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4)

일정수준 이상 초과생산된 쌀의 정부매입을 의무화한 양곡관리법을 대해 윤석열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가뜩이나 쌀농사가 위축되고 있는 판에, 그리고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해 식량이 무기화되고 있는 이런 중대한 시기에 돈많은 정부가 가난한 농부의 주머니를 더욱 빈곤하게 만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요, 졸렬한 시책일 뿐이다. 본시 비토라는 것이 대통령의 권한이라고는 하지만 함부로 사용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농민은 아무리 눌러봐야 끽소리 못한다는 안도감이 있기 때문에 비토권 행사의 최적대상으로 선정되었을 것이다. 내가 시골에 강연 나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농사짓는 사람들은 나의 비토비판을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응원한다. 그런데 비극적인 사태는 농민의 대다수가 보수적으로 투표를 했다는 사실에 있다. 뻔히 자기를 죽일 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자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다. 즉 자기를 억압하는 자를 지도자로 모시는 것이다. 무지의 광란일까? 도대체 민주주의라는 것은 무엇일까? 과연 민주라는 이상은 인간세에 있는 것일 것? 벼라별 생각이 드는 것이다.


(46)

일본의 강점(强占)은 과거지사, 지나간 해프닝이 아니다. 그것은 50년의 역사일 뿐 아니라, 해방 이후 우리민족의 모든 역사를 지배하는 현존사(現存史)인 것이다. 끊임없이 역사의 의미를 묻게 만드는 현존재의 역사인 것이다. 일본의 강점통치가 없었더라면 그 공백을 메꾸기 위하여 등장한 미소 양숙의 분할점령도 없었을 것이고, 빨갱이색출도 없었을 것이고, 반공이념도 국시가 될 수 없었을 것이고, 6.25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세계의 냉전질서 양상이 달라졌을 것이요, 오늘날 소위 말하는 진보니 보수니 하는 쓰레기이념도 이 역사에 발붙일 곳이 없었을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태극기부대니 뭐니 하는 보수이념은 결국 반민특위의 좌절로 살아남은 친일파세력이 대간을 이루는 비극적 흐름일 뿐이다. 이런 떳떳치 못한 슬픈 몸부림도 일본의 강점이 없었더라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55)

일본은 무릎을 꿇어야 한다. 그것은 인류보편사의 정신이 요구하는 도덕성이다. 그 도덕성을 끊임없이 일깨우는 인류사의 양심이 바로 우리 역사에 내재하고 있는 것이요, 일제강점기의 만행이 우리 민족에게 남겨놓은 과제상황이다. 이 인류사의 성스러운 과업을 이 나라를 이끌고 있는 대통령이 뭉개버리고 또다시 일본에 굴종하며, 일본의 편에 서서 일본의 모든 편익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 나라 국운의 책임을 지고 있는 최고권력자가 이 나라의 성스러운 세계사적 과업의 명운을 무시하고 또다시 일본의 강점과도 유사사한 사태를 재발시키고 싶어하는 형국이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도 너무도 엉뚱하게 들이닥친 허무맹랑한 정황이래서 도무지 이해의 틀을 잡을 수가 없다.


(79)

케네디는 말한다:

 조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물으십시오.”

 - 취임연설문 중-

너무도 유명한 명언이지만, 참으로 웃기는 이야기다! 그 조국이 어떤 조국인데, 무엇을 하려는 조국인데! 우리 조선땅에서만해도 미군정시기에 정의롭지 못한 족적을 남겼고 또다시 월남땅에 100만톤이 넘는 폭탄을 투하하려는 조국을 위하여 먼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달라구? 초기에는 영장을 받으면 서로 가려고 다투었다.


(111)

방사성 오염수의 방류는 코로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구원한 해악을 이 지구 온생명에게 끼칠 것이 분명한데, 지금 윤석열은 키시다의 손을 잡고 아무 대책 없이, 걱정 말라고 하면서 시찰단만 보내면 끝나는 문제라고 웃음짓고 있는 형국이다. 시찰단의 명단조차도 밝히지 않는다고 한다. 잊었는가? 19세기 말, 일본 시찰한다고 파견된 신사유람단 사람들이 결국 나라 팔아먹는 데 앞장섰다는 사실을!


(234)

나는 묻는다:”아니 민중이 민중 스스로를 구원한다고 안 선생님(안병무)은 말씀하셨는데, 어째서 민중은 자신을 파멸시키는 그런 인물을 이 험난한 세파를 헤치고 나아가야 할 이 위태로운 시기에 지도자로서 뽑는단 말이오?"


(308)

백제의 멸망을 두고 의자왕 말년의 사치와 타락을 운운하는 것은 사가들의 상투적 근인(近因) 지어내기에 불과한 짓이다. 그렇게 국민의 사랑을 받고 영민한 결단으로 국력을 신장시켰던 해동증자 의자왕이 갑자기 타락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실상에 와닿질 않는다. 그러나 그가 말년에 동아시아 국제관계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적대해서는 아니 되는 국가를 적대하여 패망일로로 직입하는 오늘날의 꼴과도 같다.


(315)

풍류는 하나의 로칼한 종교단체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나라에 고유한 현묘한 도, 즉 길(way)이다. 그 도는 그렇다고 추상적인 가치가 아니라 종교와 같은 조직적 힘을 가지며, 군생(群生)을 접화(接化)하는 힘이 있다. 그리고 유•불•도라는 종교철학의 핵심내용을 다 포섭하는 우리민족 원래의 철학이요, 문화요, 삶의 방식이다. 외래종교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풍류는 이 민족에게서 사라질 수 없다.


(343)

일본의 민중은 자민당화되어 있습니다. 자민당을 객체화 시켜 보지 않고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자민당의 정치세력은 근원적인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가 없습니다. 자민당은 이렇게 큰 원전사고를 치른 후에도 원전을 계속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습니다. 거시적인 문제에 관해 도덕적 통찰이 없습니다. 더구나 가장 큰 문제는 일본은 언론이 죽어 있습니다. 언론이 국민에게 진실을 밝히는 역할을 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한국과 같은 직접선거도 없지요. 그러니 자민당에 맞서는 사회세력이 없는 셈입니다.”


(344)

키시다는 아베보다 훨씬 더 악랄한 인물입니다(여기 번역을 악랄하다라고 했는데 그가 쓴 표현은 히도이였다). 아베는 순진한 데라도 있어요. 이념적인 경직성은 있어도 그렇게 교활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키시다는 매끄럼하게 생겼지만 악랄합니다. 도덕적 판단이 없이 가지가 하고자 하는 일은 어떻게 해서든지 성취하고 마는 인물이지요. 일본인들은 그의 영도 아래 더욱더 타락하게 생겼습니다. 소수의 입장에서 일본의 대세를 바라보고 있으면 무기력하게만 느껴집니다. 저도 답답하게 느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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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 해방 - 병 없이 오래 사는 사람들의 비밀
정세연 지음 / 다산라이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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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나이가 들면서 이유도 없이 몸 이곳 저곳이 아픈 경우가 있어. 참다가 낫질 않아서 병원에 가 보면, 비슷한 말들을 하곤 해. 염증이 있다고. 그리고 염증을 없애는 주사를 맞거나 약을 받아 먹는단다. 그래서 좀 나아지고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곳이 아프고나이 탓을 해야 하나, 운동 안 한 탓을 해야 하나. 건강에 관심을 가지는 나이가 되다 보니, 유튜브도 그렇고 책도 그렇고 건강에 관련된 것들이 눈에 들어오더구나.

아빠가 이번에 읽은 책도 몇 달 전에 유연히 인터넷 서점에서 알게 된 정세연 님의 <염증 해방>도 그렇게 알게 된 책이란다. 정세연 님은 한의사로 유튜브도 운영하신다고 하더구나. 지은이 정세연 님은 식치라는 단어를 쓰더구나. 식치란 음식으로 병을 치유하는 개념이래.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지. 그러니까 염증을 해방을 하려면 먹는 것을 잘 먹어야 한다는 거야.

이 책은 1부는 염증의 정체와 염증을 없애는 생활 습관 등을 알려주고, 2부에서는 염증 식치라고 해서 염증을 없애고 내 몸을 살리는 음식 처방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단다. 2부에서 소개된 음식들을 보면, 아빠가 좋아하는 음식이 별로 없더구나. 그러니 아빠의 몸에 염증이 생길 수 밖에나이를 먹은 만큼 몸을 생각하면서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더 늙으면 단짠단짠 음식을 못 먹으니 먹을 수 있을 때 먹자는 괴상한 논리를 갖고 있으니, 음식에 대한 아빠의 자세부터 바꿔야겠구나.


1.

염증은 왜 생기는 걸까. 염증은 몸을 살리기 위해서 생기는 거란다. 아빠는 이유 없이 염증이 생겨서 아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염증은 파괴된 조직과 괴사된 세포를 제거하고 조식을 재생하면서 생기는 것이라고 하더구나. 염증을 미워하지 말고, 염증을 생기게 한 아빠를 미워해야 하는구나.

========================

(25)

염증의 목적은 세포의 손상을 초기 단계에서 억제하고, 파괴된 조직 및 괴사된 세포를 제거하며, 동시에 조직을 재생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붓고 아프기에 나쁜 것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무조건 해로운 것은 아니며 건강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단입니다. 그렇게 발생한 염증은 약을 먹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몸을 지키기 위해 발생한 염증이 오래 이어진다면 정상세포에도 손상을 입히게 될 테니 우리 몸은 스스로 적당한 시점에 제동을 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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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서 일어나는 많은 반응이 이 염증과 관련이 있대. 아빠가 놀란 것은 뱃살의 원인도 염증이라는 거야. 뱃살은 그냥 많이 먹고 운동을 하지 않아서 생긴 거지, 그게 염증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런데 뱃살 중에서 특히 내장지방에는 염증 물질을 분비하고 있대. 그러니까 내장지방이 많은 사람은 염증도 많이 갖고 있다는 거야.

========================

(106)

내장지방의 세포에서 아디포카인이라는 염증물질을 분비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뱃살을 계속 달고 있으면 만성염증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다시 말해 뱃살은 만성염증 그 자체입니다. 만성염증은 혈관을 공격하는 성질이 있어서 혈관벽에 상처를 내고, 혈액을 탁하게 해서 소위 피떡이라고 말하는 혈전을 생기게 합니다. 면역계를 교란시키고 암 발병률을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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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을 좀더 열심히 해야겠는데그렇다고 무턱대고 운동만 하면 안되고, 생활습관을 바꿔야 하는 거야. 염증에 가장 큰 주범은 설탕이라고 하는구나. 달콤한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그 설탕은 염증의 주범이고, 뇌신경도 갉아 먹는 주범이라서 치매를 부르는 음식에는 당독소가 있다고 하는구나.

========================

(150)

당독소가 혈관에 쌓이면 혈관 내피세포에 염증을 일으켜 동맥경화를 유발합니다. 뇌신경에 축적되며 신경독성을 일으켜 파킨슨질환이나 알츠하이머 치매 같은 퇴행성질환을 촉진하고요. 피부에 축적되면 피부세포의 염증반응을 촉진해 주름살을 늘리고 노화를 앞당깁니다. 특히 당뇨 환자라면 더 조심해야 합니다. 혈당 검사 항목 중의 하나인 당화혈색소는 혈색소라는 단백질을 당화시킨 당독소 중 하나인데, 이 수치가 너무 높으면 눈과 콩팥에 만성염증을 일으켜 당뇨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머리를 자주 쓰고, 손을 자주 쓰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데, 그보다 먹는 것을 먼저 신경을 써야 하는구나.


2.

2부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염증을 줄이는 음식들을 한방 의학으로 설명하고, 간단한 레시피도 포함하고 있단다. 이 책을 보고 간단하게 요리를 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 눈의 염증을 다스리는 구기자 차, 코의 염증을 다스리는 파, 목의 염증을 다스리는 도라지, 뇌신경의 염증을 다스리는 달걀, 자율신경을 다스리는 대추 등이 있어. 감기 걸렸을 때 배도라지 차를 먹곤 하는데 도라지가 목의 염증에 좋아서 그런 거구나. , 고지혈증과 지방간을 다스리는 키위, 췌장의 염증을 다스리는 우엉, 위식도의 염증을 다스리는 양배추, 장의 염증을 다스리는 밤과 목이버섯, 내장지방 염증을 다스리는 황태가 있단다. 예전에 목이버섯은 방사능을 흡수를 잘 해서 몸에 안 좋다고 본 것 같고, 황태는 일본의 방사능 바다 유출로 믿고 먹고 찜찜한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려나. 음식의 장단점이 있을 경우 말이야. 그런 점은 설명이 없어서 조금 아쉽네.

, 통풍을 다스리는 레몬, 신우신염을 다스리는 옥수수수염, 방광염을 다스리는 복분자, 질염을 다스리는 연꽃, 전립선 염증을 다스리는 토마토가 있단다. 과일이나 야채의 경우 생으로 먹는 경우가 몸에 더 좋은 경우가 많은데, 토마토의 경우는 익혀서 기름과 먹어야 더 좋다고 하는구나. 좀 특이하네. 아빠도 토마토를 좋아하는데, 익힌 것보다 생으로 먹는 것을 훨씬 좋아하는데, 역시 건강하게 먹는 것은 쉽지 않구나.

========================

(274-275)

다음의 세 가지가 중요한데 껍질째, 익혀서 그리고 기름과 함께섭취해야 식치 효능이 증대됩니다. 라이코페 함유량이 가장 높은 부위는 과육보다는 껍질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토마토를 생으로 많이 먹지만 생식할 경우 좋은 성분의 소화흡수율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라이코펜은 선 모형으로 이루어져 있어 트랜스 라이코펜이라 하는데, 열이 가해지면 구부러진 모형인 시스 라이코펜으로 바뀌게 됩니다. 사람의 장에서 흡수하기 훨씬 용이한 구조가 바로 이 시스 라이코펜이지요. 항산화 효능 역시 88도 정도의 온도에서 2, 15, 30분 가열했을 때 각각 28%, 34%, 62%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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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뼈 건강을 다스리는 멸치, 근육 염증을 다스리는 바나나, 말초신경 염증을 다스리는 김, 혈관의 염증을 다스리는 호두, 림프의 염증을 다스리는 공심채가 있어. 우리가 근육 운동을 꾸준히 하게 되면 근육도 붙고 그러거든. 그런데 근육 운동을 하면 근육에 미세한 염증이 생긴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근육 운동을 하게 되면 근육 회복을 위해 먹기도 잘 먹어야 한대. , 아빠가 운동을 하고, 그에 맞게 먹질 않아서 근육이 없나? 근육 회복에 좋은 대표적인 음식이 바나나라고 하는데, 의외로구나.

========================

(284)

근육에 염증이 생기게 하는 가장 흔한 원인은 근육운동입니다. 대부분 운동을 하면 근육이 건강해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반대지요. 근력운동을 하면 근육에 상처가 생기고 미세한 염증이 발생합니다. 운동은 근육을 손상시키지만 운동 후 잘 먹고 쉬는 과정을 통해서 건강한 근육이 새로 생겨나는 것입니다. 따라서 근육 건강을 지키려면 꾸준한 운동과 함께 반드시 근육 회복에 도움이 되는 음식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근육에 좋은 음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사시사철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품으로 바나나를 추천합니다.

========================

, 만성염증을 다스릴 때는 자신의 체질을 잘 알아야 한대. 열이 많으면서 습한 체질인 사람은 콩을 먹고, 열이 많으면서 건조한 체질인 사람은 자두를 먹고, 냉하면서 건조한 체질은 잣을 먹고, 냉하면서 습한 체질은 생강을 먹으라고 하는구나.

...

그런데, 몸의 각 부위에 짝이 맞는 음식은 어떻게 알게 된 걸까? 무척 궁금하네. 이제 이 책을 통해서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고, 어떤 생활 습관을 가져야 하는지 알게 되었는데, 문제는 늘 그렇지만 실천이란다. 2부에서 소개된 음식 중에 진짜 안 좋아하는 음식들도 있는데, 이것을 건강을 생각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먹어야 하는가. 맛있게 먹으면 그게 보약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건 먹고 싶은 거 맘대로 먹고 싶은 사람이 지어낸 말인가.

아빠도 아빠가 먹은 것이 아빠를 만든다는 것은 동의해. 그러니 몸에 좋은 것을 먹어야 하는 것도 알겠고너무 늦게 후회하지 말고, 지금부터 좀 식생활 개선을 하도록 노력해야겠구나.  건강은 건강할 때 챙겨야 한다는 당연한 말을 다시 되새기면서, 오늘은 이만 하련다.


PS,

책의 첫 문장: 오래 전 일입니다.

책의 끝 문장: 또 생강은 귤껍질과 함께 먹으면 수독 배출에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 귤껍질은 진피라는 약재를 검색해 구입할 수 있습니다.


장은 장내 미생물이 일하는 공장입니다. 미생물은 장 공장에서 먹고 자고 활동하면서 건강에 매우 유리한 물질을 만들어주는데요. 이들이 생산하는 주된 물질은 대부분 짧은 사슬로 연결된 모양이라 단쇄지방산(SCFA, Short Chain Fatty Acid)이라고 부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뷰티르산이 면역을 조절하고, 염증을 줄여주고, 식욕을 조절하고, 인슐린 감수성을 증가시켜서 혈당 조절이 잘되게 하고, 손상된 장 점막을 복구하는 등 놀라운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장을 비롯해 인체 건강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미생물 자체가 아니라, 이들이 먹이를 먹고 난 후 분해해서 만들어낸 단쇄지방산이라는 것이지요. - P37

여기서 포드맵은 장내 가스를 많이 생성시키는 음식을 뜻합니다. 정확하게는 소화나 흡수가 잘되지 않고 장에 남아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기 쉬운(Fermentable) 올리고당(Oligosaccharides), 이당류(Disacharides), 단당류(Monosacherides) 그리고|(And) 폴리올(Polys)을 포함한 음식들인데, 이들의 영문 앞글자만 따서 ‘포드맵(FODMAP)’이라고 부릅니다. - P58

교감신경은 하루 중 양의 구간에 해당하는 아침부터 오후 시간대까지 활성화됩니다. 해가 지는 음의 구간에 들어서면 반대로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지요. 이렇듯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은 세력이 변화하면서 서로를 견제하고 또 협응합니다.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섬세하게 반응하면서 우리 몸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염증을 조절하는 작용을 합니다. - P80

<꿀벌 호흡법 따라 하기>
1> 앉거나 누운 상태에서 편안한 자세를 취한다.
2> 평소대로 자연 호흡을 몇 번 들이쉬고 내뱉는다.
3> 입을 다문 상태에서 코로 숨을 마신다.
4> ‘훔(Hum)’이라는 소리를 내면서 숨을 천천히 내쉰다. 소리가 사그라들 때까지 진행한다.
5> 5회 반복한 뒤 평소의 자연 호흡으로 돌아와 들숨과 날숨을 편안하게 느껴본다.
- P97

웨이트 같은 근력운동을 한다는 것은 근육에 상처를 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후 근육 회복과 성장을 위해 식단에 몇 배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런데 이때 단백질만 챙겨 먹고 탄수화물과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해주지 않으면 근육은 어떻게 될까요? 육포처럼 수분이 다 빠진 상태로 뻣뻣해지고 돌처럼 딱딱해지겠지요. 이런 근육은 염증을 달고 살고, 통증이 자주 생기며, 부상에도 매우 취약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고가의 보충제나 값비싼 음식을 챙겨 먹으라는 것은 아닙니다. - P248

사람 몸의 70%는 근육도 뼈도 아닌 물입니다. 그리고 너무나 경이롭게도 우리 몸엔 상하수도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습니다. 혈관이 상수도라고 하면, 림프관은 하수도의 역할을 합니다. 림프액은 혈액에서 각종 염증물질과 노폐물을 수거해 말초에서부터 쇄골까지 천천히 순환합니다. 그 과정에서 서혜부(사타구니), 액와(겨드랑이), 귀밑 등 중간중간 림프절이라는 정거장을 지나게 되는데요. 면역세포 중 하나인 킬러 T 세포들이 림프액 속에 있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 세포 등을 직접 파괴합니다.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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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현수막에 쓰인 글씨 그대로 군산과 강경 사이에 철도가 개통되었던 것이다. 철도 개통으로 군산 전체가 떠들썩한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 철도가 개통됨으로써 군산은 마침내 육로 수로 철로 세 가지 길이 합쳐지는 교통의 요충이 됨과 아울러 다른 부()들보다 앞질러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철도 개통의 의미는 결코 단순하지가 않았다. 금강을 거슬러 올라가 강경에 이르는 뱃길에서 소모하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동시에 수송량을 대폭 늘릴 수 있는 이점만이 아니었다. 그 철도는 엄연히 호남선의 일부였다. 따라서 군산의 세력은 항구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륙으로 뻗치게 되어 있었다. 힘을 뻗칠수록 일본물건들을 많이 팔아먹고 조선물건들을 많이 내갈 수 있어서 군산은 그만큼 번창할 수밖에 없었다.

 

(353)

부처님이 설허시기럴 몸언 맘얼 담는 그럭이라고 허셨소. 그렁게 알맹이넌 맘이고 껍데기넌 몸인 것이오. 그런 이치로 사람이 죽는다는 것언 맘이 껍데기인 몸얼 벗어불고 극락왕생허는 것이라고 말씸허신 것이기도 허요. 긍게로 중헌 것언 맘이제 몸이 아닌 것이고, 그 큰애기덜 둘이 도적놈덜헌티 몸얼 더립힌 것언 너물얼 캐다가 손얼 까시에 찔리고, 발얼 돌에 채이고 헌 것이나 하나또 다를 것이 없소. 흔헌 말로, 시상사 다 맘묵기에 달렸다는 말이 바로 부처님의 그 가르침에서 나온 것이오. 허고, 목매달아 죽은 큰애기가 소로 환생히서 평상 죄닦음얼 헌 것언 첫찌로 목심얼 경시헌 죄요, 부처님이 말씸허시기럴 이 시상이서 질로 에로운 일이 만상 중에서 사람으로 몸얼 짓고 태어나기가 질로 에롭고, 그담으로 에로운 것이 바른 마음 지닌 불자가 되기가 에롭다고 허셨소. 사람 하나가 죽고 새로 사람이 되어 태어나자면 만년에 만년으 세월이 흘러야 된다고 설허셨소. 그리 에롭게 태어난 목심얼 경시허는 것언 질로 큰 죄요. 그담이 함부로 목심 끊어 부모헌티 불효허는 죄요. 그런 죄넌 다 몸이 맘보담 중헌지 잘못 알고 저질른 어리석음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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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봄
조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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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몇 년 전에 너무 재미있게 읽고,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도 하고, 추천도 한 책이 있어. <세 여자>라고아빠가 아마 몇 번 이야기 했을 거야. 그래서 그 이후 그 책의 지은이 조선희 님의 책을 찾아 읽기도 했었지. 신간 알림도 해 놓았더니, 몇 달 전에 신간 알림이 왔단다. 지은이 좃ㅅㅅㅅㅅㅅ 님은 기자 출신으로 아빠가 알기로 <세 여자>가 첫 번째 소설이었어. 그리고 소설은 이번에 출간한 <그리고 봄>이 두 번째일 거야. ‘아빠가 알기로는이라는 단서가 붙어서 찾아보니, 아주 오래 전에 소설을 한 편 쓰신 것이 있더구나. 그러니까 <세 여자>가 소설로는 두 번째, <그리고 봄>은 세 번째가 되겠구나. 아무튼 <세 여자>를 재미있게 봐서 신간 <그리고 봄>도 읽었단다.

<그리고 봄> <세 여자> 같은 역사 소설은 아니고 현재를 그린 사회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한 가족의 모습을 그리면서, 우리 사회의 여러 이슈들을 담았더구나. 지금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읽기 깔맞춤인 그런 소설인 것 같았어. 소설은 2022년 봄부터 2023년 봄까지 1년 남짓의 시간을 다루고 있단다. 아빠를 비롯한 일부 사람들에게는 악몽 같은 시간이었지. 새로운 대통령이 뽑혔고, 그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거처를 옮겼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렸단다. 그에 좌절한 사람들이 이 소설에서 나오는 50대 후반의 부부란다. 그들도 민주당 대통령 경선이 있기 전까지는 지지하는 사람이 달랐는데, 경선이 끝난 이후로 1번 후보로 지지를 통일했단다. 그들에게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으니 말이야. 2번을 찍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고, 3번은 뜻은 있으나 현실적이지 않았으니 말이야. 그런데 그들의 딸은 곧 죽어도 3번을 찍었고, 아들은 소위 말하는 2찍남이었어. 이렇게 가족구성원들의 정치적 성향이 전혀 다르면 어떨까?


1.

20대 자녀를 둔 아빠 영한과 엄마 정희. 큰 딸 하민은 3번 후보자 지지자로, 아빠와 엄마의 설득에도 넘어가지 않아 1번 후보자가 0.7%로 지는데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영한과 정희는 생각했어. 아들 동민은 2찍남으로, 아빠 영한의 속을 긁었는데, 영한은 자신의 아들이 2찍남이라는 것에 이해를 할 수 없어 몇 번이나 말다툼을 하고 그로 인해 동민이 집을 나가는 사태까지 벌어졌단다. 그래서 집은 영한과 정희와 딸 하민이 지냈어. 식구끼리 만든 단체 카톡방에서도 동민을 나갔단다. 집을 나간 동민은 친구와 함께 인디 밴드를 했단다. 인디 밴드도 잘만 뜨면 엄청 인기 있고 돈도 많이 버니까, 음악을 좋아서는 첫 번째 이유지만 인기와 돈도 음악을 하는 이유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었지.

대선이 끝나고 첫 가족 식사 모임을 했어. 하민이 쏜다고 했어. 동민도 참석했지만 여전히 영한과는 냉전 중이었지. 그런데 그 식사 시간에 전혀 예상치 못한 폭탄 선언을 한 하민외국인 여자와 진진하게 사귀고 결혼하겠다고 커밍아웃을 한 거야. 요즘 동성 커플의 공개 선언이 색다른 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 하민의 커밍 아웃은 엄마 정희에게 큰 충격이었단다. 오히려 영한은 사랑의 한 종류로 받아들이려고 했어. 정희는 딸 하민이 결혼이 아닌 친구와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정희는 하민의 커밍아웃 이후 겉으로 반대는 하지 못하고(딸의 뜻을 거슬리는 엄마가 되긴 싫고) 혼자 속으로 낑낑 앓아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단다.

하민은 커밍아웃을 하고 본격적으로 결혼준비를 했단다. 하민은 애인 엘리샤를 식구들에게 정식 소개도 했어. 결혼식은 지인들끼리 작게 하려고 한다며, 엄마 아빠한테도 일단 초대장은 보내는데 안 오셔도 된다고 했어. 그런데 문제는 하민의 애인 엘리샤의 부모님이었단다. 엘리샤는 튀르키예 사람인데, 부모님이 하민과 결혼을 완강하게 반대한다고 하셨어. 하민은 결국 둘이 친구로 지내기로 했다고 식구들에게 이야기 했단다. 정희는 안도의 한숨으로 몰래 내쉬었단다.


2.

계절마다 한 사람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봄은 엄마의 정희의 관점이고, 여름은 딸 하민의 관점이었단다. 엘리사의 부모님의 명령으로 이스탄불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어. 하민은 엘리사와 이별을 준비했단다. 그러면서 서울에서 열리는 퀴어축제에도 같이 참가했어. 그런데 그들은 이별을 준비하면서 둘은 죽어도 헤어질 수 없다는 것만 다시 확인하게 되었단다. 하민은 이것 저것 알아보더니 엘리사와 독일로 가기로 결정했어. 독일은 동성애에 관대하여 색다른 시선으로 사람도 적고, 결혼절차도 쉽고, 동성 부부가 입양하는 것도 쉽다고 했어.

일단 회사 휴직을 2년을 하고 독일에서 지내보기로 했어. 이런 계획을 하민은 엄마에게 이야기를 했단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엄마 정희는 전보다 더 큰 근심에 빠졌단다. 갑자기 폭삭 늙으신 것 같기도 했어. 하지만 이건 하민 자신의 인생이라서 결정을 바꿀 생각은 없었단다. 갑자기 늙어 보이는 엄마와 아빠를 걱정하는 것뿐.

이번에는 가을, 동민의 이야기란다. 동민은 수십 차례 취업 입사지원서를 넣었지만 모두 합격이었어. 얼마나 좌절감을 느꼈을까. 그래서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하기로 했어. 94라는 친구와 미호라는 친구와 인디 밴드를 만든 것이 2년 전이었어. 그러나 그들의 음악을 알리고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았단다. 미호는 얼마 전에 밴드를 그만두고 취업을 했어. 94와 동민 둘만 남았단다. 2년 동안 실패하면서 경제적으로 힘들어졌고, 집세 내는 것도 빠듯했단다. 누나 하민이 찾아와서 집에 들어가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을 했고, 동민은 돈도 없고 음악 하는 것도 좀 지쳐 있던 상황이라서 누나의 제안에 곧바로 동의했단다. 사실 동민 자신도 집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자존심 때문에 선뜻 먼저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누나가 옆구리를 찔러주었던 거지.

동민은 악기들도 모두 처분해 버렸어. 집에 들어왔지만 아빠와는 여전히 서먹한 사이동민은 다시 취업을 한다고 여기저기 면접을 보러 다녔지만 결과는 안 좋았단다. 그러다가 미호의 소식을 들었어. 그날 이태원에 갔다가 그만 죽었다고 말이야. 동민은 큰 충격을 받았어. 아빠도 재작년에 그 뉴스를 듣고 비록 아는 사람들이 희생당한 것은 아니지만, 무척 충격이 컸던 기억이 있구나. 동민에게 미호가 단지 같은 인디 밴드 멤버만은 아니었어. 동민과 미호는 한때 사랑하던 사이였거든. 그런 미호의 죽음은 동민에게 큰 충격이었고 이겨낼 수 없는 슬픔이었단다.


3.

겨울이 왔어. 아빠 영한의 관점이지. 식구 구성원들 중에 아빠를 겨울로 삼았다는 것은 좀 의미심장한 것 같구나. 네 식구 중에 겨울을 누구와 매핑을 시켜야 할까? 하는 생각에 지은이는 전혀 고민하지 않고 아빠와 매핑시키지 않았을까 싶구나. 아빠의 계절 겨울. 어울리는 것 같다. 영한은 1980년대 치열하게 학생운동을 했었어. 1 4개월 동안 감옥에도 다녀왔어. 1 4개월이냐. 1 4개월보다 더 감옥에 가면 군대 면제가 되기 때문에 나라는 그 꼴을 볼 수 없어서 군대를 갈 수 있는 가장 긴 1 4개월을 감방에 넣은 거야.

감옥과 군대를 모두 다녀오고 뒤늦게 공부를 해서 사회학 박사가 되었지. 지방대 사회학과 교수로 일했어.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사회학과가 인기가 없어지면서 사회학과가 폐지되었어. 어쩌다 사회학과가 폐지되는 세상이 되었나, 한탄도 했지. 그래도 학교에서 버텼어. 20년을 채워서 사학 연금을 받으려고 말이야. 20년을 채우고 영한은 은퇴를 했단다. 은퇴한 영한은 친구들과 가끔 산에도 가고 그랬어. 등산은 은퇴한 남자들의 대표적인 일상인 것 같구나. 나이를 먹다 보니 건강을 잃은 친구의 소식도 가끔, 이른 나이에 친구의 부음도 듣곤 했어. 그런 나이였어.

영한도 어느날 갑자기 현관문 도어락 비밀 번호가 기억나지 않아 당황했어. 아빠도 얼마 안 있으면 소설 속 영한의 나이가 되는데, 어느날 갑자기 현관문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으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 봤단다. 약간은 우울한 것 같은데그런 일을 대비해서 꼭 핸드폰을 갖고 다녀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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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어느 날 이른 오후 집에 왔는데 영한은 현관문 잠금장치의 비번이 기억나지 않았다. 불편한 기억과 부정적인 감정들을 무의식의 아래 칸으로 쓸어냈더니 무차별 망각의 쓰나미에 몇 안 되는 실용적인 정보도 딸려 내려가 버린 모양이었다. 집엔 아무도 없었다. 영한은 현관문 앞에 한참을 서 있다가 아파트 뒷산을 넘어 보라매공원에 가서 아내가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해가 와우산숲 위로 넘어가고 오리들도 사라져 텅 빈 연못에 어둠이 내릴 때 영한은 내 인생도 헛되고 헛된 공부들 끝에 이렇게 막이 내리고 있구나, 하는 비감에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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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한은 사회학과 교수다 보니 관련 책들도 참 많이 샀단다. 그 책을 사면서 아이들도 같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졌지만, 그간 영한 만의 헛된 꿈이었지. 영한은 예전에도 책을 썼는데, 다시 한번 책을 쓰기로 마음 먹었단다. 그래서 동네 도서관에 갔어. 그런데 그곳에서 우연히 아들 동민을 보았단다. 모른 척 하려고 했는데, 동민이 먼저 와서 아는 척을 했어. 둘은 오랫동안 서먹서먹한 사이였는데, 그날따라 동민은 아버지에게 먼저 아는 척을 했어. 그리고 저녁도 같이 먹게 되었고, 술자리가 이어졌단다. 드디어 아버지와 아들의 화해의 시간인가. 영한은 그런 동민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오늘만큼은 대화 매너의 3금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단다. 그 대화 매너의 3금은 아빠도 꼭 명심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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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동민이 먼저 와서 말을 걸다니, 영한은 이 무슨 사건인가 싶다. 동민한테는 그동안 찜찜했는데 잘됐다. 집을 나간 2년 반은 동민이 대화를 거부했고 집에 돌아온 지 두 달이 넘었지만 대화는 번번히 핀트가 어긋났다. 노트북을 접고 자리를 정리하면서 영한은 부자간의 대화를 위한 마음의 준비를 했다. 책 안 읽는다고 타박하면 안 돼. 지적질 금지! 가르치려는 습관을 버려야 돼. 강의 금지! 너무 다 알려고 하지 마. 곤란한 질문도 금지! 영한은 대화 매너의 3금을 정해놓고 스스로에게 거듭 다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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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는 괜찮았어. 조심스레 정치 이야기도 하고동민이 왜 2찍남이 되었는지도 들었고,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해 보려고 했어. 술이 잔뜩 취하게 되자, 동민은 미호의 죽음의 이야기했어. 친한 친구인데 이태원에서 죽었다고동민은 그 일로 무척 힘들었는데 어디서 위로도 못 받고 있었던 것 같아. 술자리에서 이렇게 아버지에게 이야기하고 위로 받고 싶었던 것 같아.

그 술자리 이후 네 식구는 다시 관계가 좋아졌단다. 동민이 다시 가족 카톡방에도 들어왔어. 얼마 후 동민은 선배가 차린 수제 맥주 회사에 취업했다고 했어. 영한과 정희는 그 취업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동민이 그 일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것을 보고 안심했단다.

다시 봄이 되었어. 하민은 베를린에 간지 6개월이 되었고, 그곳에서 적응을 잘 한다고 했어. 레즈비언 커뮤니티에 가입하여 활동도 열심히 한다고 했어. 대학원에 들어가려고 준비도 한다고 했단다. 동민은 회사가 있는 이천에서 주로 생활했단다. 그렇게 네 식구는 각자의 자리에서 활기를 찾으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 세대 간의 갈등, 성별 간의 갈등, 그리고 그런 것들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해결되어 가는 모습이 잔잔하면서 재미있게 그려진 소설이었어. 아빠는 아무래도 네 명의 구성원 중에 영한에게 공감이 많이 가더구나. 소설 속 영한은 아빠보다 나이가 많지만, 네 식구에서 아빠 역할을 하고 있으니 아빠와 비슷하잖아. 그리고 아빠도 요즘 들어 나이를 먹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데, 그런 점들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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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324)

늙는 건 정말 종합적으로 어려워. 은퇴라는 것도 쉽지가 않지. 예전엔 그냥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 한가운데였는데. 일이 돌아가고 같이 움직이고 그랬는데. 이젠 자기가 자기를 추스르지 않으면 하루하루가 안 굴러가. 몸은 여기저기 빵꾸 나기 시작하지. 요새 친구들 만나면 어디 아픈 얘길 많이 하는데 무릎 하나 가지고 30분씩 떠들 때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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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아직도 3년도 더 남았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어렵게 성사된 4인 가족의 점심 식사였다.

책의 끝 문장: 지금도 남편은 박스에서 책을 꺼냈다 넣었다를 계속하고 있다.


어쨌거나 지금은 너무 늦어버렸어. 미호는 너무 아름다웠어. 동민은 노래의 마지막 소절을 바꿔 불러본다. 미호는 평범한 얼굴이지만 스무 살엔 누구나 아름답다. 우리도 스무 살에 만났지. 스무 살에 저 노래를 부르며 데뷔한 서태지가 지금 오십이 됐다는 건 이상하다. 우리도 결국은 오십이 될까. 그럴 리 없어. 우리가 어떻게 오십이 될 수 있겠어. 하지만 내후년이면 서른인데 그다음에 마흔이 되고 나면 또 자동으로 오십이 되고 마는 거지. - P193

마르크스, 당신은 우리 인류에게 구원의 이름이자 저주의 이름이다. 아마 영원히 그럴 것이다. 당신은 20세기 인류를 반으로 갈라서 싸우게 만들었다. 절대권력과 독재정치가 당신의 이름을 빌리기도 했다. 하지만 당신은 식민침략과 제국주의로 질주하던 자본주의의 악마성에 제동을 걸었다. 식민침략을 당했던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당신은 복음이었다. 당신의 이론과 레닌의 혁명은 역설적이게도 당신들을 추종한 공산주의 세계를 행복하게 만드는 대신 반대편의 자본주의 세계를 더 인간답게 만들었다. 이제 편히 잠드시라. 당신이 남긴 것을 구원의 도구로 쓰거나 파멸의 정치로 쓰거나는 후대 사람들의 선택이다. - P220

여기서 진보가 정치에 희망을 잃고 정치 혐오와 정치 무관심의 안드로메다로 떠나버리면 그것이 지금 일본이다. 총선 투표율이 50% 정도, 어차피 정치는 자민당이 알아서 하든 말든, 국민 절반이 누가 국회의원이 되는지 관심 없다. 전후 70여 년의 자민당체제에서 민주당이나 사회당이 집권한 건 단 두 차례, 6년이었다. 뭔가 바뀌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에 투표율도 높았지만 매번 실패했다. 자민당의 수족이 돼 있는 행정부에서 민주당은 거의 외계인 내각이었다. 민주화운동에서의 역할, 시민운동의 경험이 한국의 진보가 일본의 진보보다 나은 점이다. 그 다음은 집권 경험이 쌓여야 진보도 실력이 쌓인다. - P268

우리의 다음 스텝은 무엇이 될 것인가. 결국 믿을 것은 민주주의이고 의회정치인데 이상적인 의회제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민주화의 한 세대를 지나 차세대로 넘어가는 한국사회가 어떻게 저 우아한 시스템에 올라탈 것인가. 독일은 나치를 딛고 훌쩍 건너뛰었는데, 한국에서 민주주의의 바닥을 치는 이 시기가 변화의 지렛대가 될까. 성숙한 민주주의의 다음 단계로 건너뛰는 것, 사회적 진화의 시간을 단축하는 데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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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역사를 보면 볼수록 경제의 중요성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당나라와 이슬람 군대가 벌인 전쟁도 탐험가들이 새 항로를 개척하러 나선 것도, 두 차례 발발한 세계대전도 모두 경제적 이유로 설명이 더 잘 된다고 느꼈습니다. 결국 저는 다시 경제학을 돌아보게 되었고, 경제사라는 분야에서 안식을 찾았습니다.


(23)

우리는 모두 돈을 욕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라는 약속된 매개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욕망하고 있다는 사실이죠. 안전하고 아늑한 삶을 보장해주는 집이나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따뜻한 음식이 될 수도 있고요. 즐거운 공연이나 게임 속 아이템, 병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 서비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의 행복과 안녕을 바라는 마음 역시 그런 욕망의 일종이지요.


(48)

경제학은 본래 정신적이고 추상적인 문제를 다루기보다 현실적이고 물질적인 이득, 또는 만족에 관심을 두는 학문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만족이나 이익을 경제학 용어로 효용이라고 하는데요. 한정된 자원과 조건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큰 효용을 가져다줄 수 있는 선택이 무엇인지 따지는 게 경제학의 특징입니다. 그러니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하도록 효용을 수치화할 수밖에 없는 거죠.


(55)

경제학에서 한계란 한 단위가 추가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오래 굶주렸다가 허겁지겁 밥을 먹는 경우 밥을 한 술 뜰 때마다 만족감, 즉 효용이 증가하겠죠? 이렇게 한 단위가 추가될 때 늘어나는 효용을 한계효용이라고 부릅니다. 밥을 막 먹기 시작했을 때는 배가 많이 고프니까 밥 한 숟가락으로도 상당한 효용을 얻습니다. 한계효용이 큰 거죠. 그렇지만 밥을 먹으면 먹을수록 한 숟가락이 주는 효용은 줄어들어요. 한계효용이 점점 작아집니다. 이렇듯 더 많이 소비할수록 추가되는 만족의 크기는 줄어드는 현상을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라고 불러요.


(78)

정부라고 해서 돈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리스나 아르헨티나 같은 국가가 모라토리움 혹은 디폴트 사태에 직면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나요? 모라토리움(moratorium)은 쉽게 말해 빚을 갚을 의지는 있으나 능력이 없으니 상환 날짜를 늦춰달라고 요청하는 일이에요. 지불 유예를 신청하는 거죠. 반대로 디폴트(default)는 채무 불이행, 즉 빚을 못 갚는다고 파산 선언하는 겁니다. 정부가 나라 살림을 위해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놓고 그 빚을 제때 갚지 못할 때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태예요.


(118)

주식은 한자어로 그루 주()와 법 식()자를 씁니다. 무슨 조합인지 바로 이해가 되질 않죠? 그게 당연합니다. 이 표현은 주식을 뜻하는 영어 단어 스톡(stock)’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거든요. ‘stock’에는 여러 의미가 있는데, 그중에는 그루터기와 저장품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그루터기가 뭔지 다들 아시죠? 나무나 곡식을 베고 남은 밑동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루터기에서 자라난 가지를 베어다가 겨울을 보낼 땔감으로 저장했기 때문에 저장품이라는 의미까지 생겼고요. 거기서 확장해 주식이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236)

다가올 앞날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에 결국 우리는 지나온 과거에서 현재를 살아갈 지혜를 구하게 되죠. 경제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골치 아픈 분야가 아니라 원시시대부터 지금까지 쭉 존재해온 인간 삶의 총체니까요. 그래서 저는 경제와 역사를 아는 것이 곧 인간을 아는 것이자 세상의 원리를 아는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238-239)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동화책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 비유적인 내용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인 골디락스가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오두막을 발견합니다. 아빠 곰, 엄마 곰, 아기 곰이 외출하고 빈집 식탁에 세 그릇의 수프가 놓여있었습니다. 하나는 뜨거운 수프였고, 또 하나는 식어서 차가운 수프였고, 나머지 하나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수프였어요. 골디락스의 선택은 당연히 미지근한 수프였습니다.

데이비드 슈먼이라는 경제학자가 이 동화에 착안해 골디락스 경제라는 표현을 사용했어요. 경제가 지나치게 뜨겁거나 차갑지 않고 중간쯤에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완만한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이고 지속되는 상태라고 볼 수 있겠죠.


(254)

파생상품이란 예금, 주식, 채권 같은 기초자산에서 파생된 금융상품을 말하는데요, 부동산 저당권을 채권처럼 만들어 내다 팔고, 또 그 채권들을 잘 섞고 포장해서 평균 위험도를 낮은 새로운 투자상품으로 내다 파는 식입니다.


(287)

흑사병은 인류사에 두고두고 남을 지독한 재난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살아남은 농도들은 사회적 지위와 실질 임금이 높아지는 혜택을 입었어요. 또 많은 경작지가 버려지면서 영주의 통제력이 약해진 덕분에 농노는 이동의 자유를 누리게 됐습니다. 이전까지는 거주지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어 영지에 묶여있던 농노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수 있게 됐죠.

한편 지배 계층 사이에서는 보다 강력한 귀족 가문이 생겨났어요. 상당수의 영주가 권력을 잃고 몇몇 집안에 통폐합된 결과였죠. 말하자면 영주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일어난 겁니다. 이렇게 탄생한 귀족 가문은 이후 유럽에서 절대왕정이 등장하는 데 발판이 되기도 합니다.


(289)

흑사병이 퍼질수록 기존 사회의 지배층이었던 영주와 교회의 권위는 가파르게 추락했습니다. 앞에서 사람들이 이주가 전보다 자유로워졌고, 또 실질임금도 늘어났다고 했잖아요. 흑사병에 걸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들은 점차 종교적이고 금욕적인 가치관에서 벗어나 오늘을 즐기자!’는 식의 소비와 세속적 가치를 지향하게 됩니다. 이후 유럽은 종교가 지배했던 중세에서 인간 중심의 문화 부흥기인 르네상스 시대로 진입합니다. 타락하고 무능한 교회에 반발해 일어난 종교개혁, 종교적 세계관을 거부하고 합리적 추론과 실험을 중시한 과학혁명도 비슷한 맥락에서 일어난 사건이었죠.


(294)

경제학의 대가는 귀한 능력들을 겸비해야 합니다.

그는 어느 정도 수학자이자, 역사가이자, 정치가이자, 철학자이어야 합니다.

- 존 메이너드 케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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