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답은 내 안에 있다 - 길 잃은 사람들을 위한 인생 인문학
김이섭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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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자마자 여러 가지를 배우기 시작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평생을 배우기도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배우지 못하는 걸까인간으로 살아가는 일은 뭐가 이렇게 복잡해서 늘 난제를 만나는 걸까해답과 정답을 아는 이는 왜 이리 드물까.

 

우리는 새처럼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우고 물고기처럼 바다를 헤엄치는 법은 익혔지만함께 살아가는 간단한 기술은 배우지 못했다.” 마틴 루서 킹

 

우리는 사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하인리히 뵐

 

프레임에 갇히면 사람이 잔인해진다이미 답은 정해졌고 상대를 자백시키거나 확인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상대의 말을 들어보기도 전에상황을 정확히 알기도 전에염려를 하기보다 범죄를 밝히듯 단죄하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남이 설치한 프레임에혹은 프레임인지 자각하지 못한 상태로 벗어나지 못하고 오류만 거듭 출력하게 된다.

 

뇌과학에서 밝히는 뇌의 정보처리인지기능은 내 오독과 오해인지도 모르지만생존을 위한 최선의 요약정리처럼 들리기도 한다외부 자극과 정보를 모두 받아들이기만 해서는 판단도 선택도 할 수 없으니우리 뇌가 선별 선택한 정보들로 결론에 이르는 방식이다.

 

문제는 정보의 정확성 때문이 아니라 다른 원인으로 최초의 결과가 좋게 나온 경우뇌는 그 일련의 과정을 쓸 만한 것으로 기억해두고 유사한 상황에서 유사한 과정을 거쳐 유사한 결론에 이르려고 한다는 것이다나이든 이들이 고집스러운 이유는 자신의 방식으로 오래 생존에 성공했기 때문이다그러니 내가 하던 대로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최고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니 편애편견선입견확증 편향 등을 특별한 것으로 여기기보다 흔한 것으로 받아들여야한다모두 자신의 편향을 따르자는 말이 아니라발생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을 인정하고자신이 받아들이는 정보와 도출하는 결론에 의문을 가지자는 것이다그리고 애써 다른 의견에 귀 기울여 듣는 노력이 필요하다무척 어렵고 힘이 많이 드는 일이다.

 

손에 망치를 들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

 

더구나 온라인과 가상세계의 지분이 아주 많이 늘어나면서이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인 알고리즘은 인간의 갖가지 편향을 강화하는 위험한 도구이다분야는 달라도 결국엔 같은 정보만을 계속 보게 되면자력으로 그 세계에서 탈출하는 일은 더 요원해진다단톡방에서만 대화하는 이들의 현실감 없는 음모론들은 외부 사람이 듣기엔 어처구니가 없지만그들 사이에서는 사실과 진실로 통용되는 것처럼.

 

늘 더 중요한 것은 결론보다 답보다 질문이다그리고 질문을 구성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이 책의 곳곳에서 듣는 일에 대한 동서고금의 격언들을 담아 두었다사람들이 얼마나 상대방의 이야기를 안 듣는지의 반증으로 읽힌다.

 

- 1 2 3 법칙 한 번 말하고 두 번 듣고 세 번 생각하라

삼사일언(三思一言) : 세 번 생각하고 한 번 말하라

인간에게는 입이 하나귀가 둘이 있다 <탈무드>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현명해지는 법을 배웠다 칭기즈칸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결국 우리가 듣고 싶고 알고 싶고 만나고 싶은 것은 역시 이런 해법이자 대답이자 결론이다저자 말고 독자인 우리가 각자의 해법을 작성해 보는 건 어떨까왜냐하면 우리가 이미 다 아는 단어들이 무수하기 때문이다개념어들이 모자라서 못하는 게 아니다.

 

소통공감동행긍정소유 말고 존재자기암시자기반성자기개발자기통제자기실현...

 

만나서 마음이 뜨끔거렸던 몇 문장을 기록해둔다.

 

건망증 환자는 기억해야 할 걸 금방 잊고강박증 환자는 잊어야할 걸 오래 기억한다.

쓰레기통을 없앤다고 쓰레기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인생은 빠르게 가는 게 아니라 바르게 가는 것이다.

사다리를 오르기 전에 왜 오르는지 먼저 생각하라

남의 절망에 눈을 감는 사람은 자신의 희망에 눈을 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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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는 거절하지 않습니다
김남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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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삶에서도 사람은 여러 생을 살 수 있다어느 순간의 선택으로 인한 변화가 격렬할수록 생이 나뉜 풍경을 연출한다내 과거는 종종 전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이 책의 저저가 펼쳐 놓은 삶의 면면들이 내가 전생에 경험한 내용들과 너무 자주 겹쳐서... 반갑고도 불편했다.

 

이렇게 살 거라고 생각한 것들한동안 그렇게 살았던 것들이젠 그런 시간과 유사성이라곤 없는 삶을 살면서도이 삶은 가짜이고 바꿀 수 없이 나를 구성한 것들은 모두 그 과거에 있다고 믿는 그런 이야기들...

 

내가 선택한 삶의 길을 만족하며 살아가지만 이렇게 계속 가도 괜찮은 걸까생의 마지막날까지 여행을 하고 글을 쓰며 살아갈 수 있을까. (...) 밥벌이는 언제까지 가능할까.”

 

내게 해를 가하지 않은 저자를그의 삶을그 탓에 원망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내게로 향하는 분리배출을 미룬 감정들이다.

 

서른을 넘긴 후 나는 늘 혼자 살아왔는데정말로 혼자였던 날은 한 번도 없었다언제나 매 순간을 타인의 친절에 기대어 살아 왔다.”

 

오늘도 작은 호의를 주고받으며 하루를 건너왔다어떤 상황에서도 다정함을 잃지 않고삶의 품격을 지키며 남은 생을 살아내는 사람이고 싶다.”

 

아주 오래 나는 궁금했다뉴스에 등장하는 나쁜 사람들은 어디에 그렇게 많이 살고 있었던 것일까나는 평생을 타인의 호의와 도움을 받아 살아남았다가장 가까운 타인들인 가족들은 물론이고전혀 모르는 이들아주 잠시 시공간을 나눈 이들심지어 언어도 통하지 않던 이들까지.

 

세상은 호의와 배려를 기꺼이 나눠주는 친절한 사람들로 가득했다평소에는 다들 할 일을 하며 살고 있다가누군가가 곤경에 처하거니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는 가장 가까이 있는 이가 손을 번쩍 들고 도움을 주는 것이다.

 

한 겨울의 눈이 펑펑 내리는 부다페스트에서 커다란 가방을 끌고 도대체 이 지도는 왜 이렇게 불친절한가... 헤매고 있을 때 잡화점교회식당에서 거리로 나와서 알지 못하는 언어로 묻고 전화를 걸고 약도를 그려준 이들을 떠올린다이럴 때 현실은 영화보다 더한 판타지이다.

 

누구나 양면성도 아니고 다면성이 있다항상 일관적이지 않으면 모두 가짜라고 하는 건 지나친 단정이다문제는 상대에 따라 달리 반응하게 된다는 것인데 그건 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게을러서 간명한 게 좋기도 하지만 경험으로 믿는 것들도 있다진심은 힘이 세고 다정함호의친절은 대부분 비슷한 반응으로 돌아온다는 것.

 

가능하면 도움 받는 일보다 도울 수 있는 일이 더 많으면 좋겠단 모순적인 욕심이 있다나이다 들수록 사양하는 태도가 더 강해지는데 좋은 일이 아니란 생각을 더 자주한다상대가 기분 좋게 힘들지 않게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시키는 일이고그것 역시 일종의 좌절이라 자연스럽게 외부로 향하는 선한 에너지를 막는 꼴이다.

 

그러면서 내가 도울 때는 사양 말고 받기를 강권하니 이보다 모순적일 순 없다돕고 도움 받는 일은 상호 간은 물론 파급적으로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윤리를 형성한다타인을 두려워하고 배척하는 대신 모르는 존재로 살아가다가도 도움이 필요할 때 우리 모두는 서로 도울 것이란 얼마나 든든한가얼마나 다정한 뒷배인가.

 

주어진 가족을 떠나내가 만든 가족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가족들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삶의 무수한 변형들을 그렇게 느슨하지만 촘촘한 연대로 만드는 일그런 사회를 만드는 일에 대단하지 않아도 소소하게 꾸준히 참여하고 싶은 것은 그러한 연대가 내가 가장 바라는 보험의 형태이기 때문이다가입 조건은 지구생명체일 것단 하나인.

 

제 어머니는 11년 전오늘 같은 봄날에 친구와 가족을 불러 모아 이틀간 웃고 노래하며 꽃놀이를 즐긴 후 세상을 떠나셨죠. “완벽해”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요그때 이후 저는 죽음이 두려운 게 아니며 죽음은 늘 마주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해왔지요.”

 

확률적으로는 여전히 노화로 인한 죽음이 다수이지만다 알다시피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지구 반 바퀴를 돌아다니며 살던 시절이왕 지구에 태어난 것 안 가본 곳 없이 열심히 다니다 길 위에서 죽으면 좋겠다 싶던 시절 나는 20대부터 유서를 써두었다.

 

내용은 매년 갱신되고 장기기증서약도 조금씩 바뀌고이제 연명치료의견도 밝혀두었다언제까지 존엄사가 불법일지 모르겠지만필요하다면 스위스에 가서 죽어야할 지도 모르겠다남은 육체는 아무 숲이라도 좋으니 야생동식물의 먹이가 되면 가장 좋겠는데... 하여간 원하는 방식으로 죽으려면 이것저것 더 바뀔 때까지 오래 살아야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책 내용은 사라지고 내 감상만 남은 글이 되었다저자의 삶에 그늘이 늘지 않기를가장 간절한 것과 가장 오래 살 수 있기를나를 중심에 놓고 사는 일이 이기적이라 비난 받지 않기를외로움이 서러움으로 바뀔 필요가 없는 사회이기를불안을 견디는 일을 서로 조금씩 도울 수 있기를성취를 원하지 않는 사람을 무능하게 여기지 않기를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바람이 이기적인 일이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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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
S. K. 바넷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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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집 건너 친구 집으로 놀러가던 6살 제니가 실종되었다. 가족은 물론이고 마을 전체가 경악하고 함께 노력하였다.

 

세월이 흐르고 이웃들의 관심이 옅어져도 실종 아동의 부모들은 살던 곳에서 이사를 가지 않는다. 6살 제니의 얼굴이 찍힌 전단은 여전히 붙어 있지만, 더러는 잊고 새로 이사 온 이들은 아이의 존재를 모른다.

 

그리고 시간이 존재를 거의 지웠을 무렵 ‘나’는 결국 집에 돌아왔다. 실종 아동을 찾고 범인을 잡고 그 과정에서 여러 비밀이 드러나는 짐작 가능한 설정이 아니라 티저북이지만 잠시 놀랐다. 돌아왔다고? 발견된 것도 아니고? 어떻게?

 

시점은 ‘나’로 옮겨 간다. 무슨 일을 겪었는지 자세히 알 수 없어도 6살 때까지만 살았던 동네가 익숙하고 행동이 자연스러울 리가 만무하다. 이름을 밝히고 경찰을 만나야 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태라 다행이다.

 

1. 열 한 번째 모퉁이는 거미줄 같은 균열이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깊이 뻗어 있다. 그리고 딱 거미줄처럼 내 시선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2. 그럴 의도가 아닌데도 가끄ㅁ가다 이런 일이 생겼다. (...) 생각만 했을 뿐인데, 또 혼자서 시부렁거리냐, ‘아버지’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입 좀 닫아라. “다시는 아무 말 하지 않을게요, 맹세해요…… 제발…….”

 

3. “왜 이제야 도망쳐 나왔을까요?” (...) “그 사람들은 제니가 여섯 살 때부터 부모 노릇을 했어요. 괴물 같은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제니에게는 그 괴물이 세상의 전부였죠.”

 

4. “VIDI. 라틴어로 나는 보았다라는 뜻이다.” (...) “뭘 봤어? 이것저것. 그게 뭔데? 네가 알고 싶지 않은 것들.”

 

5. “우리가 삼촌이라 부를 때까지 브렌트 삼촌이 간지럼을 태웠다는 장난 있지? 내가 지어낸 얘기야. 그런 일은 절대 없었어. 그런데도 네가 기억한다니 참 이상하다?”

 

6. “네가 유괴당한 날 말이야. 뭐 기억나는 거 없어?” 잠깐만, 나는 생각했다. 잠깐만…….

 

7. 그만하세요…… 말 잘 들을게요……. 이러지 마세요, 누구세요……? 제발요, 누구세요……? 아버지…….

 

8. 그는 물에 빠진 듯 숨을 쉴 수가 없었다. (...) 그러면 가족은 다시 세 명이 된다. 구성원은 달라지지만, 벤이 없어지고 그 자리를 동생 제니가 채우게 된다. (...) 동생 제니가 돌아왔다는 사실이……. 그 소식을 듣는 순간의 죽을 것 같던 느낌이, 그를 끌어안으려는 아빠가 너무 이상해서였다.

 

9. 벤은 자기 방으로 가는 길에, 부모님이 그 애에게 내어 준 방의 닫힌 문 앞을 지나가다가 문득 이 방으로 갑자기 들이닥치곤 했던 여덟 살 때를 떠올렸다. 아니, 이 방에서 달아났었나?

 

10. “제발…….” 등 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그만해.” 내가 돌아보지 않으면 그 여자는 여기 없는 거다. (...) 그냥 가만히 기다리면 저 여자는 돌아갈 거야.

 

11. “결국 받았네.” 수화기를 들자 그 여자가 말했다.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폐가 갈비뼈에 짓눌리는 기분이었다. “잊지 마” (...) “난 네가 진짜 누구인지 안다는 걸.”

 

티저북은 끝나고 나는 홀로 온갖 상상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헷갈리고 짐작을 벗어나고 반전이 거셀 듯……. 기대하는 장치들이지만, 그건 내 손에 결말이 있을 때 편안히 즐길 수 있는 것들이다. 사람들의 분노를 크게 자아내는, 공감과 슬픔이 큰 소재가 아이의 실종 납치 범죄이다. 근절된 적이 없는 만큼 낯설지도 않지만, 매번 사람들은 새롭게 분노하고 안타까워한다.

 

범인 찾기도 궁금하지만, 일단 자신이 제니라고 밝힌 ‘나’가 혼란에 빠진 제니인지, 제니가 아닌지, 아니라면 기억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제니와 같은 피해자인지, 혹은 가해자 가족인지…… 어느 하나에 그럴 듯한 근거가 있어 특별히 무게가 실리지 않는다.

 

멀쩡해 보이는 제니의 친부모는 보이는 그대로인지 숨기고 있는 다른 비밀들이 있는지, 삼촌의 존재와 역할은 무엇인지, 그날의 기억을 모두 잊어버린 오빠 벤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날 혹은 더 오랜 시간의 폭력의 형태는 무엇인지 궁금해서 갑갑하다. 잠시 현실을 떠날 정도의 뒤집기 반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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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3분 철학 : 서양 중세·근대 철학편 만화로 보는 3분 철학 2
김재훈.서정욱 지음 / 카시오페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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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kiyukk/222572426411


철학에 대한 감정(?)은 각 나라마다 다를까요한국에서는 독보적인 이미지가 있지요. ‘OO철학관’ 실용적인 문제들에 답을 주는 학문으로서의 철학이 못 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쓸모없는(?) ‘태도의 학문으로서의 철학그 중에서도 중세와 근대철학을 짐작 이상으로 웃긴 대화처리로 소개합니다철학자들의 핵심적인 철학적 논제들을 몇 개의 그림과 문장으로 싹 정리하는 모습에 놀라서 두근거리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합니다젊은 시절울고 싶은 심정으로 읽은 텍스트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증거물처럼 기억의 단편들도 소환됩니다.

 

개똥철학이란 표현이 있지요혹은 철학을 궤변이라 여기는 이들도 있습니다논리학/논리철학이 철학의 분야라는 거 아시나요철학적 사유는 합리적 사고논리적 추론을 요청합니다오랜 세월많은 이들이 사유과 추론을 통해 구성해낸 것이 현대 사회에 활용된 대부분의 가치와 제도들입니다흔히 암흑의 시대라 언급되는 중세와 근대 서양 철학에서 정비된 것들입니다.

 

우리가 왜 이런 모습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 이해하려면 이 시대의 철학적 논쟁들을 살펴 보는 일이 도움이 됩니다배워야 할 것은 철학지식이 아니라 생각하고 모색하는 방법들세상을 보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뒷산도 아니도 지리산한라산백두산과 같은 철학자들이 여러 명입니다본인이 와서 정확한 해설 강의를 해준다고 해도 단번에 이해하기 불가능한 개념들도 많습니다

 

저는 중세 시대 철학을 전혀 모릅니다저서를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습니다조금이나마 익숙해지면 좋겠단 생각으로 짧은 기록을 남깁니다.

 

1.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 

 

<고백론>의 내용을 전혀 모릅니다.

라틴어 원문 번역이 이루어진다는 소식이 5년 전이군요.

경험과 반성을 철학의 소재로 삼은 성찰의 사상가로 기억하겠습니다.

 

2.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아리스토텔레스스콜라 철학초월적 신앙과 자연적 이성을 종합한 기독교철학 집대성

 

3. 보편 논쟁controversy of universal

 

'보편'이 실제로 존재하는가 사유로만 존재하는가.

 

4. 합리론rationalism과 경험론empiricism

 

저는 이 시대의 언어 표현을 많이 자주 사용합니다아마 사고 방식도 그렇겠지요연도는 인간의 속도와 관련 없는 외부적 사건일지도 모른단 생각을 합니다우리는 각자의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요갖가지 비동시성들이 동시에 모여 있는 것이지요그러니 오해도 불통도 많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도 합의도 가능한 미스터리 투성이의 삶입니다.

 

5. 데카르트René Descartes

 

철학자이면서 수학자이고 물리학자입니다출발이 의심할 바 없어야 이후의 추론 역시 오류가 아니라 할 수 있으니오류 없는 사고의 출발점을 찾아야했지요모든 걸 다 의심해봐도 ‘의심하고 있는 나 자신’ ‘내가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발견!

 

6. 스피노자Baruch de Spinoza

 

사과나무와 관련 없습니다자유로울 뿐 아니라 ‘압도적인 지성이라 불릴 인물인데신을 모독한 불경죄로 장례도 못 치른 채 도난당한 시신은 어떻게 되었는지... 친구의 기지가 아니었다면 지성의 기록인 저서들도 출간되지 못했겠지요살아서 당한 괴로움보다 더 크고 오래 기억될 철학자입니다.

 

7. 존 로크John Locke

 

스피노자와 달리철학자이자 정치사상가로서 이보다 더 행복한 이는 역사에 없을 듯도 합니다사유의 결과물로 세상이 바뀌는 현실적 변화를 목도했으니까요.

 

8. 칸트Immanuel Kant

 

"Two things fill the mind with ever new and increasing admiration and awe, the more often and steadily we reflect upon them: the starry heavens above me and the moral law within me."

 

각자 해석해 보셔도 좋을 듯저는 이 묘비명을 아주 좋아합니다제 삶에도 중요한 것들입니다올려다보는 별로 가득한 하늘과 내재한 도덕 법칙칸트의 3대 비판서 중 <실천 이성 비판>에 담긴 문장입니다하이델베르크는 가장 많이 오래 방문한 독일 도시이고칸트의 철학자의 길도 숙고 대신 토종군밤을 까먹으며 때론 글루바인Glühwein을 듬뿍 마신 뒤 걸어다녔습니다.

 

9.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정반합변증법적 사유절대정신미네르바의 부엉이 등 모두 유명한 말들로 기억되는 정치철학자이지요칸트도 그렇지만 헤겔도 뭐라 정리하기에는 너무나 방대한 사상 체계입니다아무리 강조해도 중요한 사유방식들을 제안했습니다

 

젊은 체력에도 철학 공부는 무척 힘들었지만 알게 되어 벅찬 기억들도 남았습니다나이가 든다는 건 현실에 활용할 수 없는 소위 쓸모없는 공부를 할 기회가 사라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함께 공부하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지만 그건 바람이고시간과 수고의 가성비를 따진다면 일단 독서이지요재밌게 웃으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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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집
황선미 지음, 전지나 그림 / 시공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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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단어로 집home과 가정house가 다르다는 구분을 하는 분들이 많지요가사노동자로서 여성의 지위를 이야기할 때도 housekeeper에서 homemaker로 바뀌었다는 표현도 있었지요제 정서나 경험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더 많습니다만.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는 말도 참 흔한데저는 형식도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집이란 장소는 인간 생존의 필수불가결한 조건입니다토지와 더불어 애초에 기본권으로 보장받아야할 것이었지매매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것을 매매의 대상으로 삼았으니 반드시 구매해야만 하지요이토록 완벽하게 판매와 이윤이 보장된 상품은 없습니다.

 

의식주가 갖춰진 곳에서 인간다운 활동으로 삶의 내용을 채워나가는 것이 삶의 모습이 되어야 하는데형식을 갖추는데 가진 것을 다 소진하느라 제대로 살아 보지도 못하는 이들이 지천인 처참한 풍경입니다.

 

조부모님들이 사셨던부모님이 사셨던그리고 저도 살았던 집들은 제가 그립게 기억하는 곳입니다한 번도 뵌 적 없는 부모님의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도 사셨던 곳이라청마루에 앉아 뜰을 보면 단단한 흙마당나무담장바위들에게 그 시절을 물어보고 싶어지는 곳입니다.

 

황선미 작가의 집이야기를 만났습니다표지를 보다가... 태어나 보니 집도 없고 부모도 없는 아이들을 잠시 생각합니다이해인 수녀님 말씀을 떠올리며 그 아이들에게 세상이 좀 더 순해지기를 기도합니다.


 

버드내 길 50-7번지 감나무 집사는 사람 없이 낡아 가는사람들이 갖다 버리는 쓰레기만 쌓여 악취를 풍기는동네를 부끄럽게 만드는 곳입니다. ‘모퉁이에 드리워진 더러운 그늘이 되어 반갑지 않은 사람들동물들을 끌어 들인다고 구박을 당합니다.


 

그 집의 사감 할매는 가족들이 떠나자 혼자 물건들을 끌어안고 사셨다고 합니다한 때는 동네에서 가장 컸던 집인데식구들이 하나둘 떠나 아무도 돌아오지 않고혼자가 된 할매가 폐지를 주어 연명하다 죽어간 집이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그 집에 아이들을 버리고 간 일로 인해 구청에서 집청소를 시작합니다감나무 집처럼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방앗간 떡집 영감은 내부 청소만 할 뿐 집을 부수지 않고감나무도 없애지 않아 안도합니다. ‘모든 게 너무 빨리 변해버리고오래된 것은 참아내지 못하는 세상에 아직 고스란히 남은 곳이 귀하다 여기기 때문입니다.

 


편히 살려면 다른 방법도 있었을 텐데집을 고스란히 지키고 산 사감 할매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겠지요돌아올 곳이 있어야 돌아 올 수 있을 거라고 믿으셨겠지요할머니 돌아가신 후 감나무만 살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집 근처에서 서성거리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남자가 집을 고치기 시작합니다그 집 밖에는 쪼그만 여자애가 서 있거나 소년이 찾아오기도 합니다여자애는 말이 없지만 소년은 남자를 돕기 시작합니다괴롭히는 아이들을 피해 남자 곁에 있는 것이지요달리 도망갈 데가 없습니다.


 

다른 애 아버지가 된 자신의 아버지였던 건축기사소년은 정태오라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남자를 궁금해 하지만 대답은 없습니다집 바깥 놀이터에는 머리에 흉터가 길게 난 낯선 소년이 앉아 있습니다.

 

이제 동네 사람들은 남자가 감나무집의 법적 소유주라는 걸 알게 됩니다그 말을 들은 떡집 영감은 칠보 보석함을 찾아냅니다설날 떡국을 담아 준 자신에게 사감 할매가 냄비와 함께 놓고 간 것입니다설 명절이 지나 추위로 돌아가셨으니아마 마지막 식사였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감나무 집에 불을 질렀습니다.


 

집을 고치던 남자는 할매 아들 명길입니다떡집 영감에게 어머니의 칠보 보석함을 받고 차마 할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에 주저앉고 맙니다그 보석함을 텅텅 비게 만든 게 자신이기 때문일까요.

 

이 집에 버림받았지만 이 집에서 엄마를 기다려야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 사람아집 놔두고 어딜 가려고.”

 

주소가 있다는 것집이 있다는 것떠날 집이 있었다는 것돌아올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마음이 바뀌고 사정이 달라지고 들락날락하는 사람들저도 떡집 영감처럼 남아 있는 집이 고마워지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너무 늦게 돌아와서 어머니는 안 계시지만 어머니가 사시던 집이 있다는 것은 다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위로이고무슨 일을 겪었든 이제야 명길이 몸과 마음을 편히 뉘일 유일한 장소를 만난 것이 아닐까 짐작 합니다.

 

모두 떠나셔서 비어 버린 집제 조 부모님 댁에도 감나무가 있습니다다른 나무들도 있습니다읽으면서 몇 번이나 벌떡 일어나 찾아가 보고 싶었습니다감나무 집처럼 감이 붉게 익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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