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우리는 돌, 나무, 흙 같은 자연 속의 재료를 가지고 건축물을 만든다. 그리고 그 건축물이 부산물로 만들어 내는 빈 공간 안에서 생활한다. 그 공간에서 생활하기 시작하면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그 공간은 또 다시 우리를 만든다. 이처럼 건축물을 만든 사람은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그 공간을 통해서 다른 시대의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이다. 건축물은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 건축물과 사람은 떼어 낼 수 없는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건축물은 삶의 일부가 된다.


(44-46)

걷고 싶은 거리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얼마나 많은 이벤트가 일어나는 거리인가, 어떠한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는 거리인가, 어떠한 자연환경이 있는 거리인가, 어떠한 사람들은 만날 수 있는 거리인가 등이 그 요소들이다. 마지막 요소인 사람은 나머지 요소들이 구성되는 것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결정 난다. 보통,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요소이지만 나머지 요소들이 갖추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사람이 들지 않기 때문에 사람은 거리를 완성하는 요소이지만 만들기 시작하는 요소는 아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거리의 상황이 사람들이 걷고 싶은 환경이 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이 책의 답은 다음과 같다. 걷는 환경과 너무 차이가 나지 않아야 한다. 사람은 시속 4킬로미터로 걷는다. 너무 느려도 사람들은 걷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상점의 입구가 자주 나오는 거리가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든다.


(66-68)

20세기 초반에 근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는 주택을 사람이 살 수 있게 하는 기계라고 정의 내렸다. 건축에서 기능적인 면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기능은 건축이라는 자전거의 두 바퀴 중 하나에 불과하다. 자전거가 굴러가려면 두 개의 바퀴가 필요하듯 건축은 기능 이외에도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바퀴가 필요하다. 현대 도시의 건축에서 부족한 부분이 이 부분이다. 기능적으로 작동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빠른 자동차를 위한 길과 넓은 집들을 추구했지만 정작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감성을 깨우는 공간을 놓쳐 온 것이다. 계절에 어울리는 한 곳의 노래가 우리의 삶의 의미를 깨우쳐 주는 것 같은 감성을 울리는 건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건축은 대중음악이 팔리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시장에서 잘 팔리는 건축이 될 것이다. 또한 그런 건축이 많아질 때 현재 도시는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116)

건축은 오브제(object)의 성격이 강한 도자기나 그림과는 다르다. 건축은 사람이 들어가고 나오는 공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재료가 교체되고 복원되고 사용되면서 보존되는 것이 옳다. 남대문은 재료가 오래된 나무이기 때문에 문화재가 아니라 그 건축물을 만든 생각이 문화재인 것이고, 그 생각을 기념하기 위해서 결과물인 남대문을 문화재로 지정한 것이다. 따라서 오리지널 남대문이 불타 버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오래된 나무가 불에 탔다고 통곡하면서 울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194)

그 이유는 마당이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이다. 주상복합에 아무리 넓은 거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거실의 인테리어가 매일매일 시시각각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마당은 때로는 비도 오고, 햇살도 비치고, 눈이 내리기도 하고, 낙엽이 떨어지기도 한다. 아침의 동편 햇살을 받은 마당과 저녁노을의 마당이 다르고, 밤이 되어 어두운 달빛을 담은 마당은 또 완전히 다르다. 그 밖에도 마당에서 이루어지는 이벤트는 다양하다. 고추를 말리기도 하고, 바비큐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이벤트와 날씨가 마당의 얼굴을 항상 바꿔 준다. 마치 마당은 매일매일 벽지와 가구가 바뀌는 거실이라고나 할까? 그렇기 때문에 단순하게 고정되어 있고 매일 TV 보는 행위 외에는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거실과는 비교가 안 되는 것이다.


(220)

우리는 기본적으로 프라이버시가 필요하다. 필자가 있는 사무실에는 책상 앞에 책을 쌓아 두는 직원이 있었다. 이는 그 직원이 단순히 게을러서 그런 것이 아니다. 개방된 책상이 불안해서 자신의 영역을 만들기 위해서 책과 서류로 벽을 치는 것이다. 보통 사무실에는 큰 모니터가 벽의 역할을 해 준다. 우리 사무실 직원들은 업무용 데스크탑 컴퓨터까지 책상 위에 올려놓고 벽처럼 쓰고 있단. 요즘에는 듀얼 모니터로 작업을 해서 모니터를 두 대 사용하는데, 그 두 대의 모니터를 이용해서 울타리를 만들어 놓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프라이빗한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하는 욕구에서 나타나는 풍경이다.


(229)

선사 시대 때 사람들은 동굴에서 살았다. 동굴에서 모닥불을 피워 놓고 사람들이 그 주변으로 모여 앉아 움직이는 불을 쳐다보고 그 위에서 밥도 해 먹었을 것이다. 최초의 집, 동굴에서 집의 중심은 모닥불이었다. 세월이 지나서 현대인의 집의 중심은 TV이다. 가족들은 모두 거실에 모여 앉아 움직이는 불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는 TV 화면을 바라본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과거 남자들은 밖에서 목숨을 걸고 사냥을 했고 집에 돌아오면 멍하게 불을 쳐다보면서 밖에서의 긴장감을 풀었다고 한다. 불을 쳐다보는 시간은 사냥 모드에서 휴식 모드로 바꾸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경쟁이 심한 현대 사회에서 밖에서 일하고 돌아온 남편은 최소 30분은 멍하게 TV를 보아야 정신 모드가 집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그래서 부인들은 남편이 집에 돌아오자마자 TV 보는 것을 이해해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291)

철학자 강신자의 말처럼, 기억할 감정이 많다는 것은 인생이 그만큼 풍요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벤트가 많이 일어나는 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성공적인 거리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뜨는 거리가 되려면 다양하고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줄 이벤트들이 필요하다. 그것이 쇼윈도의 다양한 상품이거나 혹은 식당에 앉아서 밥을 먹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이거나, 마주 걸어오는 사람들의 다채로운 모습이거나 어떠한 것이든 좋다. 건축가는 이런 이벤트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할 수 있는 무대장치를 디자인하는 연출가이다.


(332)

극동아시아 문화는 유고가 지배적이었다. 사후 세계보다는 현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땅 위에서의 충()이나 효() 같은 관계를 중요시하였다. 그래서 극동아시아 건축은 땅과 연결된 개미처럼 관계성이 중요시되는 건축의 성격을 띤다. 반면에 유럽은 이집트, 그리스, 기독교에서 사후 세계를 중시했고, 이데아의 세계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위로부터 오는 원칙을 중요시 하였다. 땅에 기초를 두지 않는 이러한 문화적인 특징 때문에 공중에 집을 짓는 벌처럼 기하학적인 건축이 발달하게 되었다. 이것이 서양에서 피라미드, 황금비율, 판테온 같은 건축 문화가 나오게 된 문화적 배경일 것이다.


(333)

서양에서의 공간을 뜻하는 단어는 ‘space’, 이 단어는 동시에 우주를 뜻하기도 한다. 우주라는 영어 단어는 universe, cosmos, space 이 세 단어가 혼용되어서 쓰인다. 따라서 ‘space=cosmos’라는 결론이 나온다. cosmos라는 단어의 의미는 혼돈이라는 뜻의 chaos의 반대어로 수학적 규칙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따라서 ‘space=수학적 규칙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단어를 통해서 살펴보면 서양인의 의식 속에서 비어 있는 우주, 공간, 수학적인 규칙을 내재하고 있는 cosmos 등의 의미가 상호 연결되어져 있으며, 공간을 수학적 규칙을 가진 비어 있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서양의 공간은 다분히 수학적인 분석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반면, 동양의 공간은 비어 있다는 뜻의 ()’과 사이라는 뜻의 ()’이 합성된 단어이다. 공간이라는 단어는 비움관계의 합성어로 만들어져 있다. 이렇듯 단어만 살펴보더라도 동양에서는 단순히 비어 있는 것 이상의 가능성을 보는 비움과 상대적 가치인 관계로서 공간을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82)

과거에 건축은 과학이었다. 한 나라의 최첨단 기술을 과시하는 도구로서의 건축이 있었다. 건축은 어느 시대나 지구의 만유인력에 저항하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 주는 과학적 도구이자 결과물이었다. 반면 의술은 과학이 아니라 미신에 가까웠다. 지금도 오지에서는 무당들이 병을 고친다. 건축과 의학 이 둘은 19세기에 운명이 바뀌었다. 의학은 과학을 택해서 지금의 MRI와 각종 첨단 시설을 이용한 기술의 서비스가 되었다. 반면 건축은 예술을 택해서 지금껏 사회적 대접이라는 면에서 퇴보해 왔다. 반면 건축이 예술이 되면서 질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00년 전에 이루어진 의학과 건축의 선택의 결과는 지금 의사와 건축가의 평균 연봉이 말해 주고 있다. 필자는 건축이 예술이라는 관념이 깨졌으면 한다. 건축은 예술이기도 하고, 과학이기도 하고,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이 종합된 그냥 건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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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식과 이완의 해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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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몇몇 유명 출판사에서 북클럽을 운영하는 것을 알고 있었어. 몇 년 전부터 가입을 해볼까 알아보다가, 그 회비로 보고 싶은 책을 사는 게 더 낫다고 해서 가입은 안 했어. 얼마 전에 우연한 경로로 문학동네 북클럽 회원 모집 광고를 봤어. 그 동안 내용을 자세히 안보다가 이번에는 좀 자세히 읽어보았어. , 그런데 회비에 비해 많은 혜택을 주더구나. 이런 저런 선물에, 이벤트도책도 다섯 권이나 주었어. 그것만 해도 본전은 뽑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입을 했단다. 가입 선물로 문학동네의 책들 중에 한 권을 고를 수 있었어. 문학동네는 큰 출판사답게 다양하고 많은 책들이 있었어. 고전부터 최신 소설까지 말이야. 고를 수 있는 폭이 너무 넓다 보니, 오히려 뭘 골라야 할지 망설이게 되더구나. 책목록을 쭉 보다가 신간 중에 골라보기로 했어. 신간 리스트를 쭉 보다가 아빠의 눈길을 끄는 제목이 있었단다. 내 휴식과 이완의 해.

아빠가 원하는 단어들. 휴식. 이완. 이 책을 읽으면 편안해지고 몸이 이완될 것만 같은 제목이었어.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 보니 평도 나쁘지 않더구나. 지은이는 오테사 모시페그라는 미국의 작가더구나. 나쁘지 않을 것 같았어. 일 년 동안 푹 쉬기로 했다는 주인공의 이야기…. 그러나


1.

솔직히 실망했단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무척 기대를 하고 기다린 책인데아빠가 처음으로 출판사의 북클럽에 가입해서 첫 번째로 받은 책인데제목처럼 휴식과 이완의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를 했는데이런 기대들을 모두 져버린 책이었어. 사람들은 왜 이런 책에 열광을 하는가. 이런 소설에 공감을 하기에 아빠는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는가. 이 소설은 도대체 어디서 감동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더구나.

회사에 다니지 않아도 될 만큼 돈이 어느 정도 넉넉한 주인공이 일년 동안 잠만 자기로 결심한 이야기.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집에서만 지내는 이야기. 주인공의 아버지는 암으로 죽고, 주인공의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자로 자살을 하고, 주인공은 혼자가 되었어. 부모님들이 남긴 돈이 넉넉해서 돈을 다닐 필요가 없었어. 일 년 동안 동면을 취하기로 했어. 잠에 방해되는 것을 없애려고 철저히 준비를 했어. 공과금은 모두 자동 납부로 해 놓고, 재산세는 일 년치를 미리 다 내는 등 말이야. 그리고 잠을 잘 잘 수 있도록 약을 구입했어. 그리고 집에서만 잠자기 시작. 술과 각종 약으로 잠을 청했고, 잠에서 깨어 있는 시간은 다시 잠 올 때까지 비디오만 보고 다시 잠을 청했어. 약이 떨어졌을 때와 먹을 것이 필요할 때만 집 근처에 나갔단다. 약과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필름이 끊기기도 했어.

그야말로 세상과 담을 쌓은 거야. 아주 간혹 유일한 친구 리바가 와서 방해를 했단다. 이런 이야기가 책 내내 이어지고 있단다. 그런데 그렇게 동면을 시작한 날이 2000 6월 뉴욕이란다. 그럼 일 년이 지나면 2001 6. .. 그 사건이 일어나기 3달 전이구나. 아빠는 문득 이 소설에서 그때 그 잔인한 사건을 등장시킬 모양이라고 생각했어. 그렇지 않으면 굳이 배경을 2001년을 할 필요는 없었을 테니까 말이야.


2.

주인공이 그렇게 일 년 동안 잠만 자려고 했던 이유가 있었어. 삶은 우울하고 재미있는 일도 없고 복잡한 일들만 일어나고일 년 동안 세상 돌아가는 일을 모두 잊고 잠만 자고 나면 무엇인가 바뀌어 있을 거라고 기대를 했어. 새로운 세상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가졌을 거야. 나름 나쁘지 않은 생각이구나. 다만 동면을 위해서 자신의 몸을 너무 많이 혹사를 시켜서 그렇지. 그렇게 혹사를 시키고 나도 새로운 세상에 다시 태어난 기분일까?

그렇게 동면에서 깨어난 20016월 뉴욕의 모습은 주인공이 기대한 모습이었을까. 동면의 목표를 이루었을까. 어쩌면 새로운 세상이 아니라, 잠들기 전보다 더 악한 세상이 되어 있을 수도세달 뒤 2001 9 11, 그 무서운 사고로 유일한 친구 리바까지 잃게 되었으니 말이야. 불타는 세계무역센터의 고층에서 뛰어내리는 여자를 보면서, 주인공은 그 여자가 미지의 세계로 뛰어들고 있다고, 깨어 있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주인공이 그 후 어떤 결정을 했을지 생각해보면 아찔하구나. 긴 잠으로도 해결하지 못하고, 고층에서 떨어지는 여자를 보고 미지의 세계로 뛰어든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선택이 무엇일지... 책을 덮고, 책소개를 읽어보니 이 소설을 블랙코미디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소설 내내 드리워진 블랙은 잔뜩 보였으나, 코미디는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더구나.

….

온 세계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동면 아닌 동면을 취하고 있단다. 모든 세상 사람들이 동면을 취하고 있어서, 지구는 정화되고 깨끗해진다는 소식도 들려오지만, 사람들이 얼른 동면에서 깨어났으면 좋겠구나. 소설 속 동면이 끝나도 바뀐 것이 없지만, 현실에서 맞고 있는 이 동면이 끝이 나면 세상이 바뀔 것 같구나. 지구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으니, 일상으로 돌아오더라도, 코로나 이전과는 다른, 좀더 건강하고 지구 친화적인 일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구나. 새로운 세상을 기대하며, 코로나 바이러스도 얼른 사라지기를이만,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 나는 잠에서 깰 때마다, 밤이건 낮이건, 내가 사는 건물의 밝은 대리석 로비를 터덜터덜 지나 근처 길모퉁이에서 24시간 영업하는 보데가로 가곤 했다.

책의 끝 문장 : 그녀는 완전히 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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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7-04 0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궁금해 하던 책이었는데... 리뷰를
보고 나서 그냥 패스하는 것으로
해야할 것 같습니다.

bookholic 2020-07-04 13:35   좋아요 1 | URL
그렇게 말씀하시니 괜시리 출판사와 알라딘과 지은이한테 미안해지네요^^
레삭매냐님, 즐거운 주말 되세요...
 
과학자가 되는 방법 - 매드사이언티스트가 알려주는 과학자 서바이벌 가이드
남궁석 지음 / 이김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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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책을 고를 때 꼼꼼한 편은 아니란다. 책을 고를 때 여러 가지를 보긴 하는데, 꼼꼼함은 떨어지기 때문에, 정작 사고 보니 아빠가 예상하지 않은 책 내용에 실망을 하는 경우도 있어. 이번에 읽은 <과학자가 되는 방법>이라는 책도 그런 책목록에 포함이 될 것 같구나. 책 제목을 보고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

과학자가 되는 방법이라니이 책제목은 일종의 비유라고 생각했어. 우리와 같이 일반인들도 과학자 흉내를 낼 수 있는 방법이나 재미있는 과학 실험이나 상식을 알려주는 그런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평점도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기록하고 있었어. 지은이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아빠가 과학에 관련된 책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 책을 쉽게 고를 수 있었단다. 그런데 책을 받고 들어가며를 읽는 순간 책을 잘못 선택했다는 생각을 했단다. 책 제목은 아빠와 예상과 달리 비유나 암시가 아니고 책 제목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제목이란다. 무슨 소린고 하니…. 과학자를 꿈꾸는 이들이 어떤 공부를 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지은이 자신의 경험을 살려서 이야기하는 책이란다.

책의 차례를 보면 더욱 그렇단다. 이 책을 아빠가 읽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단다. 책의 차례는….. 학부 생활. 석사 과정. 박사 과정. 박사후 과정 등등 이렇단다. 그야말로 진짜 과학자가 되는 방법을 적어 놓은 거야. 오호 세상에이렇게 직설적인 제목을 만나다니…. 심지어 조금 읽다 보니, 과학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책을 그만 덮으라고 이야기하는구나. 진짜 책을 덮고 싶었지만, 이제 막 책읽기 시작했는데


1.

이 책을 읽는 사람을 지은이는 아래와 같이 규정을 했단다. 직업으로서의 과학자가 되기 원하는 사람들. 과학자는 아니지만 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그리고 현재 과학자로 일하고 있는 이들. , 간신히 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 포함되는 듯 하지만, 지은이가 생각하는 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과학자를 꿈꾸는 자녀를 둔 학부모, 첨단 과학의 성과에 관심이 많은 시민, 과학 발전을 통해 사회와 국가를 발전시키려는 정치인 등 여러 부류의 사람이라고 하였단다. 그렇게 설명하고 나니 지은이가 생각하는 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빠는 아닌 것 같구나. 아빠는 단지 과학이 오묘한 세상을 설명해주는 것이 재미있고, 그런 과학 지식을 얻는 것에 대한 재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말이야.

솔직히 이렇게 이 책에 대한 첫인상이 좋지 못했단다. 그래도 구입한 책이니 한번 읽어보자고 책을 폈단다. 또 다른 반전이 있을 수 있으니괴짜 대학원생이나 박사에 한번 좌충우돌에 관한 이야기로 배꼽을 잡을 수도 있으니 말이야. 하지만, 이 책은 단 한 줄의 유머도 찾을 수 없었고, 정도를 걷는 책이었단다. 학사 과정에서 어떤 과목들을 어떻게 선택해서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고 대학원을 선택할 때 유의해야 할 점, 박사 과정에 들어갈 때 열려 있는 여러 가지 길 중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그리고 박사 과정이 끝나고도 끝나지 않은 박사후 과정. 이후 책임연구자로 가느냐 기업연구원으로 가느냐의 선택. 지은이 자신과 지은이 주변인들의 경험을 통해 각 과정마다 정보를 주고 있단다. 읽다 보니 블로그를 읽는 기분도 들었고, 끝까지 반전은 없었단다. 실제로 박사가 되기를 기대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박사 되기 보다는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를 열망하는 아빠 같은 이들에게는 실망만 안겨 주었단다. 다음부터는 아무리 급해도 최소한 책 소개와 차례는 읽어보고 구입해야지.

PS:

책의 첫 문장 : 예전보다 위상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과학자는 10위 안에 들어가는 청소년 희망 직업이자 유망 직종으로 인식되고 있다.

책의 끝 문장 : 즉 과학자는 과학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의 진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최종 한 줄 요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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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폭이 좁고 어둡고 뾰족한 독일의 글자들과 달리, 이탈리아의 글자들은 햇빛을 받아 몸을 활짝 폈다. 독일에서 이탈리아로 변화해 가는 풍광 그대로, 글자들의 풍경도 마치 검고 빽빽하며 수직성이 강한 침엽수의 숲이 점차 사라져 가면서, 둥글고 넓은 활엽수 잎들이 밝은 하늘을 배경으로 돋아나는 듯한 모습으로 눈 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72)

라이프치히에서 학위논문을 쓰던 시절에, 한번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자료를 청하는 문의를 영어로 써서 우편으로 보낸 적이 있었다. 얼마 후 우편함에 답신이 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꺼내어 보니 답신과 자료들이 온통 프랑스어였다. 아시아식 이름에 독일 주소를 가진 지구상의 누군가가 고급 프랑스어를 번역없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 여겼던 것일까, 그들은? 그때도 문득 깨달았다. 프랑스인에게든 독일인에게든 영어란 국제공용어이기 이전에 불편한 외국어일 뿐이란 사실을. 사람에게 그가 처한 지역과 그곳의 풍토, 언어, 공동체는 생각보다 깊숙이 개입한다. 세계화의 시대에도 지역의 실체는 공고하다.


(109)

유니코드라는 체계에의 영감은 이런 시적인 문장으로 기술되어 있다. 유니코드는 현재 13만 여개에 이르는 글자들을 포괄하고, 포함된 글자의 수는 계속 늘어가고 있다. 그리고 유니코드의 모든 글자에는 16진법의 고유번호가 주어진다. 유니코드는 인류를 거쳐간, 알려진 모든 문자들을 포용하고자 한다. 사용인구가 소수라고, 심지어 더 이상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배제하는 법은 없다. 쐐기 문자에서 이모티콘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에 존재하고 존재했던 모든 글자들이 지금도 유니코드의 자리들을 차곡차곡 채워 가며 바벨탑을 쌓아 나가고 있다.


(136)

사람과 닮은 사랑이 나타나, 그 동적인 ㅇ받침이 정적인 ㅁ받침을 돌돌 밀고 가는 이미지였다. 그때 깨달았다.

, ‘사람을 돌돌 움직여 살게 하는 동력은 사랑이구나!’

살아가고() ‘을 이루고 사람이 되고 사랑을 하는 것은 언어학적 근거로 따지면 모두 어원이 분분하지만, 우리는 이 서로 비슷한 소리와 모양으로부터 즐거운 상상을 누릴 수가 있다.


(137)

한국어 음성 상징에서 긍정적인 측면의 심상만 보자면, ‘사랑의 ㅅ은 생()을 연상시키고 ㄹ은 활력()을 일으킨다. ㅅ은 에너지이고, ㄹ은 운동을 떠오르게 한다. 양성모음 ㅏ는 내적으로 수렴하는 음성모음 ㅓ와 달리 외부를 향해 확장되고 열려 있다. 마치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에너지처럼. 사람은 멈춰 있고, 사랑은 굴러간다. 사랑이 사람 사이에 흘러 들어 서로를 연결한다. ‘사랑이라는 한국어 단어 속에는 소리와 뜻과 모양조차 이렇게 서로 사랑을 한다.


(166)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명조체의 형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은 한글 디자이너 최정호(1916~1988). 최정호는 궁체 중 정체의 필법을 바탕으로 명조체를 설계했다. 즉 한글 글씨체인 궁체를 인쇄용 활자체인 명조체로 연결한 것이다. 20세기 중반, 최정호는 모눈종이에 한글 글자체들을 하나씩 설계해 나갔다. 이 설계용 도안을 활자 혹은 폰트의 원도라고 한다. 최정호는 명조체의 원도를 설계하려면 붓글씨에 대한 기본 지식과 이를 써 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도 명조체는 궁극적으로 인쇄용 글자다운 면모를 가져야 하므로 서예와 달리 더 체계적이고 고른 모양새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인식했다. 따라서 작은 크기로 긴 텍스크에 적용해도 충분히 잘 읽히도록 명조체는 궁체보다 속공간을 크게 설계했다.


(179)

세계의 다양한 문자문화권에 정체와 흘림체가 있다. 인간에게는 글씨를 또박또박 단정하게 쓰고 싶은 마음빨리 쓰고 싶은 마음이 모두 있어서 그렇다. 흘림체에서는 손의 빠른 운동성이 글자의 형태에 그대로 실린다. 흘림체에서는 손의 빠른 운동성이 글자의 형태에 그대로 실린다. 그래서 역동적이고 생동감이 있다.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유연한 흐름과 고유한 리듬이 글자 구조와 세부에 영향을 미쳐서 흘림체만의 독특한 형태가 나타난다.


(227)

대개의 붓은 한 번에 약 10밀리리터 정도의 먹물을 머금는다. 먹물은 탄소와 아교와 물의 혼합물이다. 색을 내는 탄소입자가 종이에 자국을 남기고 물은 증발한다. 그러나 눈이 녹은 맑은 물은 색을 내는 입자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러니 붓은 종이에 흔적을 남기는 대신, 마른 천에 물기가 닦이고 말려졌을 것이다. 얼음이 녹은 물은 붓털에서 그대로 증발했을 터다.


(293)

순우리말 그림은 어원이 같다. ‘긋다에서 왔다고도 하지만, ‘긁다에서 왔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글과 그림은 그 자리에 부재하는 화자, 소리, 대상이 흔적으로 남은 것이다. 부재하는 것들은 그리움을 일으킨다. 흔적과 자국이 마음에 남는 것을 그리움이라고 부른다. 그리움도 글과 그림과 어원이 같다. ‘그림도 본질적으로 부재하는 무언가와 더 잘 연결되고 싶고 더 잘 소통하고 싶은 그리움을 동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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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니 메일러 실종사건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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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조엘 디케르의 신작을 읽었단다. 그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이 배경이고, 그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란다. 그 이전 두 작품에서는 지은이가 빙의한 듯한 마커스 골드만이라는 이가 주인공이었는데, 이번 소설은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했단다. 이 책은 무려 728쪽이란다. 그 이야기를 다 해주려다 보니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 같고, 또 그렇게 줄줄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스포일러만 될 텐데, 줄거리를 이야기를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가도, 이 독서편지를 쓰는 이유가 아빠의 기억력을 보조의 수단이니까, 그냥 주절주절 줄거리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단다. 앞뒤 줄거리 연결이 잘 안되어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해주렴.

 

1.

주인공은 뉴욕주 경찰 본부 반장인 제스 로젠버그란다. 앞으로는 그냥 제스라고 할게. 그는 새로운 생활을 계획하며 정든 경찰 생활을 그만두기로 했단다. 은퇴를 며칠 남겨 두고 있었지. 일은 꼭 이럴 때 터지지. 스테파니 메일러라는 오르피아 신문사 기자가 찾아와서 1994년의 사건의 진범을 따로 있다면서 다시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어. 1994년 사건은 이미 오래 전에 해결한 사건인데 무슨 소린가? 스테파니의 말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그날 스테파니가 실종이 되었단다. 다 큰 아가씨가 며칠 사라진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찰. 하지만, 제스는 신경이 쓰였단다. 그래서 제스는 조사를 위해 스테파니의 집에 갔는데, 괴한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단다. 그리고 며칠 뒤 스테파니의 시신이 발견되었단다. 제목이 <스테파니 메일러 실종 사건>이라서, 실종된 스테파니 메일리를 다시 찾아내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일찍 죽다니... 실종 사건이 아니라 살인사건이잖아제스는 이 스테파니 살인사건을 1994년의 사건과 연관 지어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단다. 며칠 앞둔 은퇴도 잠시 뒤로 미루고 그는 스테파니 사건과 1994년 사건을 다시 검토해 보기로 했어.

1994년 사건이 무엇이었는지 먼저 이야기해줄게. 뉴욕주의 작은 휴양지 오르피아에서 처음으로 연극제를 하는 날이었어. 오르피아의 시장인 고든과 일가족 세 명. 그리고 목격자 메간이 무참히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났어. 좀 이상한 것은 고든시장 가족은 연극제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고, 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하다가 희생을 당했다는 사실이야. 마치 도망가는 듯 짐을 싸고 있었어. 누군가 고든 시장에 원한을 품고 그와 그의 가족들을 죽이고, 조깅을 하던 메간이라는 여자까지 죽인 사건으로 보였어. 그리고 범인은 카페 아테나라는 식당의 주인이 테드 테넨바움이었고, 추격전 끝에 차가 벼랑으로 떨어져 죽고 말았단다. 가장 강력한 용의자가 도망 중에 죽었으니, 사건은 일단락이 된 것으로 볼 수 있지. 이 때 수사에 큰 공헌을 한 이가 바로 제스와 그의 동료 데렉 스콧이었단다.

…..

이런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고 이야기하고, 며칠 뒤 시신으로 발견한 스테파니. 이 범상치 않은 일은 1994년의 진범이 따로 있다는 말이 진짜라는 것의 방증이었어. 스테파니는 어떤 사람인가?  스테파니는 작가를 꿈꾸는 지망생으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뉴욕 문학 리뷰>라는 잡지사에서 일했어. 그런데 어느날 특별한 이유도 없이 해고되고, 오르피아의 조그만 신문사에 취직을 한 거야. 그러면서 1994년 사건을 취재하여 소설을 쓰고 있었어. 제스는 그 소설을 발견했는데, 소설의 내용을 보아 누군가로부터 부탁을 받고 쓴 거야.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되면 사건의 단서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어. 제스의 수사에 오르피아 경찰서 소속의 애나가 합류를 했고, 진작 경찰을 그만 두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데렉을 찾아가 도와 달라고 했어. 그들은 수사를 하면서 이상한 문구를 만나게 되었어.

다크 나이트

고른 단어가 너무 식상한 단어의 조합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했단다. 무슨 배트맨도 아니고 말이야.


2.

1994년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당시 오르피아 경찰서장 커크 하비가 사건 이후 실종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사건 당시에는 약간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고 했어. 커트는 당시 연극제에 출품할 연극을 준비하고 있었어. 연극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동료들에게 거짓말을 하다가 들통나는 등 동료들에게 밉보여 왕따를 당하기도 했어. 그리고 연극제에서 일인극을 선보였는데 속된 말로 폭망했지. 그리고 그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3개월 뒤 감쪽같이 사라졌어. 수소문을 해보니, 커크는 LA에서 연극을 계속 하고 있었어. 그런데 그가 다크 나이트라는 제목의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는 거야? 뭐야, 그가 범인인가? 단순한 우연인가?

1994년 커크에게는 애인이 있었어. 샬롯이라는 연극배우였는데, 샬롯은 커크와 헤어지고 나서 오르피아 부시장인 브라운이라는 사람과 결혼을 했단다. 브라운은 고든이 살해당한 이후 오르피아 시장이 되어 지금까지 쭉 하고 있었어. 커크와 연관된 사람이니 이들도 조사를 해야겠지. 샬롯이 1994년 연극제 당시 30분간 자리를 비웠단 사실을 알게 되었어. 그리고 그때 범인인 테드의 차를 몰았다고 했어. 샬롯도 20년만에 다시 용의자 선상에 올랐어. 도대체 20년 전에는 수사를 어떻게 한 거야. 이렇게 쉽게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데 말이야. 종결될 사건이 아니었는데, 그렇게 쉽게 종결 처리를 하다니

….

아까 스테파니가 잡지사에서 갑자기 해고되었다고 했잖아. 그 이유도 잠깐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뉴욕 문학 리뷰>라는 잡지사의 편집장은 스티븐이라는 유부남인데 젊고 능력 없는 부하 여직원 엘리스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어. 그런데 엘리스는 엄청난 질투심의 소유자였어. 스티븐은 엘리스에게 완전 약점을 잡혀서 엘리스가 시키는 일은 모두 해야 했어. 회사 법인카드로 자신의 사치품을 사게 만들었고, 엘리스의 소설을 혹평한 비평가 메타를 해고하게 하고, 글 잘 쓰는 스테파니는 열등감에 해고시키게 했단다. 현실에도 이런 캐릭터가 있을까? 지은이가 너무 과도한 캐릭터를 만든 것은 아닌가 싶구나. 아무튼 스티븐은 연극제 취재를 위해 엘리스와 함께 오르피아로 온단다.

….

제스는 LA까지 가서 커크 하비를 만났어. 커트는 최근에 스테파니를 만난 적이 있다고 했어. 스테파니가 1994년 사건을 다시 조사하고 있는 것 같아서, 커크도 1994년 사건의 진범을 따로 있다고 이야기를 했어. 뭐야 커크도 진실을 알고 있는 거야? 20년 전 경찰서장이 이렇게 침묵하고 있어도 되는 것인가. 제스는 커크에게 진실을 이야기해달라고 했는데, 커크는 올해 연극제에서 자신의 연극을 무대에 오르게 해주면 연극을 통해서 범인의 정체를 이야기하겠다고 했어. 이것 또한 억지 설정이 아닌가 싶구나. 오르피아의 시장 브라운에게 이야기해서 그의 청을 들어주었단다. 범인을 알려면 연극제 개막일까지 몇 주를 기다려야 했단다. 아빠처럼 성격 급한 사람은….

지은이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을 용의선상에 놓기 시작한단다. 앞서 <뉴욕 문학 리뷰>라는 잡지 이야기하면서, 비평가 메타가 엘리스의 소설을 혹평했다가 해고되었다고 했는데, 그 메타가 20년 전 고든 시장과 함께 죽은 목격자와 메간과 어떤 관련이 있는 사람이었단다. 메타가 계속 메간을 그리워하는 장면이 나와. 그리고 메타가 바로 스테파니에게 1994년의 사건을 소설로 써달라고 요청을 했던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졌어. 용의자로 급상승.

또 다른 사람들을 이야기해 주어야 할 시간이구나. 이 사람들은 나중에 커크의 연극에 출현할 사람들이란다. 잘 나가는 방송국의 CEO인 제리. 직장에서는 잘 나가지만 집에는 그렇지 못했어. 십 대 딸 다코타가 늘 말썽이었는데, 해결책도 보이지 않았어. 다코타는 약물 중독에 빠져 있었고 아빠와 사이는 극도로 좋지 않았어. 다코타는 신경과 진료를 받고 있지만 호전은 되지 않았어. 제리는 딸을 치료해 보기 위해 행복한 추억이 깃들어 있는 오르피아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단다. 다코다가 예전에는 정말 예쁜 딸이었는데 약물중독에 빠진 것은 단순한 십대의 반항이 아니었어. 어렸을 때부터 친한 태라라는 단짝 친구가 있었어. 그런데 나중에 태라가 다코다를 배신하여 다코다를 궁지에 빠뜨린 일이 있었어. 다코다도 참을 수 없었어. 태라에게 복수를 했어. 친구들과 함께 태라를 괴롭혔지. 그 일로 인해 태라는 그만 자살을 하고 말았단다. 그 사건이 있고 나서 다코다는 큰 충격을 받고 약물 중독에 빠진 거야.

오르피아에 온 다코다는 아버지와 관계를 호전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었으나 약물 중독을 하루 아침에 끊을 수는 없었지. 마약을 하다가 경찰에 걸렸어. 다행히 판사의 선처로 풀려났어. 그런데 조건이 있었어. 오르피아에서 열리는 연극제의 오디션에 본다는 조건이었어. 참 건전하면서도 우연의 일치로구나. 다코다는 아버지와 함께 커크의 연극 오디션에 참석하고 합격을 했단다. 커크는 자신의 연극을 모두 오디션을 아마추어로 뽑겠다고 했단다. 오디션에 합격한 사람은 제리와 다코다뿐만 아니라, 샬롯, 스티븐, 엘리스도 있었어.(이 사람들은 왜 연극에 참가하려는 거지?)


3.

제스 일행은 20년 죽은 고든의 은행 금고가 아직 유효하다는 것을 알았고, 그 금고 안에 고이 모셔진 <다크 나이트>라는 대본을 찾았어. 이 대본은 20년 전에 커크가 연극제에 올리려고 했던 연극 대본이었단다. 이 연극 대본을 잃어버려 커크가 이상한 일인극을 대신 연극에 열렸다가 망했던 거야. 이 대본에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한단다. 제레미아 폴드. 제레미아는 죽은 테드를 협박하던 마약밀매조직의 보스였는데, 그 또한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죽고 말았어. 그런데 그것도 교통사고를 위장한 살인 사건처럼 보였어. 제레미아를 수사하다 보니 악한 중에 악한이었어. 그런데 제레미아를 수사를 하다 보니 스테파니 기자와 연결고리가 나왔단다. 제리미아에게 인질로 잡혀있다시피 했던 소녀가 있었는데, 그 사람이 오늘날 오르피아 신문사의 스테파니의 동료 마이클의 아내였어.

그런데 또 하나의 살인 사건이 일어났단다. 20년 전부터 오르피아에서 서점을 운영하던 코디가 살해당했어. 코디가 운영하던 서점은 20년 전 메간이 종업원으로 일하던 서점이었어. , 코디가 무엇인가 알고 있었나 보네. 그런데 메간은 단순 목격자 아니었나? 뭐야, 그럼 범인 고든 시장을 노린 것이 아니고 메간을 노린 것 아니야? 제스 일행은 혹시 그 살인사건이 메간을 노린 것은 아닌가 의심하게 되었어. 20년 전에는 그런 의심을 못했어?

그런 와중에 시간이 흘러 오르피아 연극제가 열렸고, 커크의 연극도 무대에 올랐어. 과연 커크는 그 연극을 통해서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배우들에게조차 전체 대본을 보여주지 않아서, 연극이 시작하기 전까지 어떤 스토리인지 모르는 연극이었어. 연극은 첫 장면은 제레미아가 오토바이를 타다가 죽는 장면이야. 그리고 연극에 참여한 다코다가 범인의 이름을 말하는 순간 총성이 들리고 다코다가 쓰러졌어. 누군가 진짜 총을 쏜 거야. 관객석에서 날아온 총알로 인해 다코다는 중상을 입고 연극무대는 아수라장이 된단다. 어두운 곳에서 쏜 총알이라 범인은 누구인지 몰랐어. 그제서야 제스는 커크에게 범인이 누구냐고 물어봤어. 더 이상 희생자가 생기기 전에 이야기하라고하지만 커크도 범인을 모른다고 했어. 이런 연극을 벌이면 진짜 범인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거야. 참 터무니 없는 생각이네. 커크는 또 숨겨두었던 이야기를 꺼냈어. 전직 경찰서장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수사에 비협조라니 참 비현실적인 캐릭터구나. 커크가 이야기하길 범인이 처음부터 메간을 노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대. 제스의 추측이 맞았던 거야. 그 사실을 스테파니에게 이야기해 주었고. 하지만 누가 메간을 노렸는지는 모른다고 했어.

제스는 메간의 집에 방문해서 메간의 일기를 읽어보았어. 일기로 알게 된 사실. 하나. 당시 유부녀였던 메간이 남몰래 키운 사랑이 있었어. 그 내연남이 바로 메타였단다. . 메간은 어찌저찌하여 고든 시장의 비리를 알게 되었고, 그 이야기를 고든 시장에게 했대. 그럼 고든 시장이 메간을 죽인 것인가? 그리고 고든 시장이 자책감을 느끼고 자살? 고든이 그런 성향의 사람은 아니었는데


4.

결론이 어떻게 풀렸는지는 생략하고 결론은 이야기할게. 아래는 진짜 안 읽어도 돼. 왕스포일러거든. 고든 시장은 자신의 비리를 알고 있던 메간을 죽이고 싶어했어. 미란다의 남편 마이클 있잖아. 스테파니의 동료이기도 하고. 제레미아에 잡혀 있는 미란다를 사랑한 마이클. 미란다를 구해내기 위해서는 제레미아를 죽이고 싶어 했어. 테드은 마이클도 알고 고든 시장도 알고 그들이 이런 사악한 마음도 알고 있었어. 테드가 중재하여 서로의 타겟을 바꿔 죽이기로 했어. 그래야 범인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거지. 그런데 정작 고든 시장과 마이클은 서로의 존재를 몰랐어. 고든 시장은 제레미아를 교통사고로 위장해서 죽였어. 미션 클리어.

마이클이 문제였는데마이클은 조깅을 하던 메간을 총으로 죽였어. 다들 연극제에 참석해서 조용하고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곳에서그런데 마이클의 범행을 지켜본 이가 있었으니, 고든 시장의 아들이었어. 그래서 마이클은 고든 시장 가족을 모두 죽이게 된 거야. 자신의 범죄행위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 말이지. 사실은 메간을 죽여 달라고 했던 이가 바로 고든 사장이었는데 말이야. 그러니까 범인은 마이클이었던 거야. 사랑하는 여인 미란다를 구출하기 위해 그리고 미란다와 사랑하기 위해…. 진실을 밝히려는 동료 신문 기자를 죽인 것도 바로 마이클. 사이코 패스. 그렇게 진범을 찾아냈단다.

....

제스의 꿈. 다시 소설의 맨 앞으로 가보자꾸나. 제스는 경찰을 그만두고 새로운 생활을 계획하고 있었어. 1994년 제스는 나타샤라는 여자친구가 있었어. 우연히 나타샤가 순찰차에 탔다가 사고를 당해 죽었어. 그 나타샤를 잊지 못해서 제스는 지금껏 혼자 지내고 있었어. 그리고 그 나타샤의 꿈이었던 식당을 차리려고 했던 거야. 그게 바로 제스의 꿈이었단다. 그런데 스테파니 사건을 수사하면서 오르피아 경찰서의 경찰 애나와 사랑에 빠졌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

7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지만 참 술술 읽혔단다. 하지만 지나친 억지설정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전작보다 별로였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었단다. 도대체 20년 전에 할 일을 왜 이제서야 한 것인지다음 작품에서는 좀더 짜임새 있는 작품을 선보였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뉴욕 주 햄프턴, 대서양에 면한 작은 휴양지인 오르피아를 찾는 사람이라면 1994 7 30일에 이 지역에서 발생한 4인 살인사건에 대해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책의 끝 문장 : 그런 이유로 그곳에 가면 삶이 우리에게 보다 친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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