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초 편지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야생초 편지 2
황대권 지음 / 도솔 / 2002년 10월
구판절판


실제로 그 싹은 2개월이 되도록 별로 자라지 않는 것 같았어. 그러다가 기온이 25도를 웃도는 7월이 되면서 겁나게 자라기 시작하는데, 자고 일어나 보면 구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우리네 사람도 그렇지 않은가 싶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더러 아무리 공부해라 뭐해라 하고 부모가 야단을 친들, 때가 아니 되면 아무 소용이 없어. 아이가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서 언젠가 자신의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힘을 기다려 인내하고 있어야지, 조급한 마음에 이리저리 뛰어다녀 보아야 '치맛바람'밖에 더 되겠니? 또 그 억지야말로 아이를 죽이는 횡포가 아니고 무엇일까? 이제 너도 곧 학부모가 될 사람이니 명심하길 바란다.

--- 아이를 기르는 엄마로서 가슴깊이 들어와 박히는 글.. 인내하고 기다리라..-37쪽

토종이 사라진 사회, 토종이 사라져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사회,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지금 우리는.

--- 자꾸 자꾸 되짚어 읽어보게 되는 구절.. 식물의 토종 뿐만 아니라 인간세상에서도 토종인간은 사라지고 있지 않은가.. 인간미 없고 삭막하기만 한 변종인간, 괴물같은 인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진 않은가.. 카프카의 변신에서처럼 나 또한 인간에서 다른 것으로 변하고 있지는 않은가.. '인간'이라는 말 속에 포함되어 있는, 짐승과 구분되어지는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우리는 제대로 지켜가고 있는 걸까...-72쪽

이 두가지 원칙은 인생살이에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첫째, 실천의 중요성, 실천을 하되 지속성이 있어야 할 것. 둘째, 어떤 일을 할 적엔 반드시 전체와의 연관 속에서 그 일을 추진할 것.

아, 우리는 얼마나 자주 실제로 하지는 않으면서 머릿속으로 쌓고 부수고 쌓고 부수고, 입으로 나불나불 대다가 세월만 보내었던가! 어떤 것이 좋아 보인다고 앞뒤 헤아리지 않고 그것에만 탐닉하고 좇아 다녔던가!
"끈기를 가지고 행하되 조화와 균형 속에서!"

--- 딱 나를 두고 하시는 말씀같네.. 좀 하다가 제풀에 지쳐 그만두거나, 열심히 한답시고 설쳐대다가 다른 사람과 균형을 못이루거나... 당겼다 풀었다 자기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 다른이들과 함께 갈 수 있도록 걸음을 맞추는 능력, 언제나 한결같을 수 있는 그 능력.. 언제쯤에나 그런 경지에 다가갈 수 있을런지..-74쪽

이런 생각을 해본다. 무릇 정성과 열심은 무언가 부족한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만약 내가 온갖 풀이 무성한 수풀 가운데 살고 있는데도 이런 정성과 열심을 낼 수 있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주어진 자연의 혜택을 느긋하게 즐기는 데 시간을 더 쏟았을 것이다. 물론 풍요로운 생활환경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열악한 생활환경에서도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풍요로운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삭막한 교도소에서 만나는 상처투성이 야생초들은 나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 주는 귀중한 '옥중 동지'가 아닐 수 없다.

--- 우물을 파야겠다는 열성적인 힘이 나오기 위해선 먼저 갈증을 느껴야 한다는 말씀.. -76쪽

만(慢), mana(남태평양 연안 원주민의 언어로 형상 뒤에 숨어 있는 초자연적인 힘)의 한역, 영어로는 prkde, 또는 conceit로 번역된다. 아만(我慢). 자신이 남보다 훌륭하다고 망상하여 남에게 뽐내려 드는 방자한 마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학식이나 용모, 혈통 등 자신이 갖고 있는 조검 때문에 우월감을 가지는 마음은 교(驕)인데 반해, 만은 무조건 자기 자신이 낫다고 느끼는 본능적 심성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교는 우히려 조복(調伏)을 받기 쉽다고 하겠으나, 만은 그 뿌리가 깊고 미묘하므로, 인간의 해탈을 막는 열가지 족쇄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마지막 족쇄에 속하여 아라한과를 성취해야 비로소 완전히 소멸된다. 범어의 원래 뜻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긴 자의식(self-conception)을 가리킴.
慢, 요즘 내가 지고 다니는 화두이다.

--- 교만, 그거 무섭더구만. 겸손하게 한결같이 성실할 수 있다면 그건 사람이 아닌겨.. 어딘가 그런 사람이 살고 있었으면 좋겠네.. 그런 사람이 어딘가 살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세상살이에 참 큰 힘이 될텐데.. 내 앞에 본보기로 삼을 누군가가 앞서 걷고 있다면 그 뒤를 쫓아가기만 하면 될텐데..나이들수록 삶은 왜 복잡해져만가고, 스스로를 잘났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견디기 힘들어지는지. -99쪽

평화란 절대적 평온, 정지, 무사, 고요의 상태가 아니라, 내부적으로 부단히 움직이고 사고하는 '동적평형(動的平衡)' 상태라는 것이지. 사회가 평화롭다, 두 사람 사이가 평화롭다고 할 적에는, 내부적으로 부단히 교류가 이루어지고 대화가 진행되어 신진대사가 잘 되고 있다는 뜻이 된다.

--- 정말 그렇다. 그저 평온하고 고요한 것만으로 평화라 부를 수 없다. '안보면 그만'이라는 식의 평화는 진짜 평화가 아니니까. 평화가 이루어지려면 나와 상대가 일치에 이르는 충만상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평화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한가보다. 세계평화는 언제쯤 가능해질까? 가능하기나 한가?-109쪽

나는 요즘 인간관계에 있어서 자연요법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 물흐르듯, 순리대로 살아가야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건 나이 탓일까? 내 뜻대로 해보겠다고 아둥바둥거려봤자 내 계획 내 뜻대로 이루어지는 건 없다는 걸 깨닫게 되기까지 이만큼의 나이가 필요했던 걸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약삭빠르게 잔머리 굴려봤자 결국 손해라는 걸 알기까지, 그래서 나름대로 너그러워지고 털털해지고 있는 내모습 그대로 드러내 보이기 까지 얼만큼의 시간이 더 필요한 걸까. -156쪽

그런데 그저 대상을 오래 바라본다고 해서 관찰력이 강해지는 게 아니란다. 대상의 각 부분을 서로 비교 대비시켜 가면서 바라보아야 관찰력이 강해진다. 우리는 보통 어떤 대상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나서는 그것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그런 사람더러 보지 않고 그것을 설명해 보라(또는 그려 보라)고 하면 탁 막혀 버리는 것을 종종 본다. 관찰하는 데 있어 시간은 별로 중요한 변수가 못된다. 관찰력이 탁월한 사람은 아무리 짧은 시간이 주어져도 단번에 대상의 특징과 디테일을 잡아낸다.
(중략)
세상일 또한 그렇다. 특히 사람 사이의 관계가 그래. 겉으로 보기에 소문이건 자신의 직접 관찰이건 간에 아무리 그럴듯한 사람일지라도 구체적인 사안을 가지고 함께 뒹굴어 보지 않는 한 그 사람을 안다고 말할 수 없다. 설사 같이 산다고 하여도 십 년이 지난 뒤에야 상대방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 한길 사람 속을 모릅니다. 죽을 때까지도 모르고 살게 될 것 같습니다. 내가 보게 될 상대방의 새로운 모습이, 또는 내가 상대방에게 보여주게 될 새로운 모습이 흉하고 보기싫은 모습이 아니라 좋은 모습이기를 바랄 뿐입니다. -230~232쪽

남을 결코 비판하지 않고 자기 잣대로 남을 몰아세우지도 않는 사람들, 남의 행위를 있는 그대로 흡수해 버리는 이들, 이런 사람들 사이에 심각한 트러블이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을거야.

--- 이해는 되는데, 그렇게 살기는 싫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마 그렇게 사는 사람을 바보취급하는 우리 사회를 이미 알아버려서겠지.. -234쪽

평생을 부엌과 텃밭에서 일하셔야 했던 우리 어머님들의 인고와 희생이 단지 남성 중심주의를 강화하는 데에 기여했다면 그것처럼 비극적인 것이 없다. 말없이 그것을 견뎌 낸 여인들의 깨달음의 깊이를 지아비들은 도저히 넘겨다 볼 수 없을 것이거늘, 손에 물 묻히는 행위를 미안해하기는 커녕 수치스럽게 여기는 풍조가 여전히 막강하니 개탄스러울 뿐이다. 특히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 때에 우리 여인들의 고달픔은 식구들의 웃음소리에 반비례할 뿐이지.

--- 공감 백배!!! 결혼하고 살림을 하면서 느낀 점. 절대로 어떤 이유로라도 한 가정의 행복이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는 거. 우리 나라의 대부분의 가정은 주로 여인들의 희생을 제물삼아서 (특히 며느리들) 행복한 가정 혹은 말썽없는 가정을 이루어간다. 여인들이 다 떨쳐일어나는 날엔 온전할 가정이 몇이나 되랴.. 쯔쯔쯧.. 요즘 미혼 여성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 다 이유가 있느니..-246쪽

사회 전체가 이렇게 경제 논리에 의해서 점점 타이트하게 조직되어 가니 기존의 다소 낭만적이고 문화적인 생활양식들이 점차 사라져 가는 느낌이야. 대신 물질은 풍부하니 먹는 것, 입는 것 따위를 고급으로 해서 문화적 상실감을 대신하는 거지.
(중략)
이것이 발전인가? 발전은 발전이지. 옛날에 비해서 두 배로 바빠지고 머릿속에 쌓이는 스트레스도 곱으로 늘어나고 자신이 무엇 때문에 사는지 되돌아볼 여유가 더욱 없어져서 탈이지.
(중략)
자본주의는 세계화를 이룬 가장 경쟁력 있는 제도이지만 비인간적이라는 것이 문제야.

--- 세탁기에 전기밥솥, 냉장고, 컴퓨터, 식기세척기,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 자동차, 전철, 비행기... 생활이 옛날보다 훨씬, 그것도 엄청나게 훨씬 편리해졌는데도 여전히 사람들은 시간이 없고 바쁘고 힘들고 지치고 피곤하지.. 어떤 이가 그러더군. 원시시대 사람들이 현대의 사람들보다 여가시간이 훨씬 많았다고. 자본주의 경쟁사회..갑자기 <꽃들에게 희망을>에서 꼭대기에 뭐가 있는지, 왜 올라가는지도 모르고 서로 짓밟고 올라서느라고 난리를 치던 애벌레들이 생각나네.-253쪽

특히 여기서 공동체야말로 막강한 제국주의와 싸울 수 있는 유일한 사회구조다, 이런 결론을 얻었습니다. 실제적으로 지금 WTO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농업이 살아날 길이 뭐냐 할 때 저는 아무것도 찾아낼 수가 없습니다. 오로지 이 사회가 지역공동체 중심으로 재편되지 않는 한은 아무런 대안을 찾을 수가 없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이것이 제가 감옥 들어가기 전까지 제국주의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얻은 결론입니다.

--- 지역공동체.. 가능할까? 이 지독하게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경쟁사회에서 공동체라는 조직이 과연 형성될 수 있을까? 내가 너무 비관적인가? 왜 꿈같은 이야기로 들릴까? 공동체가 조직되고 제대로 돌아가려면 사회전반적인 제도나 의식들이 재정비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아주 근본적인 밑바탕에서부터..-274쪽

그래서 농업문제만큼은 전국에 있는 시민단체나 개인들이 나라의 문제가 아니고 내 문제라고 인색을 해야 된다 이 말입니다. 그래서 모든 시민단체들이, 민주노총도 그렇고 전교조도 그렇고, 경실련이니 할 것 없이, 자기 나름의 생태농장을 가져야 합니다. 농업팀을 다 꾸려야 합니다. (중략) "농업문제는 자기 자신이 해결한다. 자기가 먹을 것은 자기가 책임진다."앞으로 방법이란 이것밖에 없다고 봅니다. 농업을 상업주의로부터 해방시켜야 합니다.

--- 요즘 한창 FTA 때문에 말들이 많다. 난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 지금도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농업에 대해선 까막눈이나 다름없다. 농촌현실이 어렵다는 건 알고 있지만 가슴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농업문제를 내문제로 삼으란다. 옳은 말씀이라는 걸 알면서도 참 막연하다. 그냥 자급자족을 외치던 간디만 생각난다. 농부들에게 미안한 생각만 든다. 자연농법, 유기농법의 농산물을 사먹어야 한다는 걸 알고 그러고도 싶은데, 사실 주머니 사정이 따라가질 못한다. 내가 참 못나게 느껴진다. -2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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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를 "킁킁" 비룡소의 그림동화 39
루스 크라우스 글, 마크 사이먼트 그림, 고진하 옮김 / 비룡소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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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말로는 "코를 킁킁"이라고 번역했는데 원래 제목은 "The Happy Day"이다. 번역을 너무 잘했다 싶다.  만약 이 책이 "행복한 날"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다면 글쎄.. 모르긴 몰라도 "코를 킁킁"만큼 아이들에게 다가오지 못했을 것 같다.

흑백으로 그린 그림이 참 정겨운데다가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의 졸린 표정도 압권이고, 글도 짧고 그래서 내맘에도 들지만 비니도 무난히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어서 고른 책인데 역시 비니는.. 집중력이 약한 건지.. 아니면 겨울잠 자는 동물들에게 감정이입이 안되는 건지.. 아니면 21개월짜리 아이에겐 흑백으로만 되어있는 그림이 영 안땡기는건지.. 아무튼 비니에겐 환영받지 못했다. 

다람쥐, 달팽이, 몰모트, 곰 들이 겨울잠을 자다가 코를 킁킁거리며 깨어나서 어딘가로 마구 달려간다.  달려간 자리엔 하얀 눈 속에서 곱게 핀 노란꽃 한송이가 있더란 말씀. 노란꽃을 보며 좋아서 춤추는 동물들이 정말 귀엽다.

가을이 깊어가고 얼마전 입동이 지났다.  유난히 추위에 약한 나는 코를 킁킁거리며 찾아갈 봄꽃이 어서 빨리 피기를 서둘러 기다리는 마음이다.  매년 봄마다 삭막한 도시 서울, 거리 보도블럭을 뚫고 피어나는 노란 민들레의 생명력을 보면 얼마나 감격스러워지는지.. (이상하게 다른 봄꽃들은 감격스러울 정도는 아닌데 유난히 민들레를 보면 드디어 봄이 왔구나 하는 기분도 들고 감동에 젖게 되는 것이다) 노란꽃 한송이를 두고 덩실덩실 춤추는 동물들의 마음에 나는 충분히 공감한다. 

글이 짧고 반복되는 말이 많지만, 그래도 우리 비니 만한 아이에게는 좀 그렇고 4,5세 정도는 되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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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있을까요? 알록달록 아기 그림책 1
멜라니 월시 글 그림 / 시공주니어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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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알록달록 아기 그림책 시리즈 중에서 뻬뜨르 호라체크 꺼 말고 다른 것 들은 아마 모두 날개를 갖고 있고, 그림도 단순하면서도 예쁘고, 글도 짧지만 정성을 기울인 티가 난다.  조그만 손으로 날개를 들췄다 덮었다 하는것도 소근육 발달에 도움이 될라나?

(뻬뜨르 호라체크 꺼는 색깔이 굉장히 화려한데, 조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어 <딸기는 빨개요>에서 사과가 나오는데 도무지 사과로 보이질 않는다.  원본에선 뭐라고 나와있기에 우리나라 번역본에 사과라고 번역된 걸까? 정말 원본에도 "Apple"이라고 되어 있기는 한가? 아니면 서양 사과랑 우리나라 사과랑 모양이 달라서 그런걸까?)

알록달록 아기그림책 시리즈 중에서 멜라니 윌시가 지은 책은 비니에겐 대환영을 받는다.  엄마로서 나는 '얘가 너무 이런 장난감 같은 책들만 좋아하다가 나중에 그냥 평범한 책에선 재미를 못붙이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들 정도다. 설마.... 안그러겠지? 비니는 몸 뿐 아니라 정신도 자라갈테니까 언젠간 글과 상상력이 주는 재미를 알아가겠지.. 그렇지...? 그럴거야. 지금은 비니가 좋다는 책이면 가리지 말고 많이많이 여러번 읽어줘야지.. 책이란 재밌고 즐겁고 신나는 거라는 생각만 심어줄 수 있어도 좋은거니까. 

<무엇이 있을까요?>에서 21개월 우리 비니는 나뭇잎 뒤에 있는 꿈틀꿈틀 벌레들을 좋아한다.  아마 자기가 아는 무당벌레 두마리가 그 벌레들 틈에 끼어있기 때문인 것 같다.  <무엇이 될까요?>도 무척 즐겨 보는 그림책인데 무척 정이 가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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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기 - 호기심 많은 조지
한스 아우구스토 레이 지음, 정경임 옮김 / 지양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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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1개월짜리 우리 아이는 원숭이를 따라 이런 저런 탈것들을 구경하는 게 재미있나보다.  자전거랑 자동차, 지하철, 버스, 거기에 탈것에 포함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풍선다발에다가 연, 그리고 헬리콥터 ...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첫번째는 그림에서 유아가 볼 그림책이라면 좀더 신경썼어야 할 부분이 보여서다.  특히 버스 부분.. 버스 뒷편을 위에서 내려다본 각도로 그렸는데, 글이 아니라면 이게 버슨지 뭔지 알 수가 없을 것 같다.  더군다나 그림책의 배경이 미국인데다가 워낙 오래전이다 보니 버스도 요즘 버스랑 모양이며 색깔이 많이 다른 것 같은데 그리는 각도 까지 그렇게 그렸으니 현대를 사는 우리나라 독자들은 설명없이는 뭔지 알수 없는 게 되어버린 것 같다. 

두번째는 그림책의 재질이 너무 빤딱빤딱하다는 거다.  요즘은 빛이 반사되지 않게 무광코팅까지 해서 그림책이 나오는 시대가 아니었나? 아이들의 시력보호 차원에서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저녁에 형광들 불빛아래서 읽으면 번쩍번쩍이다.  출판사 쪽에서 세심한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부분이다.

글쎄.. 내 개인적으로는 별로 고운 눈이 안가는 그림책이다.  왜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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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를 킁킁 (루스 크라우스 글/마크 사이먼트 그림/고진하 옮김/비룡소)

이런이런.. 번역본 이미지를 붙이려했는데 '선택'을 아무리 클릭해도 상품넣기가 안되네.. 우리나라 말로는 "코를 킁킁"이라고 번역했는데 원래 제목은 "The Happy Day"였구나. 흑백으로 그린 그림이 참 정겨운데다가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의 졸린 표정도 압권이고, 글도 짧고 그래서 내맘에도 들지만 비니도 무난히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어서 고른 책인데 역시 비니는.. 집중력이 약한 건지.. 아니면 겨울잠 자는 동물들에게 감정이입이 안되는 건지.. 아니면 21개월짜리 아이에겐 흑백으로만 되어있는 그림이 영 안땡기는건지.. 아무튼 비니에겐 환영받지 못했다.  다람쥐, 달팽이, 몰모트, 곰 들이 겨울잠을 자다가 코를 킁킁거리며 깨어나서 어딘가로 마구 달려간다.  달려간 자리엔 하얀 눈 속에서 곱게 핀 노란꽃 한송이가 있더란 말씀. 노란꽃을 보며 좋아서 춤추는 동물들이 정말 귀엽다. 가을이 깊어가고 얼마전 입동이 지났다.  유난히 추위에 약한 나는 코를 킁킁거리며 찾아갈 봄꽃이 어서 빨리 피기를 서둘러 기다리는 마음이다. 

 

2. 무엇이 있을까요? - 알록달록 아기 그림책 1권(멜라니 윌시 글,그림./ 시공주니어)

저번에도 말했지만 우리 비니는 날개 들추는 그림책을 좋아한다.  알록달록 아기 그림책 시리즈가 모두 날개를 갖고 있고, 그림도 단순하면서도 예쁘고, 글도 짧지만 정성을 기울인 티가 난다.  조그만 손으로 날개를 들췄다 덮었다 하는것도 소근육 발달에 도움이 될라나? 알록달록 아기그림책 시리즈는 비니에겐 대환영을 받는다.  엄마로서 나는 '얘가 너무 이런 장난감 같은 책들만 좋아하다가 나중에 그냥 평범한 책에선 재미를 못붙이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들 정도다. 설마.... 안그러겠지? 비니는 몸 뿐 아니라 정신도 자라갈테니까 언젠간 글과 상상력이 주는 재미를 알아가겠지.. 그렇지...? 그럴거야. 지금은 비니가 좋다는 책이면 가리지 말고 많이많이 여러번 읽어줘야지.. 책이란 재밌고 즐겁고 신나는 거라는 생각만 심어줄 수 있어도 좋은거니까. 

 

3. 자전거 타기 - 호기심 많은 조지-(한스 아우구스토 레이 지음/정경임 옮김/지양사)

호기심 많은 원숭이 조지 시리즈가 유명한 그림책 중의 하나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한번도 읽어보지 않았었다.  그 이유는 다른 사람이 들으면 엉뚱하다고 할 지 모르겠지만 "너무 미국 냄새가 나서"다. 결국 이 책이 내가 처음으로 본 호기심많은 조지인데,, 역시 어딘가 모르게 미국냄새가 폴폴 풍겨나온다.  내 선입견때문일까? 아마 맨 마지막 쪽에 노란 카우보이 모자를 쓴 아저씨 때문인 것 같다.  여러가지 탈것들에 대한 그림책인데 비니는 원숭이거 이것저것 타고 다니니까 재밌나보다.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장면에선 자기도 풍선을 잡고 껑충거리며 날아가는 흉내를 내고, 자전거 타는 장면에선 나더러 '따르릉따르릉 비켜나세요"하고 노래를 부르란다.  책이 작고 그림의이 탈것 하나만 툭 나오는게 아니라 배경까지도 재밌고 아기자기하고, 글도 원숭이 조지를 따라 흘러가기 때문에 애들이 재밌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역시 미국냄새가 난다.  아, 그리고 또 다른 불만, 종이 재질이 너무 빤닥빤닥해서 빛을 반사시킨다.  요즘을 이런 재질의 그림책은 안나오는 줄 알았는데...

 

4. 게임북 시리즈 4 탈것을 찾아라 (루시 믹클레스 웨이트 / 한국프뢰벨)

중학생이 된 우리 딸이 유치원 다닐 무렵엔가 사준 책이다.  유치원 다니던 딸에게는 책이 좀 시시했나보다.  한번 찾아보더니 그 다음엔 별로 보질 않았다.  덕분에 오래된 책인데도 깨끗하게 보존되어 있었는데 비니에게 꺼내주니까 꽤 즐겨본다.  '배트모빌'그림에선 "징징바라 징징바라 배트맨~"하고 노래를 불러주면 뭔지도 모르고 신난댄다.  두번째 그림, 수태고지는 노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지 그 그림에서도 노래를 부르란다.  세번째 그림 '영화 속의 비트겐슈타인'에선 "떴다 떴다 비행기"노래를 불러야 하고, 네번째 그림 '지도읽기'에선 아저씨들이 모두 코 잔다면서 자기도 자는 흉내를 하고, ,,,  뭐 그런식이다.  그래도 찾으라는 탈것은 다 찾아낸다.  아이들에게 티 안나게 명화를 보여줄 수 있으니 (명화다 하면 괜히 무겁고 점잔을 떨어야할 것 같고 조심스럽고 유식한 티를 내며 다뤄야 할 것 같으니까) 참 바람직한 책이 아닐 수 없다.  책 제목대로 게임북처럼 갖고 놀면 되는 거 아닌가.. 부~~~담 없이~!!!

 

5. 게임북 시리즈 2. 숫자를 찾아라 (루시 믹클레스 웨이트/ 한국 프뢰벨)

이것도 탈것을 찾아라와 같이 구입했던 책.  이 책도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했음.  탈것을 찾아라보다 숫자를 찾아라를 더 잘 보는 편이다.  파리도 나오고, 맛있는 과일도 나오고, 사슴벌레도 나오고, 예쁜 꽃도 나오고, 금붕어, 강아지, 말, 소, 닭, 다람쥐 등등의 동물도 나오고.. 그래서인가 보다.  비니는 아직 숫자를 알지는 못하고 셀줄도 모르지만 말그대로 "그림보기"를 즐기고 있다.  게임북 시리즈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보다 비니만한 어린 아기들한테 더 잘 수용되는 것 같다. 



6. 데굴데굴 굴러가네! -종알종알 말놀이 그림책 1  (허은미 글/ 이혜리 그림/웅진주니어)

글의 내용도 좋고, 무엇보다 이혜리씨 그림이 좋은책. 내가 이혜리씨를 너무 좋아하나? 하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는걸... 비니는 이 책을 별로 안봤다. 오히려 <아장아장 걷다가>가 더 좋은가 보다.

7. 크고 작고 -알록달록 아기 그림책 3  ( 멜라니 월시 지음/시공주니어)

비니가 좋아하는 시리즈다. 이번엔 반대말을 제시한 그림책인데 비니야 반대말이라는 개념이 없을 테니까 그건 모르겠지만 어둡다와 밝다의 차이라던가 한마리와 여러마리 등은 그림책을 보면서 시각적으로 느낄 것 같다.

8. 곰돌이는 어디로?  (알렉스 쌍데르 글/ 피에릭 비진스키 그림/ 배은주 옮김/주니어파랑새)

처음엔 잘 안보더니 요즘들어 잘 본다. 번득번득하지 않은 종이 재질의 단단한 보드북이라서 일단 독특하다.  맨 마지막 장이 곰돌이가 베개밑에 있다가 "밤새도록 네 곁에 있을거야! 너랑 같이 자려고!"라고 말한다.  결국 잠재우기용? 비니에겐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다.

9. 루루의 양말  (세나 게이코 지음/김난주 옮김/비룡소)

세나 게이코의 그림책 중에서는 <당근>을 제일 재밌게 읽었다. 그이유가 뭘까? 내가 보기엔 이 <루루의 양말>도 <당근>만큼의 재미는 있는데...

10. 아장아장 걷다가 -옹알옹알 아기그림책 1 (허은미 지음/이혜리 그림/아이세움)

그러고 보니 <데굴데굴 굴러가네!>도 허은미 글, 이혜리 그림인데 이것도 그렇군.. 그래, 그러고 보니 풍이 비슷했다.  두 분이 굉장히 친한가 보다.  그런데 <데굴데굴 굴러가네>보다는 <아장아장 걷다가>가 비니에게 더 인기가 좋다.  아마 읽으면서 동물들의 걸음걸이를 흉내낼 수 있다는 자기의 능력이 스스로 대견해서가 아닐까 싶다. 


 

 

 

11. 잘자요 달님 (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클레먼트 허드 지음. 이연선 옮김, 시공주니어)

음.. 비니가 직접 자기 손으로 골라 뽑아오진 않는다.  내가 적당한 때에 적당히 뽑아서 읽어주면 싫다고 거부하지는 않는 정도.. 생쥐찾기에 더 흥미를 느끼고, 초록방 안에 있는 갖가지 물건들을 말해주면 찾아서 손가락으로 짚는 재미에 잠재우기용 그림책으로는 기대만큼 효과적이지 않았다.  비니가 조금 더 크면 훨씬 더 재미있어할 것 같다. 

 

12. 달님 안녕 (히야시 아키코 지음, 한림출판사)

책 가운데 커다란 달님 얼굴이 무서웠는지, 낯설었는지, 아니면 둘 다인지 처음에 거부반응을 일으켰다.  책 뒷표지의 메롱하는 달님얼굴을 보고는 같이 메롱하며 웃으며 처음의 거부반응이 약해지긴 했지만, 책을 펼치지 못하게 한다.  무섭나? 애들 눈에는 그럴수도 있겠다 싶다. 히야시 아키코의 다른 그림책에 비하면 아기자기 예쁜 맛은 좀 떨어진다. 이것도 잠재우기용이 되기를 기대했건만 비니의 거부반응에 무릎을 꿇다...

 

13. 싹싹싹 (히야시 아키코 지음. 한림출판사)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히야시 아키코의 초기 그림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림의 디테일이 다른 작품에 비해 섬세하지 않은 것 같아서.. 생쥐랑 토끼랑 곰이랑 아기가 같이 스프를 먹다가 생쥐, 토끼, 곰이 스프를 흘릴 때마다 아기가 싹싹싹 닦아준다.  다먹고 난 다음 아기 입에 묻은 스프. 엄마가 와서 싹싹싹 닦아준다는 내용. 싹싹싹이라는 의태어가 반복되는 데다가 닦아주는 행동 또한 반복되고, 등장인물들도 친근해서인지 <달님안녕>보다 더 잘 보았다.  그림책 보다말고 내 팔과 얼굴을 닦아주는 흉내도 내고.. (이구 귀여운것) 색감이나 디테일한 면에서는 좀 실망스러웠지만 뭐 비니에게는 성공한 셈..

 

14. 친구를 보내주세요-동물원에 보내는 편지 (로드 캠벨 지음/염현숙 옮김/문학동네어린이)

비니가 딱 좋아할 타입의 그림책. 우선 동물이 나오고, 갖가지 상자모양의 날개를 들추는 형식이고.. 비니는 딱 그런걸 좋아한다.  그런데 일단 이 책은 그런 종류의 다른 그림책과는 다르게 하얀 여백이 많아서 상자모양의 날개와 날개를 들추면 나오는 동물에 아이들이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거기다 동물들이 담겨있는 상자모양도 얼마나 다양한지.. 비니는 사자와 기린과 낙타가 나오는 부분에선 상자모양의 날개를 두드리며 '똑똑'한다.  아마 문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비니 또래가 보기에 크기도 적당하고 참 괜찮은 그림책이다. 알라딘 책 소개에서도 영국 북스타트 운동 추천도서로 처음 책을 접하는 유아를 위한 그림책이란다. 그래서 비니가 좋아했나?

 

15. 시리동동 거미동동-우리시그림책 01(권윤덕지음/창비)

일단 고백.. 비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보려는 목적으로 접근한 책.. ㅋㅋ 말잇기 놀이식으로 전개된다.  권윤덕 작가라면 <만희네 집>, <엄마, 난 이 옷이 좋아요>등을  낸 작간데, 이 책에선 그림풍이 확 다르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글이 짧지만 내용이 얕진 않다.  그림과 글을 다 아울러 느낄 수 있어야 맛이 나는 그런 그림책이다.  한국적인 정서가 그대로 묻어나고  (아이도 정말 우리나라 아이다)  아련한 느낌이 드는.. 그림책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눈만 그려져 있는데, 그것도 점찍듯이 그린 눈만 있는데, 인물의 표정도 드러나지 않는데도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전달되는 야릇한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아아아아 비니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자라렴.. 너에게 읽어줄 책이 너무너무 많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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