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지배 사회 - 정치·경제·문화를 움직이는 이기적 유전자, 그에 반항하는 인간
최정균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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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하던 정식출간본으로 재독하게 되니 기쁘다. 가제본에 이미 6장까지 내용을 주셔서 읽는 부담이 없어서 좋다. 낯선 학문 분야이고 내용이 깊고 강렬해서 재독 후 논지의 윤곽이 훨씬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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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강하게 거부하는 이들에 대한 논리적 설득은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히고 전개하는 내용은, 그래서 더 거침없이 인류 문명의 여러 영역으로 뻗어나간다. 유전학과 진화론에서 정치, 경제, 문화까지 흥미로운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자연선택의 관심 대상은 유전자의 성공적인 번식이지 개체의 행복한 삶이 아니다. (...) 생물학적으로 건강하고 다양한 후손을 남길 수만 있다면 부부의 삶과 행복이 유전자의 입장에서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과학적 사실과 가치를 잘 구분하고 이야기를 듣는다면, 더 재밌을 이야기들이 많다. 이왕 벌어진 일, 역사적 사실, 과학적 발견과 결과와 싸우는 힘 낭비를 하지 않는 대신, 새롭고 독특한 시선을 배워볼 수 있다. 무엇보다 저자의 의도는 변화와 치유.

 

고민과 배려와 예의는 모두 어디다 내다버린 듯, 혐오와 오만과 자칭 심판자 노릇이 판치는 시절에, 진화론과 유전학에서 살피는 혐오를 확인해보는 일도 의미 있다. “단순한 감정적 대응이 위험대상을 인지하고 대처하는데 훨씬 유리하다는 것, 과잉 대응이 생존에 낫다는 것. 이런 경험이 오래되어 생겨난 정서적 기제가 혐오라는 것이다(진화심리학).

 

약한 소수를 늘 대상으로 삼는 폭력과 혐오와 관련해서는, 생물학적 근거들에 기반을 둔 사실을 배우는 일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1,500종에게서 동성 간 성행위가 발견되었다는 사실도,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갈등을 완화하는 데 동성 간의 성행위가 진화적 적응의 역할을 했다는 것도, 이런 현상이 사회를 이루어 살거나 폭력 행위가 빈번한 종들에게서 더욱 많이 관찰된다는 것도. 결국 성애는 현상일 뿐이다. 판단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사회의 첨예하고 고질적이고 복잡한 문제들을 이해하고 너무 늦지 않게 변화를 만드는 일은 아주 어렵고 방법이 있어도 지난한 시간을 애써야 한다. 그 시작은 인간을, 스스로를 정확히 아는 일이라 생각한다. 어떤 한계를 가졌는지 알아야 경계할 수 있으니까.

 

상품 아닌 것들 모두를 상품으로 만들고 등급을 나누는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저자의 경고와 제안도 반가웠다. 관련 논의나 책 소식을 많이 듣게 되면 반가울 것이다. 두 번째지만 역시 충분히 소개하기란 어렵다. 충실한 이 책을 읽고 대화하는 독자들이 많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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