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유빈이랑 같이 '한 번 가봐야지'하고 별러왔던 <책읽는 엄마 책읽는 아이> 어린이 도서관에 마침내 다녀왔다. 날씨가 더 추워지면 자꾸 더 게으름을 피우다가 못가게 될까봐 마음 내킨김에 집을 나섰다. 마을버스 08번을 타고 구립도서관 앞에서 내려 한양대 쪽으로 약간 걸어야 하는데, 가는 길에 회집들이 있어 유빈이는 회집 수족관에 있는 우럭이랑 고등어, 새우, 대게, 가리비 등을 보며 좋아라 했다. 덕분에 가는 길이 더 즐거웠다.
도서관앞에서 잠시 머뭇,, 뭐라고 하고 들어가야 하나? 기웃거리며 안을 들여다 보니(촌스럽기는..) <참좋은 엄마의 참 좋은 책읽기>의 저자이시며 도서관 관장님이신 김소희씨와 다른 여자분이 책을 정리하고 계신 듯했다. 늦은 아침이었는데 책을 보러 온 사람은 한명도 없고..(가까이 사는 엄마들은 다들 뭐하나? 이런 보물창고를 옆에다 두고..) 무작정 밖에 서있는 것도 웃기고, 유빈이도 엄마 뭐하나..하는 표정이고, 에라이 용기를 내서 문을 열었다. "들어가서 책 구경 좀 해도 될까요?" 최대한 예의바르고 얌전하고 조신하게..ㅎㅎ "네, 그럼요, 들어오세요" 두분이 다 웃으며 맞아주신다. 현관에서 유빈이 신발 벗기고 나도 실내용 슬리퍼로 갈아신고 들어섰다.
책을 정리하고 계신 줄 알았는데 새로 들어온 책을 도서용접착시트지로 싸고 계신 중이었다. (그렇지, 개구쟁이 아이들 손에서 책을 조금이라도 오래 보존하려면) 길을 향한 벽쪽이 유리로 되어있어 도서관 안이 환하다. 21개월 된 우리 유빈이가 볼 책은 빨간색과 주활색 스티커가 붙어 있다고 하시며 빨주도서가 있는 맨안쪽 책꽂이로 안내해주셨다. 구립도서관 보다는 훨씬 정감있고 편안한 분위기이다. 유빈이가 아직 너무 어려서 도서관에 가면 오히려 좀 산만해지는 경향이 있어 (엄마 무릎에 앉아 조용히 책을 보기 보다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주변탐색에 더 열심이다. 이 책 저 책 뽑아 놓고..)도서관에 가면 더 조심스럽고 미안해져서 "이렇게 어린애를 데려와도 괜찮을까요?"했더니 "얘보다 더 어린애도 와요. 걱정말고 편하게 오세요."한다. ㅋㅋㅋ 드디어 우리 유빈이와 나의 아지트를 찾은 느낌..
도서관은 2층으로 되어있는데 1층은 유아들과 엄마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넓다란 나무바닥 공간에 키낮은 책꽂이들.. 아이들이 바닥에 누워 뒹굴며 책을 읽어도 참 좋을 것 같다. 안쪽에 따로 마련된 방안에는 엄마들이 볼 만한 책들과 영어도서, 비디오 테이프가 마련되어 있다. 정말 마음에 든다. 구립도서관에 가면 아이들 도서와 엄마들이 볼만한 도서들이 다른 공간 (예를 들어 아이들 도서는 1층에 있고 엄마들이 볼만한 도서는 다른 층에 있는 식의)에 있어 유빈이같은 어린아이를 데리고 내가 읽을 책을 찾겠다고 조용한 도서관안을 헤매고 다닌다는 게 부담스러웠다.
도서 대출은 어떻게 해야 하냐고 했더니 와서 보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고 단지 대출을 하려면 회원가입을 해야 한단다. 월 5000원의 회비로 회원이 되면 1회에 3권씩 1주일간 대출이 된다고.. 기꺼이 회원에 가입.. 어린이 도서관이 더욱 발전하고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분명한 명분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이제부터 나와 유빈이의 아지트가 될 장소를 위해서 한달에 5000원을 못내놓으랴 하는 계산이기도 했다.
일단 유빈이 책은 구립도서관이랑 동네공공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 있으므로 내가 읽을 책을 두 권 골랐다. <그림책을 보고 크는 아이들>(이상금 지음, 사계절)과 <나의 즐거운 그림책 읽기>(엄혜숙지음, 창비)다. 요즘 그림책과 동화에 관심이 커져서 그렇지 않아도 이론서 몇권을 읽고 싶었는데 마침 잘됐다 싶었다. 그리고 유빈이의 작은 그림책 하나를 들고 회원가입을 하고 대출을 하려는데 관장님과 함께 계시던 여자분이 회원가입신청서를 받고 대출처리를 하면서 "엄마들 보는 책은 무료로 그냥 대출이 되니까 아이책 2권을 더 빌려도 돼요."한다. "정말요? 우와 땡 잡았네" (이게 무슨 점잖치 못한 표현이란 말인가? 본성은 언젠가 드러나게 된다는 건 알지만 너무 빨리 드러냈다.) 어쨌든 그래서 총 다섯권을 빌렸다. 회원가입신청서를 쓰고 대출을 받는 동안 우리 유빈이는 책을 싸고 있는 관장님 옆에 앉아 가위질을 하겠다고 가위들고 비닐을 오려보려고 애쓰고 있었다.
유빈아 이제 가자 하고 집에 갈 채비를 하는데 "벌써 가세요? 편안하게 더 읽다 가세요."하신다. 아침에 유치원에서 애들이 오는 바람에 책들이 정리가 안되어 있다며 오히려 미안해 하신다. 아하, 벌써 아침에 유치원애들이 한바탕 쓸고 갔구나.. 유빈이가 집에 가서 읽어줘야 더 집중을 잘한다며 나왔다. 화요일은 구립도서관에 목요일은 어린이도서관에 가는 날로 정했는데, 유빈이가 좀더 크면 화요일에도 가고 목요일에도 가고 그래야겠다. 암튼 어린이도서관.... 우리 유빈이와 나의 아늑한 아지트.. ㅎㅎㅎ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