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건축가의 건축 이야기 마음이 쑥쑥 자라는 세상 모든 시리즈 20
꿈비행 지음 / 꿈소담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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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큰딸이 중2때 유럽여행을 계획하던 중,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의 건축물 -사그리다 파밀리에 성당과 구엘공원 등- 을 보고 싶다는 딸아이의 바람을 듣고 나서다.  유럽여행이 1년 뒤로 미뤄지면서 중3 때 한 달 정도 여행을 떠났지만 우리 딸아이의 바람은이뤄지지 않았다.  지금도 딸아이는 가우디 이야기만 나오면 눈이 빛난다.   

이 책을 보고도 맨처음 질문이 "엄마, 가우디도 나왔어?"다.  200쪽의 책 속에 동서양의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30개의 건축물들을 담아놓았으니 가우디에 대한 부분이 있더라도 딸아이의 호기심을 채우기엔 역부족일 것 같은데도 '가우디'가 없다면 이 책의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듯 사뭇 진지했다.  물론, 가우디는 있었다.  하지만 단 6쪽.   

30개의 건축물에 대한 설명이 각각 6쪽씩이다.  가우디 편을 예로 이 책의 건축물 소개방식을 설명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건축물의 이름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해가 적혀있고 건축물의 사진이 들어 있다.  여기선 '근대 교회 건축의 대표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교회'라고 건축물의 이름이 적혀있고 그 위에 작은 글씨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문화, 1984'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아직도 건축 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교회'라는 설명과 함께 사진이 실려있다.  전반적으로 사진의 질이 우수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또 그렇게 아주 형편없는 편도 아니다.   
 

 

 
  

 

그 옆 페이지 상단엔 건축물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있다.  1882년에 건축이 시작되었고, 앞으로도 완성되기까지 300년은 더 걸릴 것이며 가우디가 서른 살 때부터 짓기 시작하였지만 죽을 때까지 완공을 하지 못했다는 대략적인 설명이다. 
그 아래로 본문이 시작되는데 건축가와 건축물의 형태와 특징에 대한 글이 이어진다.   

 

 
  

 건축물과 연관된 인물들의 사진이 하나씩 등장하는데 여기선 건축가 가우디의 사진이 실렸다.  베르사유 궁전의 경우엔 마리 앙투아네트와 건축가 루이르보의 사진이 실리기도 하고, 타지마할의 경우엔 건축을 지시한 왕 샤 자한의 초상이 실리기도 한다.  건축가나 건축을 지시한 왕 등에 대한 자료가 없을 경우엔 클립을 꽂은 메모 형식의 짧은 설명이 대신한다.   
어떻게든 건축물과 연관된 인물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설명을 마치는 마지막 페이지엔 '속닥속닥 건축 이야기 하나 더'가 있다.  가우디의 경우 가우디가 그의 후원자 구엘을 위해 지었다는 구엘 공원에 대한 글이 사진과 함께 실려있다.  주로 본문에 실린 건축물과 양식이 비슷하거나 본문에 등장했던 인물과 연관된 다른 작품이다.   

 

 

 

이런 형색에 맞추어 30개의 건축물에 대한 설명마다 6쪽의 지면이 할애되어 설명된다.  그러다보니 건축물에 대한 설명이 깊이감이 있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세계 여러 건축물에 대한 상식을 갖추기엔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의 맨 뒷부분에는 두 개의 부록이 있다. 하나는 '한눈에 보는 건축 양식의 변천사'이고 다른 하나는 '도표로 보는 건축의 세계 연대기'다. 
'한눈으로 보는 건축 양식의 변천사'에서는 원시양식, 이집트 양식, 서아시아 양식의 고대부터 시작해서 줄줄이 딸려나오는 건축양식이 참 다양하다.  문제는 이런 다양한 양식을 사진이나 그림 자료 없이 글로만 이해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다.  나부터도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로마네스크, 사라센, 비잔틴 등의 건축양식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하물며 아이들에게는 글로만 되어 있는 이런 설명들이 자칫 '건축은 따분하고 어려운 것'이라는 선입견을 심어주지 않을까 걱정된다.  양식에 대한 설명은 본문에서도 자주 등장하는데, 차라리 본문 중간중간 Tip처럼 양식에 대한 설명과 자료를 실어주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물도 공간을 시각적으로 즐겨야 하는 것이니만큼 사진이나 그림자료가 더 풍부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러자면 책값이 많이 비싸지긴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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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숲 이야기 - 생명이 살아 숨쉬는 녹색 댐 생태동화 3
조임생 지음, 장월궁 그림 / 꿈소담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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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살아가는 나무들과 곤충들, 동물들, 새들과 꽃들에 대한 이야기가 의인화된 동화로 쓰여진 책이다.  '생태동화'라는 명함에 어울리게 각 생물들에 대한 세세한 면을 동화로 엮어갔다는 것에는 별 불만이 없다.  그러나 읽으면서 '마음이 참 불편해지는 책'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의인화' 과정에는 작가의 세밀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숲 속의 야생화들의 이야기 '야생화의 여왕' 편에서 야생화의 여왕을 뽑는 대회를 통해 복수초, 제비꽃, 솜다리, 아기똥풀꽃 등을 설명한다.  야생화들을 소개하기 위해 '대회'라는 형식을 빌린 것은 작가로서 참 편리한 방식이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편리에 대한 이의는 없다.   

그러나 그 대회에 참가한 노란 서양 민들레에 대한 발언은 좀 거북하다.  서양 민들레의 왕성한 번식성이 하얀색 토종 민들레를 몰아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울 뿐더러 (지나친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가 더 큰 원인이다) '외래종이긴 하지만 이제 당신들 나라의 풀이라고 인정'해주고 '시민권'을 달라고 요구하는 서양 민들레에게 '시민권을 받는다고 해서 피를 속일 수는 없다'며 우리는 마음이 곱고 부드러운데 '당신들 외래종은 강하고 포악'해서 '우리나라에 와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식의 설명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관중들과 심사위원이 모두 분노하며 "저 서양 민들레가 참 건방지군." 따위의 말을 하는 장면은 어쩐지 나치 독일이 연상되기도 하고 국내의 외국인노동자들과 다문화가정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하는 것이다.  만약 이 책이 단순한 정보 전달의 기능에 충실한 책이었다면 식물들 간의 세력다툼 이야기라는 본래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을 테지만 '의인화' 과정을 거친 동화였기 때문에 식물간의 세력다툼이 인간 세계의 삶과 겹쳐지면서 그 의미영역을 확장한 것 같다.   

서양 민들레를 비판하고 대회에서 내치는 것으로 스스로 제기한 문제를 해결해버리는 것도 좀 그렇다.  서양 민들레를 무대에서 내려보내고 서둘러 대회 분위기를 정리하느라 가수 베짱이를 무대로 불러내는 방법은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방법이 아니다.  어떻게든 서양 민들레에 대한 문제 해결의 여지를 남겨둬야 했던 게 아닐까.  아이들에게 '외래종은 나쁘고 포악하고 건방지다'는 편견만 심어두고 무책임하게 발을 빼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숲 속의 동물들 이야기 '아기 다람쥐 바비' 편에서는 예의 바르고 인사성 밝은 아기 다람쥐 바비에 대해 "바비 부모가 교육을 잘 시켰나 봐."하며 칭찬하는 숲 속 동물들 이야기가 나온다.  뭐, 거기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인사성 없는 청설모 몽구리를 바비와 비교하면서 "부모님이 안 계시니 보고 듣고 배운 게 없을밖에요."하며 비난하는 부분이 있다.  '어른을 마주쳐도 모른 척 외면'한다는 이유 하나로 부모님이 없어 배운 게 없어 못됐다는 논리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이가 바르게 잘 자라도록 하는 것은 단지 부모 하나만의 책임은 아니다.  국가적 사회적 책임이 따라야 하는 것이고, 부모가 없는 외로운 아이에 대한 책임은 이웃이나 친척이 나누어 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이 책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도덕적 강박증 같은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아기 다람쥐 바비는 바른 생활 교과서에 나올 것만 같은 바른 아이를 넘어서 어른 멧돼지 들보의 슬픔을 위로하고 자신을 괴롭히던 청설모 몽구리를 참회의 길로 이끌 정도로 성서적 이미지를 갖춘 아이다.  이런 인물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각 이야기마다 되풀이 된다.  '꿀벌 나라 여왕님의 결혼식' 편에서 성실하고 정의감에 불타는 꿀벌 마루는 "마루 님은 정말 듣던 대로 훌륭한 분입니다.  친구를 위해 목숨도 아끼지 않고 공포의 밤 숲에 들어온 것을 보고 정말 감동했어요."하는 찬사를 듣는다.  '숲나라 임금님이 될 거야' 편에서 떡갈나무 아기는 "저 아이는 아주 영리하고 착한 아이네.  이 숲나라의 꿈나무야. 장차 숲나라의 임금이 될 재목이라네."라는 칭찬을 듣고, '야생화의 여왕' 편에서 솜다리는 "편안한 삶을 버리고 가난하지만 이슬처럼 맑고 깨끗하게 살지요. 정말 겸손하고 향기로운 분입니다."라는 평가를 받고, '오목눈이 둥지 속의 아기 뻐꾸기'에서는 다 자라 둥지를 떠난 뻐꾸기 다솜이가 아빠 오목눈이를 구하기 위해 피를 흘려가며 새호리기와 싸우는 장면에서 독자들의 감동을 요구한다.  하다못해 도토리를 따러 온 여자 아이는 이야기에서 굳이 따지자면 엑스트라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그 여자아이조차도 도토리 나무를 발로 차고 청설모를 향해 돌을 던지는 어른들을 말리는 착하고 바른 아이다.    

지나치다 싶을 만큼 강하게 풍기는 도덕적 교훈의 냄새와 그 도덕적 기준에 심하게 어긋나서 납득하기 어려운 편견이 모순되게 공존하는 책이다.  아이들은 모두 티없이 순수하고 착해야 한다는 생각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갖고 있는 판타지다.  그 판타지는 아이들에게 강요된 굴레이고 그 굴레를 쓴 아이는 생명력 없는 로봇같이 느껴져서 매력이 없다.  난 동화에서 말괄량이 삐삐처럼 건강하고 자유분방한 아이를 만나는 게 더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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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2-04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를 읽고 저는 책의 출간일을 봤어요. 편견과 바른 생활에 대해 다룬 책이라면 아주 오래전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서 말이죠. 그런데 2009년에 출간된 책이라 놀라고 있어요. 어떻게 지금 저런식의 내용을 포함하는 동화를 냈을까요?

얼마전에 읽은 소설 『사우스 브로드』가 생각났어요. 그 책에는 이런 부분이 나와요.

["제 평생 어머니께서 제게 가르치셨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모든 사람은 단순히 그들이 자라온 어린 시절의 부산물일 뿐이라구요. 사람들의 모든 판단 기준과 성격의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가정에서 그 부모에 의해 형성된 것이고요. 저라는 사람의 됨됨이는 제가 어떤 부모 밑에서 자랐는지를 고스란히 비쳐 보여주게 되는 거라고 어머니께서 제게 반복해서 말씀하셨죠. 그 말이 제게 적용된다면, 워미에게도, 아이크에게도 적용되는 겁니다. 하지만 주변에 이끌어줄 아빠가 없이 자란 시바나 트레버 같은 아이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실거에요? 베티나 스탈라, 나일즈는 어떻구요? 이 애들은 어디에 해당되는 거죠?"

"요점이 뭐냐?"

"워미는 자신이 오늘 행동한 바로 그대로 행동하도록 키워졌습니다. 그의 부모님이 그에게 흑인을 미워하라고 가르치셨죠. 그는 마틴 루터 킹이나 켄터베리 대주교 밑에서 자란 게 아닙니다. 워미는 남부 백인 중 구십 퍼센트가 생각하는 대로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어머니도 저도 그걸 알고있죠. 어머니가 워미의 생각하는 방식을 미워하실 수는 있어도, 그 때문에 그를 비난하실 수는 없습니다. 저는 워미가 살고 있는 이동주택단지를 압니다. 보잘곳없는 곳이죠.]

묘하게 다른듯, 묘하게 연결됐다고 생각되어져서 불현듯 이 책의 이 장면이 떠오르네요.

(아, 정신없이 일하다가 갑자기 이 리뷰 읽고 열심히 댓글 달고 있었어요. 다시 일하러 가야해요. 흑 ㅜㅡ)



섬사이 2009-12-05 20:4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도 읽으면서 왜 아직도 이런 동화가 나오고 있는 걸까, 했어요. 다락방님에 달아주신 인용문과 이 책의 내용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느껴지네요. 부모가 아이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예요.
오늘은 토요일이에요. 조금 눈도 뿌렸죠. 내일은 무척 추울 거래요.
그래도 행복하고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조선인 2009-12-04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입니다. ^^

섬사이 2009-12-05 20:4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꿈꾸는섬 2009-12-04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덕적 강박증, 정말 멋진 표현이세요.^^ 저도 추천~~~꾹 눌러요.^^

섬사이 2009-12-05 20:41   좋아요 0 | URL
"정말 멋진 표현"이라고 해주시니 좀 머쓱하네요.
고맙습니다. ^^
 
<마크로비오틱 밥상>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마크로비오틱 밥상 - 자연을 통째로 먹는
이와사키 유카 지음 / 비타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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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비오틱, 좀 생소하다.  드라마 '스타일'에서 류시원이 셰프 역을 맡아 만들었던 요리들이 '마크로비오틱이라는데 '스타일'이라는 드라마를 잘 보지 않았던데다가 요리에는 워낙 별 관심이 없으니 아마 드라마를 열심히 봤다고 하더라도 '마크로비오틱'이라는 어렵고 생소한 말을 내 기억에 담아둘 리가 없다.  이 책을 받고 나서도 한동안 '아크로바틱이랑 비슷한 말이었는데 뭐였지?'하고 헤맸으니까.  

프롤로그에서 저자도 드라마 '스타일' 덕분에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고 하는데, 일본의 국가공인 관리영양사였다던 그녀도 아토피를 치료하기 위해 다양한 치유법을 찾다가 발견한 요리법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크로비오틱'에 대한 기초조차 모른다는 걸 배려해서 책 초반부에 마크로비오틱의 원리와 조리도구들, 재료손질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신토불이, 일물전체, 자연생활, 음양조화의 4대원리만 보더라도 이 요리가 단순히 '맛'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걸 느끼데 되는데, 히포크라테스의 "음식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 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뭔가 우리 몸의 건강을 잘 챙겨줄 것만 같지만 쉽게 실천하기 어려울 것만 같은 느낌이다.   표지에 쉬운 영어로 나열된 또 하나의 마크로비오틱 원칙.  "NO MEAT, NO SUGAR, NO MILK, NO EGG." 이게 쉬울 거라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을까.   끙. 

요리책의 앞부분은 주로 휘리릭 훑어 읽는 편인데 이 책은 좀 꼼꼼하게 읽었다.  4대원칙 중 네 번째 것, 음양조화.  음식을 만들거나 먹으면서 음양의 조화까지 따져본 경험은 없다.  그래서 신기한 생각도 들어 읽어봤는데 이건 음성, 저건 양성, 이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 채소를 놓고도 양배추의 경우 겉장은 음성, 중심에 가까울 수록 양성이고 파는 뿌리 쪽은 양성 줄기 쪽은 음성이며, 양파는 봄에 재배되는 양파가 다른 계절에 수확한 양파보다 음성이다.  어쩐지 점점 실천 쪽에 자신이 없어지려는데 그 때 발견한 문장.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제철에 재배되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중략)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도 겨울 농작물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여름에 재배되는 식품은 몸을 식혀준다.  이처럼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환경에서 건강하게 키운 식품을 먹는 것이 오염된 환경 속에서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고 환경도 보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p.14)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우리 땅에서 난 제철채소와 과일을 먹으면 그만이다.  단, 농약과 화학비료를 안 쓰거나 적게 쓴 친환경 유기농산물이어야 한다.  왜?  껍질과 뿌리까지 다 섭취해야 하니까.  게다가 '음양오행의 변화를 담은 자연요리'에서 '마크로비오틱 제철식품 달력'을 표로 제시해주는데 계절, 에너지, 곡물, 채소, 콩, 해조류, 과일로 구분되어 있어서 정리가 일목요연하다. 복사해서 냉장고에 하나 턱 붙여두면 좋을 것 같다.     
 




  
  
  
  
  
  
  
  
  
아까 말했듯이 'NO~'로 쓰지 않는 재료들이 있는데 문제는 그것들이 우리의 식생활에서 거의 필수적인 재료로 자리매김을 했다는 것이다.  얼마전 mbc스페셜의  "목숨 걸고 편식하다" 편을 시청한 적이 있는데 거기에서도 고기와 우유, 달걀, 단 것을 끊고 현미채식을 하라는 게 요지였다.  우연하게도 'NO'를 외치는 품목이 일치한다.  그 네 가지를 안 먹고 산다는 게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데 이 책에는 대체식품을 제시한다.  채식주의자의 경우 고기의 대용으로 견과류를 추천한다.  정 고기가 먹고 싶으면 글루텐을 이용한 밀고기를 만들어 먹거나 아니면 콩고기를 먹으라고 권장하는데 마크로비오틱에서는 고기의 대체식품으로 수수를 뽑았다.  그렇다고 수수를 가지고 고기 비슷한 식감으로 만드려는 시도는 없다.  그냥 '색이나 식감이 고기와 비슷해서 다진 고기 대신 사용해도 좋다"는 것 뿐.  그 외에도 달걀과 우유 대체품으로는 두부를, 설탕의 대체품으로는 조청과 메이플 시럽을 뽑았다.  그런데 '메이플 시럽'은 신토불이와 어긋나는 것 아닌가?  아이들에게 팬케이크를 해줄 때 메이플 시럽을 조금 뿌려주곤 하는데, 내가 구입했던 것은 모두 수입품이었는데....   
 




 
 
 
 
 
 
 
 
 
재료손질법은 되도록 '통째로' 먹어야 한다는 마크로비오틱의 일물전체 원리에 따라 식품이 가진 에너지가 골고루 들어가도록 손질하는 게 요령이다.  그래서 우엉을 연필처럼 깎는다거나 브로컬리의 굵다란 줄기부분을 버리지 않고 얇게 저며서 볶음이나 무침에 이용한다거나 하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파뿌리는 원래 씨앗이었던 부분으로 생명력이 강하니까 버리지 말고 꼭 먹으란다.  재료의 손질법 뿐 아니라 각 재료의 영양과 인체에 미치는 작용을 서너줄 정도로 써넣은 꼼꼼함이 돋보인다.   
 
이 책의 특징은 단순한 요리책이 아니라는 거다.  오리엔테이션 수준의 마크로비오틱의 원리와 재료손질법, 조리도구들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본격적인 요리에 들어가서도 그 특징에는 변함이 없다.  예를 들어 '베지버그'쪽을 살펴보면 (언제나 고기가 문제다), 왼쪽 페이지에 완성된 요리 사진이 있고, 그 상단에 요리제목과 재료가 적혀있다.  오른 쪽 페이지엔 왼쪽 구석에 '마크로비오틱 어드바이스'라고 요리에 사용된 재료의  영양소, 대신 쓸 수 있는 재료 등등이 설명되어 있고 아래쪽에는 레서피와 쿠킹팁이 짧게 실렸다. 오히려 가장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저자의 글인데 그 요리에 관련된 기억들, 그동안 요리를 업으로 삼으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내용이다.   이 글만 따로 모아도 한 편의 얇은 수필집을 엮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건 아마도 이 책을 보는 사람들에게 '마크로비오틱'을 좀 더 잘 알려주고 싶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마크로비오틱'을 실천하자면 음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춰야 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했다.  예를 들면 이런 거, 
 
"실제로 마크로비오틱의 세세한 이론을 너무 고집하면 음식을 현명하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까다롭게 가려먹게 된다.  유기농 식품이 아니어서 먹을 수 없다거나 설탕이 들어가니까 싫다는 등.... 게다가 대중적인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낮추어 보는 등 배타적인 마음을 갖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인간관계는 물론 음식 선택의 폭도 좁아져 '생명을 담은 크다'의 개념인 '마크로비오틱'이 아니라 '생명을 담은 좁은'이라는 '마이크로비오틱'이 된다.  마크로비오틱의 진정한 의미는 '강요하지 말자!'이다.  어느 곳에 가든 어떤 음식이 나오든 스스로의 선택과 책임에 따라 먹거리를 선택하고 즐기는 것이다."  

먹는 것에 대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나다.  자칫 '마크로비오틱'이라든가 '채식'같은 원칙에 목줄을 매인 양 질질 끌려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  '먹을 수 있지만 난 안 먹을래!'와 '먹고 싶지만 먹으면 안돼...'와는 천지차이가 아닐까.  식생활 개선의 성공은 주도권을 쥐느냐 원칙에 매이느냐의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뒷부분에 '마크로비오틱 가정식단 원리'와 '마크로비오틱 4일 가정식단'이 들어있다.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푸짐하게 차려먹는 게 미덕이었던 시대는 지난 걸까?  저 간소한 상차림 안에서 따스한 햇볕, 시원한 바람, 맑은 물, 향긋한 흙내음이 골고루 들어 있을 것만 같다.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이 떠오른다.  조금씩 가까워져야 할 것 같다.  저런 상차림이 자연스러운 게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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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12-04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서평을 쓰려고 시도하다가 번번히 못 쓰겠어서 미루고 있는 중인데 님의 글을 읽으니 제가 불편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네요.^^

섬사이 2009-12-05 20:36   좋아요 0 | URL
참 좋은 요리법이긴 한데, 실천에 자신이 없더라구요.
오늘도 중학생 아들녀석의 고기타령에 못 이겨
돼지모듬구이 사다가 구워 먹었거든요. ㅠ.ㅠ
 
호두까기 인형 - 차이코프스키 발레극
수자 햄메를레 지음, 김서정 옮김, 페터 프리들 그림 / 우리교육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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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2월이다.  아무 구분도 없이 흐르는 시간을 누가 1년 12달 30일 24시간 따위로 구분을 해놓았는지 모르겠지만, 효율적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늘 이맘때쯤이 되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따위에는 점점 시큰둥해지는데 한 해가 저물어가는 것에는 나날이 예민해지는 것 같다. (나이 많은 티를 내지 말란 말이닷!)  그래도 한 해 마지막 달 끄트머리에 축제처럼 끼어있는 크리스마스가 좀 위로가 된다고 할까.  크리스마스엔 누구나 착해지고 싶고, 누구라도 사랑해주고 싶고, 그래서 한 해를 마무리하며 그 순간 한 번쯤 반짝, 웃을 수 있으니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추석 때 춘향전 보듯이 늘 보이는 공연이 있다.  '호두까기 인형'이라는 발레 공연이다.  발레에 별 관심이 없는 나는 직접 공연을 보러 간 적은 없지만 차이코프스키의 곡은 귀에 익숙하다.  우리집 세 녀석들도 어디선가 '디베르티스망'이나 '꽃의 왈츠' 같은 곡이 들리면 나름대로 아는 척을 하는데, 문제는 그 음악을 듣고 떠올리는 장면이 디즈니사의 오래된 작품 <FANTASIA>에서 본 것들이다.  그러고 보면 디즈니의 FANTASIA는 아이에게 굉장히 효과적으로 음악과 영상을 남겨놓는 것 같다.  움직이는 영상과 음악이 '시간'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고, 무엇보다 제작된지 굉장히 오래된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알기로 1960년대)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등장인물들의 동작과 음악과 잘 어울리는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 제목대로 환상적이다.   그런 FANTASIA를 어릴 때부터 자주 보고 들으며 자란 탓에 '호두까기 인형'에 실린 곡을 들으면서도 '호두까기 인형'보다 FANTASIA에 나오는 요정들이나 춤추는 버섯과 엉겅퀴(?)꽃들을 연상하는 것이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덥석 골라 잡은 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출간되는 미술관련 책들의 양에 비해서 음악과 관련된 책들은 그 양이 좀 적은 편이다.  그 중에서 몇 권을 구입해본 적이 있는데, 마음에 쏙 드는 책은 없었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청각에 의존해야 하는 음악을 텍스트와 조화시켜야 한다는 근본적인 어려움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서는 글과 음악의 조화에 대한 문제를 글에 CD 트랙번호를 표시해서 해결하려고 했다.   처음에 아하, CD를 틀어놓고 나오는 곡에 맞춰서 글을 읽어주면 되겠구나, 했다.  CD에 담긴 곡이 배경음악처럼 흐르는 가운데, 곡에 맞춰 글을 읽어주다 보면 글의 내용에 맞춰 음악을 듣게 될 줄 안 것이다.  하지만 나의 착각. 




 

 

 

 

 
위의 사진을 보면 트랙번호 11, 12, 13 번이 줄줄이 연달아 붙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문장 하나에 곡 하나.  특히 트랙번호 11번은 다양한 장식춤 '디베르티스망'이어서 러닝타임이 11분 33초다.  글 한 줄 읽어주고 11분 33초를 멍하니 있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결국 그림책을 통째로 먼저 읽어주고 음악은 따로 듣는 수밖에.  좀 아쉬웠다.   

내가 갖고 있는 또 하나의 음악 그림책은 리즈베트 츠베르거가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 <백조의 호수>다.   그 책에도 페이지마다 CD 트랙번호가 악보 한 줄과 함께 나와있다. 이 책도 CD에 수록된 곡과 글을 맞추어 읽어주기가 힘든 걸 보면, 글과 음악의 조화 문제는 <호두까기 인형>이라는 이 책 하나만의 문제인 것 같지는 않다.  글에 음악을 맞추려다 보면 음악을 뚝 잘라서 짧게 들려줄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음악에 글을 맞추려면 글이 길어져서 자칫하면 아이들이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그래서 말인데, 음악 관련 그림책은 당연히 CD의 음질이 좋아야 하고, 글이 음악에 담긴 이야기의 내용을 잘 그려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아이가 엄마와 함께 그림책을 읽고 난 후 음악을 들으며 다시 한 번 더 책의 내용에 빠질 수 있을 만큼 그림이 좋아야 할 것 같다.  '언어'로 표현된 이야기는 아이 가슴 속에서 그림,음악과 만나 더욱 풍부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쥐와 장난감 병정들의 전투장면, 설탕요정의 궁전 안의 모습에 관심을 보였다.  섬세한 느낌의 그림은 내가 봐도 괜찮은 것 같다.







 



 







 

  

 

하지만 아이가 '호두까기 인형' 곡을 들었을 때 이 장면들이 연상될지 궁금하다.  이야기 따로, 음악 따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지....  이런 방식의 음악관련 책들은 만드는 데서부터 세밀하고 섬세한 준비 작업이 필요하겠지만 책을 읽어주는 엄마의 입장에서도 아이에게 음악적 지식을 넣어주겠다는 욕심없이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내 입장에서는 아이에게 '호두까기 인형'을 소개해 준 것만으로도 만족이다.  그것도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기에 말이다.  이 책으로 인한 작은 성과 하나를 말하자면, 며칠 전에 유니버설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발레공연 할인 티켓을 보고 유빈이가 "어, 이거 나 아는데.."했다는 것.  뭐,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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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줄 때마다 머리가 가려워지는 책, <엄마 머리에 이가 바글바글>. 유빈이는 이 책을 무척 재미있어 한다.  리뷰에 썼듯이 '이'라는 새로운 생물체에 대한 호기심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를 가지고 놀아보지, 뭐, 하는 생가이 들었던 것이다.  다섯 살 아이에게 갑자기 '이' 확대 사진을 보여줘서 기겁하게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이' 인형을 만들자고 했더니 대뜸 "어떻게?"하고 되묻는다.  글쎄... 아직 거기까진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만들어야 일을 크게 벌리지 않고 손쉽게 끝날 수 있을까..  아이랑 어떻게 만들까를 가지고 고민하다가 찾아낸 방법이다.  

1. 신문지를 뭉쳐서 풀어지지 않게 테이프로 대충 두어번 돌려준다.


 

2. 모양이 잡힌 신문지 뭉치를 호일로 감싸준다.  

 

3. 다리와 더듬이를 붙여주고 얼굴을 꾸며준다.  내키면 매직으로 옷도 그려주고 스티커를 붙여서 예쁘게 꾸며준다.  

 

4. 완성 (이의 수컷과 암컷, 한 쌍이다.) 

 

 "엄마, 내 머리에 이가 생겼어!!!"  포즈~~

초간단으로 인형 두 개가 완성되었다.  바글바글하게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딸아이의 요구를 거절하는 게 좀 힘들긴 했지만 재미있었다.  인형을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 고민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고.  집에 이런저런 만들기 재료(눈 스티커, 모루? 등)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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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9-12-02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저 볼 좀 봐! *_*

섬사이 2009-12-03 00:07   좋아요 0 | URL
^^

마노아 2009-12-03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자기같은 피부! 아, 꽉 안아주고 싶어효!!!

섬사이 2009-12-04 11:16   좋아요 0 | URL
맨실맨실 부드럽고 따뜻하죠.
기꺼이 안아보실 기회를 드릴게요.
그런데 마노아님, 조카들 있지 않아요?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아기도 안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더 그 느낌을 안다니까요. ^^

꿈꾸는섬 2009-12-04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너무 멋진데요. 저희도 한번 해봐야겠어요.^^

섬사이 2009-12-05 20:34   좋아요 0 | URL
아주 쉽게 만들 수 있어요.
심심할 때 한 번 해보시면 괜찮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