭈물하는지 변명의 여지가 없어진다. “받아들여야 할일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내가 한 질문도 시나리오도 언젠가 폐기되고 말 것이다.

 

자신과 자신의 질문을 바로 만나게 하는 무섭게 확실한 책이다. 용기가 필요할 때, 용기가 생겼을 때, 다시 펼쳐 읽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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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의 정해 - 중용의 깊은 뜻 쉽게 알기
윤서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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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中庸)은 유교(儒敎) 철학의 근본정신을 가장 함축성(含蓄性) 있게 표현하면서도 조리(條理)가 정연(整然)하여 앞뒤가 하나로 관통(貫通)하는 책이다.”

 

철학과 세계관의 기록이 대개 그렇듯이, 짧은 기간 완독은 무척 어려운 책입니다. 하지만 그 점이 큰 장점이기도 합니다. 꾸준히 살펴보고 차근차근 배우면 좋겠습니다. 읽기 전엔 한자 번역의 정도를 걱정했는데, 한자가 완전히 낯선 세대가 아니라면 읽으면서 반복되는 표현과 한자어들이 점차 눈에 익게 될 거라 기대합니다.

 

어떤 사람이 중용(中庸)대학(大學)의 구별을 물은 것에 대하여 주자(朱子) 말하기를 이를테면 중용(中庸)을 공부하여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道理)를 찾는 것은 단지 (대학(大學)) 지각(知覺)과 식견(識見)을 지극히 하여 사물의 이치를 깨닫는 경지에 이르는 치지(致知)의 공부 같은 서이요, (중용(中庸))에서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곳이라도 삼가며 (를 등급에 맞도록) 마름질하고 자신을 살피는 것은 또 단지 (대학(大學)자기의 생각을 진실하게 하는 공부와 같은 것이다.”라고 답하고(...).”

 

위태로운 것(人心)은 편안해지고, 숨겨지고 가려진 것(道心)도 환하게 드러나서 일상적인 거동과 말이나 행동이 저절로 중도(中道)에 지나침이나 미치지 못하는 잘못이 없게 될 것이다.”

 

중용이 가진 의미가 무척 좋아서, 잘 배우고 싶고, 더 나아가 그런 태도를 지닌 사람으로 살고 싶다면, 축약본이나 다른 해설서보다 정해본을 읽고 공부하고 싶을 거라 생각합니다. 너무 빠르고 너무 감정적이고 너무 적대적인 표현과 태도가 많은 시절에, 함께 공부하는 이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은 치우치지 않고 기울지 않으며, 지나침이나 미치지 못함을 없는 (상태의) 이름이요.”

 

“‘은 평범한 일상생활의 도리(道理)이다. (...) 본분을 따르고, 괴상하고 이상한 일은 하지 않는 것이다.”

 

몰론, 중용(中庸)에서 전하는 중도는 현대 사회에서 별 고민 없이 명명하는 중도라는 정치적 입장과는 다릅니다. 첨예하고 어려운 문제들에는 적당히 무관심하고 외면하고 참여하지 않은 속 편한 입장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이 어디쯤인지 알기도 어렵고, 알아보기도 어렵고, ‘란 동양철학사상 가장 어려운 길이 아닐까요.

 

중용(中庸)에서 바르고 좋은 도리를 가려서 굳게 지켜 나가는 것아는 것이 분명하여 의혹이 없으며 마음이 바르면서 잡스러움이 없는 것을 이르는 것이요 (...) 핵심이 되는 큰 줄거리를 제시하고 깊은 뜻을 열어 보여 준 것이 이 중용(中庸)처럼 분명하고 또 극진(極盡)한 것은 아직 없다.”

 

- 인의예지(仁義禮智) 본성의 바탕

- 천하에 공통되는 지(), (), ()의 삼달덕(三達德)

- 사람이라면 마땅히 실행해야 하는 오륜(五倫), 즉 오달도(五達道)

- 일상적이면서도 바꾸어서는 아니 되는 아홉 가지 실천원칙의 실행

 

중용에 관한 여러 정의와 해석을 오랜 세월 여러 버전으로 들었습니다.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도, 이 책이 정해본이니 가장 정확한 뜻을 제시할 것이지요. 모든 독서가 그렇지만 독자의 연령과 상황에 따라 새롭게 해석될 가능성이 큽니다. 공부와 실천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공통이니 거듭 배움의 기본을 생각해봅니다.

 

비록 도통(道統)을 전하여 주고받는 것에 대하여 감히 함부로 의견을 내지는 못하겠지만, 처음 배우는 사람이 혹 중용(中庸)에서 얻는 것이 있다면 먼 곳을 가고 높은 곳을 오르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비가 오기 전 모임도 축하도 여행도 끝내고 지친 채로, 하루 더 남은 비 많이 오는 일요일에 마음 편히 벽돌책을 펼칠 수 있으니 행복합니다. 울뚝 거렸던 감정도 너무 집중되었던 만남과 관계와 대화도 오래된 경전을 읽는 동안에, 식어가고 흐려져서 털어낼 만하게 옅어집니다.

 

사람이 비록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석음이 지극할지라도 진실로 옳은 것을 가지고 스스로를 고쳐 나간다면 변화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오늘은 시작이니, 30강 중에, 서론과 192쪽을 읽고 기록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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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선배 - 8번의 실전 개국노트
이태영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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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가 얼마 남지 않은 날, 한 친구의 지원학과를 그제야 문득 물어보았다. 약학과를 간다고 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뜻밖이라서 이유를 물었다. 그렇게 한국에서는 자체 개발하는 약이 없고, 한국인에게 잘 맞는지 부작용은 어떤지 아무 임상 실험 데이터로 없이, 수입하는 약만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약학을 전공해서 한국인에게 잘 맞는 약을 개발하고 싶다는 친구의 꿈이 존경스러웠다. 고민도 없이 재미있을 것 같은 공부만 하고 싶던 나를 반성했다. 그렇게 약학을 택한 친구는 진지하고 열심히 공부했고 유학도 갔다.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도 자체 약개발은 비용부담으로 늘 기피되었다.

 

친구였지만 잘 알지 못했고, 덕분에 깨우친 현실에 고마워하며 존경했지만, 어떤 길을 걷고 삶을 사는지 자세히 챙겨듣지는 못했다. 이제 서로 중년이 되어 알아본 소식에는 어머니의 고향인 남쪽 지방에서 약국을 개원하고 평화롭게 살고 있다고 했다.

 

내가 가장 많이 경험한 약국은 부모님이 오래 다니신 동네의 오랜 이웃 같은 약국과 대형병원과 연계된 복잡하기 그지없는 대형약국이다. 공동체에 관한 특별한 관심과 뜻을 품고 개원한 약국들도 있고, 서점을 겸하는 약국도 있다. 세상엔 짐작과 상상보다 다양한 약국이 있을지 모른다.

 

이 책 제목을 보면서, 오랜 친구가 생각났고, 안부만큼 약국을 개원해서 살아간다는 건 어떤 삶인지가 궁금했고, 친구의 아내가 결혼 전, 살고 싶은 지역을 골라 약국에 취업해서 몇 년씩 살았다는, 무척 부러웠던 이야기도 생각났다. 약국과 약사를 배울 기회라고 생각해서 반갑게 책을 펼쳤다.

 

약사로서 20년 이상을 보내오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경험을 해보았다. (...) 자랑할 것도 아니지만, 다양한 개국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 매번 새로운 약국을 찾기 위한 노력 그리고 그 약국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을 때의 상실감을 견디기 힘든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용은 내 짐작보다 역동적(!)이다. ‘약국이라는 직장 세계와 약사의 분투기처럼 읽힌다.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하는 약국들이 있고, 약사의 목표 또한 그러하다. 어쩐지 평온해보이는 직업이라는 선입견이 훌훌 사라졌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나마 까맣게 잊었던 의약 분업때의 이야기도 현장 이야기로 배울 수 있어 좋다.

 

대형약국의 특징은 카운터가 조제도 하고, 한약도 팔고, 건강 상담을 하면서 고가의 비타민과 건강 보조 식품 등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옆에 서 있는 초짜 약사들은 간단한 부외품이나 상담이 필요 없는 일반약만 분주하게 판매하는 게 하루 일과로 상담력이 없는 약사는 설 자리가 없는 그런 약국이었다.”

 

클리닉 약국에 근무하게 되었다. (...) 환자 맞춤으로 처방하는 병원으로 기본 당뇨약의 활용에 대해서 원 없이 공부했었다. (...) 당뇨 주사제 또한 다양하게 사용했다. (...) 약 이외에도 많은 것들에 대해서 배우게 됐다. (...) 조제와 상담에서 두려움이 없어지게 되고, 어떤 병원 처방을 받는 약국이라고 해도 개국하는 데 걱정이 없었다.”

 

이외에도 다양한 약국에서의 근무 경험을 가지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개국을 한다. 행동력과 추진력이 놀랍다. 그 과정의 이야기가 낯선 분야의 직업이라서 전혀 모르던 세계를 내게 보여준다. 예전 친구 덕분에 깨달은 것처럼. 내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참 피상적이라는 자각도 함께.

 

1인 사업장이고 창업이라는 점에서 개국은 물론 운영의 어려움도 온전히 약사가 지는 것이 냉혹하다. 컨설팅 브로커도 있다니 세상은 참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저자의 고군부투가 기록으로 남았으니, 개국을 고민하는, 도움이 간절한 약사들에게는 분명 생생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나는 친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이렇게 조금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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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지배 사회 - 정치·경제·문화를 움직이는 이기적 유전자, 그에 반항하는 인간
최정균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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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하던 정식출간본으로 재독하게 되니 기쁘다. 가제본에 이미 6장까지 내용을 주셔서 읽는 부담이 없어서 좋다. 낯선 학문 분야이고 내용이 깊고 강렬해서 재독 후 논지의 윤곽이 훨씬 선명해진다.


https://blog.naver.com/kiyukk/223426088820

https://www.instagram.com/p/C6JL-1oSxq1/


 

완강하게 거부하는 이들에 대한 논리적 설득은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히고 전개하는 내용은, 그래서 더 거침없이 인류 문명의 여러 영역으로 뻗어나간다. 유전학과 진화론에서 정치, 경제, 문화까지 흥미로운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자연선택의 관심 대상은 유전자의 성공적인 번식이지 개체의 행복한 삶이 아니다. (...) 생물학적으로 건강하고 다양한 후손을 남길 수만 있다면 부부의 삶과 행복이 유전자의 입장에서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과학적 사실과 가치를 잘 구분하고 이야기를 듣는다면, 더 재밌을 이야기들이 많다. 이왕 벌어진 일, 역사적 사실, 과학적 발견과 결과와 싸우는 힘 낭비를 하지 않는 대신, 새롭고 독특한 시선을 배워볼 수 있다. 무엇보다 저자의 의도는 변화와 치유.

 

고민과 배려와 예의는 모두 어디다 내다버린 듯, 혐오와 오만과 자칭 심판자 노릇이 판치는 시절에, 진화론과 유전학에서 살피는 혐오를 확인해보는 일도 의미 있다. “단순한 감정적 대응이 위험대상을 인지하고 대처하는데 훨씬 유리하다는 것, 과잉 대응이 생존에 낫다는 것. 이런 경험이 오래되어 생겨난 정서적 기제가 혐오라는 것이다(진화심리학).

 

약한 소수를 늘 대상으로 삼는 폭력과 혐오와 관련해서는, 생물학적 근거들에 기반을 둔 사실을 배우는 일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1,500종에게서 동성 간 성행위가 발견되었다는 사실도,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갈등을 완화하는 데 동성 간의 성행위가 진화적 적응의 역할을 했다는 것도, 이런 현상이 사회를 이루어 살거나 폭력 행위가 빈번한 종들에게서 더욱 많이 관찰된다는 것도. 결국 성애는 현상일 뿐이다. 판단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사회의 첨예하고 고질적이고 복잡한 문제들을 이해하고 너무 늦지 않게 변화를 만드는 일은 아주 어렵고 방법이 있어도 지난한 시간을 애써야 한다. 그 시작은 인간을, 스스로를 정확히 아는 일이라 생각한다. 어떤 한계를 가졌는지 알아야 경계할 수 있으니까.

 

상품 아닌 것들 모두를 상품으로 만들고 등급을 나누는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저자의 경고와 제안도 반가웠다. 관련 논의나 책 소식을 많이 듣게 되면 반가울 것이다. 두 번째지만 역시 충분히 소개하기란 어렵다. 충실한 이 책을 읽고 대화하는 독자들이 많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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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아신경외과 의사입니다 - 생사의 경계에 있는 아이들을 살리는 세계 최고 소아신경외과 의사 이야기
제이 웰론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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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that moves us. 우리를 움직이고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이 뇌신경만은 아니겠지요. <낭만닥터 김사부>를 못 보았는데 이 책과 감동의 파동과 눈물의 온도가 같았다니 드라마도 궁금해집니다.

 

작고 약하고 어리고 아픈 생명을 지키고 살리는 일, 얼마나 뜨겁고 곡진한 사랑일지, 어른들이 지켜내지 못한 아이들 생각에 읽기 전인데 눈물이 빙글 돕니다.

 




 

타인의 생명을 맡는 일, 의업은 참 무겁고 두려운 일이다. 그 무게를 감당할 만큼 만들고 두려움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 배움일 것이다. 그럼에도 회복과 쾌유까지는 미처 알지 못하고 예측할 수 있는 시간이 남는다.

 

의업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어렵다는 소아신경외과*, 환자가 어리고 체구가 작을수록 의학적으로도 그렇지만, 환자와의 소통도 달라져야한다. 의학드라마는 딱 한번 <닥터 하우스>를 보았지만, 이 책은 괴팍한 천재의 현란한 진단과 수술로 화려하던 그 드라마의 느낌과는 아주 다르다.

 

* 뇌와 척수에 문제가 있는 모든 연령대 아이들의 수술을 맡는다.

 

소아신경외과 의사들은 보호자, 환아들과 모든 단계를 함께 밟아나갔다. 아이들에게 수술이란 단순히 나을 기회, 살 기회를 의미했다. 가장 순수한 관점이다. 아팠다. 그러나 이제는 아프지 않다. 보호자에게는 아이의 생사를 뒤바꾸는 진단의 고통, 또 다른 인간의 개입을 허락하는데 필요한 신뢰가 따르는, 주체하기 힘든 감정을 견뎌야 하는 일이었다.”

 

아주 낯선 소아 신경외과 수술실의 풍경, 그리고 수술 전후의 풍경들이, 읽을수록 한 장의 예술 작품이 채워져 나가는 의 풍경들을 바라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25년간 세상의 어느 곳에서는 이런 아프지만 놀랍고 아름다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구나, 하고 여러 번 눈물이 고였다.

 

이제 영원히 떠나버린 자기 어머니를 만나러 응급실로 들어가던 어린 딸의 통곡을 나는 기억한다. 여전히 그 소리가 들린다. 그때 느꼈던 그 느낌, 이 세상 모든 것이 내 가슴을 후벼 파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 어디론가 사라져서 다시는 돌아오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 지금도 생생하다.”

 

또한, 생명을 맡기고 구하는 관계들이, 교육과 의료 시스템의 문제로 인해 잘못된 채로 오랜 세월 산적하여서, 마치 인간의 생각과 성품과 직업윤리와 도덕의 문제처럼 선동되고 오도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이 서글펐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며 다수는 오도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싶다.

 

요즘에는 번아웃burnout’이나 도덕적 상처moral injury(...)’처럼 환자를 책임져야 하는 의사나 의료 종사자들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는 용어가 있다. 위험한 상황이다. 여기에 만성적인 수면 부족과 여유 없는 환경과 비난이 더해지면 주변의 모두를 향한 신뢰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생사를 가르를 결정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사람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신뢰의 자리에는 의심이, 배려의 자리에는 혐오가 들어선다. 그러나 과거에는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말이 없었다. 그저 분노 그리고 죄책감이 전부였다.”

 

생사를 가르는 일은 때론 너무나 사소하고 우연적일 때도 있어서 우리는 황망한 사태와 결과에 슬퍼지기도 하지만, 이 책에 기록된 세월과 사람 수만큼 서로가 애써서 무려 죽음에서 삶으로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의사이기도 환자이기도 보호자이기도 할 수 있는 서로를 함께 응원하고 위로하는 공존의 풍경이 여름 녹음처럼 늘어나길 바란다.

 

신경외과에서 상실의 슬픔은 풍토병과 같은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피해갈 길이 없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반복되는 슬픔을 지켜보면서 결국 나는 슬픔이 기쁨만큼이나 우리 삶의 일부라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 (...) 상실과 사랑은 틀림없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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