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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이해
이혁진 지음 / 민음사 / 2019년 4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지난 번에 너희들과 함께 했던
여행 동안 읽으려고 책 서너 권을 챙겼단다. 여행 중에는 재미있는 책을 가지고 가야 그나마 읽는다는
생각에 재미 있을 것 같은 책들로 챙겼단다. 그 중에 하나가 이혁진 님의 <사랑의 이해>라는 책이란다. <누운 배>와 <관리자들>이라는 책으로 팬이 된 이혁진 님의 또 다른 책이란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사랑의 이해>는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더구나. 앞서 읽은 책들이 아빠의 취향이어서 <사랑의 이해>는 지은이 이름만 보고 샀단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랑에
관한 책이더구나. 두 쌍의 젊은이들이 나오면서 얽히서 설킨 사랑 이야기. 아빠 같은 아재가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는 소재이긴 하지만, 아빠가
로맨스 소설도 좋아하는 편이니까 소재는 뭐 나쁘지 않았어. 다만 전체적인 재미가 이전에 읽은 이혁진
님의 소설들보다는 좀 부족했단다. 책이라는 것이 사람의 취향마다 다르니까, 이전의 책들보다 아빠의 취향에 맞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낫겠구나. 세대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약간은 공감하지 않는 그들의 사랑 이야기도 있고...
....
1.
자, 그러면 <사랑의 이해>를
간단히 이야기해줄게. 이야기는 은행에서 일어났단다. 주인공
하상수 계장은 계약직으로 텔러로 일하는 안수영을 좋아했어. 얼마 전에 하상수는 자신의 마음을 전하면서
첫 데이트를 했고, 두 번째 약속을 정했단다. 그런데 두
번째 약속이 있던 날, 갑자기 바쁜 일이 생기고 그날 따라 핸드폰은 고장이고… 그래서 약속 장소에 늦게 나갔는데, 이미 수영은 자리를 떠난 이후였단다. 뭐, 이해할 수도 있는 일이겠지만,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이후 수영은 상수에게 냉담하게 굴었단다. 상수는
미안하다고 몇 번씩 이야기를 했지만 용서를 받지 못했어. 그런 와중에 수영은 은행경비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종현과 썸을 타게 된단다. 수영은 상수와 몇 번의 어긋남이 있고, 종현의 대시로 인해 종현과 정식으로 사귀게 되었어. 젊을 때이니
이런 사랑도 해보고 저런 사랑도 해보고 그래야겠지. 하지만 상수의 이야기를 좀더 들어봐 주었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그런데 어느날 박미경이라는 사람이
은행으로 전배를 왔어. 미경은 상수의 대학 후배였고 상수를 대놓고 좋아했단다. 미경의 적극적인 대시에 몇 번 만난 상수. 미경도 여자 친구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 그러자, 미경의 배경도 보이기 시작했단다. 미경은 은행의 정직원이고, 부잣집 딸이었어… 상수가 미경과 사귀기로 결정한 데는 그런 배경이 없었다고는 말 못했을 거야.
그런데 사랑이라는 것이 뭐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지…
…
종현은 은행경비원으로 근무하면서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단다. 그런데 경찰 공무원 시험을 아쉬운 점수차로 떨어지고 말았어. 이에 수영은 자신 때문이라고 자책했단다. 종현은 그렇지 않다고 하면서도
은근히 수영을 멀리하려는 것 같았어. 시골에 계신 아버지가 막노동을 하다가 크게 다치셔서 경제활동을
못한다고 하셨어. 그래서 자신의 은행경비원으로 생계가 어려워, 지방의
호텔에서 일하기로 했다면서 시골로 내려간다고 했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수영과 일부러 멀어지려는 의도 같았단다. 그러나 종현도 수영을 사랑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인지 얼마 못 가 다시 은행 경비원으로 일했고, 둘은 돈도 아낄 겸 동거를 하기 시작했단다. 수영은 이번에는 종현이 경찰 공무원에 꼭 합격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열심히 했어.
…
한편 상수와 미경도 같이 살기
시작했단다. 미경은 상수를 사촌 오빠와 아버지에게 소개 시켜주는 등 적극적이었어. 상수는 미경의 아버지가 불편하면서도 잘 보여야겠다는 나름 예의를 차리면서 술자리도 함께 했는데, 미경의 아버지는 상수를 못마땅해하는 것 같았단다. 아무래도 사람
자체보다 배경이 더 크게 보이겠지. 상수도 그리 넉넉한 집안이 아니었거든.
….
1년이 또 지나고 종현은 또 경찰공무원 시험에 떨어졌단다. 수영과 종현의 사이는 급격히 안 좋아졌어. 사실 수영도 경찰공무원에
합격한 종현의 미래의 모습도 사귀게 된 이유 중에 하나였던 것 같거든… 남녀 간의 사랑, 특히 결혼을 전재로 하는 사랑에 사람 자체만을 사랑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것 같구나. 상수는 미경과 사귀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알 수 없는 벽을 보는
듯했어. 살아온 배경이 너무 달라서 오는 그 차이가 계속 불편했어. 결국
수영과 종현, 상수와 미경은 모두 헤어져서 다들 혼자가 되었단다.
이 시점에 수영이 다시 상수와
만나 잘 되는 것도 이상하고, 지은이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소설은 몇 년 뒤 상수와 수영이 우연히 만나
안부를 묻고 헤어지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단다. 아빠가 이 책도 읽은 오래 되어 잘못된 기억으로 쓴 부분도
있을지 모르니 양해 바란다.
2.
앞서 이야기했지만, 이혁진 님의 다른 소설들에 비해 아빠 취향이 아니었어. 그리고 또
하나 이질감을 느낀 것은 소설 속에 직원들 사이에 나눈 대화들이란다. 너무 서로 막말을 하는 듯했어. 성추행에 가까운 말들도 던지곤 하는데, 요즘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그렇지 않을 텐데 말이야. 그것이 좀 부자연스러웠단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있다고 했잖아. 소설을 아주 재미있게 읽지는 않아서 그 드라마도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유튜브 등에 한두 시간으로 간추린 영상이 있으면 1.5배속으로 봐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함 찾아봐야겠다.
…
이번 여행에서 배운 것 하나. 여행 중에 책 욕심은 부리면 안되겠더구나. 우리 집에서 자주 타는
교통편에서 책 읽는 것은 집중이 잘 되는 편인데, 낯선 곳에서 언제 또 올지 모르는 곳을 달리는 기차
안에서 책에 눈을 두기가 쉽지 않더구나. 바깥 경치가 더 좋은 책이었어. 가지고 간 책이 4권인데, 2권을
겨우 읽었구나. ㅎ
나머지 한 권도 곧 이야기해줄게.
PS,
책의 첫 문장: 부지점장은 파란색 플러스 펜으로 상수의 셔츠 주머니
아래를 찔렀다.
책의 끝 문장: 가는 빗방울이 우산 위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