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2 - 요괴들과의 대격돌
오승은 지음, 임홍빈 옮김, 김종민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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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서유기 2권의 이야기를 해줄게. 서유기 1권에서 삼장법사,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서역으로 삼장 경전을 가지러 길을 떠났잖아. 그 이야기가 2권에서도 이어진단다. 2권의 이야기는 사실 아주 간단해. 서역으로 가면서 가는 길마다 여러 종류들의 요괴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요괴들을 만나서 사건이 일어나고, 손오공의 꾀로, 때론 힘으로, 때론 저팔계와 사오정의 도움으로 요괴를 무찌른다는 이야기가 전부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빠는 옛날 사람들의 시선으로 읽어보았어. 수백 년 전 사람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촛불을 켜놓고 서유기를 읽을 때의 기분은 어땠을까 생각해보았어. 오늘날이야 전기가 있어서 어디서든 밝은 조명에서 읽지만, 그 옛날에는 촛불에 손오공과 요괴들의 싸움을 읽는 장면을 상상해봤어. 그들은 이 세상에 없지만, 아빠와 같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기분이 묘해지는구나., 그리고 이런 것이 고전 소설의 묘미라는 생각도 들더구나. 그리고 먼 미래 또 다른 독자들이 서유기를 읽을 때 그런 생각을 하겠지? 잠시 잡생각을 했는데, 본격적으로 서유기 2권에 나온 요괴들과 만나 싸운 에피소드들을 몇 편 이야기해줄게. 문장 하나하나에 들어있는 해악과 위트가 소소한 재미를 주는데, 그런 것 없이 무미건조한 줄거리만 이야기해주어 지루할 수도 있을 거야. 이해하렴.

 

1.

삼장법사 일행은 금각대왕과 은각대왕이라는 요괴를 만났단다. 그들은 당나라 스님 삼장법사를 잡아먹으려고 했어 왜냐하면 요괴들 사이에서는 삼장법사를 잡아먹으면 불로장생한다는 소문이 있었거든. 하지만, 삼장법사와 함께 하는 손오공이 위험한 인물이라는 소문도 들어서 조심했어. 태산압정이라는 술법을 써서 손오공을 꼼짝하지 못하게 하고, 저팔계와 삼장법사를 생포했어. 태산압정에서 간신히 벗어난 손오공은 금각대왕과 은각대왕의 엄마 요괴 노마를 찾아가 죽이고, 자신이 노마로 변신을 했어. 1권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손오공은 변신술의 기술을 가지고 있었잖아. 아참, 죽인 요괴 노마는 알고 보니 구미호였단다. 노마로 변신한 손오공은 금각대왕을 찾아가 방심한 금각대왕과 은각대왕을 처치하고 삼장법사를 구하였단다.

…

그들을 다시 길을 떠나 보림사에서 하루를 묵었는데, 삼장법사 앞에 오계국이라는 나라의 임금의 원혼이 나타나서 하소연을 했어. 3년 전 어떤 도사가 자신을 죽이고 우물에 빠뜨려 죽이고, 도사는 자신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왕노릇을 하고 있다고 했어. 그 원혼은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보물을 하나 전해주었어. 삼장법사가 이 이야기를 손오공에게 해주었고, 손오공은 몰래 태자를 만나서 임금이 준 보물을 보여주면서 임금의 이야기를 전했어. 그리고 태자에게 도움을 청했어. 손오공이 물을 싫어해서, 저팔계에게 우물 안에 먹을 것이 많다고 속여서 우물 속에 들어가 보라고 했어. 우물은 바다와 연결되어 있었고, 용궁에 갈 수 있었고, 용왕을 만날 수 있었어. 용궁에는 오계국의 임금의 시신이 그대로 있었어. 손오공이 시켜서 저팔계가 임금의 시신을 건져냈고, 손오공이 하늘나라에 가서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환약 1개를 협박해서 얻어왔단다. 그리고 임금에게 먹였더니 살아났어. 가짜 임금을 죽이고 오계국 임금이 다시 임금의 자리에 올랐어.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오계국 임금도 문수보살에게 버릇없이 굴어서 3년 동안 벌을 주었던 것이라고 하는구나.

….

또 가는 길에 불덩어리 요괴인 홍해아를 만났는데, 아이로 변장해서 삼장법사를 생포하게 되었어. 다른 요괴들과 마찬가지로 불로장생을 위해 삼장법사를 잡아먹으려고 했던 거지. 손오공이 그와 대결을 벌였지만 역부족이었어. 계속 졌단다. 다행히 관세음보살의 도움으로 위기를 탈출하게 되었어.

…

어떤 나라에서는 승려들이 박해를 받으면서 도사들의 집을 짓고 있었어. 이야기를 들어보니 20년 전 나라에 가뭄이 들었는데, 호력대선, 녹력대선, 양력대선이라는 도사들의 주문으로 비가 내리게 되어 이후 임금은 스님들은 쓸모 없다면서 박해를 했다는 거야. 스님들을 구하기 위해 손오공은 그들을 찾아가 대결을 했어. 날씨를 변화시키는 내기를 했어. 손오공은 하늘나라에 가서 각종 날씨를 관장하는 신들을 협박해서 호력대선, 녹력대선, 양력대선의 주문이 하나도 먹지 않게 하고 손오공이 주문을 할 때 날씨 변화가 일어나게 했어. 호력대선, 녹력대선, 양력대선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목베기, 배찌르기, 기름 솥 들어가기 내기를 했는데, 손오공의 꾀로 모두 이겨 도사들은 그만 죽고 말았는데, 죽고 나서 그들의 본모습을 보였으니, 호력대선은 호랑이, 녹력대선은 사슴, 양력대선은 영양이었단다.

…

또 어떤 나라에 갔더니 동남동녀를 영감대왕이라는 요괴에게 제물로 바친다고 했어. 이걸 또 그냥 보고 넘어갈 손오공이 아니지. 서유기의 또 하나의 특징… 손오공이 원한이 맺힌 원혼이나 사람들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주곤 했어. 민원 처리를 아주 깔끔하게 해준 거지. 이번 민원은 동남동녀를 잡아먹는 영감대왕을 처치하는 일이었어. 손오공과 저팔계가 어린 남자 아이와 어린 여자 아이로 변신을 해서, 대신 제물이 되었어. 그리고 영감대왕 앞에서 본모습을 변신하여 영감대왕을 혼내주고 돌아왔단다. 영감대왕은 복수를 하겠다면서 그 나라에 있는 통천하라고 하는 큰 강을 꽁꽁 얼려버렸어. 삼장법사와 일행은 그것도 모르고 길을 건너다가 영감대왕이 얼음을 깨뜨려서 삼장법사만 납치했어. 물에 약한 손오공은 저팔계와 사오정을 시켜서 영감대왕을 뭍을 유인하려고 했지만, 영감대왕은 속지 않았어. 손오공은 관세음보살에게 SOS를 쳤지. 관세음보살의 도움으로 영감대왕이라는 요괴를 해치웠는데, 그 요괴는 금붕어가 변한 요괴였단다.

….

또 다른 나라에서는 삼장법사와 저팔계가 강물을 잘못 먹어 임신을 하게 되었어. 그 강의 이름은 자모하라는 강으로 그 물을 먹으면 남자건 여자건 임신을 하게 되었어. 사오정과 손오공이 낙태천의 물을 가지고 와서 치료할 수 있었단다.

…

그들은 어느날 여자들만 사는 나라를 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삼장법사가 붙잡혔고, 강제 결혼을 할 위기에 빠졌어. 손오공이 다시 삼장법사를 구출해 왔는데, 이번에는 여괴라는 요괴가 삼장법사를 납치해갔어. 손오공이 그 요괴를 죽였는데, 죽이고 보니 그 요괴는 닭이었단다. 이렇듯 요괴들의 대부분은 동물들이 변신한 괴물들이었던 거야. 그들의 이런 요괴들과 모험은 계속되었어.

…

그들이 가는 길에 도적떼와 만났고, 손오공은 그 도적떼를 싸움 끝에 죽였어. 삼장법사는 또 생명을 해쳤다면서, 손오공을 내쫓았어. 손오공은 억울함을 이야기하기 위해 관세음보살을 찾아갔어. 사오정은 손오공이 고향인 화과산에 갔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화과산을 갔어. 그런데 그곳에는 가짜 손오공, 가짜 저팔계, 가짜 사오정, 가짜 삼장법사가 있었어. 사오정은 도움을 청하기 위해 관세음보살을 찾아갔다가 진짜 손오공을 만났어. 손오공에게 가짜 손오공을 이야기하자, 관세음보살과 함께 갔지만, 관세음보살은 진짜를 가려내지 못했단다. 염라대왕과 하늘나라에 가서 도움을 청했지만, 그래도 찾지 못했어. 여래부처님에게 가서 도움을 청했고, 그제서야 가짜가 밝혀졌단다. 그 가짜 원숭이의 정체는 귀가 여섯개인 원숭이였다고 하는구나.

….

이렇듯 2권의 이야기는 줄곧 요괴들과 싸우고 결국 이긴다는 이야기야.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약간 지루함도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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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1 - 돌 원숭이 손오공
오승은 지음, 임홍빈 옮김, 김종민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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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그리고 삼장법사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 거야. 그들이 모험 이야기가 담긴 책이 바로 서유기란다. 그런데 그들은 서유기뿐만 아니라 각색된 또 다른 창작물에서 활약을 하고 있단다. 영화, 만화책, 책, 학습만화, 그리고 애니메이션.. 그 방면 또한 무척 다양하단다. 요즘 수현이가 푹 빠져 있는 마법천자문 또한 손오공이 주인공이잖아. 혹시나 하고 손오공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물어보니, 옆에 있던 시현이가 돌에서 태어났잖아요.. 하고 대답했잖아.

그렇게 유명한 손오공 이야기.. 그 원작인 서유기.. 그 책을 제대로 읽은 적은 없는 것 같더구나. 그래서 언젠가 좀 알아보니, 10권으로 번역 출간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래서 그 책을 언젠가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런데 가볍게 읽을 수 있게 3권으로 친절하게 편역한 책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10권을 번역하신 분이 3권으로 편역도 하셨더라구. 한참 전에 알라딘 중고 서점에 갔다가 3권짜리 책이 있어서 구매했단다. 읽어보니, 재미있더구나. 중간중간 에피소드들 중에 알고 있던 것도 있는데, 대부분 처음 보는 에피소드야. 서유기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 지은이 오승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은 3권짜리 줄거리를 다 이야기해주고 해줄게. 3권 마지막에 작품소개라 자세히 나와 있더라구. 그러니 그때 해 주고… 먼저 그냥 줄거리에 대해 이야기를 해줄게

 

1.

이야기는 아주 먼 옛날이야기로 시작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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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옛날 사람들은 이 세상이 네 개의 큰 대륙으로 나뉘고 그사이에 큰 바다가 가로막혀 있다고 하였는데, 그 대륙의 이름을 ‘동승신주(東勝身洲)’, ‘서우화주(西牛貨洲)’, ‘남섬부주(南贍部洲)’, ‘북구노주(北瞿盧洲)’라 불렀다.

이 책에 씌어진 이야기의 첫머리는 모두 동승신주 대륙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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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승신주에 오래국이라는 나라가 있었어. 그 오래국의 화과산이라는 돌산에서 원숭이가 한 마리 태어났는데 그 원숭이는 원숭이 무리들의 왕이 되었고, 스스로 미후왕이라고 불렀어. 미후왕은 고민이 하나 생겼어, 자신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고민이었어. 그리고 죽음을 관장하는 저승의 염라대왕의 통제를 받지 않는 것이 세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부처, 신선, 신령이 바로 그것이었어. 미후왕은 그 세가지를 찾으려고 길을 나섰고 남섬부주에 도착했단다. 거기서 미후왕은 8~9년을 지내면서 사람들의 말을 배웠어. 남섬부주에는 명예와 이익만 얻으려는 무리뿐이고 자신이 찾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 미후왕은 서우화주로 향했어. 그곳에서 신선으로 부르는 수보리 조사를 만났단다. 수보리가 미후왕에게 이름을 주어주었는데, 원숭이 ‘손(猻)’에서 왼쪽에 개 견(犬)을 떼어내고 손자 ‘손(孫)’, 깨달을 ‘오(悟)’, 텅빌 ‘공(空)’. 그래서 손오공이라는 이름이었어. 그곳에서 6~7년 동안 수보리 조사로부터 불로장정의 도리를 배우고 연마했어. 또 시간은 흘러 3년이 지났어. 그러면서 손오공은 72가지 변화술법을 터득해서 자신을 다른 모습으로 변할 수 있고, 다른 것을 변하게 할 수도 있었어. 이때 구름을 탈 수 있는 능력도 생겼지.

손오공은 다시 자신의 고향인 화과산으로 돌아갔어. 그가 없는 사이 혼세마왕이라는 요괴가 화과산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은 거야. 손오공은 그동안 갈고 닦은 기술로 혼세마왕을 무찌르고 다시 평화를 되찾았단다. 많은 원숭이 무리들이 자신들의 왕인 손오공을 환영했어. 손오공은 용왕을 찾아가서 여의봉을 받았고, 무예를 닦았어. 자신의 원숭이들에게도 군사 훈련을 시켰단다. (문득, 혹성탈출이 생각나는구나.^^) 손오공이 무술을 연마하고 변화술법을 터득했지만 여전히 그의 죽음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지 못했어. 손오공은 저승세계를 직접 찾아갔어. 그리고 염라대왕에게 횡포를 부리고 그가 가지고 있는 생사부를 빼앗아 자신과 원숭이들의 이름을 싹 지우는 등 난동을 부렸단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옥황상제는 뿔이 났어. 하지만 손오공에게 벌을 주면 더 큰 난동을 부릴 것을 예상하여 오히려 하찮은 하늘나라의 벼슬을 주기로 했어. 손오공은 하늘나라에 와서 말직 벼슬을 주었단다. 자신이 맡은 벼슬이 말단직이라는 것을 알고 손오공은 다시 화과산으로 돌아왔어.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을 “하늘을 다스리는 위대한 성인”이라는 뜻의 “제천대성”이라고 하고 제 맘으로 했단다. 다시 하늘나라에서 그를 제지하려고 내려왔지만, 손오공을 당해내지 못했어. 다시 옥황상제는 손오공을 다시 하늘나라로 데리고 와서 “제천대성”이라는 직함을 주었어. 직함만 “제천대성”이지 복숭아 과수원 관리직에 불과했단다. 복숭아는 원래 옥황상제의 잔칫상에 올라가는 고급 과일이었는데, 손오공이 복숭아를 훔쳐 먹고 잔칫상의 다른 음식들도 모두 훔쳐먹어 난리가 났어. 손오공은 혼날까 봐 몰래 다시 하늘나라를 떠나 화과산으로 돌아왔어. 못된 손오공을 혼내주기 위해 하늘나라에서 여러 장수들이 내려왔지만 번번히 지고 돌아가야 했어. 그러다가 옥황상제의 조카 이랑진군이 내려와 막상막하의 싸움 끝에 손오공을 사로잡아 하늘나라로 데리고 왔단다. 손오공에 온갖 형벌을 주었지만, 변신술로 요리저리 피하고 오히려 난동을 부렸어.

옥황상제는 석가여래에게 도움을 청했어. 그리고 여기서 유명한 부처님 손바닥 일화가 나온단다. 석가여래가 손오공에게 내기를 해서 자신의 손바닥을 벗어나면 이기는 것을 했고, 손오공을 한참을 날아가서 세상의 끝에 있는 기둥에 자신이 다녀왔다고 낙서를 하고 왔는데, 알고 보니 석가여래의 손가락이었다는 이야기… 결국 석가여래는 손오공을 오행산이라는 돌산에 가두었단다. 그곳에 갇혀서 손오공은 오백 년을 보내야 했어.

 

2.

손오공이 오행산에 갇힌 지 오백 년이 흘렀어. 석가여래는 관세음보살에게 시켜서 경전을 구해올 자격이 있는 스님을 찾으라고 동쪽으로 떠나라고 했어. 관세음 보살은 가는 길에 하늘나라 죄를 짓고 이승에서 유배중인 권렴대장을 만났어. 관세음보살은 그에게 스님의 경전 찾아가는 길을 도와주면 죄를 용서하겠다고 했고, 그에게 ‘사오정’이라는 법명을 주었어. 그리고 또 가는 길에 천하를 다스리다가 술에 취해서 월궁항아를 희롱한 죄로 이상에서 돼지의 탈을 쓰고 벌을 받고 있는 천봉원수를 만났어. 관세음보살은 그에게도 스님의 경전 찾아가는 길을 도와주라면서, 그에게 ‘저오능’이라는 법명을 주었단다. 저오능은 여덟 음식을 끊겠다고 해서 ‘저팔계’라고도 불렀어. 동쪽으로 가는 관세음보살은 이번에는 오행산에 갇혀 있는 손오공을 만났어. 손오공에게도 스님을 도와주면 죄를 용서하겠다고 했어.

…

그리고 장안성에 도착한 관세음보살은 현장법사를 만났단다. 현장법사는 당나라의 유명한 스님이야. 실제 역사 속의 현장법사 이야기는 서유기 3권까지 다 끝난 다음에 짧게 이야기해줄게. 아무튼 관세음보살은 현장법사에게 삼장 경전을 찾아다 달라고 부탁을 했고, 현장은 흔쾌히 하겠다고 하고, 당나라 황제였던 당태종도 기뻐했어. 현장법사는 삼장 경전을 찾으러 간다고 해서 삼장법사로도 불렀어. 그러니 앞으로는 삼장법사로 부를게. 삼장법사는 두 종자와 함께 길을 떠났지만 이내 요괴들을 만나 두 종자는 죽고 삼장법사 한 명만 남았어. 다시 호랑이를 만나 어려움에 빠졌지만, 사냥꾼 유백흠의 도움으로 살아날 수 있었어.

그리고 오행산에서 손오공을 만났고, 관세음보살에게 들은 이야기를 삼장법사에게 하고 손오공은 삼장법사와 함께 길을 떠났어. 도적을 만나게 되어 손오공은 그들을 죽였다가 삼장법사에게 호되게 혼나기도 했어. 이에 삐친 손오공은 그 길로 고향 화과산으로 돌아왔어. 용왕의 설득으로 다시 삼장법사에게 갔고, 삼장법사는 손오공에게 금테모자를 주었어. 고맙게 받았지만, 그 금테모자는 족쇄였어. ‘긴고우’라고 하는 경을 외우면 손오공 머리에 심한 통증을 주었어. 그런데 그 금테 모자는 머리에서 빠지지도 않았어. 손오공이 못된 짓을 할 때 긴고우 경을 외우면 손오공은 고통에 빠지는 거야.

…

삼장법사와 손오공이 가던 길에서 용이 나타나서 삼장법사가 타고 가던 백마를 먹었어. 알고 보니 그 용은 죄를 지었는데 관세음보살이 용서를 해주었고, 그 대신 말로 변해서 삼장법사와 함께하라고 미리 이야기 놓은 용이었어. 용은 백마로 변신해 삼장법사를 태우고 다시 서쪽으로 길을 떠났단다.

…

티베트 서부 우쓰장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고씨집 막내딸을 겁간한 요괴가 있었어. 손오공이 그 요괴를 혼내주려고 했더니, 알고 보니 그가 저팔계였어. 저팔계는 삼장법사를 알아보고 잘못을 뉘우치고 동행하기로 했어. 그리고 손오공을 사형으로 모셨단다. 손오공을 사형으로 모시긴 했지만, 저팔계는 손오공 하는 일에 늘 불만이 많았어. 그 일로 티격태격도 많이 하고 말이야.

…

그들이 유사하라는 큰 강을 만나 건너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곳에 사는 요괴와 싸움이 붙었는데, 알고 보니 사오정이었어. 사오정도 삼장법사를 알아보고, 오공과 팔계를 사형으로 모시고 같이 길을 떠났단다.

…

 

3.

이제부터 이야기는 서쪽으로 경전을 찾으러 떠나는 길의 모험과 만나는 요괴들을 무찌른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단다. 각각의 에피소드를 간단하게 해볼게. 먼저 만수산 오장관에 살고 있는 진원대선이 있었어. 오장관에는 인삼과라고 하는 과일나무가 있었어. 1만년에 한번씩 30개의 과일이 열리는 데 사람 모양이어서 인삼과라고 했어. 그걸 먹으면 장수한다고 했어. 진원대선이 자리를 비우면서 동자들에게 지시하시길, 삼장법사가 오면 인삼과 2개를 드리라고 했어. 삼장법사가 도착하자 인삼과 2개를 주었는데, 사람인줄 알고 삼장법사는 안먹었어. 그러자 몰래 동자들이 먹고, 인삼과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 그 이야기를 우연히 엿듣게 된 저팔계는 손오공에 이야기를 하고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은 몰래 인삼과 하나씩 따먹었어. 동자에게 들켜 난리를 나자 홧김에 손오공은 인삼과 나무를 뿌리 채 뽑아버렸어. 진원대선이 와서 그들을 모두 가둬두었어. 나중에 관세음보살이 와서 도와주어 인삼과가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단다. 진원대선과 손오공은 서로 화해를 하고 의형제를 맺었어.

…

산에서 요괴가 사람으로 변신하여 수작을 부리고 있었어. 손오공은 그가 요괴임을 바로 알고 죽였으나, 현장법사는 손오공이 사람을 또 죽였다면서 그를 쫓아냈어. 그리고 손오공을 화를 내고 화과산으로 왔어. 손오공이 없던 화과산은 폐허가 되어 있어서 다시 정비를 했어. 그리고 다시 왕으로 지냈지. 한편, 삼장법사, 저팔계, 사오정은 흑송림에서 황포노괴에게 잡히게 된단다. 다행히 황포노괴에게 붙잡혀 있던 보상국 공주의 도움으로 탈출했어. 보상국 공주는 보상국 왕의 셋째 공주로 13년 전 황포노괴에게 붙잡혀와 강제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 살고 있었어. 보상국 공주는 삼장법사를 몰래 도망시키면서, 보상국 임금에게 이야기해달라고 했어.

삼장법사는 보상국에 가서 공주의 이야기를 전해주었어. 보상국 왕은 셋째 공주를 구해달라고 했어. 저팔계와 사오정이 다시 황포노괴를 찾아갔지만 그에게는 역부족. 저팔계는 다시 도망을 가고 사오정은 잡히고 말았어. 황포노괴는 변장술을 써서 보상국으로 가서 삼장법사를 호랑이로 변신시켜 가뒀어. 도저히 황포노괴를 이길 수 없었어. 저팔계는 손오공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어. 손오공은 황포노괴가 하늘나라의 구목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하늘나라에 가서 옥황상제의 도움을 청했고, 황포노괴는 하늘나라에 잡혀왔단다. 이에 보상국 공주는 자기의 나라로 돌아올 수 있었고, 삼장법사는 손오공의 도움으로 제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 손오공과 삼장법사는 화해를 하고 다시 서쪽으로 길을 떠났단다.

여기까지가 1권의 이야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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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치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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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7-09-17 08: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삼위일체가 바로 이거였군요! ^^

bookholic 2017-09-19 00:48   좋아요 1 | URL
책보기에는 ‘치‘는 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냥 ‘책맥‘이 집중이 잘 되어요!!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 저수지를 찾아라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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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아빠도 주진우를 알게 된 것은 수 년 전에 즐겨 들었던 “나는 꼼수다”라는 팟캐스트를 통해서란다.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요즘도 팟캐스트의 전설로 부르고 있는 “나는 꼼수다”. 요즘도 많은 사람들이 다시 한번 “나는 꼼수다”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단다. 그렇게 아빠가 주진우를 알게 된 이후, 주진우 기자의 기사들을 줄곧 보았단다. 그는 처음부터 권력의 비리를 추적하는데 전문가였어. 부정을 일으킨 권력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기자. 그런데 그가 10년 넘게 한 사람만 쫓고 있단다. 전직 대통령이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사람. 그리고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 심지어 대통령도 돈을 부풀리기 위해 했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 돈의 신. 한 때 그의 이름을 인터넷에 언급하는 것조차 두려워해야 했던 사람. 이명박.

주진우가 그 사람을 싫어하는 만큼 아빠도 그를 정말 싫어한단다. 솔직히 박근혜와 이명박.. 우열을 가릴 수 없지만, 아빠는 이명박이 수십 배, 수백 배는 더 싫어. 주진우의 말대로 박근혜는 해야 할 일을 너무 안하고, 이명박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너무 많이 했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가 아니었다면 노무현 대통령님과 지금의 새로운 시대를 함께 하고 있을 거라는 상상을 요즘도 하고 있단다. 심지어 당시 민주 계열의 후보가 대통령이 되지 않고 박근혜가 이명박 대신 대통령이 되었더라도, 노무현 대통령님이 그렇게 억울하게 삶을 마감하시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마저 드니까 말이야. 그래서 아빠는 이명박이 대한민국 사람 중에서 최고로 싫어하는 사람이야. 그런 이명박의 비리를 쫓고 있는 주진우 기자. 아빠가 그런 그를 존경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지.

이번에 나온 그의 책. 제목도 찬란한 이명박 추격기. 그 동안의 이명박의 돈을 쫓는 취재기를 적은 책이란다. 이 책은 주진우 기자가 이야기했듯이 실패담이라고 한다. 그의 돈을 쫓다 보면 기자로서의 한계를 느끼면서 결국 마지막 결정적 단서를 잡지 못한다고 해. 비록 실패담이지만, 이명박을 이렇게까지 쫓고 있는 주진우 기자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구나. 이명박을 쫓는 일은 실제로 목숨까지 위협 받는 위험을 감수해야 해. 그의 비자금의 실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구나. 이 책에도 자원외교 관련된 어떤 과장의 죽음을 소개했단다. 자원외교의 실무자였던 그가 책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자녀 둘을 둔 마흔 한 살의 가장이 그렇게 무책임하게 자살을 할 수 있을까 싶구나.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주진우는 오늘도 이명박을 쫓고 있는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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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쿠르드 유전 개발 사업을 발표한 지 4년이 지난 2011년 6월, 석유공사 배 아무개 과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이라크 쿠르드 사업의 석유공사측 실무 책임자였다. 취재해보니 배 과장은 평소 실패한 쿠르드 사업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 윗사람들은 나거거나 좋은 자리로 떠났다. 배 과장은 나중에 이 문제를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었다. 그렇다고 그가 죽을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배 과장이 영원히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면서 홀가분해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숨진 배 과장은 마흔 살로, 자녀 둘을 둔 아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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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진우 기자도 매체를 통해 자신도 두렵다고 하더구나. 얼마 전에 주진우 기자의 가족들에게 트럭이 돌진해서 큰일날 뻔했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어. 이렇듯 이명박의 뒤를 캐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야. 정권이 바뀌어도 말이야. 정권만 바뀌었지. 아직 우리는 더 큰 불의의 권력과 함께 하고 있는 것이란다.

 

1.

책 이야기를 하기 전에 영화 이야기도 해야겠구나.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에 대한 것은 책뿐만 아니라 영화로도 개봉했단다. 아빠도 지난 주말 그 영화를 보고 왔어. 책과 영화는 상호 보완적인 것 같았어. 책도 읽기 쉽게 잘 쓰여지긴 했지만, 영화는 시각적인 영상이다 보니 아무래도 더욱 잘 이해가 되더구나. 둘 다 보는 것을 적극 추천한단다. 주진우 기자와 영화 제작자 김어준의 말처럼 이 영화와 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그들이 들고 뛰던 바통을 검찰에서 받아서 이어 달렸으면 좋겠어. 그래서 이명박, 그가 잘못한 것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래야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잘못을 하면 결국 벌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 그렇지 않으면 우리사회는 언젠가 제 2의 이명박을 만날 수도 있어.

이번이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구나.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주진우의 영화를 보고, 주진우의 책을 사주어야 한단다. 책은 출간된 이래 계속해서 베스트셀러 상위에 머무르고 있는데 영화는 성적이 어떤지 모르겠구나. 아빠도 주변사람들한테 적극 홍보를 해야겠구나.

 

2.

이번에는 노래 이야기를 해볼까?^^ 주진우의 절친 중에 가수 이승환이 있어. 아빠도 이승환을 좋아하긴 하는데, 너희들의 고모가 이승환 광팬이잖아. 그래서 너희들이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가수 중에 한 명이 바로 이승환이잖아. 그가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책 출간을 맞춰서 Book OST로 노래 한 곡을 선보였단다. 노래를 들어보니, 이승환이 절친을 위해서 노래에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겠더구나. 그리고 노래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돈의 신. 이명박 하면 돈에 환장한 사람이 떠오른다는 주진우 기자의 말에 백배공감을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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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나는 이명박 하면, 돈에 환장한 사람이 떠오른다. 그를 꿰뚫는 단어는 돈이다. 그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사랑도 믿지 않는다. 돈을 믿는다. 모든 생각이 돈으로 통하고 모든 행동은 돈에 좌우된다. 대통령이 되기 직전 교회에 간 이명박은 “예수 믿고 우리 집안 다 부자가 됐다”라고 간증했다. 이 말에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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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함의 대가이자 돈에 미친 이 사람.. 그 사람의 돈을 추적하다 보면 케이맨 제도에서 그 꼬리가 사라진다고 하는구나. 이 책에서도 그렇고, 영화 <저수지 게임>에서도 그렇고 케이맨 제도는 이명박 돈이 모여든 저수지인 것은 확실하다고 하는구나. 케이맨 제도는 쿠바 옆에 있는데, 영국 영토인데, 비자금의 천국으로 유명하대. 우리나라와 그 전까지는 거래가 없었대. 그런데 2007년부터 한국와 케이맨의 직접 교역액이 급증하는데, 이명박 재임기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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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저수지는 케이맨에 있다.

이명박의 것으로 의심되는 돈은 캐나다를 거쳐 케이맨제도로 갔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케이맨으로 갔다. 가야만 했다.

케이맨제도는 카리브해에 있는 영국 영토이다.

쿠바 옆에 있다. 미국 뉴욕에서 남쪽으로 4시간을 날아가면 케이맨의 수도 조지타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케이맨은 제주도만 한 크기로 인구는 5만 5천 명. 충북 영동군 인구가 5만 명 정도다. 이곳은 스쿠버들에게는 최고의 휴양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비자금의 천국으로 더 유명하다.(중략) 지난 8년간 우리나라에서 조세회피처로 나간 돈이 190조인데 그 중 홍콩을 제외하고는 케이맨이 제일 많다. (중략) 2007년부터 한국과 케이맨의 직접교역액은 급상승한다. 매년 2배 이상 성장. 이명박 재임기하고 정확하게 일치한다. 우연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석연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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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명박은 그럼 누구의 돈을 가지고 간 것인가? 이명박은 누구의 돈을 사기친 것인가? 이명박이 돈을 해 드시는 패턴이 있다고 하는구나.

1단계. 회사를 하나 만들거나 인수한다. 그런데 이 회사대표는 경력이 없는 바지사장이다. 그리고 회사에 이유 없이 돈벼락이 떨어지고, 그 액수는 천문학적 액수다.

2단계. 돈벼락 맞은 회사의 돈이 돌고, 돌고 돈다. 회사를 여러 개 만들고, 돈이 사라지고 돈 받은 회사도 사라진다. 관련된 사람들도 사라지고..

3단계. 그 회사에 투자했던 국가기관이나 은행은 그 돈을 찾지 않는다. 진실을 묻는 사람도 없고, 진실도 사라진다.

이 책과 영화 <저수지 게임>에서 비중 있게 다룬 농협의 캐나다 노스욕 사기 대출 사건은 이런 패턴을 가진 대표적인 사건이란다. 그 뿐만 아니라 자원외교에서 날린 돈, 해외 금융 비리, 투자 사기.. 그가 손 댄 것들이 이렇게 돈이 사라진다는 거야. 그렇게 국가기관과 금융기관이 손해를 본 돈은 수조 원, 어쩌면 수십 조원이 된다고 하는구나. 그 돈들은 어디서 났겠어. 모두 아빠를 포함한 국민들이 낸 세금이잖아. 결국 주진우가 쫓고 있는 돈은 잃어버린 우리의 돈인 것이야. 그러니 더욱 그에게 힘을 실어 주어야 하는 거야.

이명박이 돈을 해 드신 것 중에 사실 농협의 캐나다 노스욕 사기 대출 사건은 금액으로 봐서는 그렇게 크지는 않은 거래. 하지만, 이 사기 사건은 증거가 명백하고 피해자도 명백하다는 거지. 이 사건만 제대로 파헤치면, 저수지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고, 그 저수지에 얼마나 많은 돈이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거야. 그런데, 농협이 210억의 손해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고소를 하지 않는다는 거야. 된장… 농민들을 위한 협동조합이 왜 이명박을 위해 회사로 전락했는지…

…

책을 출간하고, 영화를 만든 후에도 주진우는 계속해서 이명박에 대한 새로운 기사를 쏟아내고 있단다. 그리도 그 전보다 팟캐스트에 더 자주 출현하는 것 같아. 마친 결정적인 골찬스를 잡은 스트라이커가 돌진하는 것처럼 말이야. 아빠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책과 영화를 주변 사람들에게 홍보하는 일밖에 없지만, 그런 것들이 모이면 여론이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홍보하고 있단다. 우리는 작년 겨울에 여론이 얼마나 무서운지 스스로 깨우쳤잖아. 부디 이번에는 골로 이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구나. 제발…

 

(5)
박근혜는 해야 할 일을 너무 안 했지만, 이명박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너무 많이 했다. 이명박이 원로랍시고 인사를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참을 수가 없다. 이명박이 국가라는 이름 뒤에 숨어 저지른 폭력과 사기를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이명박이 정치라는 탈을 쓰고 사익을 추구한 것을 떠올리면 슬프고 분하다.

(50)
그는 보험사 내 담당자였다. 오래전부터 나를 응원하는 지지자라고 했다. 목소리를 들으니 괜한 말을 하는 사람은 아닌 듯했다. 약속을 잡고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내 보험이 이상하다고 했다. 보험은 보통 사고나 질병을 대비하는데 내 보험 약관은 온통 사망에만 집중되어 있다고 했다. 사고로 죽거나 해외에서 죽어야 보험금을 가장 많이 타는 구조란다. 전쟁 나가는 사람이 드는 보험 같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이런 말을 건넸다.
"이런 식으로 보험을 들면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죠. 가끔 뉴스에 나오는 보험금을 타려고 남편을 죽인 사건 말이지요. 기자님은 워낙 위험한 상황이어서 이렇게 보험을 들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94)
대통령 자리도 돈을 해 먹기 위해 차지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명박이 국회의원이 되고, 서울시장이 되고, 대통령까지 된 목적은 단 하나다. 돈이었다. 결국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후 이명박 패밀리는 국가적으로, 참, 많이도, 해 먹었다. 담대한 사기다.

(128)
나에겐 꿈이 있다.
비자금 저수지를 찾는 꿈. 우선, 비자금을 찾아서 터뜨린다. 물론 ‘내가’ 터뜨리는 게 중요하다. 검찰이 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확실한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 수사가 시작되고 이명박을 검찰청 포토라인에 세운다. 이명박은 구속되고 부정 축재한 돈을 다 빼앗는다. 그 돈을 국민들에게 나누어준다. 그 돈을 찾으면 우리나라 복지 수준을 크게 향상될 것이다. 그 돈이면 성인 한 명당 통장에 1천만 원씩 넣어줄 수 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결국 이명박의 공약을 내가 실현시켜주주는 것이다. 국민들을 부자로 만들어주겠다는 것. 이명박 비자금 찾기 프로젝트는 우리 국민 모두가 부자 되는 길이라고 믿는다.

(267)
다스는 이명박 정부 들어 폭풍 같은 속도로 성장한다. 2000년 1,787억 원이던 매출액은 이명박 취임 첫해인 2008년 4,540억 원으로 증가한다. 이명박 재임 마지막 해인 2012년에는 3배 이상 성장해 무려 1조 3천7백억 원을 기록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성장세는 꺾이지 않았다. 박근혜 집권 첫해인 2013년 다스는 1조 7천9백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2016년에는 2조 3천8백억 원 매출을 기록했다. 다스는 해외로도 뻗어 나가고 있는데 중국에 8곳, 인도에 2곳, 미국, 체코, 브라질, 터키에도 해외 법인을 세웠다. 현대, 기아차가 진출한 곳에는 거의 다 공장을 지었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후 진행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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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자유가 없다면 인문정신은 숨을 쉴 수도 없고, 창조적인 수많은 작품도 존재할 수 없다. 내게 가끔 생기는 장난기가 강연장에서 또다시 도졌다. 아니, 지금 자유로워 보이는 젊은 대학생들이 진정으로 자유로운지를 확인해 보고 싶었다. 강연을 시작하자마자 나는 한 편의 시를 읽었다.


 ‘김일성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어서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21)

우리에 갇힌 동물보다 자연공원에 방목된 동물이 더 자유로운가. 겉으로는 자유로워 보이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하나도 없다. 허용된 자유는 언제든 허락한 측에서 철회할 수도 있는 불완전한 자유, 아니 정확히 말해 자유를 표방한 기묘한 억압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자연공원의 동물들은 자신을 가두는 사방의 벽 쪽으로 가기보다는 본능적으로 가운데로 모인다. 하긴 벽에 직면하는 순간, 자신이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 테니 얼마나 불쾌한 일이겠는가. “한계를 넘지 않는다면, 너희들 마음대로 해도 좋다.” 이것이 바로 허용된 자유의 논리이다. 허용된 자유를 자유라고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검열하게 된다. 체제가 우리를 핍박하려고 할 때, 우리는 나약하게 외칠 것이다. “저는 한계를 지켰는데, 왜 그러세요?” 너무나 어리석고 나약한 한탄을 토해 내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허용된 자유를 거부하고 자신의 자유를 찾아야 한다.

 

(23)

시는 소설이나 희곡처럼 단순히 문학 일반에 속하는 하나의 장르가 아니다. 시는 문학의 가능성이다. 형식도 모방하지 않고 내용도 모방하지 않아야 시가 된다. 혹은 형식도 강요되지 않고 내용도 강요되지 않아야 시가 된다. 그렇다. 시는 글로 표현된 자유정신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시는 난해하다는 인상이 든다. 형식이든 내용이든 일체 외적인 것으로부터 단절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니까 느끼고 욕망하고 생각하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바로 시이기 때문이다. 김수영은 “시라는 것은 그것이 새로운 자유를 행사하는 진정한 시인 경우에는 어디엔가 힘이 맺혀” 있어야만 한다는 역설한다. 그의 말대로 진정한 시에는 반드시 시인의 자유정신이라는 보석이 박혀 있기 마련이다. 시인 자신이니까 살아 낼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것, 다시 말해 ‘새로운 자유’가 없다면 시를 썼다고 해도 쓰지 않는 것과 진배없으니까.

 

(45)

그가 쓰고 싶었던 자신에게 철저한 글, 즉 시가 어떻게 친절할 수 있겠는가. 다른 장르의 글과 달리 시는 자신이니까 쓸 수 있는 글, 가장 원초적이고 직접적인 글이다. 시를 읽는 것은 당연히 나와는 다른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는 타인의 속내와 그 삶을 읽는 것이다. 어떻게 타인의 속내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시 읽기의 어려움은 수학이나 철학의 그것과는 다른 종류의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다.

 

(46)

이제 더욱더 궁금해진다. 김수영은 가슴에 어떤 이상을 품고 살았던 것일까?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김수영은 시인이 되려고 했고, 시인으로 살고자 했다. 다시 말해 김수영의 이상은 시인이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시인이란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지금부터 차근차근 시인이란 어떤 사람인지 숙고해 보도록 하자. 무엇보다도 먼저 시인은 평범한 일반 사람과는 다른 종류의 인간이다. 일반 사람은 관습이나 교육에 따라 사물이나 자신을 이해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그들이 세계와 불화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이미 세계가 조율한 대로 소리를 내니, 타인이나 사회와 불화할 일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 사람이다. 물론 이것이 가능하려면, 시인은 투철한 자기 이해에 이르러야만 한다. 오직 그럴 때에만 관습의 목소리나 타인의 목소리를 자신의 목소리에서 추방할 수 있고, 나아가 잃어버린 자신만의 목소리를 되찾아 노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55)

그래서 그는 사태와 자기가 하나로 붙어서 생긴 타성을 ‘벽’이라고 부르며 경계했다.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의 ‘벽(壁)’을 보면 된다. ‘벽’이란 한계점이다. 고치려야 고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이다. 숙명이다. 이 ‘벽’에 한두 번이나 열 번 스무 번이 아니라 수없이 부닥치는 동안에 내 딴에는 인간 전체에 대한 체념이랄까-그런 것이 생긴다. 그래서 나도 소크라테스의 말대로 본의 아닌 철학자가 된 셈이다.”

 

(123)

바로 이것이다. 김수영이 추구했던 새로움은 단독성의 발견에서 오는 새로움이었다. 그래서 그의 시는 지금 독자들에게 그리고 앞으로의 독자들에게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단독성을 발견했기 때문에 새로울 수 있었고, 단독성에 기반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행을 넘어서는 보편성을 얻었다. 반면 김춘수와 같은 모더니스트들은 새로운 시적 테크닉은 시도했지만 단독성을 포착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당연히 그들의 시는 그만큼 시적 보편성도 상실했다. 김수영이 동시대 모더니스트들과 자신이 다르다고 확신하도록 한 중요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흥미롭지 않은가. 머리로만 쓰는 시와 온몸으로 쓰는 시가 이토록 확연히 다른 운명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말이다.

 

(144)

그가 “시인은 영원 배반자”라고 말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인은 영원한 배반자다. 촌초(寸秒)의 배반자다. 그 자신을 배반하고, 그 자신을 배반한 그 자신을 배반하고, 그 자신을 배반한 그 자신을 배반한 그 자신을 배반하고…… 이렇게 무한히 배반하는 배반자. 배반을 배반하는 배반자…… 이렇게 무한히 배반하는 배반자다. (…) 시인은 모든 면에서 백치가 될 수 있지만, 단 하나 시인을 발견하는 일에서만은 백치가 아니다. 시인을 발견하는 것은 시인이다. 시인의 자격은 시인을 발견하는 데 있다. 그밖의 모든 책임을 시인으로부터 경감하라!” - <시인의 정신은 미지>(1964.9)

 

(153)

불행히도 모든 교육은 단독성을 개화시키기보다는 기성세대가 신봉하는 가치를 주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단독성을 회복하려는 순간, 당연히 가정이든 학교든 군대든 회사든 권력을 쥔 자들로부터 탄압받기 마련이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생긴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이로부터 스스로 단독성을 부정하는 개인들이 탄생한다. 외적인 탄압과 억압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너무나 두렵기 때문이다. 자신과 똑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나면 불쾌하게 느끼는 사람들과 달리, 이런 불행한 개인들은 오히려 타인이 자신과 같은 옷을 입고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기 쉽다. 그들이 유니폼, 즉 동일한 형식을 즐기는 것은 이런 이유인지 모른다. 결국 이들은 자신의 제스처를 버리고 권력이 허용하는 제스처를 취해서 자신의 단독성을 은폐하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시를 싫어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시는 자신들이 애써 은폐하려던 단독성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를 좋아하게 된다면, 그들은 조금씩 자신이니까 살 수 있는 삶, 자신이니까 느낄 수 있는 감성, 자신이니까 생각할 수 있는 사유를 영위할 것이다.

 

(159-160)

시는 나니까 쓸 수 있는 글이다. 그러니 모든 사람이 시인이 된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삶을 살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시인과 시인 아닌 사람의 구분도 사라질 것이며, 서로가 자기 삶의 형식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마침내 자유로운 개인들의 공동체, 즉 김수영이 말한 “모든 사람들이 착한 시인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공동체가 탄생하는 것이다. 만약 그가 원하는 세상이 도래한다면, 현재의 시는 무효가 될 것이다. 현재의 시에는 단독적인 삶을 영위하는 모습보다는 그것을 꿈꾸는 이의 설움이 묻어나니까 말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순간, 그들의 말과 행동은 서러운 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완전히 긍정적인 시가 될 것이다. 이런 낙원을 꿈꾸면서 당분간 시인은 타인의 제스처가 아니라 자신의 제스처를 만들어 삶을 살아 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단독성을 회복할 때까지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 줄 필요가 있으니까 말이다.

 

(173)

눈이 시인의 정신을 상징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눈은 하늘이란 지고한 권좌로부터 스스로를 추방하여 구체적인 곳으로 내려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은 순수하고 고결하다. 신처럼 모든 것을 관조하지 않고, 스스로 더러워질 것을 감내하면서도 기꺼이 모든 것과 함께 하려고 한ㄷ. 눈은 더러운 진창도, 썩어 가는 시체도, 악취를 풍기를 오물도 가리지 않고 그들을 덮어 고결하게 승화시킨다. 눈 내리는 날 세상의 모든 존재는 빈부, 미추, 선악, 강약을 넘어서 동등하게 변한다. 부자의 집도 빈자의 집도 똑같이 흰 지붕이 되고, 대학 교수의 머리에도 구걸하는 아이의 머리에도 똑같이 흰 눈이 쌓이니까 말이다. 하늘과 땅이 지배와 피지배를 상징한다면, 눈은 지배 의지를 극복하고 구체로의 비약을 도모하는 시인 정신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185-186)

모든 돌고 있는 팽이는 자시만의 중심을 가지고 돈다. 그런데 두 팽이가 마주친다는 것은, 어느 하나가 다른 팽이의 회전 스타일을 수용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허망하게도 팽이는 쓰러지고 만다. 팽이만 그런가. 인간도 마찬가지 아닐까? 자기만의 스타일로 살지 못하고 남의 스타일을 답습하는 순간, 인간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 내지 못한다. 김수영의 말대로 “생각하면 서러운” 일이다. 보통은 인간이 고독하기 때문에 누군가와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거나 완성되기 위해 지혜로운 사람이 교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통찰이 옳ㄴ다면, 이게 우리는 누구에게 기대서도 안 되고, 누가 기대는 것을 용납해서도 안 된다. 오직 철저하게 자신의 힘으로 자신을 채찍질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삶을 마무리해야만 한다.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되기 때문이다.

 

(197)

김수영은 시의 다양성과 문화적 실험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시의 다양성은 시인들의 삶이 각기 다른 만큼 불가피한 것이고, 시의 실험은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만들려는 시인들의 투철한 의지가 발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누구의 제스처도 흉내 내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자신의 제스처로 살아가겠다는 사상은 진정한 시인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사활을 건 문제다. 이런 사상이 부재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시적 형식과 테크닉의 모색은 단지 원숭이의 장난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시에서 “거짓말이 없다는 것은 현대성보다 사상보다도 백배나 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남의 말을 자기 말인 것처럼 지껄이는 순간, 우리는 거짓말쟁이가 된다. 화려하고 현란한 말로 남을 속일 수 있다고 할지라도, 거짓말쟁이는 결국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아 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시를 완성할 수도 없을 것이다.

 

(238)
어느 개인이 공동체가 각인시킨 시선이 아니라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이 순간 그는 더 이상 공동체의 노예가 아니라 새로운 공동체를 꿈꾸는 불온한 주체가 된다.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불온한 주체에 직면했을 때 공동체가 어떻게 몸을 도사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시적 인식에 이른 주체의 행동과 말은 모든 사람의 심금을 울릴 것이고, 그것은 마침내 무서운 전염병처럼 공동체를 내부에서부터 붕괴시킬 수도 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새로운 것이 있다면 어떤 모양의 새로운 것이냐”는 김수영의 질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게 된다. 그는 어떤 새로움도 좋다는 식의 ‘새로움 강박증자’는 아니었다. 물론 그가 기존의 낡은 시적 표현을 거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가 진정으로 거부한 것은 기존의 것을 답습하고 자신만의 삶과 표현을 억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김수영에 따르면 이런 억압을 뚫고 새로운 것을 모색할 때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것, 혹은 시적 인식이 가능한 법이다.

 

(267)

“자유의 방종은 그 척도가 기준이 사랑에 있다는 것만을 말해 두고 싶습니다. 사랑의 마음에서 나온 자유는 여하한 행동도 방종이라고 볼 수 없지만, 사랑이 아닌 자유는 방종입니다. 그리고 사랑은 호흡입니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이 행동으로 나타날 때에도 오늘날과 같은 복잡한 사회환경에서는 여간 조심해서 보지 않으면 분간해 내기가 어렵습니다. 사랑이 순결하면 순결할수록 더 그렇습니다. 기도가 눈에 보이지 않듯이 사랑도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자유의 방종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세우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사회에서는 백이면 백이 거의 다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의 자유가 사랑을 가진 사람들의 자유를 방종이라고 탓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에는 자유가 없습니다.” -<요즈음 느끼는 일>(1963.2)

 

(330)

어쨌든 시인은 자유를 노래하는 자유로운 존재여야만 한다.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시인이라고 자처할 수 있다는 말인가? 예술과 시인들이 현실적 자유를 회피하고 관념적인 자유로 후퇴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래서 그들은 시를 “적당한 감각적인 현대어를 삽입한 언어의 조탁이나 세련되어 보이는 이미지의 나열과 구성”으로 썼다. 몽상과 상상의 자유라고나 할까? 그들은 시인으로서의 자유로움을 현란하고 낯선 이미지의 시나 아름답고 예쁜 시를 만들어서 증명하려고 했다. 김수영에게는 “7할의 고민과 3할의 시의 총화가 행동”이었다. 그렇지만 예술파 시인들에게는 현실과 자신에 대한 “7할의 고민”, 즉 사상이 부재했다. 그러니 그들은 현실에 무기력하기만 한 시만을 쓸 수밖에 없었다.

 

(334)

시인이 가야 할 길은 좋은 지도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지도자라는 형식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인문주의나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이 자기 삶의 주인이어야 한다는 이념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대표자와 피대표자라는 이분법 때문에, “작가는 달리지 않고 군중만 달리게 하는” 아이러니한 권력 현상이 발생한다. 어쩌면 참여파 시인은 자신이 왜 현실을 극복하려고 했는지 망각한 불행한 사람이다. 그들은 자유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 현실을 극복하려고 했던 것 아닌가?

 

(339)

“오늘날의 시가 골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인간의 회복이다. 오늘날 우리들은 인간의 상실이라는 가장 큰 비극으로 통일되어 있고, 이 비참의 통일을 영광의 통일로 이끌고 나가야 하는 것이 시인의 임무다. 그는 언어를 통해서 자유를 읊고, 또 자유를 산다. 여기에 시의 새로움이 있고, 또 그 새로움이 문제되어야 한다. 시의 언어의 서술이나 시의 언어의 작용은 이 새로움이라는 면에서 같은 감동의 차원을 차지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의 생활현실이 담겨 있느냐 아니냐의 기준도, 진정도 난해시냐 가짜 난해시냐의 기준도 이 새로움이 있느냐 없느냐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새로움은 자유다, 자유는 새로움이다. - <생활현실과 시>(1964,10)

 

(344)

“시는 온몬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것은 그림자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림자에조차도 의지하지 않는다. 시의 형식은 내용에 의지하지 않고 그 내용은 형식에 의지하지 않는다. 시는 그림자에조차도 의지하지 않는다. 시는 문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민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인류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문화와 민족과 인류에 공헌하고 평화에 공헌한다. 바로 그처럼 형식은 내용이 되고 내용은 형식이 된다.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 - <시여, 침을 뱉어라>(1968.4)

 

(370)

“무서운 것은 문화를 정치사회의 이데올로기와 동일시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단 하나의 이데올로기와 동일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의 문화의 위험의 소재(所在)도 다름 아닌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나치스가 뭉크의 회화까지도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그 전위성을 인정하지 않았듯이, 하나의 정치사회의 이데올로기만을 강요하는 사회에서는 ‘문예시평’자가 역설하는 응전력과 창조력-나는 이것을 문학과 예술의 전위성 내지 실험성이라는 부르고 싶다-은 제대로 정당한 순환작용을 갖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다. - <실험적인 문학과 정치적 자유>(1968.2)

 

(377)

인간은 정당한 목적, 바로 자유다. 그리고 새로움이다. 한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 그는 과거에 살던 누구와도 닮지 않고 앞으로 태어날 누구와도 닮지 않을 바로 그 자신으로 태어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새로움과 자유의 존재론적 근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그는 자신만의 자유로운 삶에 걸맞게 새로운 삶의 스타일로 살아야 한다. 이것이 위기에 빠질 때 작가는 사람들에게 경고할 수 있어야 한다. 작가의 경고는 자유가 부정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것일 수도, 아니면 스스로 온몸으로 자유를 구가하며 자신만의 작품을 만듦으로써 자유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간접적인 것일 수도 있다. 진정한 작가의 작품들이 인간의 자유를 가로막는 벽과의 충돌을 기술하거나, 동시대 사람들의 통념을 조롱하는 전혀 새로운 삶의 전망을 보여 주는 것 또한 이런 이유에서인지 모른다. 카프카가 그랬고, 바이런이 그랬고, 그리고 우리 시인 김수영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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