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야 누구 도토리 자연 그림책 1
심조원 글, 권혁도 그림 / 보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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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림책이다.

사실적인 동양풍의 그림. 내가 참 괜찮은 그림책이라고 생각하는 건 우리 유빈이에겐 냉대받을 때가 많다. 역시 유빈이가 좀더 자라면 좀 나아질까?

하긴 나도 어릴 땐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그림을 좋아했던 것 같다.  어릴 때엔 "사실적이고 심각하고 진지해보이는 그림 = 재미없는 거"라는 말도 안되는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은데, 뭐, 21개월밖에 안된 우리 딸이 벌써부터 그런 고정관념을 가졌을리는 없고..

유빈이가 이 그림책에서 관심있게 본 것은 (동물들의 생김새 특히 꼬리부분에 정성을 기울인 작가에겐 미안하지만) 엄마개, 엄마돼지, 엄마염소, 엄마소의 젖이다. 엄마 젖을 뗀지 얼마 안되는 우리 유빈이에겐 그림에 나오는 동물들의 젖을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고 좋은가 보다. 그림도 얼마나 사실적인가! 엄마 젖을 빨던 지난 날의 추억에 젖는듯... 하하하

이 책도 우리 비니가 좀 더 여물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여줘야 할 것 같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점,, 사실적인 건 좋은데, 너무 생동감이 없다. 마지막 모든 동물들이 다같이 뛰어나올 때는 그래도 좀 생동감이 느껴지던데,,, 동물이 표정이 어디 있겠냐만 그래도 그림책인데 동물들 얼굴에 살짝 표정이라도 드러내줬으면 하는 바램은 너무 욕심일까. 

어른이 보기에 좋은 책과 아이가 재미를 느끼는 책은 서로 좀 다르다.  우리 큰아이 둘을 키울적에도 그랬다.  내가 보기엔 너무너무 아름답고 좋은 그림책일 뿐만 아니라 어린이도서추천목록에 빠지지 않는 우수한 그림책인데 아이들은 시시해하고 심드렁해 할 때가 있다. 어느 쪽을 따라야할까? 이 책이 아이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요즘 아동문학 작가들은 힘들 것 같다.  텔레비젼과 컴퓨터 등 각종 다양한 매체에 노출되어 자란 아이들은 웬만한 재미에는 꿈쩍도 안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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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 안녕 하야시 아키코 시리즈
하야시 아키코 글ㆍ그림 / 한림출판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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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달을 바라볼 일이 많지 않다.  최근엔 한가위 때 봤나보다.  정말 맑은 가을밤이었더래서 환하고 동그란 보름달을 아이들과 같이 바라보며 감탄했었다.  그 전엔 우리 아들녀석 준비물 사러 문구점에 다녀올 때였나보다.  길건너 산위로 엄청 큰 주황빛 보름달이 떠있었다.  정말 식당쟁반만큼 큰 달이라 우리 아들녀석하고 흥분한 마음에 길거리에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감탄했었다.  그런데 우리가 떠드는 소릴 듣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달을 올려다 보았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감탄을 하는 것이었다. 

이 책에 나오는 달이 꼭 그 달 같다.  동그랗고 환하고 크고 예쁘다.  처음에 우리 비니는 표지의 달님 얼굴이 좀 무서웠나 보다. 읽어준다니까 싫단다.  그래도 무릎에 앉히고 읽어줬는데, 여전히 꺼림찍해한다.  그런데 뒷표지의 메롱하는 달님의 장난끼 어린 얼굴을 보더니 환하게 웃었다.  그러더니 같이 메롱 하며 좋아라 한다.  그 다음부터는 이 책을 보면 웃는다. 뒷표지로 돌려놓고 메롱도 하고...

하야시 아키코, 참 대단한 사람이다.   <숲속의 나뭇잎집>, <이슬이의 첫 심부름>, <열까지 셀 줄 아는 아기염소>,<순이와 어린 동생> 등도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던지.(우리 아이가 아니라 내가 말이다.) 글도 그림도 아이의 마음을 잘 담아내는 재주가 있다.  주로 미국이나 유럽등의 외국동화가 읽혀지고 있는 현실에서 동양적인 얼굴을 가진 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림책은 참 반갑다.  우리나라 그림책은 주로 전통적인 것을 소재로 하는 그림책이 많은 것 같다. 전통 놀이나 전래 동화나,, 아니면 자연의 모습을 담을 그림책.. 주로 시골 풍경, 동물들...자연도 좋고 민족적인 정서와 전통도 좋다.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어린이가 느끼는 여러 감정들을 섬세한 결로 담아내는 그림책 작가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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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요, 달님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44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외 지음, 이연선 옮김 / 시공주니어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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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첫 그림, 초록색 벽으로 둘러싸인 방.  아기토끼가 침대에 혼자 누워있다.  별로 졸린 것 같진 않다.  노랑초록 줄무늬 커튼 이 반쯤 걷혀있는 창으로 별들이 빛아고 있고 벽난로엔 불이 활활 타고 있다.  시계를 보니 일곱시다.  와, 정말 초저녁이다.  우리 21개월짜리 유빈이는 이시간에 절대로 안잔다.  더구나 저렇게 빨간 풍선이 동동 떠있는데 어떻게 잠이 올까? 계속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고양이도 왔다갔다 하고 생쥐 한마리도 방안을 휘젓고 다닌다. 아무래도 쉽게 자긴 틀린 것 같다. 할머니는 처음엔 없었는데 중간에 보니 흔들의자에 앉아 뜨게질을 하고 있다.  아기토끼는 계속 뒤척이기만 한다. 잘자요라고 온갖 물건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잘자요 스탠드, 잘자요 빨간풍선, 잘자요 의자들, 잘자요 벙어리 장갑......등등..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창문으로 달은 점점 떠오르고 방은 점점 어두워져 간다.  밤이 점점 깊어간다.  어느덧 시계바늘은 여덟시를 가리킨다. 잘자요, 먼지, 잘자요 소리들,,한테까지 인사롤 하고 나서야 토끼 방이 어두워지고 스탠드 불도 꺼졌다.  토끼도 잠이든다.  시계를 보니 여덟시 십분정도 됐다.  잠드는데 한시간이 넘게 걸렸군.. (아이 재우기는 정말 힘들어) 고양이 두마리는 할머니도 주무시러 가셨는지 이제는 빈 흔들의자를 차지하고 자고 있다.  생쥐녀석만 창문에 올라앉아서 별을 보고 있다.

무척 고전적인 그림책이다.  그림도 그렇고 아기 토끼의 방은 무슨 귀족 도련님 방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언제 만들어진 그림책인가 봤더니 1947년에 만들어진 어린이책의 고전이란다.  우리 유빈이 잠재우기용으로 읽어주려고 했더니 이리저리 다니는 생쥐찾기놀이책이 되고 말았다.  거기다가 잘자요, 빨간풍선 하면 빨간풍선을 손가락으로 짚고, 잘자요 시계 하면 시계를 찾아 손가락으로 짚느라 그림책이 유도하는 밤의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에 빠져들지를 못한다. 

우리 아이에게 잠재우기용으로는 실패했지만 여러모로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좋은 그림책이다.  우선 우리 아이가 그림에 반응했던 것처럼 그림이 아기자기 해서 볼거리가 많다.  물론 유아기에 생략 단순화시킨 부르너식 그림책이 좋다고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아기자기하고 세밀한 묘사가 있는 그림책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거기다 초록색, 빨간색, 노랑색, 파랑색 등의 강렬한 색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림이 거슬리지 않는다.  요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각종 영상에 노출되어 자라는 터라 그림책만이라도 좀더 순하고 부드러운 그림을 보여주고 싶은게 엄마로서의 내 작은 욕심인데 이 그림책은 원색을 사용했음에도 질리질 않는다.  글과 그림이 잘 어우러져 깊은 맛이 난다.  역시 고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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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누구 아기지? (팔랑팔랑 동물원3) -아기 동물  /강미라 글 임경희 그림/ 대교출판 

지난 주에 보았던 그림책 <누굴까 누구?>와 같은 시리즈. 아직 21개월이 갓지난 아기라서 그럴까? 날개로 가려져 있다가 날개를 들추면 숨은 그림이 나오는 이 책들을 좋아한다.  이 그림책은 아기오리 꽥꽥이가 엄마를 잃어버리고 울고 있는 펭귄의 엄마를 찾아주기 위해 연못,농장, 꽃밭, 초원, 진흙탕,남극을 다니며 만나는 동물들에게 "(   )야, 이 아기가 네 아기니?"하고 물어보면서 동물과 그 아기의 모습을 알려주는 그림책인데 우리 유빈이가 그런 연관성까지 알랴 싶지만 암튼 재미있어는 한다.  개구리가 연잎위에 앉아 있는 그림을 들추면 올챙이들이 보이는 그런 식이다.   올챙이를 보면서 유빈이는 낼름낼름 거린다.  뱀을 보면서 낼름거리는 혓바닥을 흉내내주는데, 유빈이는 달팽이든 올챙이든 좀 꾸물거리게 생겼다 싶은건 다 낼름낼름으로 보이나 보다.  조금만 더 커라 조금만 더... 하는 마음이다.  보여주고 싶은 그림책들이 너무 많다.

2. 싫어 싫어 / 세나 게이코 지음 김난주 옮김/ 비룡소

이것도 지난주에 보았던 <당근>과 같은 시리즈. 신기하게도 세나게이코가 쓰고 그린 이 책을 참 잘 본다.  작은 판형의 그림책인데다가 한페이지에 배경이 생략된 채로 크고 단순하면서 생동감있게 그려진 그림 때문일까? <당근>을 좋아할 때도 의외다 싶었는데 <싫어 싫어>를 좋아하는 걸 보니 신기하다.  이 시리즈로 <당근>과 <싫어싫어> 외에 6권이 더 있는데 되도록 다 읽어봐야겠다. 책 뒷쪽에 산케이 아동 출판 문화상을 수상했다고 적혀있고, 육아 체험을 통해 엄마가 직접 쓰고 그린 유아용 생활 그림책이라고 써있다.

3. 나도 나도 같이가 (옹알옹알 아기그림책 12) / 조은수 글, 이지현 그림/ 아이세움

탈것에 관한 그림책. 부릉부릉 자동차, 따릉따릉 자전거, 애앵애앵 불자동차,덜컹덜컹 트럭, 삐뽀삐뽀 병원차, 칙칙폭폭 기차가 등장한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탈것과 그에 어울리는 의성어들이 나온다.  글은 아주 단순한 문장.  앞에 나온 의성어 + 탈것이름에 이 책 제목인 '나도 나도 같이가"만 붙어 있는 단순한 문장이 반복된다.  유아 수준에선 좋을 듯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일러스트가 맘에 안든다.  그게 일러스트 작가의 개성이라면 할 수 없지만 말이다.  유빈이의 반응은 선호도 둘 정도...

4. 꽃길 /오카 노부코 글, 쯔찌다 요시하루 그림, 박은덕 옮김/ 한림출판사

정말 예쁜 내용의 글, 정말 예쁜 그림.. 맘에 드는 그림책이다.  글도 짧고 그림도 아름다워서 유빈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우리 딸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어느날 곰이 다리위에서 주머니를 줍는다. 곰돌이는 친구 다람쥐에게 주머니에 들어있는 게 뭔지 물어보려 갔지만 주머니에 구멍이 나 있어서 이미 텅비어 있다. 그 다음 장에 눈이 온 숲 풍경의 그림.. 글은 없고 눈 쌓인 곰돌이네 집과 다람쥐네 집도 보인다.  다음장, "따뜻한 바람이 불어 봄이 왔습니다."란 글과 함께 긴 겨울 잠에서 깨어나느 곰돌이가 그려져 있다.  창밖으로 눈부신 햇살이 들어오고 있다. 다음장엔 글이 없고 다람쥐네 집까지 이어져 있는 길위로 꽃이 피어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어져 피어 있는 꽃들을 보고 놀라는 듯한 곰의 표정도 귀엽다. 마지막 장, 기다란 예쁜 꽃길이 이어졌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다람쥐와 함께 예쁜 꽃길을 즐겁게 걷고 있는 곰돌이의 모습이 보인다. 글은 짧지만 계절적으로는 가을부터 다음해 봄까지의 꽤 긴 시간적 배경이 나오고 씨앗이 땅에 떨어지면 꽃이 필 수도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아야 하는데 우리 유빈이에겐 아직 그런 배경지식이 없기 때문인가 보다. 흐흐흐흑~~  이것도 다음을 기약~~~

5. 누구야 누구(도토리 자연 그림책) / 심조원 글, 권혁도 그림/ 보리

한국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림책이다.  사실적인 동양풍의 그림. 내가 참 괜찮은 그림책이라고 생각하는 건 우리 유빈이에겐 냉대받는다.  역시 유빈이가 좀더 커야 한다.  하긴 나도 어릴 땐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그림을 좋아했던 것 같다.  "사실적이고 심각하고 진지해보이는 그림 = 재미없는 거"라는 말도 안되는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은데, 뭐, 21개월밖에 안된 우리 딸이 벌써부터 그런 고정관념을 가졌을리는 없고.. 유빈이가 이 그림책에서 관심있게 본 것은 (동물들의 생김새 특히 꼬리부분에 정성을 기울인 작가에겐 미안하지만)  엄마개, 엄마돼지, 엄마염소, 엄마소의 젖이다.  엄마 젖을 뗀지 얼마 안되는 우리 유빈이에겐 그림에 나오는 동물들의 젖을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고 좋은가 보다.  그림도 얼마나 사실적인가! 엄마 젖을 빨던 지난 날의 추억에 젖는듯... 하하하 이 책도 다음을 기약하기로 한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점,, 사실적인 건 좋은데, 너무 생동감이 없다.  마지막 모든 동물들이 다같이 뛰어나올 때는 그래도 좀 생동감이 느껴지던데,,, 동물이 표정이 어디 있겠냐만 그래도 그림책인데 살짝 표정이라도 드러내줬으면 하는 바램은 너무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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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어린이.어른
폴 아자르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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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술의 본질에 충실한 책을 사랑한다. 그것이 어떤 책인가 하면 직관에 호소하고 사물을 직접 느낄 수 있는 힘을 어린이들에게 주는 책, 어린이들도 읽자마자 이해할 수 있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닌 책, 어린이들의 영혼에 깊은 감동을 주어 평생 가슴 속에 추억으로 간직되는 책, 그런 책 말이다. -59쪽

나는 또 어린이들이 즐겨 머릿속에 그리는 것을 그대로 담은 책을 사랑한다. 온 세상 삼라만상 속에서 특히 어린이들의 취향에 맞추어 선택된 것. 어린이들을 해방시키고 기쁘게 하며 행복하게 하는 이미지, 눈 깜짝할 사이에 어린이들한테 덤벼들어 그들의 현실 세계의 굴레로 얽매어 버리지 못하도록 지켜주는 신비의 세계, 그런 것을 어린이들에게 주는 책을 나는 사랑한다. -60쪽

어린이들에게 감상이 아니라 감수성을 자각시켜 주는 책, 인간다운 고귀한 감정을 어린이들의 마음에 불어넣는 책, 동식물의 생명뿐 아니라 삼라만상의 생명을 모두 중시하는 마음을 심어주는 책, 천지의 만물과 그 만물의 영장인 인간 속에 있는 신비스러운 것을 헛되이 하거나 소홀히 하는 마음을 결코 어린이들에게 심어 주지 않는책, 그런 책을 나는 사랑한다. -60쪽

그리고 놀이라는 것이 대단히 소중하고 중요한 일임을 인식하고 있는 책, 지성과 이성을 단련하는 것은 반드시 당장에 이익을 낳거나 실제 생활에 이용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며, 목적으로 해서도 안된다는 점을 분별하고 있는 책, 그런 책을 나는 사랑한다. -60 쪽

나는 지식을 주는 책을 사랑한다. 그러나 그 책이 무엇이든 쉽게 깨닫게 해주는 것처럼 가장하고는 감쪽같이 어린이들을 유인해서 즐거운 시간을 낚아채려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런 것은 말도 안된다. 또 실제로 엄청나게 수고하지 않으면 ƒ틈事?수 없는 것이 많으므로 그런 방법 자체가 터무니없다고 하겠다. 나는 어설프게 다른 것으로 가장한 문법이나 수학이 아니라 솜씨 좋고 적당하게 지식을 가르치려는 의도로 쓰여진 책을 사랑한다. 어린 영혼의 싹을 짓뭉개 버리는 주입식 책이 아니라, 영혼 속에 지식의 씨앗을 뿌리고 건강하게 기르려는 그런 책을 사랑한다. 지식을 과대 평가하고 만물의 척도로 삼는 과오를 저지르지 않는 책, 즉 지식의 한계를 올바로 이해하고 있는 책을 사랑한다. -60쪽

특히 내가 사랑하는 책은, 모든 인식 가운데 가장 어렵지만 가장 필요한 것으로, 곧 인간의 심성에 대한 인식을 어린이들에게 심어주는 책이다. 폐로 같은 사람은 신비한 이야기를 들려 주면서 기지에 찬 매력적인 방법으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올바른 지식을 준다. 그는 충분히 인간을 관찰하며 어려운 문장을 쓰지 않는다. 어렵기는커녕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의 문장을 대단히 정확하고 진실하기 때문에 인간의 영혼 밑바닥까지 스며든다. 또 힘이 있어 인간의 정신을 원숙하게 하고 예지의 꽃을 피게 할 수 있다!-61쪽

끝으로 내가 사랑하는 책은 높은 도덕성을 지닌 책이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도덕성은 가난한 사람에게 동전 두 닢을 주었다고 해서 자신을 자비로운 사람으로 여기는 그런 째째한 근성의 도덕이 아니다. (중략) 언제까지나 변하지 안흔 진리, 인간의 영혼을 생기 있고 분발하게 하는 진리를 풍부하게 지니고 있는 책을 나는 사랑한다. (중략) 요컨대 나는 진리와 정의에 대한 신뢰를 북돋는 역할을 하는 책을 사랑한다. -62쪽

어린이를 위한 책이든 어른을 위한 책이든 불후의 명작을 쓰려면 천재성이 필요한데, 어떻게 하면 그런 재능을 얻을 수 있을까?-100쪽

(안데르센에 대해서 늙고 야위고 쇠약해진 노부인이 전한 말)
이 초상화를 보세요, 그분을 그린 거랍니다. 밑부분엔 손수 쓰신 글씨가 있는데 '인생은 온갖 모험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쓰여 있지요.-126쪽

안데르센은 왕이다. 그는 이야기라는 작은 틀 속에 우주의 온갖 장관을 들여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127쪽

안데르센은 왕이다. 그는 생명이 있는 것과 생명이 없는 것의 영혼 속을 파고들 수 있는 유일한 작가이기 때문이다. -130쪽

인간의 본성을 가려내려고 몰두하는 동화작가, 인생의 고통을 몸소 체험하고 생명이 없는 물건에게까지 살아갈 용기를 주려고 한 안데르센. 안데르센은 추위에 떨면서도 세상은 언제나 따뜻한 곳이라고 떠벌이는 위선자는 아니다. 그는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악의 문제, 생존의 문제들을 대담하게 내놓는다. 그러나 진실을 알았다고 해서 살아갈 용기를 잃지는 않는다. 그는 나아가 진실을 더 깊이 알고자 하며 정면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사람이 괴로워하는 것은 오히려 진실을 반만 알고 있을 때이다. -136~137쪽

어린이들은 자신의 선택에 충실하며 그들의 인식은 어른보다 한결 민첩하고 민감하다. 어린이들의 인식은 이론에 치우친 비평이 아니라 본능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195쪽

어린이들은 글쓰는 일에 정신이 팔려 있던 사람들에게 귀중한 교훈을 안겨 주었다. 그들은 자신의 기분을 맞추려 드는 책은 읽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을 명확하게 말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진부하고 거짓투성이인 문장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아름답고 정직한 문장에 마음이 끌린다. 쉽게 이해가 잘 되는 것이라면 문체가 어떻든 전혀 개의채 않는다. 요컨대 어린이들은 영원한 예술의 순수한 힘과 영혼의 소박한 가치를 어른들에게 재인식시키는 것이다.-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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