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의 꿈이 가장 뜨겁다 - 단칸방 문제아에서 인권변호사가 된 구본석의 꿈과 도전, 그리고 응원
구본석 지음 / 문예춘추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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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엔진의 종류가 다르다는 비겁한 생각이 절로 드는 사람들이 있다기억을 돌아보면 나는 꽤 어릴 적부터 내가 가진 체력을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일을 버릇처럼 했다아무리 재밌는 상황이라도 머릿속 에너지 레벨이 한 칸 남아 깜빡거리면 중단하는 일에 능했다.

 

어쩌면 그 이미지 자체가 스스로를 제한한 한계였을 지도 모르지만 나름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라 여기며 살았다현실을 모를 때는 좀 더 뜨거웠을지 모르나현실을 알아갈수록 발열 온도는 낮아졌다.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것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전혀 다른 풍경으로 사는 이다무척 극적인 장면들이 모두 현실이라 고단하게도 신나게도 느껴진다저자 스스로 표현하길 단칸방 문제아였다고 하는데 원하는 바가 생기고 나서는 끝까지 노력해서 원하던 인권변호사가 되었다.



 시작이 느린 것은 괜찮다하지만 시작이 늦다고 해서달리는 속도까지 느린 것은 정당화되지 않는다.”

 

성장하느라 아프고 힘든 이들에게 나는 전해줄 수 없는 온도의 열정과 경험을 보태줄 것이다물론 나는 우리의 삶이 조금씩 덜 힘들고 조금만 더 쉬워지길 바라지만스스로에게 들려주는 말의 온도가 뜻밖에 펄펄 끓기 보다는 따뜻해서 더 좋았다.

 

너는 지금 16년을 살아왔지만앞으로 네가 살아온 시간보다 더 많은 18년을 더 달려가야 할 텐데 그런데도 해볼 거냐고 묻고 싶다그런데도 해보겠다고 하면그 애를 말없이 안아주고 싶다. (...) 혹여 무섭다고 그러면, “무섭지만 괜찮아라며 토닥여주고 싶다.”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모두 다 전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구성이다가장 잘 전달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한 듯 도표도 보인다환경이 달라도 어쩌면 누군가의 삶을 관통하는 위로가 되고 적용할 수 있는 공식이 되길 함께 바라는 마음이다.

 

이의없이 동의할 수 있는 두 가지 내용을 나를 위한 기록으로 남겨 둔다이것들만으로 되는 일도 잘 없지만이것들이 없으면 무엇도 불가능한 기본 중의 기본이다의외로 살다 보면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관리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그로 인해 낭패를 보는 이들을 많이 만난다.

 

노력과 의지로 된다고 우기려는 게 아니라정말 중요하다고 가능한 이 두 가지는 신발처럼 착용해야 한 걸음이라도 나갈 수 있다고 당부하고 싶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에게 제일 먼저 하는 말 체력을 길러라’ 도전의 대전제는 가히 체력이라고 할 수 있다.”

 

성실은 곧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살아가는 자세의 기본성실함은 약속을 지키는 삶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다.”

 

부디 오늘도 내일도 누군가의 선한 꿈들이 이루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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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시공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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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법학교수가 추리소설을 발표했다독일의 도시 중 가장 익숙하고 자주 방문했고 오래 머물렀고 친구들이 사는 하이델베르크... 칸트도 여기 살았고<몬스터>의 거리 배경은 눈 감고도 길을 아는 알트슈타트Altstadt이다어쨌든 이 책의 저자도 하이델베르크에 살았다는 것만으로 느낀 가공의 친근감으로 오래 전 읽어 본 작품이다.

 

이후에 영화 <더 리더>가 나왔고원작이 있는 영상물을 상당히 깔보는 버릇이 있는 나로서도 몇몇 장면들은 빛나도록 강렬했다나이 들면 책 읽어주는 아르바이트생을 잘 찾아보리란 섣부른 계획도 세웠다.

 

<미녀와 야수>의 최고로 설레는 장면은 야수가 책으로 빽빽한 서재를 자랑하는 장면이다본모습이라는 왕자로 돌아간 후의 분위기는 책은 거들떠도 안 보고 말 타고 놀러 다닐 가볍디가벼운 분위기이건 나만이 아니라 함께 간 친구들 모두가 뭐야야수 돌려줘~”를 외쳤다는 데에서 근거가 없는 느낌은 아니라고 주장하...

 

하이델베르크에 사는 나의 이전 직장 상사이자 생일이 같은 오랜 친구 역시 면접에서 책과 작가 얘기하다가 친해진 사이이다어쨌든 산만한 의식의 부유함과 더불어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읽어본다제목이 여전히 설레는 이유는... 살아보니 책 읽는 남자들이 귀하고 책을 좋아하는 남자들은 더 귀하다는 깨달음에도 일부 기인할 것이다.

 

이 책에서 사랑에 빠진 남자 미하엘이 한나에게 읽어 주는 책 중에는 <오디세이아Odysseia>가 있다대하소설이 아닌 개인의 서사가 드물기도 하지만이 둘의 관계와 삶도 시난고난하게 역사와 맞물려 펼쳐진다책을 읽어 주는 장면들은 지치고 노곤하고 평온한 상태로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다.

 

수많은 목숨을 삼킨 역사는 뜨겁고 질척이지만 인물들로부터 감정적 구토나 패악은 없다내 삶이 아님에도 참 고단하다한나가 평생 밝히고 싶지 않았던 비밀을 지키는 일이 힘겹고종신형과도 맞바꿀 상처가 무겁고뭐랄까 이 모든 여정에 빛나던 아마도... 사랑이 굳건하게 남은 모습이 낯설다.

 

육성과 육필이라는육체가 단단히 결합한 단어들을 새삼 쳐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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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풍경
마틴 게이퍼드 지음, 김유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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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잘 위드’ 해 볼 생각은 없지만 전시회는 조금만 맘 편히 갈 수 있게 되려나 하는 기대가 커진 것도 사실이다랜선전시회... 훌륭하고 편하지만... 움직이는 도록을 보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더구나 내가 좋아하는 살짝 참여하는 방식의 전시회들은 그 공간에 들어가는 것부터가 감상이고 체험이기 때문에 멀뚱히 화면을 보는 일에 지치고 지쳤다.
 
느린 감상slow looking이라는 새로운 관행을 이야기해보자사실 사람들은 모두 다른 속도로 작품을 감상한다특정 미술가에게 충분히 익숙해진 사람은 그 미술가의 작품을 보면 그것이 진품인지 아닌지혹은 좋은 작품인지 아닌지 등을 눈 깜짝할 사이에 구별할 수 있다하지만 이후로 몇 시간며칠혹은 남은 일생 동안 느린 감상이 시작된다그리고 이러한 감상은 작품 앞에서 가장 잘 이루어진다작품이 존재하는 곳에서 관객의 경험은 단순히 커지는 것만이 아니다확장과 동시에 관객 역시 스스로 변한다.”
 
작년엔 그래도 마음을 다 잡고 이 기회에 공부를 좀 해둬서 안목을 지식을 키워두면 언젠가의 전시감상에 도움이 되리란 다짐도 했는데덕분에 모자란 기억력에도 아직 생생한 몇몇 멋진 책들도 만났는데올 해는 꾸역꾸역 읽다 말다읽어도 뜨겁게 기억되는 담금질 없이 슬그머니 다 잊히곤 말았다.
 
이전에는 수수께끼 같던 형태의 미술 작품의 의미를 갑자기 깨달았다그리고 나는 결과물이 얼마나 오랫동안 남아 있건 모든 미술을 일종의 퍼포먼스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뛰어난 미술가를 만날 때 가끔 그런 것처럼나는 약간의 변화를 경험했던 것이다.”
 
이 책은 내가 좋아할 요소를 모두 갖춘 책이다여행하는 철학자예술가비평가역사가인 저자의 글을 90년대부터 읽었다읽었다고 뭘 알았겠냐만 그래도 읽히는 내용은 하나같이 마음에 들어 즐거웠다저자의 평론을 읽으려 스펙테이터Spectator와 선데이 텔레그래프Sunday Telegraph도 현금 주고 사봤다저자 덕분에 찾아본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을 여전히 구독(?)하는 중이다실은 별로 내 취향이 아님에도 어쩌다보니 종종 간단 글도 남기는 인친이 됨.
 
이 책을 읽은 가장 강렬한 감상솔직한 기분은 딱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다.
 
이 책에 나온 작품 모두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싶다!”
 
마텐 게이퍼드가 평론한 예술작품모음 전시회뭐 이런 거 안 생기려나……바라는 게 생기니 돈 욕심이 급상승한다돈 대서 기획해서 대관해서 확 전시하고 즐기고 싶은 욕망.
 
사진에서 결정적 순간은 사진가가 변화무쌍한 삶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표현적인 형태를 활영하게 되는 찰나의 순간이다그 순간을 만나면 반드시 셔터를 눌러야 한다순간을 놓치면 영원히 사라진다. “아까 그 미소를 다시 한 번 해 주시겠어요 라고 어떻게 말하겠어요?” 브레송이 말했다.”
 
예술 작품들도 예술가들도 엄청 많이 등장한다단 글 속에서 등장한다그러니 직접 가볼 수 없는 독자인 나는 컴퓨터 켜두고 작품들 하나씩 다 찾아가며 읽었다사진으로 모두 실을 수 없었던 것 이해하고직접 찾아다니면 작품을 만나고 평론을 쓰는 저자의 스타일에 오히려 이 방식이 맞기도 하다.
 
예술 작품을 정확히 감상하려면 거의 항상 돌아다녀야 한다가상의 경험이 아닌 실제 경험즉 실제 작품을 감상하고 실제 사람과 만나는 것이야말로 가장 깊고 풍요로운 경험이다작품의 완전한 효과를 느끼려면 그 존재와 함께 있어 봐야 한다.”
 
지겨워질 때까지 미술관 투어나 하며 살면 좋겠다전시가 없는 날들에는 라스코 동굴을 찾아가서 옛날 옛적을 상상하며 벽화를 들여다보고 싶다.
 
빌어먹을 그림은 벽에 걸 때마다 달라 보여!” 질리언은 열정적으로 외쳤다.
매번 빛이 다르거나사람이 다르거나무언가가 달라.”
 
미술을 찾아서 멈추지 않는 여행을 떠난다많이 볼수록 더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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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폭력들 - 미투 이후의 한국, 끝나지 않은 피해와 가해의 투쟁기
이은의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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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치기 전의 두려움보다 읽기가 어렵지 않았다용기를 낸 사람들생존한 이들도움을 준 이들손을 잡은 이들무엇보다 이들의 바로 옆에서 변론한 저자가 있는 풍경이기 때문이다저자 이은의 변호사는 성폭력 사건 385개를 맡아 8년 간 변호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성폭력의 최전선현실의 면면을 기록했다.

 

지옥처럼 어둡고 절망적이고 무겁고 괴롭지 않았다단지 대략 안다고 생각한 모르는 내용들이 많아 정신 차리고 공부했다오늘의 읽기는 현실 도피가 아니라 현실 이해를 위한 시간이라 다행이다.

 

왜 가해자와 단둘이 술을 마셨나요?”

왜 문을 열고 도망치지 못했나요?”

왜 좀 더 저항하지 못했나요?”

왜 동맥대신 정맥을 그었나요?”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가해자의 강제성을 입증하기에는 부족하다라며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체 언제까지 피해자가 1) 성범죄를 당하지 않을 주의 의무를 다했음을 2) 공포 속에서도 최선의 저항을 하였음을 3) 피해를 당한 후에는 피해자답게 행동했음을 소명해야 하는 걸까.”(번호는 임의로 첨가)

 

주변인으로서 우리는 상식에 반하는 법 적용 판결 -을 만난다종종 법은 더 나아가 가해자의 편에 설 때도 있다그 과정에서 피해자를 향한 낙인은 가해자가 받을 처벌보다 무거울 때도 있다그리고 가해자들 혹은 조직범죄자들은 매일 진화하고 있다.

 

내용 구성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여러 매체에 기고한 칼럼을 다시 정리한 것이다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대표적 성범죄 이외의 가정 폭력친족간 성폭력데이트 폭력사내 성폭력낙태죄공공기관 내 성추행성매매 등 여러 사건 사례와 피해자들을 향한 조언들을 담았다.

 

우선 이란 아주 오랜 시간 기득권의 입장에서 운용되어 왔다는 것한국 사회의 법과 제도는 성폭력 피해자의 입장에 서서 시행된 경험이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그래야 성폭력 피해 신고를 한 이들이무고명예훼손위증으로 고소당해 변호사를 찾아오는 현실을 숨 쉬며 이해할 수 있다미투 이후 세상이 많이 바뀌었을까놀랍게도 사회나 제도는 바뀐 것이 없고 성범죄 가해자를 위한 대책 수단들은 정교해졌다.

 

그러니 범죄 성립이 되지 못한 범죄를 신고하지 않았다고손쉽게 비난의 화살을 쏘면 안 된다신고하면 가해자에게 고소당하고제도와 법은 당신에게 죽고 싶을 만큼 확인을 요구한다본인 잘못은 없었냐고혹은 피해가 발생한 것이 맞냐고.

 

한국 사회는 가해자의 처지를 함께 고민하는 사회이다가해자의 심신 건강을 우려한 예산도 집행되었다는 기록을 다른 책에서 근래에 읽었다고객이 간절한 개업변호사들은 최선을 다해 가해자들을 모셔법망을 최대한 피하게 해주겠다고 무수히 손을 뻗는다많은 판사는 성인지감수성이 없다.

 

좀 다른 의미로 충격적인 내용은 수많은 이들이 함께 경악한 n번방 사건에 대해 저자는 충격을 받지 않았다는 내용이다그 사건이 중대하지 않아서가 아니라그동안 수많은 n번방 사건이 꾸준히 있었기 때문이다.

 

n번방 사건이 수없이 계속된 이유가 긴급 대책이 부족해서는 아닐 것이다오히려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고민과 제대로 된 개선과 대책이 없어서일 것이다사회가 가장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범죄 형태를 담당하는 저자가 가장 힘주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것이 아닐까 한다.

 

한국에서는 스텔싱stealthing - 성관계 도중 동의 없이 피임기구 제거 을 처벌한 법적 제도가 없다. 관계의 성격이 무엇이건상대가 원하지 않는 짓을 일방적 욕구로 자행하는 것은 폭력이다현실적이고 법적인 책임 부여에 동의한다.

 

형법에서 채택한 최협의설은 피해가자 사력을 다해 저항해야 하고이를 완전히 억압하는 수준의 폭행이 이루어져야 강간죄로 인정한다는 뜻이다누구의 기준인가사력을 다하다 죽거나 죽기 직전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인가이것이 마녀라면 물에 빠져도 안 죽으니 죽이고물에 빠져 죽으면 마녀가 아니니 무죄라는 것과 얼마다 다른 이야기인가.

 

남성의 성적 매력과 능력을 여성어로 바꾸면 문란이라는 낙인이다. 실제 범죄의 정체는 과 권력을 야만적으로 확인하는 방식이라대체로 가해자의 경제사회적 위치가 더 높다불평등이 상식인 한국에서 피해자가 공정한 대우를 받기란 고단하고 분노가 치미는 모욕의 시간을 견디는 일이다.

 

어떤 세상은 숨 가쁘게 변화하고 있고 어떤 세상은 숨 막히게 변하지 않는다그럴 이유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변해야 할 이유가 있을 때는현상태로 존재할 이유를 더 찾지 못하는 것들은 괴리를 메우고 인식을 따라잡으며 변해야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그 힘은 시민의 공감공분공론에서 나온다그런 반응이 없는 사회는 아무 기대와 희망도 없는 공간일 뿐이다모르는 면면들은 끝없이 등장하고 다 소개하고 싶지만 부탁을 남기며 글을 마무리한다.

 

누군가 대신 생각해주고 대신 정리해주고 대신 말해주는 것이 탐탁지 않다면 무엇이 되었든 다양한 방법들로 당사자와 사건 자체에 다가가셔야 한다실질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끌어내지 못해 힘들지라도 속지 않는 것호도되지 않는 것배워서 알고 있는 힘은 약하지 않다꼭 필요한 순간 하나로 모여 세상과 역사와 누군가의 삶을 바꿀 것이다.

 

너무 늦은 때도 없고 이미 끝난 삶도 없다지레 포기할 때 삶도 끝난다이렇게는 안 되겠다고다시 행복해지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삶이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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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이 기도할 때
고바야시 유카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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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살면서 완벽이나 무결을 경험한 적이 없다현실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그럼에도 그런 개념을 가지고 있고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 인간만의 정신적 특성이자 지적 능력이기도 하다.

 

우리가 특히 분노하고 아쉬워하는 결함이 있는 인류 문명의 제도에는 이 존재한다법적 정의가 잘 구현된다고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인데분석해보면 이런 경우 원인은 크게 두 가지이다. ‘’ 자체가 합당한 처벌을 하기에 불충분한 경우혹은 을 왜곡하고 피해갈 방법을 마련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 외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경우이다.

 

외신에서는 학살자Butcher로 표기되는 인물이 극악한 범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고 반성과 사과도 없이 하고 싶은 일 즐기며 세상에서 제일 당당한 존재로 살다 편안하게 제 집에서 고령으로 삶을 마쳤다.

 

그날 피해 생존자들 중 한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마지막까지 간첩이네거짓말쟁이네 등등으로 모욕당하던 다른 피해자들은 형언할 수 없는 분노를 느꼈고아직도 실종된 자식의 뼛조각도 찾지 못한 부모는 남은 방법이 없어 참담하기만 하다.

 

삶은 말할 것도 없이 죽음마저 사회적 해악이 된 인물이다욕심이 나는 거라면국가든 남의 재산이든 생명이든 폭력으로 뺏고 죽이고 훔쳐도 잘 버티기만 하면 평생 잘 살다 편히 죽을 수 있고 자자손손 재산을 불리며 살 수도 있다는 최악의 선례를 남겼다.

 

이 책의 저자 고바야시 유카는 전작에서 피해자나 유족이 직접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복수법이 제정된 가상 사회를 설정했다무겁고 어두운 심정으로 어디로 분출해야할지 모를 분노를 어찌하지 못한 채 내처 읽을 수밖에 없는 범죄들이 이야기 속에도 현실에도 가득하다.

 

현실의 피해자들처럼 이야기 속 피해자 역시 말 못할 고통에 시달리다 자기 목숨을 끊거나복수를 위해 상대처럼 범죄를 저지르는 길 밖에 보이지 않는다가해자가 즐겁게 멀쩡하게 잘 살고 피해자는 숨고 참고 망가져도 도움이 없는 사회라면 그런 선택을 강요받은 것이다.


 

이 책의 화자는 두 명이다한 명은 불량배들에게 폭행과 갈취에 시달리던 고학생 도키타이다폭력의 수위는 잔혹하다개별 학생들은 자신이 피해 대상이 아니면 무관심하게 사는 것이 대체로 더 안전하다고 느끼고 외면하거나 소극적으로 동조한다.

 

경찰은 조사와 처벌을 달가워하지 않고 가능한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학교의 입장과 태도 역시 나을 바가 없다학교폭력이라는 명백한 소규모 공간에서 분명히 일어난 폭력 범죄조차 정확히 밝히고 처벌이 불가능하다이제 피해자가 생각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인가.



나를 심판할 수 있는 사람은 검사도 판사도 아닙니다만약 나를 심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학교폭력으로 아이를 잃은 유족뿐입니다.”

 

다른 한 명은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아들이 자살 하고 충격을 아내도 자살하여 혼자 남은 아버지이자 남편인 가자미 가이스케이다. 3년 전 닥친 불행을 경찰과 학교는 외면했다그는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범인들을 알아내고 복수를 결심한다남은 삶의 계획은 복수 이후의 자살뿐이다.



 

확증도 없이 말하는 게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지 알아그래도 네 미래에는 수많은 행복이 있으리라 믿어.”

 

분명한 미스터리 소설인데 현실들을 자꾸 불러들이게 되는 읽기였다그렇다고 소설적 장치가 부족한 것은 전혀 아니다도키타에게 대신 복수해주겠다고 나타난 페니의 존재를 궁금해하는 내내 긴장되고 재밌었다무거운 분위기에 대한 보상처럼 배치한 거듭되는 반전들이 장르 소설의 재미를 고조했다


 

시민으로서 사적복수가 가능한 사회는 유지와 지속이 불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에 전혀 지지할 수는 없지만그런 차분한 태도는 이 불행이 남의 일일 때만 가능한 것은 아닌지 무거운 혼란이 혼재한다유일한 방법은 이런 범죄가 예방되고 근절되는 것뿐이다우리는 흔히 처벌과 보상을 이야기하지만일단 발생한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설사 분노를 거둘 수는 없다고 해도이런 목표를 위해서는 더 이상의 가해자들이 만들어지지 않는 일 역시 중요하다가해자를 이해하고 동정하자는 말이 아니라이런 가해자를 양산하는 구조와 배경과 환경을 살펴서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야기 속 가해자들은 현실과 다르게 죄를 뉘우쳤을까...

피해자와 유족은 결국 어떤 선택을 했을까...

무책임하고 부정의한 사회는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사적 복수보다 더 속 시원한 처벌은 없을까...

 

가장 깊은 상처를 입은 이들을 묵직하게 위로하는 작품이다. 300페이지의 길지 않은 작품인데아주 오래 긴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다드라마가 되어서 더 많은 분들이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를 해보면 더 좋지 않을까 그런 바람이 든다아무도 모르는 사이상처 받고 외롭게 고통을 감내하는 이들이 발견되길치유받길줄어들기를더 이상 없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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