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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를 "킁킁"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39
루스 크라우스 글, 마크 사이먼트 그림, 고진하 옮김 / 비룡소 / 199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 말로는 "코를 킁킁"이라고 번역했는데 원래 제목은 "The Happy Day"이다. 번역을 너무 잘했다 싶다. 만약 이 책이 "행복한 날"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다면 글쎄.. 모르긴 몰라도 "코를 킁킁"만큼 아이들에게 다가오지 못했을 것 같다.
흑백으로 그린 그림이 참 정겨운데다가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의 졸린 표정도 압권이고, 글도 짧고 그래서 내맘에도 들지만 비니도 무난히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어서 고른 책인데 역시 비니는.. 집중력이 약한 건지.. 아니면 겨울잠 자는 동물들에게 감정이입이 안되는 건지.. 아니면 21개월짜리 아이에겐 흑백으로만 되어있는 그림이 영 안땡기는건지.. 아무튼 비니에겐 환영받지 못했다.
다람쥐, 달팽이, 몰모트, 곰 들이 겨울잠을 자다가 코를 킁킁거리며 깨어나서 어딘가로 마구 달려간다. 달려간 자리엔 하얀 눈 속에서 곱게 핀 노란꽃 한송이가 있더란 말씀. 노란꽃을 보며 좋아서 춤추는 동물들이 정말 귀엽다.
가을이 깊어가고 얼마전 입동이 지났다. 유난히 추위에 약한 나는 코를 킁킁거리며 찾아갈 봄꽃이 어서 빨리 피기를 서둘러 기다리는 마음이다. 매년 봄마다 삭막한 도시 서울, 거리 보도블럭을 뚫고 피어나는 노란 민들레의 생명력을 보면 얼마나 감격스러워지는지.. (이상하게 다른 봄꽃들은 감격스러울 정도는 아닌데 유난히 민들레를 보면 드디어 봄이 왔구나 하는 기분도 들고 감동에 젖게 되는 것이다) 노란꽃 한송이를 두고 덩실덩실 춤추는 동물들의 마음에 나는 충분히 공감한다.
글이 짧고 반복되는 말이 많지만, 그래도 우리 비니 만한 아이에게는 좀 그렇고 4,5세 정도는 되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