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배운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6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지난 번 독서편지 때 이야기한 것처럼, 아빠가 여행길에 읽으려고 가져간 책들 중에 두 권밖에 읽지 못했다고 했잖아. 그 중에 하나가 애거사 크리스티의 스페셜 컬렉션 시리즈 중에 <사랑을 배운다>라는 책이란다. 애거사 크리스티 컬렉션 시리즈는 모두 6권으로, 아빠는 그 전에 세 권을 읽고, 이번이 네 번째란다. 애거사 크리스티 컬렉션 시리즈는 추리 소설 작가로 유명한 애거사 크리스티가 또 다른 필명으로 쓴 비추리 소설들을 모은 시리즈란다.

지금까지 읽은 세 권 모두 재미있게 읽어서, <사랑을 배운다>라는 책도 기대를 하고 책을 폈는데, 이전에 읽은 책들보다는 재미가 별로더구나. 여행 중에 짬짬이 읽다 보니 이야기가 자꾸 끊겨서 그럴 수도 있고여행 중에 이 책의 제목을 본 너희들이 아빠, 사랑을 배우려고? 이렇게 질문을 던졌잖니사랑을 배운다고 잘 할 수 있겠니? ㅎㅎ 그런데 책제목은 왜 사랑을 배운다고 했을까? 그래서 원제를 찾아보니 <The Burden>으로 되어 있더구나. Burden는 짐, 부담뭐 이런 뜻을 알고 있는데옮긴이께서 한국어 제목을 좀더 낭만적으로 뽑으신 것 같구나. 참고로 이 작품은 1956년에 출간된 되었다고 하니, 소설을 읽을 때 그 머릿속에 시대적 배경도 넣어두고 읽어보면 좋겠구나.


1.

아서 프랭클린과 안젤라 프랭클린 부부에게는 아픔이 있었단다. 첫 아들 찰스가 어렸을 때 병으로 죽고 말았어. 이 충격으로 아서와 안젤라는 요양을 갔고, 그들의 어린 딸 로라는 집에서 유모와 하인들과 함께 있었단다. 당시 로라 나이 일곱 살인데 아서와 안젤라 부부가 로라도 같이 데리고 가지당시 영국의 귀족들은 그런 문화가 아니었나? 싶구나.

로라는 이웃집 존 교수님에 들렀다가 존 교수와 친구가 되었는데, 이 인연으로 로라는 어려운 일이 있거나 조언이 필요할 때 존 교수님을 찾아갔단다. 아서와 안젤라 부부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 얼마 안 가서 로라의 동생 셜리가 태어났단다. 셜리가 태어났을 때 로라는 심한 질투심을 느꼈어. 동생이 태어나게 되면 모든 아이들이 느끼는 그런 질투심이지. 로라는 셜리가 빨리 천국에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단다.

어느 날 로라의 바람대로 셜리가 천국에 갈 뻔했단다. 셜리를 보살피던 유모가 발작을 일으켰는데, 그 발작으로 집에 큰 화재가 일어났어이 때 로라가 불길에 뛰어들어 어린 셜리를 구해주었어. 그래서 셜리는 천국에 가지 않을 수 있었어. 이 일이 있고부터 로라는 셜리를 위한 삶을 살게 된단다. 로라도 어렸지만 셜리를 위해서 무엇이든 했단다.

몇 년이 지나고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그만 모두 돌아가셨단다. 그 때 로라 나이는 14, 셜리는 3살이었어. 이때부터 로라는 더욱 셜리를 보살피고 키우는 일에 전념했단다. 14살이면 무척 어린 나이인데, 로라는 셜리를 보살피고 집안 일도 도맡아 했단다. 유모의 도움이 있었지만, 셜리의 교육과 육아는 로라가 다 챙겼어.

시간이 흘러 로라가 결혼 적령기가 되어도 결혼도 안하고, 오직 셜리를 보호하는 일에서 신경을 썼어. 어느덧 셜리도 19살이 되었고, 사랑할 나이가 되었단다. 그런데 셜리는 첫눈에 반한 헨리라는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했어. 로라는 셜리의 섣부른 결정에 반대했단다. 사랑이야 그렇게 쉽게 불타오를 수 있지만, 결혼이라는 것은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헨리라는 남자가 꼭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았고영화 <겨울왕국>에서 안나가 첫눈에 반한 한스와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그걸 반대하는 엘사가 생각나기도 했단다. 그러고 보니 부모님 돌아가시고 두 자매가 남은 것이 비슷한 상황이기도 하네. 다시 <사랑을 배운다>로 돌아 와서로라는 계속 반대를 했는데, 그 반대를 셜리를 불행하게 하고, 혹시 셜리에 대한 질투심은 아닌가 생각하게 되고, 결국은 결혼을 허락하게 되었단다.


2.

역시나 헨리는 그리 성실한 사람이 아니었어. 직장을 자주 바꾸고, 돈은 물쓰듯 하고 그로 인해 빚은 늘어만 갔어. 거기에 설상가상 바람까지 피워서 셜리는 무척 힘들어했단다. 그러던 중에 셜리는 리처드 와일딩이라는 유명한 여행가를 알게 되었는데, 리처드는 헨리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단다. 다정다감하고 친절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었어. 셜리와 리처드는 서로 호감을 가졌단다.

그런데 헨리가 척수마비 병에 걸리고 말았어. 다행인지 불행인지 죽지는 않았지만, 평생 불구의 몸으로 침대에서만 지내야 했어. 헨리 같은 성격에 평생 침대에 누워 지내는 것을 참을 수 있을까? 가뜩이나 성격이 좋지 않았는데 헨리는 더욱 괴팍해지고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지 못했단다. 셜리는 아내로써 그런 헨리를 버릴 수 없었단다. 아내로써 헨리를 보호하는 것은 사랑을 떠나서 의무감이라고 생각했어. 착한 의무감이랄까.

헨리가 그냥 건강해서 계속 바람을 피우고 결국 이혼을 하게 되고 셜리도 다정다감한 리처드와 다시 사랑을 하게 되었다면 그나마 해피 엔딩이었을텐데헨리가 장애인이 되면서 의무감에 그를 보살피면서 지내야했어. 셜리가 도적적 의무를 버리지 않겠다고 하면 헨리가 늙어 죽을 때까지 말이야. 리처드도 그런 셜리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단다.

그런데 어느날 헨리는 실수로 약 과다 복용으로 그만 죽고 말았단다. 그 자리에 로라가 있었는데, 셜리를 위해 평생을 살아왔던 로라가 실수를 한 것이 맞을까? 아니라는 강한 의심이 들었지.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것, 헨리는 죽고 셜리는 혼자가 되었단다.


3.

10년이 지나고…. 루엘린이라는 유명한 전도사가 건강에 문제가 생겨서 전도사 일을 그만 두고 어떤 섬에 요양을 지내러 왔단다. 그 섬에 자주 가는 식당에 혼자 술을 먹으러 오는 어떤 여자를 알게 되어 합석을 하게 되고 셜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도 해주고 그랬어. 루엘린은 그 섬에 유명한 여행작가 리처드 와일딩이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보게 되었는데, 루엘린이 식당에서 만났던 여자가 바로 리처드의 부인이었단다.

10년 전 헨리가 그렇게 죽고 나서, 셜리는 리처드와 결혼을 하게 되었지만, 그 삶이 그리 행복한 삶이 아니었단다. 헨리를 의무감으로 보살피고 있었는데, 헨리가 죽고 말아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아. 삶 자체가 지옥이고 괴로움이었지. 리처드와 로라가 노력했겠지만 셜리는 회복하지 못했어. 10년이 지난 후에도 말이야. 어느 날 셜리는 취한 상태로 길을 가다가 그만 트럭에 치여 죽고 말았단다. 루엘린은 셜리의 유품을 로라에게 전달하는 일을 도와주었어. 루엘린은 로라를 찾아왔는데, 그만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사랑이란 아무도 모르게 어디선가 불쑥 찾아오지. 루엘린과 로라는 셜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로나는 헨리의 죽음의 비밀도 이야기했단다. 그건 실수가 아니었다고헨리가 이미 약을 먹을 알고 있었는데, 자신이 또 주었다고 말이야

셜리를 위해 한 행동이나 결과적으로 봤을 때 셜리를 한 행동이 아니었어. 헨리를 보살피는 것이 어찌되었든 셜리의 삶의 목표였으니 말이야. 그 이후 10여 년 삶은 포기한 듯 괴로워하다 결국 삶을 마감한 셜리로라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로라는 셜리를 사랑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셜리를 행복하게만 했을까? 그건 의문점이 드는구나. 누군가에게 무엇인가 베풀 때 그것이 내 마음 편한 것만 생각하면 안되고,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도 한번쯤 생각해봐야겠구나.

그나저나 로라도 루엘린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는데, 그들의 사랑은 어떨까? 두 사람 모두 인생에서 이런 저런 경험을 겪고 사랑을 해봤을 테니 셜리와 헨리와 같은 어설픈 사랑은 아니겠지? 또 모르지.. 사랑이란 것에 정답도 없고, 나이고 없는데 갈피를 못 잡는 대명사인데


PS,

책의 첫 문장: 교회 안은 추웠다.

책의 끝 문장: 로라는 처음으로 사랑의 무게를 느끼고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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