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불교에서 인간은 부처를 숭배해야 하지만 동시에 인간도 부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칙적으로 부처의 눈으로 보아야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눈으로 볼 수도 있다는 가르침, 종교로서는 정말 개운치 않은 종교가 불교입니다. 분명한 것은, 승려들에게 복이 있으려면 중생들은 부처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아야 한다는 겁니다.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면, 중생들이 사찰을 찾아 시주할 일도 없을 테니까요. 모든 사람이 부처가 되면 붕괴되는 종교! 탄생할 때부터 그 내부에 시한폭탄을 장착했던 종교! 그것이 불교입니다. 시한폭탄의 초침이 돌아가고 있다는 긴박감 때문인지, 종교성과 함께하는 불교의 인문성은 더 극적인 데가 있습니다.


(39-40)

정주가 대답했다. “지금까지 나는 드러난 것을 지키며 나 자신을 잊으려 했고, 혼탁한 물을 보며 맑은 연못에 매료되어 있었다. 게다가 나는 선생님으로부터 이미 그 사회에 들어가서는 그곳의 규칙을 따르라고 하신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얼마 전 조릉에서 노닐 때 나는 나 자신을 잊었다. 기이한 까치가 이마를 스치고 날아들었을 때 나는 밤나무 숲에서 노닐며 나의 실제상황을 잊었다. 아니나 다를까, 밤나무 숲을 지키던 사냥터 관리인은 나를 범죄자로 여겼다. 이것이 내가 마음이 편하지 않은 이유다.”


(74)

어쨌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이나 사물 혹은 사건들과 제대로 관계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겁니다. 자신감을 상실한 그는 집 밖으로 나가기를 피할 테니까요.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면, 그래서 타자나 사건과 마주치지 않는다면, 그래서 타자나 사건과 마주치지 않는다면, 그는 새로운 삶을 만들 수 없습니다. 50대 중년은 20대의 젊음에 집착하느라 지금 여기(now & here)’ 50대의 삶을 허비하고 있는 겁니다.<대종사> 편의 현해 이야기가 이 중년에게 힘이 될지도 모릅니다. 세상에는 없는 것은 없고 오직 있음만 있다는 걸 가르쳐주니까요.


(85)

공수가 선을 그리면 양각기와 곱자에 부합했고, 그의 손가락은 사물에 따라 변할 뿐 마음으로 헤아리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의 영재(靈臺)는 하나로 통일되어 있지만 막혀 있지는 않았던 것이다. 우리가 발을 잊는 것은 신발에 딱 맞은 것이고, 허리를 잊는 것은 허리띠에 딱 맞는 것이다. 앎에서 옳고 그름을 잊는 것은 마음에 딱 맞는 것이고, 내면의 변화도 없고 외부 사람의 말을 따르지 않는 것은 마주친 사태에 딱 맞는 것이다. 처음으로 딱 맞았지만 일찍이 딱 맞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느끼는 것은 딱 맞음의 잊음에 딱 맞는 것이다.    <달생>


(87)

장자에게 ()’, ‘()’, 혹은 ()’ 등은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세 개념은 모두 마음을 대상으로 합니다. 마음을 비우고, 마음을 잃어버리고, 마음을 잊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불교를 제외하고 동서양 사유의 전통과는 어딘가 이질적인 주장입니다.


(125)

어쩌면 장자도 수레와 맞서던 사마귀였는지도 모릅니다. 폭주하는 전거와 그것이 남긴 바퀴 자국 바깥에 거대한 초원과 우거진 산림이 있다는 걸 아는 순간, 장자는 대붕이 됩니다. 물론 그곳에서도 위험은 존재하지만, 그것은 여유와 당당함으로 충분히 살아낼 수 있는 정도입니다. 국가를 너무 과대평가하지 말고, 폭풍우나 산불 혹은 맹금 정도로 보아야 합니다. 천하로 상징되는 국가 질서쯤은 가볍게 날아 넘어가는 대붕의 길입니다. 바퀴 자국에도 잠시 머물고, 수레 위에도 잠시 머물고, 아니면 끝이 보이지 않는 먼 어딘가에도 머물 수 있는 대붕입니다. 수레에 잠시 날아든 대붕은 타인을 자유롭게 만들 수 없다는 걸 압니다. 그저 자유로운 삶을 보여주며 그들이 자유를 결단하기를 바랄 뿐! 잠시 뒤 대붕은 그 광막한 초원으로 바람만 남긴 채 날아갑니다.


(203)

(羿)는 아주 작은 표적이라도 활로 맞추는 데 능숙했지만, 사람들이 자기를 찬양하지 않도록 하는 데는 서툴렀다. 성인은 자연적인 것()’에 능숙했지만, ‘인위적인 것()’에는 서툴다. 자연적인 것에도 능숙하고 인위적인 것에도 잘 대처하는 것은 오직 완전한 인간(全人)’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오직 벌레만이 벌레일 수 있고, 오직 벌레여야 자연적일 수 있다. 완전한 인간은 자연적인 것을 싫어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자연적이라고 여기는 것도 싫어하는데, ‘나는 자연적인가? 아니면 인위적인가?’라는 의문에 대해서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경상초>


(229)

젊은 내가 나이고, 사지가 멀쩡한 내가 나이고, 살아 있는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게 바로 장자가 말한 헛된 꿈입니다. 이런 자의식은 늙음을 젊음의 부재로, 불구가 정상의 부재로, 죽음을 삶의 부재로 느끼게 됩니다. 늙음은 늙음으로, 불구는 불구로, 그리고 죽음은 죽음으로 긍정해야 합니다. 물론 젊음을 늙음의 부재로, 정상을 불구의 부재로, 삶을 죽음의 부재로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젊음은 젊음으로, 정상은 정상으로, 삶은 삶으로 긍정해야 하니까요.


(250)

장자가 복수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초나라 왕은 두 사람의 대부(大夫)를 먼저 보내 그에게 말을 전했다. ‘국가 안의 모든 일을 선생에게 맡기고자 합니다!’ 장자는 낚싯대를 쥐고 돌아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초나라에 죽은 지 이미 3000년이나 된 신령한 거북이 있는데, 왕이 이것을 상자에 넣고 비단보에 싸서 묘당(廟堂) 안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고 내가 들었습니다. 이 거북은 죽어서 뼈를 남겨 귀하게 되기를 원했을까요, 아니면 차라리 살아서 진흙탕 속에서 꼬리를 끌며 다니기를 원했을까요?’ 두 사람의 대부는 말했다. ‘차라리 살아서 진흙탕 속에서 꼬리를 끌며 다니기를 원했을 테지요.’ 장자가 말했다. ‘그만 돌아가시오! 나는 앞으로도 진흙탕 속에서 꼬리를 끌며 다닐 것이오.’”


(320)

덕이라는 것은 조화로움을 이룬 결과물입니다. 드러나지 않는 사람에게서 타자는 떨어져 나올 수가 없는 법이죠.” 누구와 있어 기뻤고 어느 곳에 있어서 상쾌했다는 것이 바로 덕이라는 설명이 인상적입니다. 매력은 기쁨과 행복의 흔적이었던 셈입니다. 그러나 애태타는 유목민적 심성을 갖춘 자유인입니다. 그 행복의 기억을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장소에 드러내지 않습니다. 과거에도 여물위춘했고, 바로 지금 여기에서도 여물위춘하는 사람이니까요.


(337)

장자가 곧 죽으려 할 때, 제자들은 장례를 후하게 치르려고 했다.

장자가 말했다. “나는 하늘과 땅을 관곽으로, 해와 달을 한쌍의 옥으로, 별들을 다양한 구슬로, 그리고 만물을 부장품으로 생각하고 있네. 내 장례용품에 어찌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 있겠는가? 무엇을 여기에 더 보태려 하는가!”

제자들이 말했다. “저희는 까마귀나 솔개가 선생님을 쪼아 먹을까 두렵기만 합니다.”

장자가 말했다. “땅 위에서는 까마귀와 솔개의 먹이가 되고, 땅 밑에서는 땅강아지와 개미의 먹이가 되는 것이네. 그런데 까마귀와 솔개의 먹이를 빼앗아 땅강아지나 개미에 주려고 허니, 어찌 이렇게도 편파적인가!”  <열어구>


(351)

옛날 장주는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 훨훨 나는 나비였고 스스로 유쾌하고 기분이 좋았기에 자신이 장주라는 걸 알지도 못했다. 갑자기 깨어나니 분명히 장주였다. 장주가 나비가 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아비가 장주가 된 꿈을 꾸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장주와 나비 사이에는 반드시 구분이 있다. 이것을 타자와 함께 변화한다.(物化)’고 말한다.     <제물론>


(362)

<제물론>편 여희 이야기에서 장자는 단지 크게 깨어날 때만, 우리는 큰 꿈을 꾸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여 년 동안 지속되었던 장자꿈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마무리하는 날, 애틋함과 아련함이 교차하는 작은 느낌마저 상쾌한 바람으로 씻어보는 날입니다. 안녕! 장자! “지금까지 나는 장자가 된 꿈을 꾸었다. 자유롭게 당당한 장자였고 스스로 유쾌하고 기분이 좋았기에 자신이 나라는 걸 알지도 못했다. 갑자기 깨어나니 분명히 나였다. 내가 장자가 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장자가 내가 된 꿈을 꾸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와 장자 사이에는 반드시 구분이 있다. 이것을 타자와 함께 변화한다고 말한다.”


(365-366)

떠날 수 있는 힘! 장자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자유의 소중한 의미입니다. 국가에서도,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심지어 우리 자신의 삶에서마저 우리는 떠날 수 있습니다. 떠나면 불행할 것 같고, 떠나면 살지 못할 것 같고, 떠나면 외로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떠나본 적 없는 불행한 영혼들의 착각입니다. 떠나서 행복할 수 있고, 떠나서 살 수 있고, 떠나서 새로운 누군가와 든든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강박적으로 떠나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떠날 수도 있지만 머무는 것도 진정한 자유의 또 다른 의미니까요. 그래서 자유인의 머물기는 가치가 있는 겁니다. 억지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머물고 싶어서 머무는 것이니까요. 자유롭게 떠나고 자유롭게 머뭅니다. 그래서 자유인의 거동은 여러모로 유목민과 유사합니다. 유목민이 어딘가를 떠났다면 그는 그곳에서 기쁨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그가 어느 곳에 머물고 있다면 그곳의 풀들이, 바람들이, 물들이, 구름들이, 그리고 석양의 장관이 그를 행복하게 했기 때문일 겁니다. 자신이 삶의 주인일 수 있는 곳, 자신에게 충만한 삶의 뿌듯함을 안겨주는 곳에서 자유인은 머물게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체의 불만과 투정도 없이 그냥 쿨하게 떠나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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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노트르담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3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 민음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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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우리가 처음으로 함께 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왔잖니. 여행을 가기 전에 그곳에 관련된 책을 하나 읽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떠오른 책이 <파리의 노트르담>이란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고, 영화, 만화, 뮤지컬 등으로 각색되어 많은 사람들이 접했단다. 소설 속 등장인물인 카지모도가 꼽추라서, <노틀담의 꼽추>의 제목으로 각색이 많이 되었고, 아빠도 그 제목이 더 익숙하구나. 그런데, 아빠는 이 유명한 작품을 본 적도 없고, 소설로도 읽어본 적이 없구나. 동화로 각색되어 아이들도 많이 읽는데, 그런 것도 읽지 않은 것 같구나.

지은이는 그 유명한 빅토르 위고란다. 그의 소설 <레 미제라블>을 읽었는데, 장엄함이 느껴지는 줄거리와 인문학적 내용으로 읽기 어려웠지만, 재미있던 기억이 있구나. <레 미제라블>을 읽고 나서, 그의 또 다른 대표작 <파리의 노트르담>도 읽으려고 알아보았던 기억이 있어. 그런데, 우리나라에 출판된 책들의 평이 번역이 안 좋다는 평들이 많았어. 그래서 나중에 제대로 된 번역이 나오면 그때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미뤘단다. 그러다가 이번에 여행을 앞두고 더 이상은 미룰 수 없겠다 싶어서, 아빠가 읽은 <레 미제라블>과 같은 출판사인 민음사 판 <파리의 노트르담>을 읽었단다. 옛말이 많이 섞인 부자연스러운 번역이라는 독자평이 있었는데, 아빠는 그런 것은 별로 느끼지 못하고 읽었단다. 아빠가 나이를 먹어 옛사람이 된 건 아닌지 싶다.

여행 가기 전에 다 읽긴 했는데, 너희들에게는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도 한참 지나고서야 이야기하는구나. 소설에 나오는 노트르담 성당도 직접 보긴 했는데, 몇 년 전에 방화로 불탄 본채에 대한 보수 공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더구나. 그래서 성당의 앞쪽은 불에 안타고 있어서 다행이었지. 그곳에서 너희들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아빠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노트르담 성당과 성당의 앞 광장, 인근 건물 들 속에 있었던 것을 상상해 보았단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다 생각나지는 않지만, 소설 속 장면을 그곳에 펼쳐서 상상해 보기도 했지. 여행 가기 전에 읽은 소설로 잘 선택했던 것 같구나. , 그럼 이제 다시 소설과 여행을 되씹으면서 너희들에게 <파리의 노트르담>을 이야기해줄게. 오늘은 1권을 먼저 해주마.


1.

전에 읽은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의 경우, 주인공들의 이야기 이외에 인문학적 내용이 엄청 많이 나왔는데, 이번에 읽은 <파리의 노트르담>에서도 3장의 경우는 거의 대부분이 당시 파리의 건축물과 노트르담 성당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이야기해주었고, 6장에서는 옛 사법관직에 관한 이야기도 해주었단다. 주인공들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데, 빅토르 위고의 글을 그냥 건너뛸 수도 없고, 꾹 참고 읽는데 읽기가 그리 편한 것도 아니어서 시간이 좀 걸렸단다.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건너뛰고, 아빠는 주인공들의 이야기 중심으로 이야기해줄게.

1482 1월 파리 광인절에 이야기는 시작한단다. 광인절은 시민들이 재미 삼아 광인들의 교황을 뽑는 그날 날이었단다. 재판소에서는 낮 12시에 연극이 예정되어 있었고, 그로 인해 많은 군중들이 재판소에 모여 있었단다. 하지만 12시가 되었는데됴, 연극은 시작하지 않았어. 추기경이 오지 않았다는 이유였지. 시간이 지나도 연극이 시작하지 않자, 궁중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까지 갔고, 연극을 시작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어. 그래서 시나리오 작가인 그랭구아르가 연극을 시작하겠다고 했고, 추기경이 뭐라고 해도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했단다.

그렇게 시작은 연극풍자극이긴 한데, 연극이 어려워 군중들이 집중을 제대로 하지 못했어. 연극이 한창 진행 중일 때, 브로봉 추기경이 온다는 소식에 연극은 중단되었단다. 브로봉 추기경은 오스트리아 사절단과 함께 도착을 했어. 그랭구아르는 연극을 계속하라고 소리쳤지만, 다들 연극에는 관심이 없어서 중단되었단다. 다시 연극이 재개되었지만 그리고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인 카지모도가 나타나면서, 그의 괴상한 모습을 구경하느라 연극은 또 중단되었단다. 카지모도는 꼽추에 귀머거리에 애꾸눈이었고, 얼굴도 흉측하게 생겼단다. 광인절, 광인의 교황으로 그보다 적합한 사람이 없다고 사람들은 그를 광인교황으로 선발했어.

연극은 그렇게 중단되어 버리고, 시나리오 작가인 그랭구아르는 좌절했단다. 카지모도가 광인의 교황이 되어 행렬을 하고 있었는데, 노트르담 성당의 부주교인 클로드가 나타나서 카지모도를 데리고 가버렸단다. 카지모도는 클로드 부조교에게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비는 듯했어. 이 광경을 보고 있던 그랭구아르는 의아하게 생각했단다. 어떤 사이이길래

연극이 끝나고 그랭구아르는 아름다운 집시 무리를 보고 쫓아갔는데, 그 중에 가장 아름다운 이집트 아가씨가 두 명의 괴한에게 붙잡혀 가는 것을 보게 되었어. 그랭구아르는 그 이집트 아가씨를 구해주려고 가다가 오히려 괴한들에게 한 대 맞고 정신을 잃었어. 다행히 기병대에 의해 이집트 아가씨는 구출되었고, 괴한 중 한 명을 잡았는데, 바로 카지모도였단다. 그런 괴한 중 나머지 한 명은 누구였을까? 바로 클로드 부주교였단다. 왜 클로드 부주교는 그 이집트 아가씨를 납치하려고 했을까. 그 이집트 아가씨의 이름이 바로 라 에스메랄다란다.

정신을 잃었던 그랭구아르는 거지 집단에 붙들렸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교수형에 처할 위기에 빠졌어. 그들의 규칙에는 그랭구아르를 가지겠다고 하는 여자가 있으면 목숨을 구할 수 있는데, 그 이후에는 그 여자와 결혼도 해야한다고 했어. 괴상하게 생긴 여자가 구하겠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을 하고 있는데, 다름 아닌 라 에스메랄다가 그랭구아르와 결혼하겠다고 했어. 목숨도 구하고 미녀와 결혼도 하고그랭구아르는 이런 복도 없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라 에스메랄다는 그랭구아르의 목숨을 구하려고 그런 거지, 실제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했어. 어렸을 때 잃어버린 어머니를 찾아야 한다고 했지. 그리고는 라 에스메랄다는 사라졌단다.


2.

카지모도는 노르트담 성당의 종지기라고 했는데, 어떻게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가 될 수 있었을까. 클로드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모두 역병으로 돌아가시고, 갓난 동생인 장과 돌이 살아가야했어. 클로드는 동생 장에게 형이자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지. 클로드는 동생 장을 보살피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했어. 클로드는 나중에 신부가 되었고, 괴물이라고 버려진 아이 카지모도를 입양하여 키웠단다. 그것이 16년 전 일이었어. 카지모도라는 이름도 클로드가 지어 주었어. 카지모도는 부활절 이후 첫 일요일을 뜻한단다. 카지모도를 데리고 온 날이 그날이었어.

카지모도는 노트르담의 종지를 하면서 종소리를 너무 좋아했단다. 하지만 그 종소리 때문에 그만 귀도 멀게 되었어. 그의 흉측스러운 외모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그를 혐오했고, 카지모도를 사람으로 대해주는 사람은 오직 클로드 부주교뿐이었단다. 그래서 카지모도는 클로드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한편 성인이 된 클로드의 동생 장은 행실이 안 좋고 막무가내였단다. 완전 문제아였어. 클로드 부주교는 신학에 대한 믿음이 충만했단다. 당시 유행했던 점성술, 연금술을 믿지 않고 비판하였고, 어떤 이와 그것에 관한 언쟁이 벌어질 때는 과격한 말까지 쏟아내면서, 신학의 믿음이 강했단다. 오직 신학과 종교를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어.

클로드는 건축물에 대한 사랑도 남달랐는데, 그 이유는 글을 모르고 책을 접할 수 없는 시민들이 건축물에 그림으로 표현된 신학의 이야기를 보고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건축은 책이라고까지 이야기를 했는데,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건축술이 죽었다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클로드는 인쇄물에 대한 반감이 컸단다.


3.

라 에스메랄다를 납치하다가 잡힌 카지모도의 이야기를 해줄게. 카지모도는 이 일로 재판을 받게 되었어. 배석판사로는 플로리앙인데, 그도 귀머거리였는데, 주변 상황에 따라 행동을 해서 아무도 그가 귀머거리인 줄 몰랐어. 그런데 주변에서 카지모도가 귀머거리이니까 형벌을 가볍게 주라는 조언을 했는데, 잘못 알아 듣고 더 무거운 벌을 주어서, 카지모도는 2시간동안 태형을 받고 벌금도 내야했어. 그레브 광장에서 카지모도의 태형이 집행되었단다. 2시간 태형을 맞은 카지모도는 기진맥진하고 정신을 잃었딴다. 이 광경을 클로드 부주교도 지켜봤는데, 아는 척하지 못했단다.

그런데 라 에스메랄다가 카지모도에게 가서 물을 주었단다. 앞서도 그랭구아르를 살려주었던 그 심성으로 카지모도가 불쌍해서 물을 주었던 것이란다. 사람들은 그런 라 에스메랄라를 비난했는데, 그 중에는 파케트라는 창녀 출신 귀딜 수녀도 있었어.

파케트는 이집트 집시라고 엄청 싫어했고, 특히 젊은 이집트 집시 아가씨는 거의 경멸했어. 왜냐하면 사연이 있었단다. 파케트는 젊은 시절 딸 아녜스를 낳았는데, 그 딸을 무척 애지중지했단다. 그런데 어느날 아녜스를 잃어버렸어. 이집트 집시들이 훔쳐 갔어. 아녜스를 데려가면서 꼽추의 괴물 같은 아이를 두고 간 거야. 이후 파케트는 딸을 찾으려고 미친 듯이 헤맸단다. 하지만 결국 딸을 찾지 못했어. 그리고 누군가로부터 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단다. 그 일이 일어난 지 16년이 지났는데, 여전이 딸을 잊지 못하고, 은둔하면서 지냈단다. 반 정도 정신이 나간 상태로 말이야. 그러다가 지나가는 이집트 집시들을 보면 욕을 해대고 그랬지. 파케트가 왜 이집트 젊은 집시 아가씨를 싫어하는지 알겠지? 그런데, 아무래도 파케트와 라 에스메랄다가 모녀 사이 같지? 파케트는 16년 전에 어린 딸을 잃고, 라 에스메랄다는 어렸을 때 잃어버린 엄마를 찾는다고 했잖아. 그들의 이야기는 2권에서 더 해주어야겠구나.

….

1권의 줄거리는 대충 여기까지란다. 앞서 이야기를 했지만, 우리가 여행가기 전에 이 책을 읽어서 시간이 꽤 지난 다음 이야기를 해 주려다 보니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 같구나. 메모를 조금씩 하긴 했는데, 중간중간 기억에 의존해서 적은 부분이 많아서, 아빠가 이야기해준 부분에 틀린 부분도 있을 것 같구나. 파리의 노트르담.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왜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작품인지 알겠더구나. 아빠가 부지런을 떨어서 2권의 이야기도 조만간 해줄게.


PS,

책의 첫 문장: 시테 섬과 대학과 장안으로 이루어진 삼중의 성내에서 모든 종들이 요란스럽게 울려 퍼지는 소리에 파리 사람들이 잠을 깬 지가 오늘로 꼭 348년하고도 여섯 달 열아흐레가 되었다.

책의 끝 문장: 가자, 우리 큰 용사님.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은 아직 오늘날에도 장엄하고 숭고한 건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이 늙어가면서도 아무리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최초의 돌을 놓은 샤를마뉴와 최후의 돌을 놓은 필리프오귀스트에 대한 경의를 저버리고, 세월과 인간들이 동시에 이 존경할 만한 건축물에 가한 무수한 풍화와 훼손 앞에서 한숨을 쉬지 않고 분개하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 P203

그 꼭대기에 숨을 헐떡거리면서 도착하는 구경꾼에게 그것은 맨 먼저 눈부신 지붕과 굴뚝과 거리와 다리와 광장과 종루 들이었다. 모든 것이 한꺼번에 눈을 사로잡았다. 깎아지른 듯한 합각머리, 뾰족한 지붕, 성벽 모퉁이에 매달린 소탑, 11세기의 피라미드식 석조 건물, 15세기의 판암 오벨리스트, 아성의 꾸밈없는 둥근 탑, 성당의 장식 네모탑, 큰 것, 작은 것, 육중한 것, 경쾌한 것 등등. 눈길은 오랫동안 그 미궁 속에 깊이깊이 잠겨 드는데, 거기에는 저마다 제 나름의 독창성과 동기와 특성과 아름다움이 없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고, 전면에 물감 칠과 조각을 하고, 바깥으로 뼈대가 불거지고, 문이 반궁륭이고, 위층들이 앞으로 불쑥 나온, 작디작은 가옥에서부터 당시에는 탑이 즐비했던 장엄한 루브르 궁에 이르기까지, 예술에서 오지 않은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 P229

그런데 현재의 파리는 아무런 공통성도 없다. 그것은 여러 시대의 견본들의 집합체인데, 가장 아름다운 것들은 사라져버렸다. 수도는 가옥들로만 커져가고 있거니와, 무슨 가옥들이 그 모양인가! 파리는 이대로 가다가는 오십 년마다 새로워질 것이다. 그러므로 파리의 건축물의 역사적 의의는 날마다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기념적인 대건축물들은 더욱더 드물어져가고, 집들 속에 잠겨서 차츰 삼켜져가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선조는 돌의 파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우리 자손은 회반죽의 파리를 갖게 될 것이다. - P256

그 반면 연금술은 가지가지의 발견을 하였소. 다음과 같은 결과들에 나리는 이의를 내세우시렵니까? 1000년 동안 땅 아래 갇혀 있던 얼음은 바위 수정으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납은 모든 금속들의 선조입니다. (왜냐하면 금은 금속이 아니고 빛이니까요.) 납은 각각 200년의 기간만 있으면 차례차례로 납의 상태에서 적비소(赤砒素)의 상태로, 적비소에서 주석으로, 주석에서 은으로 옮아 갑니다. 이러한 것들이 사실이 아닙니까? 그러나 <작은 열쇠>를 믿고, 충만한 선을 믿고, 별들을 믿는다는 것은, 옛중국 사람들과 더불어, 꾀꼬리가 두더지로 변하고, 밀알이 잉어과의 물고기로 변한다고 믿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리석은 일이란 말입니다!" - P324

모든 문명은 신정(神政)으로 시작되고 민주주의로 끝난다. 통일성에 뒤이어 오는 이 자유의 법칙은 건축술에 쓰여 있다. 왜냐하면, 이 점은 강조해 두거니와, 벽돌 공사가, 신전을 건축하고 신화와 성직의 상징체계를 표현하고 그 돌의 책장들에 율법의 신비로운 일람표들을 상형문자로 옮겨 쓰는 데만 효력이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모든 인류 사회에는, 신성한 상징이 자유사상 아래 닳아 없어지고 인간이 성직자를 피하고 철학과 제도들의 부속물이 종교의 얼굴을 갉아먹는 시기가 오게 되므로, 건축술은 인간 정신의 이 새로운 상태를 재현할 수 없을 것이고, 그 책장들은 표면은 가득 차 있되 이면은 텅 비어 있을 것이고, 그 작품은 온전하지 못할 것이고, 그 책은 불완전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 - P337

그러므로 인쇄술이 발명된 때부터 얼마나 건축술이 시나브로 여위어가고 오그라져가고 발가벗겨져 가는지 보라. 물은 줄어들고 진(津)은 밭아 들고 시대와 국민의 생각은 건축술에서 물러가는 것을 사람들은 얼마나 절감하고 있는가! 냉각은 15세기에는 거의 지각할 수 없다. 인쇄술은 아직 너무도 허약하여, 고작 해봤자 강력한 건축술의 잉여생명력을 우려먹는다. 그러나 16세기부터는 건축술의 병이 눈에 보이고, 건축술은 이미 절대적으로 사회를 더 이상 표현하지 못하고, 비참하게도 고전 예술이 되고, 갈리아의 건축술, 유럽의 건축술, 토착의 건축술에서 그리스와 로마의 건축술이 되고, 진정하고 근대적인 건축술에서 의(義)고대적 건축술이 된다. 이러한 쇠퇴를 사람들은 르네상스라고 부른다. 그러나 화려한 쇠퇴다. -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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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혁명전사 김명시
안재성 지음 / 미디어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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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안재성이라는 작가가 있는데, 이 분은 우리나라 현대사 속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위인을 찾아 소개를 해주시곤 한단다. 아빠는 그 동안 안재성 님의 책을 세 권 읽었어. <이현상 평전>,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경성 트로이카> 세 권에서 다룬 인물들은 일제시대에 사회주의 사상에 기반을 두고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란다. 아직도 사회주의 독립운동가에 대해서 교과서에서 잘 실리지 않기 때문에 학교를 다니면서는 알 수 없는 독립운동가들일 거야. 아빠가 이번에 읽은 안재성 님의 책은 <항일혁명전사 김명시>라는 책으로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김명시라는 분에 관한 이야기란다. 책 표시에 장총을 들고 한쪽 팔뚝에 부상을 입고 있는, 한 젊은 여자의 그림이 있단다. 그러니까 김명시라는 분은 여자 독립운동가인가 보구나. 장총을 들고 있는 모습에 어떤 삶을 사셨을지 궁금하구나. 영화 <암살>도 생각나고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도 생각나고

김명시라는 이름이 그리 낯설지 않은 것 같아서, 아빠가 읽은 책들 중에서 찾아보니 정운현 님의 <조선의 딸, 총을 들다>라는 책과 임경석 님의 <독립운동 열전>에서 김명시를 짧게 소개해 준 적이 있더구나. 하지만 김명시라는 분께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아. 이번에 읽은 <항일혁명전사 김명시>를 통해서 또 한 명의 멋진 여전사를 만나게 되었구나. 뜨거운 열정으로 삶을 불살랐던 김명시라는 분에 대해 이야기해볼게. 너희들이 공부와 숙제로 바쁘긴 하지만, 혹시 틈이 생기면 이 책을 한번 읽어봐도 좋을 것 같구나.


1.

마산에서 태어난 김명시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혼자 오남매를 키우셨어. 1919년 삼일운동이 일어났을 때 김명시는 13살이었는데, 엄마와 함께 삼일운동에 동참했단다. 김명시의 엄마는 주동자로 몰려 4월 중순까지 감옥에 있다가 풀려났대. 김명시의 어머니도 대단한 분이시고, 그런 어머니의 피를 물려받으신 것 같구나. 1925 4월에는 오빠 김형선과 함께 공산당에 가입을 했단다. 당시만 해서 공산주의는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새로운 사상이었어. 이후 스탈린의 공산당, 김일성의 공산당으로 변질되기 전의 공산당으로 많은 지식인들이 관심을 갖고 있은 시절이었단다.

당시  소련공산당의 지원을 받아 세계 여러 나라의 공산주의자들이 모스크바로 유학을 갈 수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20명이 모스크바로 유학을 가게 되었고, 그 중에 김명시도 포함되어 있었단다. 조봉암의 아내 김조이도 김명시와 함께 모스크바에 갔단다. 김명시는 모스크바에 있는 동방노력자 공산대학이란 곳에서 공부를 했어. 그리고 그곳에서 권오채와 친해져 연인 관계가 되었단다.

김명시는 우수장학생으로 뽑혀 상해로 파견을 하게 되었어. 애인인 권오채는 모스크바에 남고, 혼자 상해로 가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 것들이 있었어. 당시 상해는 너희들도 알다시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던 곳으로 독립운동의 본거지였고, 우리나라의 공산당원들도 활동을 많이 하는 곳이었단다. 상해에 도착한 김명시는 지령에 따라 조봉암과 찾아가 그와 함께 활동하였단다. 조봉암이라는 분도 독립운동을 하신 유명한 분인데, 그 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이 드는구나. 김명시는 모스크바에서 함께 공부했던 조봉암의 아내 김조이에 대한 안부를 전해주자, 조봉암을 다시 난감해 하면서 상해에서 다른 여자와 생활하고 있다고 했어. 그의 사생활이라고 뭐라 할 수 없었지만, 다소 실망할 수 밖에 없었겠구나. 하지만 조봉암은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신임이 두터운 사람이었어. 상해에 있으면서 오빠 김형선의 소식도 전해들 었단다. 광둥 지방에서 공산당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어.


2.

그런데 당시 중국 상황이 좋지 않았어.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 사이에 내전이 일어나고 있었지. 조선 공산당원들은 독립을 위해서는 그런 중국의 내전 상황이 달갑지 않았지만, 중국 공산당을 지원해주어야 했어. 모스크바에 있던 권오채도 중국공산당을 지원하기 위해서 중국으로 넘어왔고, 상해에 찾아와 김명시와 다시 만났단다. 1928년 코민테른에서 조선공산당 해체가 결정되었어. 조선공산당은 해체되고 중국 공산당에 합류할 것이 결정된 거지. 상해와 만주 지역에서 활동하던 조선공산당원들의 반발이 심했어. 우리나라가 나라로써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된 거니, 화가 났을 것 같구나. 김명시는 홍남표와 함께 만주지역에 가서 조선공산당 해체에 대해 당원에서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일을 하게 되었는데, 반발이 커서 쉽지 않았단다. 이후 중국공산당에 합류하여 중국의 내전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비참한 인민의 삶을 직접 목격하였단다.

임무를 마치고 다시 상해로 돌아왔는데 슬픈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어. 연인인 권오채가 감옥에서 온갖 고문을 받다가 죽었다는 소식이었어. 무척 힘든 시간이었어. 김명시는 상해에 머무르면서 다른 공산당원들과 교류하였는데, 이때 교류했던 이들 중에 박헌영, 김단야, 주세죽, 고명자 등이 있었어. 이 분들은 아빠가 재미있게 읽은 조선희 님의 <세 여자>라는 책에 등장하는 분들이라 더 반갑더구나.

국내 공산당 재건을 위해 이상훈과 함께 국내 잠입을 하게 된단다. 7년만에 다시 온 조국이었어. 인천에 있는 성냥 공장에서 노동운동을 지원하는 일을 맡았는데, 갑자기 다른 명령을 받고 이동하게 되었고, 이때 고명자를 만나게 되는데, 고명시가 말하길, 김명시의 국내 잠입을 일본에서 알게 되어 수배령이 내려졌다고 다시 상해로 도망가라고 했어. 오빠인 김형선도 수배령이 내려져서 함께 도망가라고 했어. 하지만 도망가는 중에 일본경찰에 붙잡혀 신의주형무소에서 갇히게 되었단다. 온갖 고문이 이어졌고 힘든 감옥살이였어. 무려 7년이나 감옥에 있다가 1939년에 출옥했단다. 오빠 김형선은 서대문형무소에 수감중이었고, 엄마는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어.

….

멀리 소련에서는 스탈린의 독재와 횡포 소식이 전해졌는데, 김명시에게는 믿기지 않는 소식이었을 거야. 공산주의 사상이 그들에게 희망이었는데, 한 사람의 독재로 그렇게 변질되고 말았으니 말이야.


3.

감옥에서 나온 김명시는 조선의용대에 참여했어. 팔로군에서 옛 동료인 김무정이 김명시를 찾는다는 소식이 전해듣고 김명시는 팔로군으로 이동하여 김무정과 해후한단다. 다시 조선의용군의 지휘관 자격으로 활동하는 김명시.

조선의용대, 조선의용군같은 부대를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조금 다른 것 같구나. 조선의용대는 국민당이 지원했었고, 조선의용대의 화북지대 수속이 조선의용군으로 이름을 바꾸는데, 조선의용군은 공산당 지원을 받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조선의용군의 총사령관은 김무정이 맡게 되는데, 김무정과 만난 이후 김명시는 이 조선의용군의 지휘관이 된 거야. 위 내용은 이 책에 나온 것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인데, 조선의용대와 조선의용군의 차이를 좀더 찾아봐야겠구나.

조선의용군의 지휘관이 된 김명시는 중국공산당과 함께 항일투쟁에 힘썼단다. 그들의 노력들이 커다란 독립운동 줄기에 보태져서 1945 8월 해방 소식을 듣게 되었어. 조국에 돌아온 김명시. 하지만 1948년 공산당 혐의로 체포되고 말았단다. 젊은 시절 내내 독립운동을 하고 해방된 조국에 돌아왔건만 기다리고 있던 것이 사상 검열에 의한 감옥행이라니얼마나 억울하고 분했을까.

더 가슴 아픈 소식은 김명시가 얼마 후에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는 소식이었어. 당시 나이는 42살이었대. 이 자살 소식을 누가 믿겠니. 항일 투쟁에 젊음을 바친 여전사가 그깟 일로 자살을 하다니자신의 주장을 펼치면서 자신의 체포의 부당함을 주장했을 텐데 말이야. 해방 후 우리나라의 역사는 더 아픈 역사로 가득 찬 것이 안타까울 뿐이로구나.

김명시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대부분 안 좋은 결말이었어. 오빠인 김형선도 감옥에서 받은 고문 후유증으로 출옥 후 얼마 안되어 병에 들어 죽었고, 동생 형윤은 광복 직전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하는구나. 그들의 이런 노력을 후세의 사람들이 알아주어야 할 텐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22년에 김명시는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되었다고 하는구나. 그것이 모든 것을 보상해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다행이구나. 우리들도 꼭 기억하자꾸나. 항일혁명전사 김명시.


PS,

책의 첫 문장: 썰매를 끄는 개인지 늑대인지 알 수 없는 회색 짐승 서너 마리가 눈의 바다를 헤매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김명시 일가와 동지들이 그토록 원하던 해방이 되고 무려 77년이 지난 후였다.


김명시의 말에 늦잠을 자던 알료샤가 슬그머니 목을 빼고 바라보았다. 세 여자의 대화 속에 레닌이나 스탈린이란 단어만 나오면 잔뜩 긴장하던 알료샤였다. 하지만 고리키라는 이름이 나오면 슬며시 미소를 띠었다. 세 여자가 고리키의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면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던 했다. 알료사뿐만이 아니었다. 혁명 소설가 고리키에 대한 러시아인의 특별한 사랑은 석류 알갱이처럼 붉고 투명한 연어알절임과 당근 빛깔이 나는 묽은 야채수프를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일상적인 것 같았다. 세 여자가 열차 식당칸에서 고리키 이야기를 하자 주변의 러시아인들도 알아듣고는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소련은 역시 레닌의 나라였다. 관공서 어디를 가도 1년 전에 사망한 레닌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 P11

"내가 보기엔 당신네 공산당도 오십보백보요. 나는 사서삼경도 못 읽는 촌부이지만 당신네들이 자유시에서 조선인 독립군을 수천 명이나 학살했다는 얘기를 들었소. 당신네들은 이번에 중국인 지주들을 때려죽이자는데, 아니 지금 우리가 못사는 게 정녕 그 사람들 때문이란 말이오? 오히려 반대가 아니오? 그 사람들 아니면 우리는 벌써 첫해에 굶어 죽었을 거요. 일본 놈들을 물리치자는 말까지는 알아듣겠지만 그 이상은 도통 이해를 할 수가 없소이다. 나는 자기네가 권력을 잡으면 다 될 것같이 떠드는 사람들 하나도 못 믿겠소이다. 어느 놈 할 것 없이 백성의 고통을 팔아서 권세를 누리려는 것뿐이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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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그 기자는 사회부 기자답게 로펌의 생리와 속성을 환히 꿰뚫고 있었다. 로펌은 그 기자의 지적처럼 돈만 밝히는 곳이었다. 로펌이 돈만 되면 무슨 사건이고 맡고 나선다는 것은 로펌에 들어오고 나서야 알았다. 사건의 선별이 따로 없었다. 기준이 있다면 딱 하나, 오로지 돈이었다. 그러니까 대형 로펌이란 법조 정글 속의 하이에나였다. 그러니 로펌은 떼부자일 수밖에 없었고, 젊은 변호사들은 조심조심 수군수군 자기네 대표가 얼마나 부자일지 짐작하고 추측하고 상상하기 바빴다. 그들이 어림잡고 점친 대표의 재산은 몇천억을 헤아렸다.


(141)

우리는 왜 국가적으로 이런 조처를 취하지 못하는가. 영어 간판을 쓰되 위에는 반드시 한글로 쓰고, 아래에는 영어를 쓰게 하는 방법 말이다. 이것은 쇄국이 아니다. 그건 국가적 존엄성과 국민적 자주성을 스스로 지키는 일인 것이다. 이 나라의 이 정신없는 영어 범람 현상을 미국 사람들은 뭐라고 하며 바라볼까. 고마워할까, 기특하다고 할까, 스스로 문화식민지가 되려고 허둥거리는 꼴을 보며 불쌍해하고 경멸할까.


(154-155)

부모들이 자식들 교육에 열성이고 최선을 다하는 건 더할 수 없이 좋은 미덕인데, 그건 어디까지나 자식의 소질과 재능과 능력이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본인의 욕구와 의지와 선택이 선행된 다음에 따라야 할 뒷받침이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과정이 전혀 없이 부모들의 과도한 욕심만 앞서서 무작정 저질러지는 일이 그 교육열 아니오? 우리나라 부모들은 무작정 자식들이 출세하고, 부자로 잘살기를 갈망하고 있소. 그 신기루를 향해 부모들은, 불빛을 보고 무작정 달려드는 불나방 떼처럼 서울로 서울로 몰려가고 있는 것이오. 그러나 부모들이 소원하는 그 꿈을 이루어내는 자식들이 몇 퍼센트나 되겠소? 그 상위층이 된다는 것은 10퍼센트도 안 되는 숫자요. 나머지 90퍼센트는 다 실패고 헛수고요. 도시빈민으로 허덕거리며 죽을 둥 살 둥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지만 결국에는 빈손이기 십상인데, 그런 무모하고 어리석은 인생살이가 어디 있고. 그런 과욕이 자기 인생도 망치고, 자식 인생도 불구로 만드는 것이오.


(178-179)

이 과일(애플망고)이 맛만 좋은 게 아니라 몸에 좋기로, 한마디로 만병통치입니다. 비타민의 덩어리, 섬유질의 덩어리일 뿐 아니라 우리 건강에 좋은 중요 성분들이 다량 들어 있어서 각종 암 예방과 치료 효과가 크고, 특히 남자에게만 있는 전립선암에 특효니 이 형 많이 드시오. 그리고 피부 미용에도 효과가 크니 황 여사도 많이 드시고요. 그 외에 면역력을 강화시켜 주고, 변비를 해결해 주며, 혈관을 깨끗하게 해 고혈압 등 혈관계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큽니다. 그래서 인도에서는 신성한 과일로 특별 취급을 합니다.


(186-187)

그 말이 맞소. 사회학적 측면에서 보면 인간은 돈이 생겨난 이후 5천여 년에 걸쳐서 줄곧 돈의 노예였소. 그런데 자본주의가 등장하고, 사회주의와의 대결에서 사회주의가 스스로 몰락하면서 자본주의가 독불장군으로 세계 지배력을 장악하게 되고, 그 세월이 30년이 넘으면서 이 나라 청소년과 젊은이 들까지 돈의 마력에 완전히 휘말리게 되고 말았소. 돈의 괴력과 마성이 문제지 거기에 휩쓸리는 젊은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소. 종교마저 돈 앞에서 마구 휘둘리고 꼼짝을 못 하는 판이니 돈을 제일로 치는 젊은이들을 탓할 것도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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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수학책 - 그림으로 이해하는 일상 속 수학 개념들
벤 올린 지음, 김성훈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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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우연히 인터넷 서점에서 <더 이상한 수학책>이란 책을 알게 되었단다. 미적분을 그림과 함께 설명하는 책 같았어. 예전에 읽은 <친절한 과학책> 같은 류의 책 같았어.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미적분을 설명을 해주는 책. 이제 몇 년 후면 너희들도 미적분을 배우게 될 텐데, 미적분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책을 구매했단다. 알아보니 <더 이상한 수학책><이상한 수학책>의 후속편이더구나. 그래서 <이상한 수학책>도 구매를 해서 순서대로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고 <이상한 수학책>을 먼저 읽었단다.

읽은 지는 꽤 되었는데, 우리가 여행을 다녀와서 이제서야 너희들에게 책 이야기를 하는구나. 책 읽은 지 며칠만 지나도 기억이 잘 나는데, 한 달이나 지나서 이야기하려니 ㅠㅠ  기대했던 것 만큼 좋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은 짧게 마쳐야겠구나. 여행으로 인해 밀린 독서 편지가 어마어마하구나.

<이상한 수학책>의 지은이는 벤 올린이라는 사람인데, 수학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이고, 여러 매체에 수학과 교육 관련 글을 쓰기도 한대, 학교에서도 수학을 가르치기도 했대. 이런 경력으로 자신이 쓴 글들과 경험을 책으로 엮은 것이 바로 <이상한 수학책>인 것 같구나. 책의 시작은 수학과 수학자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어. 별로 공감이 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전문가의 이야기이니까 발췌해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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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6)

하지만 수학은 적어도 한 가지 측면에서는 일반적인 언어라 할 수 있다.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 수학자들은 대부분의 독자에게 익숙한 전략을 채용한다. 바로 심상 만들기다. 수학자들은 머리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써 본다. 정신을 산만하게 하는 기술적 세부 사항들은 그냥 넘어간다. 그리고 자신이 읽고 있는 내용과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연결해 본다. 그러고 나서,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수학자들은 읽을거리에 감정을 이입하고 그곳에서 즐거움, 유머, 결벽증 같은 불편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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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학의 분야는 꽤 많은 편이란다. 너희들 수학 교과서의 차례만 봐도 꽤 되잖니. 이 책에서 다룬 수학의 분야는 기하학, 확률, 통계 이렇게 세 분야란다. 기하학, 확률, 통계에 관해서 이야기해준 이유는 이 분야들이 우리 일상 생활과 꽤 밀접한 분야이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런데 감탄사를 내뱉을 만한, 그런 내용들이 없어서 좀 아쉬웠단다. 마지막 장에서는 수학과 역사의 관련성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는데, 지은이는 수학을 전공한 이공계 출신이지만 사회문제나 역사 관련된 부분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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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9)

역사는 작은 규모에서는 단순하지만 큰 규모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인생 게임과 비슷한 방식으로 카오스적일까? 아니면 하루 단위의 작은 규모에서는 거칠게 요동치지만 장기적으로 평균하면 기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날씨와 비슷한 방식으로 카오스적일까? 아니면 역사는 코흐 곡선과 비슷해서 모든 수준에서 카오스가 등장하고 모든 규모에서 복잡성이 드러날까? 머릿속에서 이런 비유들이 서로 경쟁을 벌인다. 마치 한 화면에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 파일 세 개가 동시에 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가끔은 내가 금방이라도 세상을 이해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뉴스를 보면 세상은 어느새 파악할 수 없는 이상한 모양으로 또다시 바뀌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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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했지만, 읽은 지도 오래되었고 크게 감동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은 아주 짧게 독서 편지를 마치련다. 원래 너희들에게 미적분을 설명해주려고 구입했던 <더 이상한 수학책>도 조만간 읽어야할텐데, 그 책은 좀 더 재미있으면 좋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이 책은 수학에 관한 책이다.

책의 끝 문장: 하지만 뉴스를 보면 세상은 어느새 파악할 수 없는 이상한 모양으로 또다시 바뀌어 있다.


어째서 수학은 삶의 모든 측면에서 토대를 이루고 있을까? 수학은 어떻게 동전과 유전자, 주사위와 주식, 책과 야구 등 서로 상관없는 영역을 연결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수학이 생각의 체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은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때 도움이 된다. - P8

비안네가 드무아브르의 정리를 나보다 더 잘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비안네는 자신을 지식을 명확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었던 만면 나의 통찰은 두꺼운 머리뼈 안에 갇혀 어눌한 혓바닥을 통해 빠져나오지 못했다.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할 능력이 없는 수학자는 그날의 나처럼 자기 생각 속에 섬처럼 혼자 고립되어 남에게 닿지 못하는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반면 자신이 아는 진리를 공유할 수 있는 수학자는 사람들에게서 감사의 마음과 영웅 대접을 받는 즐거움을 누릴 것이다. - P68

몸집이 큰 동물은 내부 비중이 높기 때문에 체온을 유지하기가 쉽다. 반면 작은 동물은 표면 비중이 높아서 체온을 유지하기가 만만치 않다. 손가락, 발가락, 귀 등 표면 비중이 높은 사지 말단이 추위에 제일 약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추운 지역에 북극곰, 물개, 야크(티베트산 들소-옮긴이), 무스(북미산 큰 사슴-옮긴이), 전설 속 설인 새스쿼치 같은 대형 포유류만 사는 이유도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표면 비중이 높은 생쥐가 북극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심지어 중위도 지역에 사는 생쥐도 열 손실을 감당하려면 하루에 자기 체중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먹이를 먹어야 한다. - P121

과학은 결과 절대적 확실성이나 슈퍼맨 같은 완벽함으로 정의되었던 적이 없다. 과학에서는 언제나 건강한 회의주의 시각에서 모든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 가능 중요했다. 이런 싸움에서 통계학은 없어서는 안 될 동맹이다. 통계학이 과학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데 한몫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과학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데 한몫하리라는 점 역시 분명하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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